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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489호]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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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멘탈 피트니스 이제는 마음산업이다

▲ 일러스트 이철원
“기쁨과 비애는 섬세히 직조된다.(Joy and Woe are woven fine.)”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한 구절이다. 현대인은 마치 행복이 지상과제인 양 바쁘게 움직인다. 책과 강좌, 힐링이란 수식어를 붙인 각종 여행. 행복과 불행을 이루는 건 무엇일까. 엄청난 경사나 거대한 사고일까. 일정한 속도로 흐르며 사건이 일으킨 파문을 덮는 건 결국 ‘이 순간’이다. 작고 사소한 행복의 순간들이 날실과 씨실처럼 만나 지복(至福)을 만든다. 몸의 안녕을 위해 운동을 하듯 마음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마음챙김’ 명상은 지금 이순간의 나 자신을 직시하는 수련법이다. 기업과 병원, 학교에선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은 물론 몸의 건강까지 챙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전 세계가 나를 찾는 공부를 하고 있다. 예전엔 정치·경제가 인간사를 지배했다. 이제 세계는 마음의 세계로 돌아가는 중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수행자들을 보라. 전 세계가 한국 불교를 배우고 있다.”
   
   숭산 스님이 한 말이다. 1998년 동국대에서 한 법문 중 일부다. 숭산 스님은 한국 불교 지도자로선 최초로 외국에서 선(禪)을 가르쳤다. 미국에 세운 프로비던스선원을 통해서였다. 그가 한국에 설립한 국제선원 무상사엔 지금도 외국인들이 수행을 위해 찾아온다. 충남 계룡산 자락에 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 숭산이 본 세상이 한국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마음을 돌아보는 움직임이다. 기업, 학교,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확산 중이다. ‘마음산업’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1998년은 심리학계 그리고 ‘마음’에 상당히 중요한 해였다. 그해 마틴 셀리그만이 미국 심리학회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심리학이 길을 잃었다”고 선언했다. 긍정심리학을 제시했다. 기존의 심리학이 마음의 병적인 상태를 치유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긍정심리학은 보통의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마음, 행복, 긍정이란 단어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009년에 공개된 ‘그랜트 보고서’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보고서에 담긴 연구는 1938년, 백화점 재벌 윌리엄 그랜트의 후원으로 시작됐다. 하버드대학교 공중보건학부의 알리 복 박사가 시작해 조지 베일런트가 연구를 이어받았다. 성인 남녀 814명의 삶을 70년 이상 추적 조사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70년 넘게 관찰했단 얘기다.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라.” 연구자 베일런트가 연구를 정리하며 한 말이다. 몸의 건강을 위해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며 훈련을 하듯, 마음도 단련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멘탈 피트니스(Mental Fitness)’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4년 2월 커버스토리로 ‘마음챙김 혁명(Mindfull Revolution)’을 실었다. 서구권에 불고 있는 ‘마음챙김 명상’ 열풍을 다뤘다.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참전 군인의 외상후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등 마음챙김 명상이 실증적인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MBSR 프로그램을 함께 소개했다.
   
   마음챙김 명상은 한마디로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명상이다. 여기에 기반해 만든 프로그램이 바로 MBSR,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의대 교수인 존 카밧진 박사가 1979년에 도입했다. 남방불교 위파사나 명상과 요가 등 다양한 수행법이 녹아 있다. 존 카밧진 박사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생이었던 1960년대부터 참선과 요가를 수련했다. 1974년 숭산 스님을 만났다. ‘용맹정진’ 모임에 참여하며 선불교를 배웠다.
   
   
▲ 스티브 첸 유튜브 공동창업자(왼쪽)와 차드 멩 탄 구글 명상전문가. 구글의 사내 직원 교육 프로그램 ‘내면검색’은 IT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13년 함께 한국을 찾은 모습. photo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정신건강에도 훈련 필요
   
   청소년 자살률, 행복지수 같은 통계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한국 사회엔 긴장이 넘친다. 번아웃증후군이 일상화된 ‘피로사회’라는 용어가 큰 공감을 얻은 이유다. 과연 한국인은 행복해지기 위해 제대로 노력하고 있을까. 고려대 심리학과 고영건 교수의 생각을 물었다. 고 교수의 답이다.
   
   “분명 전보다 사회적인 관심이 증가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만큼 충분하진 않은 것 같다. 행복과 마음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갖기보단 유행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행복과 관련해 실질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다. 취업과 승진이 우선순위가 높은 거다. 신체적으로 건강해지려면 훈련을 해야 하지 않나. 정신건강도 마찬가지다. 배우지 않고 할 수 있는 건 없다.”
   
   정신건강을 다루는 강좌나 기관 자체는 분명 늘고 있다. 불교의 선원처럼 종교적 측면에서 접근하기도 하고, 병원이나 보건소 등 의료기관에서 강좌도 연다. 지자체가 여는 교양강의 목록엔 마음이나 행복이란 단어가 꼭 끼여 있다. 대학에선 학생심리상담시설을 운영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기업이다. 기업은 현대인이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공간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명상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직원의 복지 차원이기도 하지만 기업 자체의 경쟁력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완(Relaxing)이 직원의 업무능력 향상에 큰 역할을 한다고 판단해서다. 한국에선 삼성이 단연 돋보인다.
   
   삼성전자는 명상을 위한 연수원을 따로 개설했다. 영덕연수원이다. 2017년 6월 경북 영덕에 문을 열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명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박4일 일정이다. 숲 체험 명상, 바다 명상, 별빛 명상 등을 한다.
   
   상담센터와 마음건강 클리닉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의 각 사업장에 흩어져 있다. 수원, 구미, 광주, 서울, 기흥, 화성, 온양, 평택 등에 15개 상담센터와 8개의 마음건강클리닉을 운영한다. 상담센터엔 공인자격증을 보유한 전문 상담진이 상주한다. 총 44명이다. 명상실도 갖춰놨다. 긴장이완, 명상법, 컬러테라피, 통증완화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상에서 마음의 안녕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마음 운동센터인 셈이다. 마음건강클리닉은 의료기관이다. ‘마음 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과 전문의가 기다리고 있다. 총 10명이 진료 중이다. 부부, 자녀, 직장생활, 대인관계, 고충상담, 스트레스 관리 등을 주제로 1:1 상담과 치료를 제공한다.
   
   
   기업의 명상문화 선도한 구글
   
   LG그룹에선 LG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2017년 4월 ‘LG디스플레이 힐링센터’를 열었다. 경상북도 문경에 있다. 폐교에 명상실, 다도실 등을 꾸렸다. 명상을 통한 자신과의 소통, 오감 깨우기(컬러를 통한 심리상태 진단 ‘컬러테라피’, 체질과 증상에 맞는 아로마를 활용한 ‘아로마테라피’ 등), 소통 스킬 훈련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카루나 마인드힐링연구소 박지숙 소장의 도움을 받아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카카오는 직원과 사용자를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는 경우다. 지난 9월부터 사회공헌 플랫폼인 ‘같이가치 with kakao’ 웹사이트를 통해 ‘마음날씨’라는 메뉴를 제공 중이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함께 사용자의 심리상태를 측정, 진단해 개선하도록 돕는 서비스다. 나의 안녕지수, 마음챙김, 힐링사운드 등 3개 메뉴로 구성됐다. 나의 안녕지수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함께 개발한 콘텐츠로 심리상태에 대한 측정과 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한민국의 안녕지수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수시로 변화하는 주가지수처럼 우리나라 국민의 심리상태 변화 추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몄다. 성별, 지역별, 연령별로 안녕지수를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세부 메뉴인 ‘나는 누구일까’ ‘행복진단’ 등을 통해 본인의 성향을 측정하고,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각 개인의 심리상태에 대한 측정과 진단이 끝나면, 개선을 위한 맞춤식 콘텐츠를 제공한다. 마음챙김에서는 명상 콘텐츠를, 힐링사운드는 자연의 소리를 서비스하는 식이다. 마음챙김 콘텐츠는 한국MBSR연구소, 주혜명마음챙김연구소, 한국내면검색연구소 등 국내 최고의 명상 전문가 그룹이 개발했다. 카카오 톡테라스라는 이름으로 카카오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마음챙김 프로그램도 공개한다.
   
   사실 기업에서의 명상 프로그램 하면 구글이 대표적이다. ‘내면검색’이 구글의 사내 교육프로그램이다. 2007년 시작했다. 구글의 엔지니어 차드 멩 탄이 설계했다. 총 7주 코스다. 실리콘밸리를 넘어 전 세계 기업에 명상 도입 열풍을 불러왔다. 구글은 회사 내에 걸으면서 명상할 수 있는 미로를 설치하기도 했다.
   
   어도비(Adobe)사는 ‘숨쉬기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건물 내에 명상 공간을 만들었다. 실리콘밸리에는 선수련 지도자들이나 수도승들, 마음챙김을 지도하는 구루들이 상당수 활동 중이다.
   
   명상을 의학에 도입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행동의학’이다. 달라이 라마와 서구권 과학자들은 정기적으로 인도 북서부 다람살라에 모인다. ‘마음과 생명 학회’를 위해서다. 존 카밧진 박사와 심리학자 대니얼 브라운, 대니얼 골먼 등 의학과 심리학계 인사들이 모여 집중적으로 토론을 벌이는 모임이다. 명상이 면역력이나 통증 감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실증적으로 살펴본다. 이것이 가능한 데에는 혈류나 뇌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전문 기술이 발달한 덕이 컸다. 명상이 스트레스 감소와 트라우마 치료에 큰 역할을 한다는 임상 관찰 결과들이 이 자리에서 제시됐다.
   
   한국에서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김정호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을 마음챙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는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유의미하게 증상이 경감했다. 덕성여대 임상건강심리연구실은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을 모아 마음챙김 명상을 하게 했다. 심리적인 효과뿐 아니라 병증 자체도 개선이 된 것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론 총콜레스테롤(TC),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LDL-C)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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