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카톡을 끊은 적이 있습니다. 카톡의 과도한 개방성, 단톡방의 반강제적 속성 때문에 피로감에 시달리다가 과감히 앱을 삭제했습니다. 한동안 좋았습니다. 신세계가 펼쳐지더군요. 나만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마음이 한결 고요해졌습니다. 카톡의 자잘한 대화로부터 자유로워지니 ‘응대할까, 말까?’ ‘한다면 언제 어떤 말로?’ 식의 잔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습니다. 머릿속에서 늘 가동하던 방 하나가 삭제된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얼마 못 가 다시 앱을 깔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깔아야 했습니다.” 주변인들이 다 사용하는데 혼자만 안 하니 민폐 캐릭터가 되더군요. 공지사항을 전달할 때, 모임을 정할 때마다 톡방의 누군가가 저를 위해 문자나 전화를 일부러 해야 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를 습관처럼 되뇌다 지쳐서 카톡 월드로 컴백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카톡공화국입니다. 카톡은 열 일을 합니다. 학교에서는 숙제를 전달하고, 직장에서는 업무보고를 하고, 친구들끼리 모임을 정하고, 가족끼리는 집안대소사를 의논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웬만한 용자(勇者)가 아니고서야 카톡을 안 하기 쉽지 않죠.

지난주 주간조선이 보도한 ‘카톡 어택,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許하라’ 기사에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공감해주시는 분도 많았지만 비난도 적지 않았습니다. 카톡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반응이 제각각이더군요. “아예 스마트폰을 쓰지 말아라”부터 “카톡을 삭제하라” “알림을 무음으로 설정하라”는 조언도 있었고, 어떤 분은 기사 내용을 언급하면서 그룹 알림끄기 팁을 메일로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카톡은 두 얼굴을 지녔습니다. 극강의 편리함을 안겨주는 동시에 극도의 피로감도 유발합니다. 그 피로감은 ‘톡매너’를 모르는 사용자들로 인해 폭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카카오톡 자체적으로 ‘톡티켓(카카오톡 에티켓)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죠. 톡티켓의 계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단골 질문인 ‘단톡방에서 욕 안 먹고 매너 있게 나오는 방법’만 해도 정답이 없어 보입니다. 단톡방 성격에 따라, 사용자 기질에 따라 다를 테니 말입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초연결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신과 답신을 끊임없이 강요하고 강요받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감입니다. 네트워크로 더 많이 연결될수록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디지털이 진화할수록 아날로그 감수성이 빛을 발합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책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초연결사회의 피로감과 무관하지 않겠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카카오톡 PC버전으로 톡이 계속 뜹니다. “내 딸 바쁜 날이지?” “답 안 해도 돼” “좋은 하루 돼”…. 답을 할까 말까, 한다면 언제 할까 망설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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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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