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대둔산 풍경이 한 폭의 산수화 같다. 금강구름다리를 건너는 등산객들 뒤로 정상인 최고봉과 기암괴석들이 아름답다. ⓒphoto 전북도청
눈 쌓인 대둔산 풍경이 한 폭의 산수화 같다. 금강구름다리를 건너는 등산객들 뒤로 정상인 최고봉과 기암괴석들이 아름답다. ⓒphoto 전북도청

2017년의 마지막이 코앞이다. 이제는 2018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승용차나 기차를 타고 산이나 바다로 가 일출을 보는 등 각자 새해를 맞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나 이즈음 등산인들은 일출로 이름난 명산에서 일출을 보고 하산하면서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는 일출·온천산행을 손꼽아 기다린다. 새벽 일찍 산에 오르는 일이 부담스럽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올라 신년 일출을 볼 수도 있다.

■완주·논산·금산 대둔산 케이블카 산행

전북 완주와 충남 논산 그리고 금산이 경계를 이루는 곳에 솟아 있는 대둔산(878.9m)은 가을을 지나 겨울에도 빛이 난다. 눈에 뒤덮인 병풍 같은 암봉들은 ‘작은 설악산’ 또는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별명이 결코 과언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처럼 넋을 빼앗는 절경에 반해 신라시대 원효대사는 사흘 동안 대둔산에 머물렀다 하고, 만해 한용운과 우암 송시열도 대둔산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글귀를 남겼다.

대둔산은 케이블카를 타고 7부 능선까지 올라가 10분 정도면 대둔산 명물 금강구름다리에 닿을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기암절경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1월 1일에는 일출 산행객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케이블카를 운행하니 이날만큼은 ‘일출행 케이블카’가 된다. 운행 일정은 12월 말 대둔산 케이블카 홈페이지(daedunsancablecar.com)에 공지될 예정이다.

대둔산 산행 들머리는 완주 방면에 3개, 논산 방면에 2개, 금산 방면에 1개의 등산로가 있다. 이들 코스를 연결하면 원점회귀나 종주 등 다양한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이 중 케이블카 탑승장이 있는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의 집단시설지구가 가장 대표적인 들머리이다. 정상인 마천대를 비롯해 임금바위와 마왕문, 입석대, 신선바위, 장군봉, 형제봉, 금강문, 낙조대 등 대부분의 명소가 주능선 남쪽인 완주군 방면에 산재해 있는 것도 완주군 쪽의 들머리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다.

케이블카를 타고 상부 정류소에 내려 정상까지는 700m 정도로 거리는 짧지만 가파른 계단으로 이루어진 오르막길이다. 10분 정도면 붉은색 금강구름다리에 닿는다. 지상으로부터 80m 정도 높이에 있는 구름다리는 중앙으로 갈수록 흔들림이 더 많아지고 고도감도 절정에 이른다. 구름다리에서 정상 방향으로 길을 이으면 구름다리보다 더 무섭다는 삼선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바위 벼랑을 이은 철계단 오르막인데 사다리처럼 가파르고 아래는 천길낭떠러지라 오금이 저린다.

커다란 개척탑이 있는 대둔산 정상 마천대에 서면 조망이 빼어나다. 동쪽으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기암절경을 바라볼 수 있다. 산행은 마천대에서 경치를 즐기고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가 낙조대 구경을 한 후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낙조대에서 논산이나 금산 쪽으로 하산할 수도 있으나 보통은 교통이 편리한 산북리 케이블카 정류소로 되돌아간다.

낙조대에 서면 부드러운 대둔산 산등성이들이 낮게 엎드려 있고, 맑을 때는 멀리 서해바다가 보인다. 바로 이곳이 신년 일출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용문굴을 지나 갈림길에서 오른쪽 사면길을 이어가면 산행을 시작했던 케이블카 정류소로 되돌아온다. 상부 케이블카 정류소~마천대~낙조대~용문굴 산북리 케이블카 정류소로 돌아오는 코스는 4.2㎞에 3~4시간 정도 걸린다. 케이블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1월 1일은 5시30분부터 운행)하며 요금은 편도 6500원, 왕복 9500원이다. 문의 063-263-6621~2, daedunsancablecar.com. 산북리에는 대둔산온천관광호텔이 있으나 현재 리모델링 중으로 내년에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교통

승용차로는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IC로 나와 좌회전해 ‘금산·대둔산’ 방향을 따른다. 버스로는 전주시외버스공용터미널로 가 버스를 갈아타면 대둔산공용버스터미널에 내릴 수 있다. 하루 6회(06:40, 09:00, 09:40, 14:20, 15:50) 운행. 요금 6400원. 1시간15분 소요.

백암산 옆으로는 선 굵은 낙동정맥이 지나가 웅장하고 유려한 산세를 바라볼 수 있다. ⓒphoto 영상미디어
백암산 옆으로는 선 굵은 낙동정맥이 지나가 웅장하고 유려한 산세를 바라볼 수 있다. ⓒphoto 영상미디어

■울진 백암산+백암온천

경북 울진 백암산(1004m)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산세와 탁 트인 조망으로 일출 보기에 좋은 산이다. 더욱이 산 아래 온정면 온정리(溫井面 溫井里)에는 백암온천이 있어 산행 후 뜨끈하게 몸을 담글 수 있다.

백암온천은 신라시대에 사냥꾼이 창에 맞은 사슴이 몸을 회복하려 누웠던 자리에서 이 온천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뒤 병자들이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효험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의 여러 문헌에 나오는 평해온천(平海溫泉)이 바로 백암온천에 대한 기록으로 추정되고 있다.

백암산 정상 바로 옆으로는 낙동정맥이 지나가 이곳의 산세가 웅장하고 유려한 것은 당연하다. 백암산을 더욱 특별하게 하는 것은 울진 특유의 금강송 군락이다. 산자락마다 빽빽하게 자라는 금강송은 새하얀 눈과 어우러져 가장 동양적인 멋을 뽐낸다. 백암산에는 골짜기와 능선으로 많은 산길이 있었는데 샛길이 정리된 이후 원점회귀 코스로 단순화되었다. 대개 백암온천 지구에서 출발해 능선을 왕복하거나, 능선길을 따라 정상에 올랐다가 백암폭포를 거쳐 온천단지로 되돌아온다.

산행 들머리는 온천단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태백온천모텔 뒤편이다. 도로 끝 산행들머리 입산통제소를 지나 완경사 능선길을 따르면 백암폭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곧장 직진하면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가고 왼쪽을 따르면 계곡을 가로질러 백암폭포와 백암산성을 거쳐 정상으로 향한다.

백암산 정상에는 정상석이 서 있고 칠보산으로 내리닫는 낙동정맥과 영양 일월산(1218.5m)을 비롯해 울진, 영덕, 영양, 안동 일원의 산봉과 동해바다가 파노라마로 조망된다. 정상에서 하산을 위해 백암폭포로 가려면 정상에서 왼쪽 길을 따라 흰바위로 향해야 한다. 숲길을 내려서다가 흰바위 바윗길과 널찍한 안부 갈림목을 지나 무명봉에 올라서면 백암산성에 닿는다. 통일신라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알려진 백암산성은 고려 공민왕이 난을 피해 온 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백암폭포를 지나 바위 능선을 지나는 도중 조망대에 올라서면 백암계곡 일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길은 폭포 아래 등산로 안내판에서 골짜기를 50m쯤 따라 내려가다가 물줄기를 건너 왼쪽 산비탈로 이어진다. 이 길은 정상으로 오를 때 지났던 백암폭포 갈림목을 지나 백암온천모텔 도로로 이어진다. 산행거리는 약 10㎞에 5~6시간 걸린다. 산행 들머리이자 날머리에 바로 백암온천이 있다. 이 온천은 퇴행성관절염, 당뇨, 고혈압, 아토피피부병, 건선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백암온천 관광특구에는 온천과 숙박을 겸하는 숙소가 즐비하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054-787-7001)을 비롯해 백암고려온천호텔(054-787-3191), 호텔백암스프링스(054-787-3771), 백암온천 호텔피닉스(054-787-3006) 등.

교통

승용차로 동해안에서는 7번국도상의 평해에서 88번국도로 갈아타고 접근할 수 있다. 중부권에서는 중앙고속도로 풍기IC로 나와 영주를 지나 36번국도→31번국도→88번국도를 차례로 갈아타고 백암온천 방향으로 접근한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는 백암온천지구가 있는 온정종합터미널까지 하루 4회(08:50, 11:10, 15:40, 17:00) 시외버스가 운행한다. 요금 3만2100원. 약 5시간 소요.

용봉산 노적봉의 바위 구간. 용봉산은 아기자기한 바위산이지만 계단과 데크가 많아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다. ⓒphoto 영상미디어
용봉산 노적봉의 바위 구간. 용봉산은 아기자기한 바위산이지만 계단과 데크가 많아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다. ⓒphoto 영상미디어

■홍성 용봉산+세심천온천

충남 홍성 용봉산(381m)은 해발이 400m가 채 되지 않는 낮은 산이지만 ‘용의 몸집에 봉황의 머리를 올려놓은 듯한 형상’이란 산 이름답게 직접 올라 봐야 그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용봉산은 이웃한 수암산(259.4m)과 길쭉한 타원형의 산세를 가지고 있다. 푸른 소나무 군락지와 함께 악귀봉, 장군바위, 물개바위, 병풍바위 등 기암봉의 절경이 멋들어진다. 백제 고찰인 용봉사와 보물 제355호 마애석불 등 여러 문화재를 볼 수도 있다. 수암산까지 종주한 후 덕산 쪽으로 하산하면 세심천온천호텔에서 곧바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용봉산 산행 들머리는 용봉산자연휴양림이나 용봉초등학교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약 1.5㎞ 거리다. 용봉자연휴양림 매표소를 지나면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이나 왼쪽이나 투석봉에서 만난다. 용도사를 지나가려면 왼쪽 길로 오르면 된다.

용도사는 역사가 깊은 사찰은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상하리 미륵불만 잠깐 구경하고 지나친다. 사찰 오른쪽으로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고 조금만 오르면 전망이 트여 홍성 쪽의 넓은 논과 밭, 그리고 저 멀리 오서산(789.9m)을 비롯한 산능선들이 그림 같은 전망을 이룬다. 왼편의 정자를 지나 350m 정도 오르면 주능선에 닿고 60m 정도 가면 투석봉에 닿는다. 투석봉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봉우리지만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용봉산 남쪽에는 백월산이 있다. 두 산 사이에 미색이 빼어난 소향이란 처자가 있었는데 이 처자를 놓고 용봉산 장군과 백월산 장군이 돌을 던져 싸움을 벌였다. 그런데 용봉산 장군이 먼저 지쳐 백월산 장군이 던진 돌을 막지 못해 그 돌이 용봉산에 수북이 쌓였고 때문에 지금도 용봉산에 돌이 많다는 이야기다.

투석봉을 지나 소나무 숲길을 따르면 이내 용봉산 정상인 ‘최고봉’에 닿는다. 조망이 좋은 장소로 북쪽으로는 덕숭산과 가야산이 남쪽으로는 홍성읍과 오서산이 내려다보인다. 동쪽으로는 내포신도시의 모습이 오롯이 보인다. 날씨가 좋으면 서쪽으로 천수만도 보인다.

용봉산 북쪽 능선으로 앞으로 가야 할 노적봉과 악귀봉, 병풍바위 등이 죽 늘어서 있다. 소나무 사이로 옹골찬 바위들이 숨은 모습이 흡사 작은 설악산을 연상케 한다.

노적봉에서 악귀봉으로 길이 이어지면서 바위는 더욱 크고 웅장해진다. 바위 위에 아슬아슬하게 얹어진 기암들은 용바위, 물개바위, 삽살바위, 두꺼비바위 등의 이름을 얻어 자태를 뽐낸다. 이 구간은 바위로 험난하지만 철제데크와 계단을 잘 설치해 놔 안전하게 지날 수 있다.

악귀봉이 있는 곳 부근에서 물개바위와 두꺼비바위를 볼 수 있다. 악귀봉에서 나무계단을 내려가 작은 다리를 건너면 용바위에 이른다. 용바위를 지나 병풍바위 이정표를 지나 능선을 따라 곧장 걷는다. 병풍바위는 악귀봉이나 노적봉에서 바라봐야 제 모습을 볼 수 있다.

병풍바위를 지나 나무데크 전망대를 지나면 용봉산~수암산 안부에 닿는다. 이곳에서 북쪽 수암산까지 이으면 신리 세심천온천호텔로 하산한다. 이곳의 온천수는 약알칼리성의 나트륨 성분과 게르마늄 성분을 다량 함유한 섭씨 49도의 천연온천수다. 대온천탕과 야외노천탕을 비롯해 객실과 식당도 함께 운영한다.

교통

당진·영덕고속도로 고덕IC로 나와 고덕IC교차로에서 우측 ‘덕산·고덕’ 방향으로 간다. 622번지방도를 타고 직진하다가 덕산초등학교 가기 전 삼거리에서 좌측 ‘홍성·해미IC·삽교’ 방향으로 간다. 이후 내포신도시를 지나 봉신사거리에서 우측으로 빠져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용봉초등학교’ 방향으로 우회전해 들어간다. 대중교통으로는 홍성종합터미널까지 가서 394, 390, 120, 100, 500번 농어촌버스를 타고 상산정류장에 내리면 용봉초등학교 앞이다.

키워드

#여행
손수원 월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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