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방탄조끼를 둘러입게 됩니다. 기사 댓글난을 볼 때 말입니다. 아마 ‘기레기’란 신조어가 일상화된 후부터인 듯합니다. 지난호 커버스토리 기사 ‘자폐아 비밀 밝힌 재미 과학자 부부’를 썼습니다. 허준렬, 글로리아 최 교수 부부를 인터뷰해 그들의 연구 성과와 관련 학계의 최신 연구 동향을 소개했습니다. 혹시나 오류에 대한 지적이 있을까 싶어 들여다본 댓글난에서 뜻밖의 일격을 당했습니다. ‘6살까지 반응도 없던 우리 아들 키우며 평생 궁금했습니다. 이 기사 보면 저는 또 죄책감 느끼겠지만, 우리 아들 같은 친구들 더 행복한 인생 살 수 있도록 더욱 많은 연구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조선닷컴 김정은님)

‘평생 궁금했다’고 적을 수 있을 때까지는 희귀병에 맞섰던 어느 일본 소녀의 표현대로 1리터의 눈물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자폐아동들의 행복을 빌기까지, 얼마나 긴 절망을 건너오셨을까요. 부부 교수를 만나면서 함께 우려한 게 바로 이런 반응입니다. ‘자폐는 엄마 탓’으로 오해하지 않을까. 이번 연구는 자폐 발생의 수많은 원인 중 하나를 검증한 것입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 가족의 고통에 죄책감까지 얹고 싶지 않았습니다.

과학엔 성별이나 국적이 없습니다. ‘완치’만 바라볼 뿐입니다. 이번 연구를 딛고 누군가 조금 더 그곳으로 다가가겠지요. 또 다른 누군가가 그걸 딛고 완치를 향한 발걸음을 떼겠지요.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소요되는 지난한 길입니다. 대부분의 위대한 발견이 걸어온 길이기도 합니다. ‘영웅 만들기’가 아닌 자폐 정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썼습니다.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을 기사화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딸에게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보조제)를 먹인다”는 허 교수의 말입니다. 하버드대에서 면역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자칫 ‘영양제 팔이’로 오해받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했습니다. 실제 기사가 나간 후 본인 이름으로 유산균 제품을 파는 어느 부부 의사가 허 교수의 그 발언을 콕 집어 페이스북에 인용해놓은 걸 봤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건강 증진에 어떻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아직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장내 세균이 다양한 질환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여러 나라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설로 확정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할지 모릅니다. 부부가 오해받을 가능성을 감수하고 개인 의견을 밝힌 이유입니다.

“저희가 한 일보다 과한 관심을 받는 것 같다.” 주간조선 보도 후, CNN 등 언론의 잇따른 인터뷰 요청을 부부가 거절한 이유입니다. 부부는 다시 연구실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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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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