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 영하 18도. 간만에 찾아온 동장군은 폐 속까지 얼려버릴 듯 위압적이다. 사나운 동장군은 의외의 선물도 안겼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물길이 만나는 곳, 그래서 웬만해선 잘 얼지 않는 팔당호까지 꽝꽝 얼려버렸다. 덕분에 호수 속 나무 코앞까지 저벅저벅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내주었다. 색다른 경험이다. 새하얗게 덮인 눈은 빙판 위를 걷는 공포감을 한결 덜어준다. 어디가 호수이고, 어디가 땅인지 분간이 잘 안 간다. 지난 1월 26일 오후 3시경 경기도 하남시 팔당댐 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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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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