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
[2473호]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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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북유럽을 가는 또 다른 이유

송일봉  여행작가  

▲ 시벨리우스의 음악세계를 잘 표현한 작품인 시벨리우스 기념비.
북유럽은 ‘여행자들의 로망’ 그 자체다.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 여행을 꿈꾸는 이유이기도 하다. 투박하면서도 평온한 느낌을 주는 대자연, 밋밋한 듯 보이면서도 깨알 같은 개성이 묻어 있는 다양한 문화유산은 여행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하지만 북유럽으로의 여행길은 생각처럼 그리 쉽지 않다. 우선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여행 기간도 다소 길게 잡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행자들은 북유럽 여행을 동경한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만큼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어렵게 찾아간 북유럽은 결코 여행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연경관 말고도 곳곳에 감동적인 스토리가 담긴 문화명소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눈을 조금만 더 크게 뜨고 둘러봐야만 비로소 만날 수 있는 북유럽의 보석 같은 문화명소들을 소개한다.
   
   
   북유럽 여행은 핀란드 수도인 헬싱키에서 시작하는 것이 편리하다. 인천공항에서 헬싱키공항까지 핀란드항공 직항편이 개설되어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주요 관광명소들은 대부분 헬싱키 일대에 밀집되어 있다. 헬싱키의 많은 명소 가운데서도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은 시벨리우스 공원이다.
   
   시벨리우스 공원의 가치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 시벨리우스(1865~1957)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스웨덴계 핀란드 사람인 장 시벨리우스는 핀란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작곡가다. 본명은 ‘요한 율리우스 크리스티안 시벨리우스’이지만 음악활동을 위해 ‘장 시벨리우스’라는 예명을 만들어 사용했다.
   
   1900년에 열린 파리박람회에서 초연된 핀란디아(Finlandia Op. 26)는 그의 대표적인 교향시(훗날 합창곡으로도 편곡)다. 핀란드의 아름다운 자연을 장엄하게, 때로는 심금을 울릴 정도로 애절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1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핀란드 사람들에게 ‘애국심의 표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교향시 핀란디아 덕분에 장 시벨리우스는 국민 작곡가 반열에 올라섰다. 나라에서 주는 연금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장 시벨리우스는 수년간 원인을 알 수 없는 귓병으로 고생을 한다. 결국 장 시벨리우스는 귓병의 영향으로 헬싱키 근교의 예르벤파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이때가 그의 나이 39세가 되던 해인 1904년이었다. 그는 이 마을에다 부인 아이노 시벨리우스(1871~1969)의 이름을 딴 ‘아이놀라’라는 작은 집을 짓고 창작활동에 전념했다. 하지만 61세 때인 1926년에 교향시 ‘타피올라’를 마지막으로 창작활동을 중단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아이놀라에서 노년을 보내다 눈을 감았다.
   
   
▲ 헬싱키 중앙역 출입문 양옆에 있는 ‘램프를 든 남자상’.

   헬싱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형물, 시벨리우스 기념비
   
   시벨리우스가 세상을 떠나자 핀란드 사람들은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놀라 주변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최대한의 존경심을 표했다. 그리고는 한적한 바닷가 근처에 시벨리우스 기념비를 조성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기념비를 제작할 조각가로는 핀란드의 여성 조각가인 에이라 힐투넨(1922~2003)이 선정되었다.
   
   시벨리우스 기념비의 본격적인 제작은 1961년에 시작되어 6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무려 600개에 달하는 은색 파이프는 굵기와 길이가 모두 다르다. 파이프의 겉면에는 정교한 문양들을 새겨 넣었다. 총 24t의 강철 파이프들을 커다란 바위 위에 고정시키고, 일일이 용접으로 붙여서 균형을 잡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처럼 힘든 과정을 거쳐 마침내 시벨리우스 기념비는 장 시벨리우스가 세상을 떠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인 1967년에 빛을 보게 되었다.
   
   얼핏 보면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처럼 보이는 시벨리우스 기념비. 보는 사람에 따라 울창한 숲, 자작나무, 오로라처럼 보인다고도 하는데, 정작 기념비를 만든 에이라 힐투넨은 영감을 얻은 형상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2003년 81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기념비 옆에는 장 시벨리우스의 두상이 있고, 주변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잔디밭과 함께 호젓한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일대가 시벨리우스 공원이다. 공원 근처에는 바닷가 카페인 레가타(Regatta)가 있다. 100년이 넘은 작은 목조주택은 그 자체가 살아 있는 문화재다. 카페 안에는 오래된 주방도구, 그림, 악기, 장신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2015년에 핀란드의 한 카페 사이트에서 헬싱키 최고의 카페로 선정된 레가타에서는 커피 외에 명물인 블루베리파이와 시나몬롤을 맛볼 수 있다.
   
   시벨리우스 공원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헬싱키 중앙역도 문화명소로 유명하다. 붉은색 화강암으로 지어진 헬싱키 중앙역은 2013년에 영국 BBC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출입문 양쪽에서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닮은 거인들이 램프를 들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01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감라스탄의 골목길.
02 감라스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언 보이’.
03 감라스탄에 있는 스웨덴 예술가 에버트 타우베 동상.
04 울창한 숲속에 조성되어 있는 프롱네르 공원.
05 오빠와 여동생의 표정이 잘 묘사되어 있는 비겔란의 작품.
06 프롱네르 공원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우는 아이’.

   스톡홀름의 이색적인 명소, 감라스탄
   
   핀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웨덴의 문화명소들 역시 대부분 수도인 스톡홀름에 밀집되어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이색적인 곳은 구 시가지인 감라스탄(Gamla Stan·옛 도시)이다. 스톡홀름의 발상지인 감라스탄은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스톡홀름 사람들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지역이다. 현대적이면서도 다소 세련미가 흐르는 스톡홀름에서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건물들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에서는 13세기 무렵 이곳에 살았던 중세 사람들의 체취를 실감할 수 있다. 현재는 예전 건물들 대부분이 기념품 가게나 카페, 갤러리 등으로 개조되어 있다.
   
   감라스탄의 중심지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는 스토르토리에트 광장이다. 감라스탄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여러 개의 골목길(언덕길)들은 모두 이 광장과 연결되어 있다. 일명 대광장이라 불리는 스토르토리에트 광장의 또 다른 이름은 ‘피의 광장’이다. 1520년 덴마크 왕이었던 크리스티안 2세가 스웨덴 귀족 82명을 학살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광장 주변의 한 건물 외벽에 박혀 있는 82개의 흰색 사각형 문양이 그날의 슬픈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스토르토리에트 광장과 연결되어 있는 감라스탄의 골목길들은 저마다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보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골목길이 있고, 식당이나 카페가 많은 골목길이 있다. 그런가 하면 쾨프만가탄처럼 골동품 판매점들이 밀집되어 있는 골목길이 있고, 사제들이 주로 이용하던 골목길인 프레스트가탄도 있다. 그 골목길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골목길은 ‘모르텐 트로치그 그렌’이다. 16세기 무렵 독일에서 이민을 온 모르텐 트로치그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모았다. 그 돈으로 감라스탄에 건물들을 짓고,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길에는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폭 90㎝의 이 골목길은 스톡홀름에서 가장 좁은 골목길이기도 하다.
   
   감라스탄에서 인기가 많은 스타는 약 15㎝ 높이의 작은 동상인 ‘아이언 보이’다. 본래 이름은 ‘달을 바라보는 소년’이지만 언제부턴가 관광객들 사이에 ‘아이언 보이’로 불리고 있다. 감라스탄의 핀란드 교회 뒤편 작은 광장에 있는 이 동상은 조각가인 리스 에릭슨이 1954년에 제작했다. 현재의 자리에는 공공미술품으로 1967년에 설치되었다.
   
   
▲ 크리스티안보르성에 있는 덴마크 국회의사당 출입문.

   오슬로가 전 세계에 자랑하는 조각공원, 프롱네르 공원
   
   북유럽 여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노르웨이는 국토의 약 3분의 1이 북극권에 속해 있을 정도로 지형이 거칠다. 하지만 자연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노르웨이 사람들은 대체로 낙천적인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성격은 거친 자연환경을 극복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늘날 노르웨이가 연극·미술·문학·음악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는 데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는 피오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출발지로 많이 선택하는 도시다. 하지만 ‘북유럽 제1의 문화 중심지’를 표방하는 오슬로 곳곳에는 세계적 수준의 문화명소가 많다. 그 가운데서도 오슬로 외곽에 있는 프롱네르 공원(일명 비겔란 조각공원)은 가볍게 산책을 하며 훌륭한 조각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프롱네르 공원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품들 대부분은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이 기증한 작품들이다. 작품의 소재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남녀, 노인, 청년, 어린이 등과 같은 인물상이 주를 이룬다. 인물의 형상 외에도 심리 상태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프롱네르 공원의 얼굴이자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거대한 모노리트(하나로 된 돌기둥)다. 121명의 남녀노소가 뒤엉킨 채 나선형으로 조각되어 있는 17m 높이의 이 돌기둥은 오슬로가 전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명물이기도 하다. 공원 남쪽에 있던 비겔란의 아틀리에는 현재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오슬로항 근처에는 오슬로의 상징물인 시청사가 세워져 있다. 이 건축물은 1931년에 공사를 시작해 오슬로시 창립 900주년이 되던 해인 1950년에 완공되었다. 시청사 안에는 많은 그림과 벽화, 조각품들이 있어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눈길을 끄는 작품으로는 로비의 한 면을 차지하는 대형 유화(24×12.6m)다. 그림 속에는 노르웨이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상이 담겨 있다. 오슬로 시청사는 해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거행하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 덴마크 사상가인 키에르케고르의 동상.

   코펜하겐의 발상지, 크리스티안보르성
   
   유럽 대륙과 북유럽을 연결하는 유틀란트반도는 북유럽의 관문 역할을 한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이 반도의 오른쪽에 핀섬, 롤란섬, 셸란섬 등이 있다. 덴마크가 속해 있는 지역이다. 덴마크는 북유럽의 한 나라이면서도 비교적 온화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높은 산도 거의 없어 드넓은 평원에는 한적한 전원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은 셸란섬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섬의 북동쪽에는 헬싱괴르라는 항구도시가 있는데 바다 건너 스웨덴의 항구도시 헬싱보리와 간혹 혼동하기도 한다. 헬싱괴르와 헬싱보리와의 거리는 불과 5㎞. ‘발트해와 북해의 길목’이라 불리는 에어슨해협의 가장 가느다란 부분에 두 나라의 항구도시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이다.
   
   ‘청결하고 아름다운 항구’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코펜하겐은 덴마크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명소이며 8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다. 하지만 도시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아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나 이틀에 주요 명소들을 가볍게 돌아볼 수 있다.
   
   섬 전체가 운하에 둘러싸여 있는 슬로츠홀멘섬에는 코펜하겐의 발상지인 크리스티안보르성이 자리 잡고 있다. 본래 덴마크 왕실이 왕궁으로 사용하던 곳이었으나, 1794년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왕궁은 아말리엔보르성으로 옮겼다. 현재 크리스티안보르성은 덴마크 국회의사당, 총리집무실, 대법원 등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국회의사당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네 개의 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두상인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여러 고통을 잘 해결해주리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슬로츠홀멘섬에는 크리스티안보르성 말고도 옛 증권거래소를 비롯해 왕립도서관, 연극사 박물관, 왕립무기박물관 등이 있다. 국회도서관에 딸려 있는 자그마한 정원에는 사상가 키에르케고르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여행 정보
   
   항공편 : 인천~헬싱키 구간에 핀란드항공이 매일 1회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비행시간 약 9시간35분이다.
   
   
   북유럽 4개국 간단정보
   
   핀란드(EU) : 수도 헬싱키, 33만8145㎢, 524만명, 유로 사용(1유로 1337원), 6시간 느림(서머타임 시), 국제전화번호 358
   스웨덴(EU) : 수도 스톡홀름, 44만9964㎢, 910만명, 크로나 사용(1크로나 140원), 7시간 느림(서머타임 시) 국제전화번호 46
   노르웨이 : 수도 오슬로, 38만6963㎢, 503만명, 크로네 사용(1크로네 144원), 7시간 느림(서머타임시 ), 국제전화번호 47
   덴마크(EU) : 수도 코펜하겐, 43만3094㎢, 560만명, 크로네 사용(1크로네 179원), 7시간 느림(서머타임 시), 국제전화번호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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