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
[2465호]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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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맛, 음식 名家 이야기] 서울 방배동 ‘민어사랑’

생선으로 잔뼈 굵은 목포 선주집 두 딸 생선요리 진수 보여주다

정수정  음식칼럼니스트 criscook@hanmail.net 

▲ 부드럽고 고소한 민어회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 앞의 조그만 타리섬. 지금은 무인도가 되었지만 100년 전만 해도 수많은 어선들과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이 섬에 사람들을 모여들게 한 것은 단 하나, 바로 민어였다. 이곳은 우리나라 제일의 민어 어장으로 오랫동안 파시(波市)가 열려왔다. 초여름이면 모래사장에 수백 채의 초막이 세워지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민어를 안주로 먹고 마시다가 늦가을이 되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민어가 귀해지면서 타리 파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타리섬과 인접한 항구 도시 목포에는 민어를 취급하는 가게들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며 성업 중이다. 서울에도 목포 일대가 고향인 사람들이 몇 곳에 터를 잡고 고향의 맛을 내고 있다.
   
   서울 방배동, 서울고 교차로 인근에 있는 ‘민어사랑’도 그런 집이다. 2012년 문을 연 이곳은 목포 출신의 자매가 민어를 맛있게 요리하는 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언니 박수덕(72)씨는 서울 서초동에서 유명한 민어전문점을 23년간 운영했던 베테랑 요리사로 건강이 안 좋아 잠시 쉬었다. 논현동에서 민어 전문점을 운영하던 동생 수연(64)씨가 현재의 위치에 새로 가게를 내면서 건강을 회복한 언니가 주방을 맡게 되었다. 서울로 오기 전, 목포에서 TV 맛자랑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한정식집을 수년간 운영했던 수연씨도 남다른 음식솜씨를 지녔지만 현재는 서빙과 카운터를 주로 맡고 있다.
   
   목포에서 선주의 딸들로 태어난 이들은 어릴 적부터 생선요리와 자연스레 친해졌다. “어머니 손맛이 끝내줬어요. 집안에 행사가 끊이지 않았는데 그때마다 아버지가 잡아온 생선으로 한 상 가득 차려내셨지요.” 아버지의 생선 보는 안목과 함께 어머니의 손맛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이들 자매는 목포식 생선요리의 달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 특히 민어요리는 대한민국에서 이들 자매를 따라올 사람이 드물다. 이들의 민어요리는 목포에서 제일 좋은 민어를 공수해오는 것부터 시작된다.
   
   “선주가 임자도 근처에서 잡은 민어 중 최고로 좋은 것만 골라 활민어의 꼬리에서 피를 뽑은 뒤 바로 얼음에 채워 보내줘요. 하루 두 차례씩 고속버스로 받고 있지요.” 마치 현지에서처럼 신선한 생물 민어요리를 낼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었다. 한여름 민어철엔 하루에 100㎏ 정도의 민어를 쓰는데, 어쩌다 민어가 잡히지 않으면 민어요리를 팔지 않을망정 냉동은 절대 쓰지 않는다. 민어를 냉동하면 살이 부드럽지 않아 제 맛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 대표 박수연씨

   먹을수록 달고 고소해 입맛 당겨
   
   “민어는 크기가 클수록 비싸고 맛도 좋아요.”
   
   단가가 아무리 비싸도 민어 횟감용은 마리당 10㎏이 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회가 여느 집처럼 질척하거나 푸석거리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 두툼하게 썰어 연분홍빛이 감도는 회는 참기름과 다진 마늘을 섞은 된장양념에 찍어 먹는데, 전혀 비리지 않고 담담하면서도 먹을수록 달고 고소해 입맛이 당긴다. 회에 서비스로 따라 나오는 쫄깃한 부레와, 밥 싸먹다 논밭 다 판다는 껍질도 별미 중의 별미다. 횟감용 살에 달걀 푼 것을 씌워 기름에 부쳐낸 민어전은 동태나 대구전만 먹어 본 입에는 감히 상상도 안 되는 고급스러운 맛이다. 얼마나 촉촉하고 고소한지 술안주로 먹기엔 아까울 정도다.
   
   무더운 여름철 최고의 민어요리는 뭐니 뭐니 해도 기름 동동 뜨는 민어탕이다. 여름이 제철인 민어는 산란을 앞둔 6월쯤부터 양분을 잔뜩 쌓은 덕에 맛이 기름지고 달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민어의 뱃살은 ‘바다의 삼겹살’이라고 불릴 정도. 민어의 기름은 몸에 유들하게 스며들어 여름을 버티게 할 힘이 된다.
   
   특히 탕으로 끓이면 더위에 지친 몸의 기운을 북돋우는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 양반들은 여름철 보양식 중 민어탕을 일품(一品)으로 쳤다. 도미탕이 이품(二品), 보신탕은 삼품(三品)이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복날 서울의 서민들은 보신탕이나 추어탕을 해 먹었고, 반가에선 육개장과 삼계탕을 끓였으며, 더 넉넉한 집은 민어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큰 민어는 길이가 1m도 넘으니 집안 잔치를 할 만한 크기였을 것이다.
   
   백성들이 좋아해 민어(民魚)라는 이름이 붙었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민어는 백성과 인연이 멀었던 걸까. 특히 광복 이후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민어는 더 귀한 생선이 되었다. 귀한 만큼 가짜도 흔해서, 민어와 생김새가 비슷한 중국산 홍민어(점성어)가 어시장 곳곳에 숨어들기도 한다. 민어와 홍민어는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맛과 가치는 차이가 크다. 회로 맛보면 민어는 부드럽게 씹히지만 홍민어는 좀 질긴 편이다. 탕의 맛 역시 비교할 수가 없다.
   
   “민어탕은 뼈에서 맛이 우러나와요.”
   
   민어사랑에서는 회 뜨고 남은 민어 뼈와 머리를 푹 고아서 파뿌리와 양파껍질, 다시마를 넣고 육수를 낸다. 납작한 냄비에 민어 살과 채소를 넣고 육수를 부어 상에서 보글보글 끓이면서 먹는다. 이 집 민어탕은 결 따라 부서져 입 안에서 녹아드는 살이 담백하면서도 고소하다. 국물 빛깔이 빨갛지만 과하게 맵지 않고 민어 특유의 은은한 감칠맛이 고스란히 우러나 시원하면서도 부드럽다. 남달리 깊은 국물 맛의 비결은 바로 된장과 집간장이라고 한다. “목포 친척집에서 직접 담근 집간장과 된장을 풀고 추자도 멸치액젓, 천일염으로 민어탕의 간을 맞춰요.”
   
   뿐만 아니라 빛깔 고운 태양초 고춧가루를 비롯해 대부분의 양념을 목포에서 공수해오기에 봄철 병어조림과 가을 갈치조림에도 남도의 맛이 듬뿍 배어난다.
   
   수연씨는 “손님들이 민어 드시고 기운난다고 하실 때가 가장 기뻐요”라면서 한여름이 다가올수록 민어로 보양하려는 손님이 많아 예약은 필수라고 한다. 명사들이 즐겨 찾는 집으로, 카운터 뒤에 유명인들의 사인이 즐비하다. 손님들은 대부분 연세 지긋한 단골들이지만 요즘엔 식도락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도 종종 찾아온다.
   
   “엄마의 솜씨를 물려받기도 했지만, 우리 집 음식이 남다른 이유는 정성 덕분 아닐까요?”
   
   언니가 주방에서 혼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내면 동생 수연씨가 손님상을 돌면서 식사를 돕는다. 일일이 탕을 떠주며 맛이 어떤지 살피고 부족한 반찬을 내오는 그녀의 모습에 따듯한 정성이 가득하다. 민어사랑의 자매는 때가 되면 자녀들에게 대물림할 계획이다. “서울에서도 제 고향, 목포의 깊은 맛을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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