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엔 두 가지 미덕이 있습니다. 첫째, 일상을 바라보는 눈에 긴장감을 줍니다. 예언이 이뤄지고 있는지, 현실을 ‘관조’가 아니라 ‘관찰’하게 됩니다. 둘째, 옳은 예언, 틀린 예언 모두 일정한 교훈을 줍니다.

지난주 주간조선의 커버스토리 ‘진보교육 2라운드’를 썼습니다. 기사를 쓴 후 ‘10년 후 미래’를 다시 들춰봤습니다. 2011년에 나온 책입니다. 저자인 다니엘 앨트먼은 이코노미스트지 기자 출신의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그는 국가의 발전을 결정하는 요소로 ‘딥팩터’를 듭니다. 경기의 단기적인 상승 하강은 외부 조건 변화에 민감하지만, 특정 국가가 장기적으로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몇십 년 안에라도 선진국이 될 수 있는지는 딥팩터가 결정한다는 얘깁니다.

한국은 매우 중요한 지점에 서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지난 반세기간의 눈부신 성장을 딛고 한 단계 더 높이 성장하느냐, 아니면 성장이 끝난 채 일본과 같은 침체기로 들어설 것이냐는 기로에 서 있다는 얘깁니다. 앨트먼은 딥팩터로 지정학적 위치, 천연자원, 법률, 정치제도, 인구, 그리고 교육 수준을 들었습니다. 셰일가스가 노력한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한반도의 위치를 유럽 어딘가로 옮겨놓을 수도 없습니다. 한국의 법률과 정치 제도는 미진한 점이 있지만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결국 한국의 현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교육 환경 개선입니다.

취재를 하며 교육 문제를 다루는 여러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이들의 애정이 깊을수록 한숨도 깊었습니다. 소위 명문대에 보내주겠다며 고3 학생을 대신해 특허를 내주고,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주는 사교육계의 기발한 영업 실태는 차마 취재한 그대로 적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교육 문제는 난마(亂麻)와 같습니다. 입시 문제를 건드리면 사교육, 학교폭력, 학벌, 양극화, 학제 개편, 대학 경쟁력, 취업률 심지어 국가 경쟁력 문제까지 굴비처럼 얽혀 따라 올라옵니다. 여기에 이념 분쟁도 끼어듭니다. 평등이냐 효율이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실에선 새로운 실험이 시작됩니다.

출범 한 달째 새 정부는 교육부총리 후보도 못 내놓고 있습니다. 문재인표 교육 공약을 어떻게 실현할지 청사진도 아직입니다. 정부 정책이 실종한 틈을 차지한 건 사교육업체들입니다. 후보로 거론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의 발언을 두고, 제각기 해석을 내놓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예측자료를 보면 학생 총수는 매년 줄어듭니다. 고3만 놓고 보면 2010년 65만명이었던 것이 2020년에는 43만여명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양질의 교육과정과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민국 명운이 달려 있습니다. 교육 문제를 취재하며, 문재인 정부가 모쪼록 이념에 치우친 단발성 개혁이 아니라 백년을 바라보는 결단을 선택하길 기원하게 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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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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