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
[2457호]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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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맛, 음식 名家 이야기] 함양 원조 안의갈비 삼일식당

갈비마을 명성 이으며 30년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음식”

정수정  음식칼럼니스트 criscook@hanmail.net 

▲ 한우로 만든 안의갈비찜.
자연이 손짓하는 신록의 계절이다. 깨끗한 녹음을 찾아 멀찌감치 떠나고픈 도시인들에게 경남 함양은 꽤 매력적이다. 조용한 오토캠핑장이 있는 용추자연휴양림을 비롯해 맨발의 청춘이 되어 걷기 좋은 상림숲 등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가 즐비하다. 예부터 선비의 고장이라고 불려온 함양은 정자문화의 산실로도 명성이 높다. 100여개의 누각과 정자가 있어 가는 데마다 운치 있는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
   
   이곳은 또한 한우갈비로도 지명도가 높다. 함양엔 오래전부터 갈비찜으로 유명한 작은 마을이 있는데 바로 안의면이다. 인구 4000여명 정도의 작은 시골 면소재지에 갈비요리를 내는 식당이 자그마치 10여곳에 이르니 갈비마을이라고 이름 붙일 만하다. 함양군의 갈비특화마을, 그중에 3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원조 안의갈비 삼일식당’은 소문난 명가로 외지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본래 이름이 ‘삼일식육식당’이었던 이곳은 안의면에 유유히 흐르는 금호천을 끼고 아름답게 솟아 있는 광풍루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창업주 강호천(68)·김계술(66)씨 부부는 1986년 문을 열면서 이 동네 갈비탕의 원조였던 김말순 할머니(작고)의 며느리를 주방에 들여 10년간 비법을 전수받았다. 원조 맛의 대를 이은 셈이다. 강씨 부부는 깔끔한 풍미를 자랑했던 김할머니의 비법에 오랜 세월의 노하우를 더하며 이 집만의 맛을 완성해냈다.
   
   메뉴는 오로지 갈비찜과 갈비탕 두 가지. 메뉴판엔 모두 국내산 한우이며 쌀과 배추김치도 국내산이라고 걸어놓았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뜨겁게 달군 찜 그릇에 담긴 푸짐한 갈비찜이 상에서도 지글지글 끓는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갈비찜은 살이 두둑하게 붙은 여러 토막의 갈비에 함양의 자랑인 양파를 비롯해 각종 채소가 푸짐하게 올라가 있다. 전분 물을 풀어 걸쭉한 간장 양념은 그 연한 빛깔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소갈비만의 구수한 풍미가 녹진하게 녹아 있다. 사먹는 맛이라기보다 내 집에서 식구를 위해 정성껏 조리한 맛이랄까!
   
   갈비는 뜯는 맛이라지만 이 집은 개인마다 집게와 가위를 내준다. 먹기 좋게 살을 발라 갈비찜 양념을 듬뿍 찍어 맛보면, 맵지 않고 달착지근한 양념 속에 한우갈비의 진한 육향(肉香)이 가득 전해진다. 얼마나 잘 삶았는지 육질이 적당히 쫀득하면서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이런 것이 오래된 명가만의 노하우가 아닐까. 제법 튼실한 갈비로만 들어가 있어 두세 대만 먹어도 어느 정도 포만감이 느껴질 정도다. 시금치, 양파장아찌 등 제철 푸성귀로 담아내는 반찬도 산뜻하고 깔끔하다.
   
   사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갈비는 찜보다는 탕이 더 친근하다. 농경사회였던 옛날에 소는 일을 하는 귀한 존재였다. 평생 일하던 소의 육질은 매우 질겼을 터. 갈비는 삶을수록 부드러워지는데다가 탕으로 끓이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안의에서도 갈비찜보다 더 오래된 명물이 갈비탕이다. 이 집 갈비탕은 그야말로 그윽하고 구수한 맛이 가득하다. 다른 고기를 일절 섞지 않고 순수하게 한우갈비만을 넉넉히 넣은 탕은 시원하면서도 질 좋은 고기의 힘이 느껴진다. 갈비찜에 비해서는 다소 작은 느낌의 갈비대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큼직한 편. 반투명한 국물에 밥을 말아 깍두기를 얹어 먹는 조합이 행복을 부른다. 땡초를 넣은 얼큰한 양념장을 곁들여주지만 한우갈비의 진미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양념장을 넣지 않는 편이 좋다고 주인장이 귀띔한다.
   
   
▲ 2대 대표 강희순·박혜정 부부

   일본인 포함 외지 손님이 80%
   
   이 집 음식 맛은 어머니 김계술 전문조리사와 함께 아들 강희순(43)씨가 책임진다. 도시 큰 마트의 식육코너에서 일하다가 고향에 돌아온 희순씨는 주방은 물론 아버지의 농사일을 적극적으로 돕고, 며느리 박혜정(43)씨는 카운터와 서빙을 맡고 있다. 상에 올리는 밑반찬과 김칫거리, 갈비찜에 들어가는 양파며 온갖 채소를 직접 재배해 사용한다. 일 년에 40㎏짜리 130가마씩 들어가는 쌀도 직접 농사지은 것이다. 그래서 다른 부위를 섞지 않은 한우갈비탕이 1만2000원, 갈비찜은 5만~6만원이라는 가격을 버틸 수 있다고. 원재료 값이 워낙 고가지만 다른 집에 비해 넉넉히 주고 가격도 최대한 늦게 올리는 편이다.
   
   강호천씨는 “내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음식을 하고 있다”면서 평생 정직하게 음식을 해왔다고 자부하는데, 정말 한우갈비 맞냐고 의심하는 분들을 볼 때 가장 속상하다고 한다.
   
   3년 전 아들이 합류하면서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했다. 전에는 안의에서 가장 허름하고 작은 집이었지만 이제 주방과 홀의 컨디션을 쾌적하게 갖추고 단독 룸까지 마련했다. “한 칸 셋방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왔네요. 아이들이 잘하고 있으니 언젠가 털고 나가도 맘 편할 거 같아요.”
   
   강호천씨는 갈비요리의 맛은 오로지 질 좋은 갈비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한우 가격이 자꾸 올라 단가를 맞추기가 어렵지만 꼭 질 좋은 한우만을 고집한다. 고령, 김해 등에서 한우 소갈비를 엄선해 와 핏물이 나올 정도로 한 번 삶아낸 다음 그 물은 버리고 연해진 지방을 일일이 제거한다. 쇠고기 기름은 맛에도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다시 익히는데, 이때 오랜 내공으로 소마다 다른 육질을 감안해 적절히 삶는 것이 이 집의 비법이다. 이렇게 준비한 고기에 간장양념을 넣고 함양 양파와 당근 등 채소로 자연스러운 단맛을 살려 찌면 그 유명한 안의갈비찜이 되고, 마늘과 대파를 넣고 다시 한 번 푹 끓여내면 갈비탕이 된다. 두 번이나 삶아내고 기름을 제거한 덕에 갈비찜이나 갈비탕 맛이 아주 깔끔하다. 특히 갈비탕은 국물에 기름이 거의 떠 있지 않고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다. 간혹 갈비탕이나 갈비찜에 당면을 찾는 손님들이 있는데 안의지방 갈비요리엔 당면이 들어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동네사람들이 주로 왔지만 요즘엔 외지 손님이 80%에 육박한다. 간혹 일본 손님을 비롯해 외국인 손님들이 우리나라 갈비찜의 명가를 찾아오기도 한다. 명절이면 자식들이 고향 부모님을 뵈러왔다가 우르르 몰려오고, 특히 휴가철엔 근처 관광지를 찾는 휴가객들로 북적인다. 오전 10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저녁 8시면 문을 닫는데, 휴가철이나 주말이면 손님이 밀려들어 오전에 삶아둔 갈비가 점심에 동나기 일쑤. 그러면 저녁 장사용 갈비를 삶느라 오후시간엔 문을 닫기도 한다. “손님이 오시는 대로 다 소화할 수 없어 죄송하지요.” 줄서는 기다림이 번거롭다면 점심시간 이전에 가거나 오후 5시 이후에 가는 것이 좋다. 휴일에도 영업하는 대신 둘째·넷째 수요일엔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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