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여성이 힘들다고 하면 미혼남성은 더 힘든데, 왜 그 얘기는 안 합니까? 미혼여성만 신경 쓰고 미혼남성은 신경 안 쓸 겁니까?”

지난주 주간조선 커버스토리 ‘30·40대 미혼여성 138만명의 그늘’을 읽고 한 독자가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저는 종종 장애인, 어린이 같은 우리 사회 소수자들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그때마다 한 번은 꼭 항의를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힘들다” “너희 힘들다고 내 세금으로 도울 수는 없다”….

우리는 각자가 속한 집단 속에서 서로 다른 어려움에 부딪히며 살고 있습니다. 30대 기혼여성으로 난임문제를 겪고 있는 저에게 50대 중장년층의 문제는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제가 50대 중장년층의 고단한 삶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지금 50대가 겪고 있는 문제는 제가 미래에 겪게 될지도 모를 일이기도 합니다. 가까이는 제 친지가, 선배가 겪고 있을 일일 테고요. 50대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30대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결국 우리 사회 모든 사람들의 문제에 귀 기울이는 일이 생길 겁니다.

서로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 이 상황은, 우리 사회에 ‘공감’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몇 달 전 희귀병에 걸린 딸을 둔 부부가 전해준 얘기가 있습니다. 교사 부부로 모자랄 것이 없이 살다가 딸이 희귀병을 앓고 나서 각종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가 흘린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더군요.

“희귀병 환우를 도와달라는 서명를 받는데 서명해주던 지인이 그러더군요. ‘너희보다 더 힘든 사람을 생각해야지, 너희가 힘들다고 하면 안 되지.’ 제 아이의 병은 희귀병 중에서도 비교적 흔한 병이고, 저희 부부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어요. 그래도 저희는 저희의 상황을 개선하는 게 전체 희귀병 환우들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고, 나아가 우리 모두가 잘 사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덜 힘들면 참아’라는 얘기를 듣고 상처를 받았습니다.”

어느 한 집단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길은 다른 집단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는 그렇게 대립적인 집단이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속해 있지 않은 다른 집단의 문제에도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키워드

#취재 뒷담화
김효정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