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2010년’이 될까. 이번 대선판 또 하나의 플레이어는 여론조사입니다. 그래프가 출렁이면 단일화 이슈가 수면 위에서 고개를 내밉니다. 문득 2010년 지방선거를 떠올립니다. 오세훈vs한명숙(서울시장), 김문수vs유시민(경기도지사) 등 굵직한 대결이 많았던 선거입니다. 당시 조선일보는 한국갤럽과 투표 전에 발표하는 마지막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16개 지자체에서 총 8000명이 설문에 응했습니다.(당시엔 세종시가 없었음.) 화제 지역에서 오세훈, 허남식(부산), 김문수, 정우택(충북)이 낙승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7일 후 개표가 끝났습니다. 여론조사는 몇 점을 받았을까요.

여론조사와 실제 득표율 사이에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 곳은 6군데였습니다. 서울, 부산, 울산, 경기, 충남, 제주입니다. 유시민 후보의 29.7%는 실제 개표 결과는 47.8%였습니다. 52.2%를 득표한 김문수와 박빙의 승부를 벌였습니다. 박상돈(충남)은 조사에서 22.4%의 지지를 받았고, 실제로는 39.9%를 득표했습니다. 아예 당락이 뒤바뀐 곳도 있습니다. 인천, 강원, 충북입니다.

세 가지 가설이 가능합니다. 첫째, ‘여론조사에 기술적 허점이 있었다’. 이 가설은 나머지 7군데에서는 그런 대로 무난하게 결과를 예측했다는 점과, 하다못해 ‘조사 샘플을 늘려라’ 같은 교훈 비슷한 것이라도 유추해내기 어려운 가정이라는 점에서 길게 살펴볼 가치가 없을 듯합니다.

둘째, ‘중도 성향 및 부동층 유권자가 속내를 숨겼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개인은 나약하다’고 말합니다. 1 대 1 전화 조사에서도 본심이 아닌, 현재 ‘대세’대로 답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는 얘깁니다. 당시 분위기는 어땠을까요. 2010년 3월 천안함이 폭침됐습니다. 선거 석 달 전부터 천안함 사건이 언론을 연일 장식했습니다. 겉으로는 여권이 힘을 받고 있었습니다. 대세론이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 분위기와 비슷해 보입니다.

세 번째는 ‘유권자가 선거 직전에야 누굴 뽑을지 확정했다’입니다. 주간조선의 지난주 커버스토리는 ‘다시 뭉치는 보수, 어디까지’였습니다. 홍준표 후보의 유세를 지켜봤습니다. “까막눈의 아들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를 외치는 홍 후보는 “동남풍이 태풍이 돼 골든크로스(지지율 1~2위 후보 간의 역전)가 나타난다”고 예언합니다. 자유한국당 캠프에서는 ‘영남-충청 연합’을 외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2010년 여론조사와 실전이 달라진 곳들 거개가 홍 캠프의 전략 포인트에 걸쳐 있습니다. 계파 없는 ‘독고다이’ 홍준표가 대선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입니다. 그의 정치인생 세 번째 보궐선거에서도 기적을 일굴 수 있을까, 5월 9일의 결과가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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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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