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시작된 문재인 정부 직전까지 2000년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세 정부가 있었습니다. 이 세 정권의 경제 운영 성적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해 볼 수 있는 몇몇 지표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경제성장률’입니다. 이 세 정부가 집권했던 2003년부터 2016년까지의 경제성장률을 확인해 봤습니다.

세 정부 모두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에서 벌어진 버블과 차입 부실이라는 짐을 그대로 떠안은 채 시작합니다. 집권 초 터진 카드사태 여파에 2003년 2.9%라는 경제성장률과 마주합니다. 정권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5.5%로 막을 내립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세계 경제성장률은 최저 4.3%(2003년)에서 최고 5.6%(2007년)였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다르지 않습니다. 2008년 2.8%이던 경제성장률이 2009년 -0.1%로 추락합니다. 2010년 6.5%까지 오르기도 하지만 이후 계속 추락해 2012년 2.3%로 폭락합니다. 집권 초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굴욕도 모자라 집권 5년 평균 성장률 역시, 같은 기간 세계 경제성장률에 한참 못 미칩니다.

박근혜 정부 4년간의 경제성장률 성적표는 이전 두 정권보다 더 암담합니다. 2014년 딱 1년을 빼면 나머지 3년 동안 3% 경제성장률 달성조차 실패합니다. 반면 박근혜 정부 4년간 세계 경제성장률은 한 번도 3%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경제성장률이라는 객관적 지표로 평가한 세 정부 중 최악은 박근혜 정부입니다. 나머지 두 정부도 사실 낙제를 면키는 힘듭니다. 앞선 이들 정부의 경제 성적은 왜 이렇게 엉망일까요. 이유를 찾자면 많을 겁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실패 요인은 단연 ‘사람’입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더 정확히 말하면 세계 경제의 흐름과 시장·금융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하거나 이런 능력조차 없는 이들이 각 정부에서 경제 전문가로 포장돼 활개를 쳤습니다. 이들이 기재부와 국토부 등 경제 관련 각 부처의 장·차관 등 최고위직과 핵심 요직을 점령했던 게 현실입니다. 국책은행 등 국책 금융사, 경제 관련 국책연구소, 심지어 사기업인 금융지주와 시중은행들에까지 경제전문가로 포장해 정부에 줄을 댔던 능력 부족 인사들이 줄줄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정책과 경영을 좌지우지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만들고 실시했던 정책들이 오죽했겠습니까. 그 결과 중 하나가 바로 세계 평균에도 못 미쳤던 한심한 경제성장률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다른 분야도 문제가 많았지만 경제 정책 수립과 운영에서 역시 실패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정부가 한국 경제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합니다. 앞선 정부의 실패를 면밀히 분석했으면 합니다. 엉성하고 미숙했던 정책들은 물론 사람까지 말입니다. 그래야만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는 엉터리 경제 전문가들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힘들고 지쳐 있는 국민들이 최소한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진짜 경제’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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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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