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
[2462호]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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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옥, 영화와 놀다] ‘겟 아웃’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인터넷뉴스부 기자  

신용관 정말 오랜만입니다.
   
   배종옥 그러게나요. 지난해 11월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 이후 처음이네요.
   
    애독자들을 위해서, 대체 무슨 이유로 연재를 쉬어야 했는지 변명 좀 들어야 하겠습니다.(웃음)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대학로에서 연극 ‘꽃의 비밀’(연출 장진) 공연이 있었습니다. 전석 매진 등 반응이 좋아 이후 3월까지 지방 순회공연을 했어요. 4월 초에 연재를 시작하려 했더니 KBS2 일일드라마 ‘이름 없는 여자’에서 주연을 맡아버린 겁니다. 이 드라마는 지금도 방송 중이고요.
   
    주 5일 전파를 타는 일일드라마 주연이 짬을 내 영화를 보고 또 이렇게 대담까지 나누고 있으니, 이 코너에 대한 배종옥씨의 애정이 물씬 느껴지네요. 어렵사리 마련된 오늘 자리에선 요즘 장안의 화제인 영화 ‘겟 아웃’(Get out·감독 조던 필레)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워낙 싫어하는 장르의 영화였어요. 그래서도 ‘겟 아웃’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갖지 않고 개봉관에 갔었고, 영화 보는 내내 ‘도대체 왜 시간과 돈을 들여 저런 영화를 만들까’ 하는 심정으로 봤지요. 그런데 막상 영화가 끝나자 나도 몰래 ‘잘 만들었네’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아, 그래서 그 장면이 들어갔던 거구나’ 감탄을 하기도 하고.
   
    영화라는 게 자꾸 보다 보면 ‘이어서 이런 장면이 나오겠군’ 하고 짐작이 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다음 장면을 좀처럼 예측할 수가 없더군요. 어떤 점에서 ‘잘 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나요?
   
    감독이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을 군더더기 없이 아주 간결하게 전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사실 스릴러라는 장르가 단 한 부분에서만 미스가 생겨도 단번에 관객으로부터 외면받아요. 리스크가 큰 장르지요. 그런데 ‘겟 아웃’은 러닝타임 100여분 내내 흥미를 유발하면서 끊임없이 관객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어요. 흑인 감독이 미국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자신이 흑인으로서 절감해야 했던 것들을 잘 담아냈어요.
   
    영화를 안 본 독자들을 위해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지요. 사진작가 흑인 ‘크리스’(대니얼 칼루야)는 백인 애인 ‘로즈’(앨리슨 윌리엄스)와 함께 로즈의 부모를 만나러 가게 됩니다. 공항 보원요원으로 일하는 절친 ‘로드’(릴렐 호워리)는 극구 반대를 하지요. “백인 여자친구의 부모를 만나러 가는 흑인만큼 어리석은 젊은이는 없다”면서. 크리스는 친구의 조언을 괜한 걱정으로 넘기며 당당한 태도로 교외 외딴곳에 있는 로즈 부모의 집을 방문하고, 그때부터 이상하고 심각한 상황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난 아무 근거 없이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라 여기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 20분쯤 지나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실화 같지가 않은 거예요.(웃음)
   
    영화 뒷부분에 드러나는 반전은 실화는커녕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이었지요.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 가능하지 않은 거 맞지요?
   
    그럴듯하게 묘사해 놓았지만, 아직 전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두 남자의 얼굴을 바꿔놓아 1997년 개봉 당시에는 황당하기 그지없던 ‘페이스 오프’(Face/Off·감독 우위썬)가 20년쯤 지나 실제 성공한 사례가 나왔으니 ‘겟 아웃’의 설정 또한 앞으론 모르는 일이긴 하지요.
   
    끔찍한 일이에요. 과학기술의 발전이 비인간적인 면을 오히려 부추기다니 참 아이러니해요.
   
    대다수는 반(反)인간적 작태이자 과학의 ‘재앙’쯤으로 받아들이겠지만, ‘겟 아웃’에서 잘 그려졌듯 누구에게는 경이로운 과학기술의 고맙기 짝이 없는 ‘축복’인 거지요.
   
    사실 뇌를 이식한다는 설정 그 자체는 허점이 많은 시나리오인 셈이지요. 자칫 싸구려 영화로 전락하기 십상이거든요. 그래서도 감독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아마도 위기의식을 많이 가졌을 겁니다.
   
    배우들, 특히 조연들의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었지요.
   
    시나리오의 구조적 맹점(盲點)을 메우기 위해 모든 배우들이 혼신의 노력을 쏟은 흔적이 영화 곳곳에서 역력히 보여요. 특히 로즈 부모 집의 흑인 하인들 역을 맡은 중간급 배우들의 눈빛 연기는 압권이었어요.
   
    감독 자신이 코미디배우 출신이라 연기가 더욱 빛이 났던 게 아닐까요?
   
    배우가 각자 자기 역할만 충실하면 충분할 것 같지만, 영화에 직접 참여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금방 알게 돼요. 요즘 ‘케미’가 잘 맞네 어쩌네 사람들이 말하지만, 단지 상대역과의 호흡만이 아니라 모든 출연 배우들과의 조화, 전체 촬영 스태프와의 팀워크가 중요하죠. 절대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해서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게 아니에요.
   
    난 그런 생각을 곧잘 하는데, 결국 영화의 완성도가 높으면 웬만한 연기도 다 좋아 보이고, 제아무리 혼신의 연기를 펼쳐도 영화 자체가 엉망이면 연기도 죽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측면이 강해요.
   
    배우들 연기가 탄탄한 덕분인지, 이 영화의 메인 포스터가 실제 영화의 한 장면이지요. 주연 흑인 배우의 공포와 회의와 절망 등 만감이 교차하는 클로즈업 얼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표정이기도 하고.
   
    나머지 배우들도 잘했어요. 로즈 역 여배우도 아주 섬세하게 이상(異常)심리를 표현하고 있지요. 영화 초반 카페에서 빵을 고르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진열된 빵을 빤히 쳐다보던 그 표정. 난 ‘빵을 고르는 표정치고는 뭔가 이상하네’ 하고 봤는데 영화 뒷부분에서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 여자의 정체를 이미 슬쩍 드러내고 있는 장면이지요.
   
    그런 장면이 있었나요? 역시 현역 배우는 다르시네.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이런 영화들의 보편적인 특성에서 연유하는 단점을 ‘겟 아웃’ 또한 갖고 있어요. 아무리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어도 결국 주인공이 탈출에 성공할 거라는 걸 관객인 우리는 아니까. 어떻게? 할리우드 영화니까.(웃음)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조니 뎁이 죽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그렇네요. 하긴 ‘스크림’(Scream·감독 웨스 크레이븐)이 그렇게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주연인 드루 베리모어를 영화 초반에 죽여 버린, 할리우드에선 ‘있을 수 없는’ 스토리 덕분이었으니까. 얼마 전 개봉했던 ‘라이프’(Life·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에서도 미남 주연 라이언 레이놀즈를 영화 초반에 죽이는 비(非)할리우드적 파격을 보이긴 했지요.
   
    그런데 ‘겟 아웃’은 결말이 빤한 할리우드적 길을 간 거지요. 물론 마지막 장면에서 경찰차에서 내린 이가 관객의 허를 찌르는 인물이긴 하지만.
   
    내 아쉬움은 이 영화의 잘못이 아니라 관객인 내 몫인데, 한국인인 내가 미국 흑인들의 어법과 언어에 익숙지 않아 놓친 ‘재미’가 적지 않았을 거라는 점이에요. 번역으로 옮겨질 수 없는, 흑인 특유의 화법들. 특히 흑인이면서 흑인이 아닌 걸 낌새로 드러내는 대사들임이 분명한데, 진짜 흑인의 대사와 전혀 구분이 안 되더라고요.
   
    젊은 시절에 문학을 전공한 사람은 영화도 그런 관점으로 보는군요.(웃음) 내 별점은 ★★★. 한 줄 평은 “단역배우들의 놀라운 프로의식이 돋보이는 영화”.
   
    나는 ★★★★. “여전히 영화계는 아이디어만 탁월하면 돈 없어도 대박이 가능한 드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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