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관 오늘은 애니메이션 ‘코코’(Coco ·감독 리 언크리치)를 다루고자 합니다.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누적관객이 255만명(1월 28일 기준)을 넘어섰어요.

배종옥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지난 1월 7일에 있었던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도 수상했어요.

신용관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영향력 있는 매체인 ‘할리우드 리포터’는 올 3월 초 열릴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우수 애니메이션 수상작으로 ‘코코’를 점찍어 놓기도 했습니다. 작품의 완성도는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지요.

배종옥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의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1989)였어요. ‘안데르센 동화를 저렇게 변용시켜 상업영화로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충격을 받았었거든요.

신용관 슬프게 끝나는 원작과 달리 뮤지컬 형식의 즐거운 분위기로 만들었지요. 바닷가재 세바스찬이 노래한 ‘언더 더 시(Under the Sea)’는 아카데미 음악상도 수상하면서 당시 대단한 인기를 누렸었지요.

배종옥 이번에 ‘코코’를 보면서 ‘인어공주’ 접했을 때만큼 놀라움과 감동을 느꼈어요. 애니메이션의 한 단계를 뛰어넘은 작품 같아요. 극영화 같은 애니메이션이라 부를 만합니다. 사후세계까지 아우르고 있고요.

신용관 영화는 멕시코의 축제 ‘죽은 자의 날’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현지인들이 ‘디아 데 로스 무에르토스’라 부르는 이날은 멕시코 최대의 명절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배종옥 ‘코코’의 주인공 ‘미구엘’은 뮤지션을 꿈꾸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있습니다. 고조할아버지가 음악 때문에 아내와 딸을 남겨두고 집을 나가버렸던 것이지요.

신용관 생계를 책임진 고조할머니는 신발 만드는 일로 집안을 일으켰고, 이후 이 집안의 가훈(?)은 대대로 “음악 따위는 절대 안 돼. 오로지 신발 만드는 일을 하자”쯤 되겠습니다.

배종옥 그렇지만 음악이 너무 하고픈 미구엘은 ‘죽은 자의 날’을 맞아 열리는 음악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 기념관에 있는 기타에 손을 댔다가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의문의 사나이 ‘헥터’를 만나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고요.

신용관 ‘코코’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중 영상미에서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특히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마리골드 꽃잎으로 만든 다리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발길이 닿으면 꽃잎이 빛을 발하게 하는 기술적 처리가 궁금해질 정도더군요.

배종옥 멕시코가 원산지인 밝은 주황색의 마리골드는 ‘죽은 자의 날’ 제단부터 거리까지 연결해 돌아가신 가족의 혼령이 집으로 무사히 찾아올 수 있도록 뿌리는 꽃이라고 하네요.

신용관 수직으로 한없이 뻗어 있는 죽은 자들의 세상도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의 일반적 예상을 뒤집어 망자(亡者)들의 세계를 오히려 이승보다 더 화려하게 묘사해 놓았지요.

배종옥 죽음 이후의 세계가 그렇게 재미있는 곳이라면 죽는 게 두렵지 않을 거 같아요. 유명 가수의 콘서트도 열리고요(웃음). 현실세계와 사후세계가 함께 공존한다는 아이디어가 흥미롭더군요.

신용관 미구엘의 얼굴 표정 묘사가 애니메이션 같지 않게 무척 사실적이었습니다. 분명 2D인데도, 마치 3D 화면을 보는 듯할 정도로요.

배종옥 미구엘의 증조할머니 ‘코코’의 얼굴도 사실적으로 느껴지게 잘 그렸습니다. 주름이나 미세한 표정 변화가 충분히 눈물샘을 자극하더군요.

신용관 미구엘의 목소리 연기는 어땠습니까? 앤서니 곤잘레스라는 12세 소년이 담당했더군요. 노래도 직접 부르고.

배종옥 아주 좋았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대사를 넣는 게 사실 쉽지 않아요. 저도 ‘마리 이야기’(감독 이성강·2001)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엄마 역으로 목소리를 맡은 적이 있습니다. 내 감정이 아니라 화면 그림의 감정에 들어가야 하는 색다른 작업입니다. 배우들끼리 리딩도 따로 해야 하고요. 미구엘 목소리 연기를 위해 아마도 감독이 배우 트레이닝을 엄청 시켰을 겁니다.

신용관 드라마 구성은 마음에 들던가요?

배종옥 극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구성이 정교하던데요. 저로서는 ‘코코’의 스토리텔링이 우리가 다뤘던 ‘블레이드 러너 2049’보다 더 나았습니다.

신용관 디즈니 특유의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배종옥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갔느냐가 더 중요하지요. ‘코코’는 스토리상 갈등을 만들고 그걸 해소하는 과정이 전혀 뻔하지도 상투적이지도 않았어요. 가령 아이가 끝까지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도 억지스럽지 않고 설득력 있게 진행했다고 봅니다.

신용관 음악은 어땠습니까? ‘겨울왕국’(2013)의 ‘렛 잇 고(Let It Go)’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한 작곡가 부부가 ‘코코’의 주제곡 ‘리멤버 미(Remember Me)’를 만들었습니다.

배종옥 글쎄요, 저는 ‘주토피아’(2016)의 신나는 음악이 더 좋았어요. ‘코코’는 비주얼이 더 앞선 애니메이션 같습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해골들 보세요.(웃음) 그 많은 해골들을 다 특색 있게 만들기 위해 제작진들이 얼마나 고민을 했겠어요. 다양한 표정의 귀여운 해골들이 저는 무척 재밌고 웃겼어요.

신용관 멕시코의 대표적 예술가인 화가 프리다 칼로의 해골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겠지요. 조상의 제사를 치르는 우리나라 관객들로선 무엇보다 이 애니메이션이 담고 있는, 이승과 저승이 연결되어 있다는 세계관이 친숙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배종옥 가족들이 더 이상 기억하지 않으면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도 다시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신용관 제 별점은 ★★★★. 한 줄 정리는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을 어디 두었더라.…”

배종옥 저는 ★★★★★ 만점. “재미와 감동에 교훈까지!”

신용관 기획취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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