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
[2476호]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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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집 Ⅴ | 세 번 넘게 봤다 나의 인/생/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이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띄우는 편지

정세균  국회의장  

원고 청탁을 받고 한남동 공관에서 아내와 함께 ‘인생은 아름다워’를 다시 봤다. 20여년 전 영화관에서 봤던 감동 그대로다. 동화처럼 아름답고 슬픈 영화다. 아카데미상과 칸영화제를 휩쓸었다는 통속적인 평가를 뛰어넘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을 생각했다. 이 세상 모든 남자는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누군가의 아들이다. 내게도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있다. 또 지금은 장성해 가정을 꾸린 아들이 있다. 큰 나무와 같았던 아버지는 풍류가 있었고 다감했다.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5대조께서는 문과에 급제하고 참판을 지내셨다. 공부를 게을리하지 마라.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소명의식을 불어넣어주셨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내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고, 멀리 있는 아들의 안부를 묻게 하는 따뜻한 영화다.
   
   1999년 개봉 당시 영화 포스터를 장식한 문구는 ‘전 세계를 울린 위대한 사랑’이었다.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고 ‘위대한 사랑’이다. 두 시간을 꽉 채우는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라도 이 말에 공감하게 된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간 한 가족의 이야기다. 시골총각 ‘귀도’와 도시처녀 ‘도라’, 그리고 아들 ‘조슈아’가 주인공이다. ‘귀도’는 ‘도라’와 운명처럼 만난다. ‘귀도’가 ‘도라’에게 건넨 “안녕하세요, 공주님”은 영화 내내 계속되는 아름다운 사랑 고백이다. ‘귀도’와 ‘도라’는 장벽을 뛰어넘어 결혼에 성공한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들 ‘조슈아’를 얻는다.
   
   단란한 삶은 이들이 수용소로 끌려가면서 무너진다. ‘귀도’는 ‘조슈아’에게 수용소 생활을 게임이라고 속인다. 참혹한 수용소 생활을 감추기 위해서다. 게임에서 이기면 탱크를 상으로 받고 집에 갈 수 있다는 말로 동심을 어루만진다. 영화에는 빛나는 장면이 여럿 있다. 방송실에 몰래 들어가 “안녕하세요, 공주님! 어제 밤새도록 당신 꿈을 꿨어요. 난 항상 당신 생각만 해요”라는 장면이 그렇다. 방송을 들은 ‘도라’는 남편과 아들이 무사하다는 데 위안을 얻는다.
   
   또 ‘귀도’는 식당 앰프를 이용해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래가 자신을 향한 것임을 알아챈 ‘도라’의 눈시울은 붉게 물든다. 삭막한 수용소에 울려 퍼진 노래는 이들을 이어준 희망의 끈이다. 압권은 마지막 윙크 장면이다. ‘귀도’는 사형장으로 끌려가면서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윙크를 보낸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다. 천진한 ‘조슈아’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가슴이 먹먹하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역설적인 표현이다. 굴곡진 삶을 살다간 이들이 남긴 웅숭깊은 언어이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가 암살당하기 직전에 남겼다는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가 원전(原典)이다.
   
   또 불운한 천재시인 천상병도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고 했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 슬픔을 기쁨으로, 고통을 행복으로 바꾸는 원동력은 자신의 의지에 있다. 비록 삶이 힘들어도 ‘귀도’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세우길 바란다. 덧붙여 추석을 앞두고 아버지의 위대한 사랑을 되새기는 영화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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