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윤서인
ⓒphoto 윤서인

웹툰작가 윤서인(44)씨는 이념 전선의 최일선에서 우파 쪽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윤 작가 웹툰의 대부분은 좌파세력을 겨냥한 비판이다. 그의 페이스북에선 이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페이스북 팔로어만 3만명에 달해 그의 페이스북은 이념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윤 작가도 자신을 비판하는 네티즌과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무엇이 그를 전사(戰士)로 만들었을까?

지난 10월 21일 서울 수유동 그의 집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윤 작가의 첫인상은 앳된 소년 같았다. 이력에서도 우파의 전사란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건국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윤서인 작가는 2004년부터 약 5년간 야후코리아에서 그래픽디자이너(웹툰 담당자)로 일했다. 그때만 해도 일상을 다룬 평범한 웹툰을 그렸다고 한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야후코리아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당시 폐결핵을 앓던 그는 퇴직금을 더 받는 조건으로 야후코리아를 그만뒀다. 회사를 그만둔 뒤 벤처회사를 잠시 운영하다가 다시 조선일보에 웹툰을 연재했고, 현재는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 ‘윤서인의 조이라이드’란 코너에 매주 한두 편씩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조이라이드(joyride·난폭한 운전)의 뜻을 물었더니 “팝송 제목일 뿐 별 의미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거의 모든 웹툰은 좌파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조이라이드’ 하는 모양새다. 윤 작가는 “저들과의 싸움은 ‘거짓과 진실’의 싸움이다. 웹툰을 그릴 때 유머와 재치를 가미해 (좌파를) 반박한다”고 말한다.

‘일상 만화’를 그리던 윤 작가가 ‘정치색 짙은 웹툰’을 그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대자보 사건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2013년 좌파 성향의 모 대학생 단체가 작성한 ‘안녕들 하십니까’란 대자보가 당시 대학가와 SNS상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나라가 엉망인데 여러분들은 안녕하냐’란 주제였다. 윤 작가는 “멀쩡한 나라를 두고 그러는 게 너무 이상해 ‘난 참 행복하다’란 웹툰을 그려 개인 블로그에 올렸는데, 이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사드(THAAD)를 반대하는 한국인’ ‘탄핵 촛불집회 비판’ 등을 주제로 웹툰을 그렸고 이 역시 큰 호응을 받았다.

그에게 있어 좌파란 뭐길래 이렇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지 궁금했다. 그는 “좌파는 한마디로 나라를 망하게 하자는 세력”이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좌파의 행태는 기본적으로 반(反)대한민국이다. ‘모두가 잘살아야 한다’라면서 ‘모두 못사는 길’로 몰고 가는 게 좌파다. 좌파세력의 약 3%는 ‘대한민국을 진짜 망하게 하겠다’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윤 작가는 “나머지 97%는 이쪽(보수쪽)으로 끌어와야 할 고객이다. 3%는 반(反)대한민국적 행태를 일종의 비즈니스로 여기기 때문에 절대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작가는 “보수우파는 일종의 선민의식을 갖고 있다. ‘우린 맞고 저들은 다 빨갱이’란 식이라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파만의 강점인 ‘가족’이란 키워드를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파는 개인을 강조하기에 기본적으로 차갑지만, 가족이란 화두에 있어서만큼은 따뜻한 입장을 견지한다. 좌파는 공동체를 앞세우고 가족의 가치를 부정한다. 가족의 가치를 자극해 가족을 지키고 보호하자는 ‘가족 마케팅’이 우파에 필요하다.”

윤서인 작가는 ‘눈높이 교육’ 방식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예컨대 젊은이들에게 “너는 감성에 휩쓸리지 않고 논리적으로 사안을 파악할 수 있고, 좌파와 달리 이성적이고 똑똑한 애다”라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웹툰도 그런 관점에서 그린다고 했다.

실제로 윤 작가의 웹툰을 본 뒤 그에게 쪽지를 보내 ‘생각을 바꿨다’고 전향(?)한 젊은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인터넷상에서 그의 웹툰의 영향력이 커지자, 한 좌파 성향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윤서인 웹툰을 반박해 보자”는 스터디 모임이 등장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곧 사라졌다고 한다. “사실과 진실에 기초한 웹툰을 그리기 때문에 반박할 수 없다”는 게 윤 작가의 주장이다.

2013년 윤서인씨가 그린 웹툰 ‘난 참 행복하다’의 일부. 당시 이 웹툰은 SNS상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13년 윤서인씨가 그린 웹툰 ‘난 참 행복하다’의 일부. 당시 이 웹툰은 SNS상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모두가 못사는 길로 가자는 게 좌파”

그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바로 ‘정치적 편향성’이다. 웹툰이 ‘좌파 비판 일변도’라는 지적에 대해 “대중에 영합하는 만화는 그리지 않는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얘기만 그릴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논조를 수정할 계획이 없는지 묻자 대번에 “없다”고 했다. 윤 작가는 “(논조를 바꾸기엔) 이미 늦지 않았나. 그래봐야 반대편 사람들에게 난 이미 개XX일 텐데…”라며 웃었다. 그 역시 좌파언론의 표적이 된 지 꽤 오래다. 이에 대해 그는 “우파는 좌파의 비판이 거세지면 금세 고개를 숙이는 경향이 있다”며 “거짓 앞에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윤서인 작가에게 제기되는 비판 중 다른 하나는 바로 ‘친일’이다. 윤 작가의 페이스북에는 그의 일본 여행 관련 포스팅이 자주 올라온다. 그때마다 윤 작가는 유머와 해학을 담아 일본의 사회·문화에 대한 동경 내지 찬사를 드러낸다. 윤 작가는 “한국의 ‘반일(反日) 판타지’가 문제”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나를 친일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에게 ‘친일이 도대체 뭐냐’고 꼭 물어보지만,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일은 좌파가 만든 일종의 프레임”이라고 강조했다. “(좌파가) 친일 프레임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과거사 비즈니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들은 반일 뉴스, 반일 영화를 계속 생산해낸다. 매년 삼일절·광복절만 되면 일본 관련 비밀문서나 영상이 꼭 발견된다. 이상하지 않나? 아무도 이에 딴지를 걸지 못한다. 아무 관련이 없는 사료(史料)를 가지고 ‘일본의 만행’이라고 버젓이 보도하는 언론도 있다.”

윤 작가는 “한국 관광객이 일본에 가서 총 맞아 죽은 적이 있었나. 금강산 관광 가서는 (북한군)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이 있지 않았나. 일본은 우리에게 포탄을 쏜 적도, 테러를 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일은 다 허상”이라며 “친일 프로파간다로 돈을 벌고, 영향력을 키우고 권력을 만들기 위한 반대한민국 세력의 에너지원(源)이 친일”이라고 규정했다.

‘여성 혐오(여혐)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여성 인권이 눈부신 신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성의 분노와 화는 되레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윤 작가는 이 역시 좌파의 주장, 특히 공산주의의 핵심 이론인 ‘계급투쟁론’과 맞닿아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친일이라는 논리처럼 남녀 차별 문제 역시 허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유머와 개그를 소재로 한 웹툰작가답게 간간이 익살스러운 모습을 내비친 윤서인 작가. 그러나 그의 말 중 가볍게 다가오는 주제는 거의 없었다. 묘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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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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