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 가고, 친근하며 오래오래 사랑받는 사람, 가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하는 나는 정말 행복한 가수다. 어디를 가든 관객들의 환호를 받고, 보답으로 더 큰 감동과 신남을 드리려 노력한다. 내가 즐겨 던지는 멘트는 “저와 있을 때 스트레스 풀고 가세요!”이다. 나는 청중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울면서, 웃으면서, 뛰면서, 같이 노래하면서 답답했던 속을 텅텅 비워 집에 돌아가길 원한다. 모두가 힘들고 지치고 괴로운 것을 내가 노래할 때에는 다 내려놓고 가길 원한다. 그곳에 새롭고, 활기차고, 신선하고, 신나는 것들로 채워지길 언제나 소망한다.

그런 나는 온 힘을 무대에 쏟기 때문에 언제나 노래하기 한 시간 전에 배를 채워야 하고, 노래하고 난 뒤에는 더 배가 고프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가 먹고 노래하거나, 노래한 뒤에 찾아가 먹고 서울로 돌아간다. 시간 여유가 없을 때는 패스트푸드를 먹는다. 그 패스트푸드가 떡볶이인데, 떡볶이는 나에게 소울푸드다.

떡볶이는 원래 조선시대에 떡과 양파, 당근, 쇠고기, 표고에 간장을 넣고 조려 만든 궁중 떡볶이가 첫 시작이다.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는 고추장을 넣은 떡볶이로 이 빨간 떡볶이는 현재 모든 사람의 간식으로 쉽게 찾아 먹을 수 있다. 고추장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빨간 떡볶이는 기본적으로 매콤한 맛이 있어 웬만하면 실패하지 않고 어느 정도 성공이 가능하다. 탄수화물이 가득한 음식이라는 게 항상 고민이 되지만 아주머니께 그 속에 들어있는 파, 어묵, 양배추 등을 더 많이 넣어달라고 주문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개인적으로는 떡이 쌀떡이냐 밀떡이냐에 따라서도 떡의 양을 조절하는데 적은 양은 치아에 찰싹찰싹 쫄깃하게 붙여 먹고 싶어 쌀떡을, 많은 양은 국물맛을 보며 호로록 면발 먹듯 넘기고 싶어 밀떡을 선택한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떡볶이는 이모외할머니께서 설탕을 넣어 만든 달달한 떡볶이였다. 고추장을 물에 풀어 떡과 함께 끓이다 살짝 걸쭉해지면 양파를 넣고 양파물이 최대한 나올 때까지 또 끓인다. 다시 걸쭉해질 즈음 소시지와 설탕을 넣고 졸이면 달달한 소시지 떡볶이가 완성된다. 그 간식은 오로지 집에서만 먹을 수 있었고, 특히 이모외할머니께서 오셔야만 그 맛이 나던 특제 간식이었다. 지금까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어 입안에만 맴도는 맛이 되었다. 그 이후로 그렇게 생각나는 떡볶이는 없었다. 그저 하교 후 볶음밥 등을 파는 가게에서, 학원 앞 어느 포장마차에서 친구들과 어묵, 튀김만두, 꼬마김밥, 야채튀김과 달달한 떡꼬치를 추가로 푸짐하게 먹고 학원을 다녔던 기억뿐이다.

그때 떡볶이는 주식이 아닌 간식이었다. 가수가 된 후 떡볶이는 간편한 주식이 되었다. 대기실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시켜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고, 차로 이동할 때 후루룩 먹고 빨리 치울 수 있었다. 간편한 음식으로는 김밥이 최고였지만, 떡볶이가 주는 매콤함이 기분을 좋게 해주기 때문에 무대에서 흥을 돋우기 제격이라 매운 음식이 목에 안 좋은 것을 알면서도 찾아 먹곤 했다. 이제는 점점 매운 것도 잘 먹는다. 떡 두세 개에 단무지 한입은 기본이었고, 매운 떡볶이 덕분에 매운 닭발까지 먹을 줄 알게 되었다. 매운 떡볶이를 많이 먹으면 라면보다 더 얼굴이 부을 수 있다. 어느 날 방송 모니터를 하다 얼굴이 부은 내 모습을 보고 의아했다.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왜 저렇게 화면에 나올까. 궁금해서 스태프들에게 물어보니 전날 먹은 매운 떡볶이 때문일 거라고 한다. 그래서 라면 먹고 우유 마시듯, 떡볶이 먹고 싶은 날은 우유를 마시거나 크림 떡볶이를 만들어 먹게 되었고 매운맛 조절을 하거나 떡 대신 어묵을 주로 먹거나 김밥이나 만두에 떡볶이 국물을 조금씩만 찍어 먹게 되었다. 떡볶이에 김밥이나 만두를 넣어 먹는 집도 알게 되었다. 제주도 동문시장에서는 아예 김밥을 국물이 많은 떡볶이에 넣어 먹었다. 그래서 제주도에 내려갈 때마다 포장해서 서울까지 가져와 식은 채로 먹기도 했다. 대구는 납작만두에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를 함께 먹는 게 특징인데 나의 첫 뮤지컬 데뷔작 ‘투란도트’ 공연을 올릴 때 먹은 음식이라 생각날 때마다 찾아 먹는다.

간혹 떡볶이를 먹는 내 모습을 본 분들이 “생각보다 소탈하시네요”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건강관리 안 하세요? 다이어트 안 하세요?” 하고 묻는다. 또 나는 실제로는 생각보다 아담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무대에서의 노래 색깔과 큰 성량 때문에 ‘가창력 돋보이는 대형가수’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무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기 위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 일주일에서 적어도 3일은 아침마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안심 200g과 청양고추, 아이스커피로 하루의 스태미너를 올린다. 매일 반신욕과 스트레칭을 한다. 스케줄이 없을 때는 최소 일주일에 4일간은 테니스로 체력관리를 한다. 무대에 서는 나를 위해서, 그 무대를 함께 즐기는 관객들을 위해서다.

그러나 스케줄을 소화하러 다닐 때는 언제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떡볶이로 든든히 배를 채운다. 먹다 보면 내가 되고 싶은 가수가 마치 떡볶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감이 가고 친근하며 오래오래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떡볶이 같은 사람, 그런 가수, 그런 뮤지션,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다양한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적당히 자극적인 맛으로 기분을 돋워 스트레스 풀리게 해주는 사람 말이다. 흔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나는 떡볶이 같은 가수로 남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떡볶이가 참 좋다.

알리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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