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
[2482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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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담화] ‘자존감 상실’이라는 유행병

김민희  차장대우 minikim@chosun.com 

“기사 앞부분 여자 말야, 꼭 나 같아.”
   
   친구에게서 문자가 날아들었습니다. 이번주 유독 주변인들에게서 “기사 잘 봤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반응은 비슷했습니다. 다들 자신 이야기 같다는 겁니다.
   
   지난주 커버스토리에서 ‘자존감 상실의 시대’를 다뤘습니다. 앞부분에서는 자존감이 낮은 40대 초반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죠. 스펙만으로 보자면 남부러울 것 없는데, 스스로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왜 나만 이럴까’라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사는 여성들입니다.
   
   몇 년 전부터 유독 ‘자존감’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난해 출간된 ‘자존감 수업’은 몇 달간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면서 50만부 넘게 팔렸지요. 잠시 훑고 지나가는 트렌드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자존감. 어찌 보면 구태의연한 개념입니다. 심리학 분야에서는 정신건강의 척도로 거론되니 마르고 닳도록 등장하는 말이고요.
   
   그런데 잠시가 아니었습니다. ‘낮은 자존감’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걸 감지했습니다. 2040세대를 중심으로, 그것도 점점 더 강하게 말입니다. 50대 이상 세대에서 ‘자존감’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해 하는 경향과 비교하면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었습니다. 이유가 뭘까, 궁금했습니다. 취재를 하다 보니 퍼즐처럼 딱딱 맞아들어 가더군요. 전문가들은 자존감이 사회 환경과 밀접하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우리는 각자 개별적인 삶을 사는 것 같아도 시대의 공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죠. 그래서 환경에 따라 자존감 높은 사람이 낮아지기도 하고, 낮은 사람이 서서히 회복되기도 합니다.
   
   고도의 경제성장 시대를 뚫고 온 50대 이상 세대는 대체로 자존감이 강합니다. 기회가 많으니 ‘하면 되는’ 짜릿한 성취감을 축적해왔기 때문입니다. 반면 저성장 시대의 2040세대는 다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노력의 배신’을 겹겹이 겪으며 자존감이 점점 하락합니다. 또 하나, 가족 형태의 변화와도 밀접합니다. 핵가족 형태에서 자란 아이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모와 삼촌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간접체험’이 드뭅니다. 그렇다 보니 성장과정의 당연한 통과의례에 대해서도 ‘왜 나만 힘들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결국 ‘자존감 상실’이라는 커다란 유행병은 2040세대의 시대적 초상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꼭 나 같아”라던 그 친구와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위로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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