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윤(여정) 선생님은 이걸 어떻게 네 명이서 하셨지?”

뜨거운 기름에 돈가스 덩어리를 넣으며 강호동이 한 말이다. ‘강식당’은 ‘신서유기4’에서 게임에 이긴 강호동이 소원으로 “‘윤식당’을 해보고 싶다”고 말해 탄생한 외전(外傳)이다. ‘신서유기 외전’이자 ‘윤식당 스핀오프’인 ‘강식당’은 제주도에서 문을 열었다. 전작의 성공에 힘입은 스핀오프(spin-off)답게 “연예인이 식당을 운영해 본다”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이들의 도전지는 제주도였다. ‘신서유기’를 통해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안재현, 송민호 등 출연진의 관계가 설정된 만큼, ‘낯선 곳’이 주는 효과가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들만큼이나 손님에게도 낯설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었다. 메뉴도 마찬가지다. 강호동이 만든 A3 용지 크기의 ‘강호동까스’는 시각과 청각과 미각이 놀라는 압도적인 체험이다. ‘제주 많은 돼지 라면’도 그렇다. 맛있음(고기)에 맛있음(라면)을 더했다. 덕분에 제주도 ‘강식당’은 개업과 동시에 문전성시를 이뤘다. 밥, 수프, 샐러드 등 기본 음식을 준비하는 오전시간부터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되는 점심시간까지 홀과 주방은 눈코 뜰 새 없었다. 한 시간씩 대기했던 손님이 겨우 자리를 잡는 것도 부지기수였다.

지난해 12월 제주도에서 던진 강호동의 질문에 대한 답은 2018년 1월 윤여정이 운영하는 ‘윤식당’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윤식당’은 처음에는 발리의 롬복에서, 두 번째는 스페인의 가라치코섬에서 문을 열었다.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의 인기를 알 리가 없는 곳임은 물론 이들이 만드는 한식도 금시초문인 외국인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낯섦에 낯섦을 더한’ 윤식당은, ‘익숙함에 익숙함을 더한’ 강식당보다 좀 더 여유로울 수 있다. 이들은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것으로 한나절을 보낸다. 다만 긴장도는 강식당보다 더하다. 낯선 곳에서 먹는 한식의 첫인상을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이들은 메뉴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인다. ‘설탕을 적게 넣어’ 달지 않은 비빔밥을 만들겠다는 윤여정의 계획은, 현지인들의 냉정한 평가에 바로 수정됐다. 애초에 “사장님 마음대로” 하겠다는 게 ‘윤식당’의 포부였지만 사장님의 마음은 철저히 손님에게 맞춰져 있었다. 그는 설탕을 더 넣어 양념을 만들고, 재료는 더 잘게 다듬어 씹기 편하게 만들었다. 손님이 남긴 피드백을 정성껏 정리하고, 이를 수정할 방안을 밤새 고민한다는 점에서는 ‘윤식당’과 ‘강식당’이 닮아 있었다.

파라다이스에서 만나는 일상의 한끼

‘강식당’은 9.1%의 시청률로 6부의 방송을 마무리했다. 원작인 ‘신서유기’를 넘는 기록인 동시에 ‘윤식당1’의 화제성을 추월한 수치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윤식당2’의 기록은 지금껏 나영석 PD 사단이 만들어온 모든 기록을 넘어섰다. 현재 기록인 시청률 15%는 이들의 전작인 ‘삼시세끼-어촌편’의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수치다. 나영석 PD는 이 시청률표 사진을 첨부해 윤여정에게 보냈다. “선생님의 살신성인 덕분입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였다. 윤여정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식당을 차린 이유로,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를 꼽았다. “젊은 사람들이 배울 점이 많아서”였다. 여행예능 ‘꽃보다 누나’에 윤여정을 섭외할 때부터, 나영석 PD는 윤여정의 마음을 움직였다. “잘못한 것은 인정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을 줄 아는” 젊은 PD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꽃보다’ 시리즈인 여행 예능으로 시작한 나영석 PD의 세계는 낯선 곳에 정착해 세끼 밥을 만들어 먹는 ‘삼시세끼’로 진화하더니, 이제는 그 식탁에 다른 이들을 초대해 함께 밥을 먹는 ‘윤식당’이 되었다. 세포가 분열하듯 세분화되면서 성장하는 이들의 예능은 일상 속의 판타지를 정확히 구현한다.

윤여정이라는 셰프의 킥

“반복되는 매일의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영원한 봄을 간직한 스페인의 어느 작은 섬에서, 어떠한 것에도 쫓기지 않는 식당을 연다”는 게 ‘윤식당 2호점’의 설명이다. 여기에 화룡정점은 그 식당의 사장이 윤여정이라는 점이다. 연기 경력 50년이 넘는, 세계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아본 그이지만 이곳에서는 철저히 ‘오너셰프’다. 그는 덴마크 부부 손님에게 직접 다가가 비빔밥을 비벼 먹는 법을 설명해주고, 우크라이나 음식 블로거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한다. 스위스에서 온 일행은 그의 음식에 감탄해 “다음에는 취리히의 호텔에 식당을 열어볼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여기에 유창한 그의 영어 실력과 겸손함과 당당함이 밴 태도는 저절로 리더의 권위를 만든다. 시즌 1에서 “나도 별수 없는 옛날 사람인가 보다. 막상 맡겨주니 굉장히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하던 그는 성실함과 근면함을 갖춘 윗세대다. 하지만 아랫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꼰대는 아니다. 상무인 이서진은 그와 경영을 상의하는 좋은 파트너이고, 과장이 된 정유미는 주방을 이어줄 실세다. 알바로 들어온 이들도 동등한 존중을 받는다. 그보다 연배가 높은 신구나, 한참 아래 후배인 박서준도 마찬가지다.

웃음을 위한 장치이긴 하지만, 직원들을 윽박지르거나 잔소리를 늘어놓는 ‘강식당’의 강사장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윤식당’의 직원은 판타지의 일부가 되는 게 자연스럽다. 아침이면 떠오르는 햇살과 함께 조깅을 하고, 뽀송하게 잘 마른 빨래를 개어 식당으로 출근한다. 저녁에는 사장님이 직접 만들어주는 따뜻한 밥 한 끼를 함께 먹는다. 이들은 식당을 운영하는 한 가족처럼 보이기도 한다. 낯선 땅에서의 일상이 드라마처럼 자연스럽다. 그건 이 드라마의 중심에 수준급 요리 실력 못지않은 수준급 영어 실력에, 위생만큼이나 위트도 출중한 윤여정이라는 판타지가 있기 때문이다.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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