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반려동물 키우기가 확산되면서 유기동물 문제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동물들은 보호자의 부주의로 길을 잃었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내버려지기도 한다. 보호자 없이 배회하게 된 개나 고양이는 현행 동물보호법에 의해 지역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내지게 된다. 잃어버린 동물과 버려진 동물들은 발생원인이 명백히 다르고 이후 삶의 궤적도 전혀 다를 수 있지만, 보호소에 입소되면 유실과 유기를 구분하지 않고 보통 ‘유기동물’로 통칭된다. 일단 보호소에 수용된 동물들은 동물보호법에 의해 10~20일간 보호되면서 보호자가 찾아갈 수 있도록 습득 장소, 동물 사진, 보호하는 곳 등을 명시해 공고한다. 하지만 고의적으로 유기되어 보호자가 찾으러 올 가능성이 전혀 없는 동물과 유실된 후 보호자에게 돌아가지 못한 동물, 또는 거리에서 부상당하거나 질병이 있는 동물은 보호소에서 안락사되거나 폐사되고 만다. 버려지거나 가족을 잃은 유기동물의 수는 2003년 연 2만5000여마리였다가 2010년 급기야 10만마리를 넘겼다. 유기동물들의 비참한 현실이 알려진 이후 입소 동물 수는 다소 줄어 2015년 8만마리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소폭 상승하는 추세이다. 작년에 버려지거나 결국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죽은 동물만 3만마리 이상이다.

보호소에 입소되는 동물들의 마릿수는 월별로 아주 뚜렷한 패턴을 보인다. 2016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는 2015년 보호소에 입소된 유실·유기동물 총 8만2082마리 중 7월과 8월에 입소한 동물 수가 전체의 20.2%인 1만6580마리로, 동물 유기가 7월과 8월에 집중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간 발생하는 유기동물 수 8만2082마리를 12개월로 평균하면 월 6840마리로 단순 계산되는데, 7월과 8월에는 월 평균 8290마리로 평균치를 훨씬 상회한다. 앞서 2012년 서울시에서도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시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의 월별 발생 추이를 발표했는데, 역시 7월과 8월에 보호소에 입소되는 동물 수가 전체의 22%나 차지하여 평균보다 30% 정도가 더 보호소에 입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부터 시작해 7월과 8월에 피크를 이루는 보호소 입소 동물 수 증가는 9월부터 대폭 낮아져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여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다.

여름 휴가철만 되면 언론은 휴가 시즌에 버려지는 유기동물 문제를 다룬다. 명백한 범죄행위임에도 동물을 고의로 유기하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이를 목격한 시민에 의해 고발되는 일이 반복된다. 실제로 즉흥적 호기심이나 장난감처럼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 의해 여름 휴가지에 함께 갈 수 없다는 이유 또는 휴가 기간 동안 동물을 보살펴줄 곳을 찾지 못해서 심지어는 그냥 동물이 성가셔서 물건처럼 버리는 사례가 없지 않다. 내가 동물을 버려도 동정심을 가진 다른 누군가가 거두어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가 무책임한 동물 유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동물을 때리고 굶기고 죽이는 행위가 학대이자 범죄이듯 자생력 없는 동물을 거리로 내모는 행위도 똑같이 잔인한 범죄행위이다.

내가 귀찮아 버린 동물을 다른 누군가가 살뜰히 보살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몰염치한 일이다. 이런 사람들이 키우는 동물들은 평소에도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소유자 등록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결정적 증거가 없는 한 적발하여 처벌하기도 어렵다. 우리 사회의 반려동물 문화와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동물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행위가 법적·사회적으로 엄히 처벌될 때까지 동물유기 문제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보호자 연락처 새긴 이름표 항상 달아 놔야

여름철에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더운 날씨에 환기를 위해 문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은 데다 사람들의 주의력이 떨어져 동물을 잃어버릴 위험성이 크게 늘어난다. 고양이 유실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들은 열린 창문은 물론 방충망을 찢거나 심지어 잠기지 않은 창문이나 문도 교묘히 열고 바깥 탐색에 나선다. 주인이 무책임하게 바깥으로 자유 배회시키는 고양이의 유실은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다. 통계자료를 보면 여름철에 보호소에 입소하는 동물의 수가 겨울철의 2배 정도로 대폭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부주의가 동물 유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가 된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는 키우는 동물을 반드시 등록하고 외출 시에는 목줄을 하도록 소유자 의무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사실 외출 시 목줄을 하고 만에 하나 유실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보호자의 연락처가 적힌 이름표를 하는 것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어도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절대 필요한 조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개는 괜찮겠지, 나는 아니야 하고 안이하게 생각하며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동물을 잃어버린 후 후회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거리 어디에서나 유실동물을 찾는 전단지를 발견할 수 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동물 유실을 막을 수 있다. 보호자의 연락처가 적힌 이름표는 365일 달아주고 목줄 없이는 현관문을 나서지 않으며 날쌘 동물들이 열린 문의 작은 틈을 빠져 나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자.

반려동물은 가족으로서 사람과 삶의 일상을 공유한다. 여행계획도 당연히 이들의 존재를 고려하여 수립해야 한다. 동물을 데리고 갈 수 있는 휴양지를 찾아보고 숙박업소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동물에 대한 편견이 심한 데다 그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동물을 동반한 여행 편의도 잘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도 찾아보면 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해수욕장도 있고 동물과 함께 숙박이 가능한 펜션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이후로 우리 사회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자연스러워지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더 다양하고 질적으로도 좋아질 것이다. 그전에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휴양지나 펜션 등에서 보호자로서의 에티켓을 철저히 준수하는 자세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부득이하게 동물을 놔두고 여행을 갈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에 평소 나의 반려동물을 잘 아는 이웃과 동물 돌봄을 품앗이하는 것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라면 여행계획을 잡으면서 미리 같은 기간 반려동물을 보살펴줄 믿을 만한 위탁기관을 찾아둔다. 위탁기관 선정 시에는 인근 동물병원이나 전문 위탁소와 미리 상담을 거쳐 유실 위험 없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계류할 수 있는 곳을 적극 찾아보도록 한다. 동물을 키우는 건 여러모로 번거로울 수 있고 비용과 시간을 요한다.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동물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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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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