지난 4월 18일 오후 7시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무계원에서 첫 ‘조선토크’가 열렸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4월 18일 오후 7시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무계원에서 첫 ‘조선토크’가 열렸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4월 18일 화요일 오후 7시, 쌀쌀한 날씨에도 서울 종로구 부암동 무계원 야외마당은 80여명의 청중들로 가득 메워졌다. ‘조선토크(Chosun Talk)’가 첫선을 보인 자리였다. 가수 겸 작곡가 최고은씨의 공연을 시작으로 박재연 리플러스대화교육 대표의 ‘가족간의 사랑대화 꿀팁!’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있었다. 강연은 40분 동안 청중과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강연자는 강연 중간에 직접 청중들의 이야기를 물어보기도 하고 청중들도 강연자와 강연 내용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눴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온 직장인 이상봉(34)씨는 “강연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는 자리였다”며 “청중과 강연자 모두가 의견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을 진행한 박재연 대표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아늑한 공간과 음악, 가족이 있는 곳에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 보다 진솔하게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는 자리여서 좋았다. 첫 시작이지만 청중들과의 쌍방향 소통이라는 취지를 굳게 유지해 나가면 좋겠다.”

한국판 테드(TED)를 지향하는 ‘조선토크’는 각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강연교육 사업이다. 이 행사는 미국의 비영리 어린나무재단(Sapling Foundation)의 크리스 앤더슨이 만든 강연회 테드를 본떠 만들었다. 테드와 같이 강연만이 아니라 영상과 공연이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형식이다. 조선뉴스프레스 문화사업팀 최세나 과장은 “‘조선토크’는 기업과 사회단체, 백화점 문화센터를 1차 대상으로 하는 강연 프로그램”이라며 “현재 시작 단계라서 지역주민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주제와 토크콘서트 형식의 강연으로 처음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조선토크’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청중과의 쌍방향 강연’이다. 강연자의 일방향 강의가 아니라 청중들과 직접 함께 소통하는 형식이다.

첫 ‘조선토크’ 행사는 종로문화재단(대표 이건왕)과 함께 주최했다. 재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전통문화공간인 무계원에서 오후 7시부터 8시30분까지 무료로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청중들은 연령층이 다양했고 30~40대 직장인과 주부들도 많았다. 이날 강연을 진행한 박재연 대표는 ‘가족간의 사랑대화 꿀팁’으로 부탁의 중요성, 구체적인 행동과 말의 중요성 등을 이야기했다.

첫 번째 ‘조선토크’에 대한 청중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사는 대학생 김철원(20)씨는 “전통문화공간인 무계원에서 강연이 진행돼 분위기도 좋았고, 강연 내용도 유익했다”며 “노래와 강연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새로웠고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신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민정(40)씨는 회사에서 강연기획과 초청을 담당하는 직장인이다. 강연을 본 뒤 그는 “미국의 테드를 참 좋아하는데 이 행사가 테드와 굉장히 유사하다”며 “강연기획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좋은 교육업체를 일일이 찾기가 쉽지 않은데 ‘조선토크’는 공연과 강연이 함께하는 기획이라서 여러 회사에서 신청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청중들은 ‘조선토크’의 강연자 선정과 주제 선정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직장인 강은혜(32)씨는 “‘조선토크’ 첫 강연의 주제를 ‘가족간의 소통’으로 시작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많다는 점에서 강연 주제를 선정한 것 같아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직장인 김연정(39)씨도 “공감 가는 주제로 모든 연령층이 소통할 수 있는 강연일 뿐 아니라 강연이 대화 형식이라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행사인지라 아쉬움도 있었다. 쌀쌀한 날씨 탓에 야외에서 진행된 행사에 청중들은 추위에 불편을 겪었다. 또한 강연 주제 선정에 있어 연령층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인천에서 온 초등학교 교사 박계성(60)씨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강연도 좋지만 특정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강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초등학생, 중학생을 위한 강연을 진행하는 등 주제를 더욱 다양화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조선토크’는 4월 25일부터 서울 종로구 부암동 무계원에서 4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4월 25일에는 고려대 노어노문과 석영중 교수의 ‘도스토예프스키의 함께 사는 삶’을 주제로 한 강연과 아코디어니스트 알렉스 쉐이킨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5월 16일에는 ‘괴짜신부’로 잘 알려진 홍창진 신부의 강연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씨의 공연이 있다. 5월 23일과 30일에는 각각 이미도 외화번역가와 정호승 시인의 강연이 있다.

‘조선토크’는 서초문화재단(대표 박성택)과도 함께한다.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에 걸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심산아트홀에서 정여울 작가와 함춘호 기타리스트의 강연을 진행한다. 정여울 작가는 ‘내가 사랑한 유럽문학여행’을 주제로 강연하며 공연은 인디밴드 ‘일루와밴드’가 맡는다. 함춘호 기타리스트는 ‘한국 100년을 연주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동료 뮤지션들과 함께 공연도 펼칠 예정이다. 두 행사에는 특별히 소방관과 경찰관, 그 가족들이 초청된다.

‘조선토크’는 향후 5월 말 산림청 산하 산림복지진흥원과 함께 ‘숲속음악회’를 개최하고 6월부터는 서울 성북구청·강남구청과 함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외 유명 미술작가들의 전시, 조선일보사와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주최하는 ‘아시아프’ 프로젝트 등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도 계획 중이다.

김민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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