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
[2495호]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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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3] 흰가루로 피어낸 새해 첫날의 꽃, 만두

이지형  작가·푸드칼럼니스트 aporia90@gmail.com 

photo 이진한 조선일보 기자
늦가을에서 초봄 사이, 이슬점이 0℃ 아래로 내려가면 흰 서리가 포슬포슬 내린다. 새벽녘 뜰에 나가 땅과 풀 위로 밤새 내려앉은 서리를 긁어모으고, 그걸로 꽃 한 송이를 만든다 치자. 그 소담한 모습…. 그 꽃을 보며 폭신폭신, 먹음직스럽게 생긴 만두 하나를 떠올린다면 정신 나갔다 할까. 각박한 21세기에는 정신 나간 일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천 년 전엔 그렇게들 상상했다. 서리 상(霜), 꽃 화(花), 그래서 상화. 고려 때, 만두를 그렇게 불렀다. 서리로 쌓아올린 꽃, 상화. 그게 천 년 전 만두의 이름이었다. ‘霜(상)’이란 한자에는 ‘흰 가루’란 뜻도 있다.
   
   학창 시절, 제목만 배우는 고려 속요 중에 ‘쌍화점(雙花店)’이 있다. 만두가게를 배경으로 사랑과 연애를 스케치한 노래인데, 교과서엔 그 내용을 잘 안 싣는다. 풋풋한 사랑이 아니라 에로틱하고 야릇한 사랑이어서 그랬을 게다. 그런데 왜 하필 만두가게였을까. 사랑만큼, 무언가를 먹는 행위도 에로틱하다. 손대면 터질 듯 얇은 피(皮) 아래로, 소와 육즙 가득 머금은 만두를 먹는 건 더 말할 나위 없고…. 몇 줄 안 되는 ‘쌍화점’ 1절을 감상하는 것으로, 만두에 대한 접근을 시작하겠다. 아, ‘쌍화’는 ‘상화’의 다른 표기다.
   
   “만두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 회회(回回) 아비가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가게 밖에 나고 들면, 조그마한 어린 광대 네 말인가 하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그 잔 데 같이 거친 곳 없더라.”
   
   상화 또는 쌍화가 전하는 순결하고 에로틱한 유래와 달리, 만두의 원조국에 해당하는 고대 중국 측의 설명은 뭐랄까, 참 개운찮고 가당찮다. 개운치 않은 이유부터 살펴보자.
   
   
   제갈량이 만두를 만들었다고?
   
   우리나라의 음식 관련 책들 열이면 아홉이 가져다 쓰는 만두의 유래이기도 한데, 만두 맛을 싹 달아나게 한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 즉 ‘삼국지통속연의’ 속 에피소드가 전하는 내용이 이런 식이다. 제갈량이 남쪽 오랑캐, 그러니까 남만(南蠻)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큰 강을 만났다. 풍랑이 극심했던 모양이다. 밤을 새가며 고민 중인 제갈량에게 부하들이 현지인들의 풍속 하나를 귀띔한다. “사람 머리 마흔아홉 개를 잘라 강을 지키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야 합니다. 그러면 풍랑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사람을 어찌 그리 쉽게 대하겠는가?”
   
   제갈량은 참수 대신 요리를 주문한다. 꼭 사람 머리여야 하는가? 사람의 머리 모양이면 되는 것 아닌가? 제갈량의 지시에 따라 부하들은 만인(蠻人)의 머리 모양새와 흡사한 마흔아홉 개의 요리를 만들었다. 그게 만두(蠻頭)였다. 후에 오랑캐를 뜻하는 만(蠻)을, 음식을 뜻하는 만(饅)으로 고쳐 만두(饅頭)가 됐다는 설(說)이다. 찝찝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개운치 않더라도 그게 사실이라면 눈 딱 감고 참아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만두의 기원을 1800년 전 ‘삼국지’의 시대까지 끌어올린 이 ‘소설’은 여러 군데서 삐걱거린다. 간략하게 재구성한 제갈량의 만두 에피소드는, 고작해야 11세기 북송(北宋) 시대에 만들어진 이야기의 재탕으로 보아지기 때문이다. 제갈량의 만두 에피소드는 당시 고승(高丞)이란 학자가 집필한 백과사전 ‘사물기원(事物紀原)’에 처음 등장한다. 나관중이 ‘삼국지’ 정사를 토대로 소설을 쓴 게 14세기였다. 그러니까 소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량 에피소드는 1800년 전 실제 역사의 한 삽화가 아니라, 11세기에 만들어진 픽션 스타일 용어 풀이집의 소설적 재활용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제갈량을 등장시킨 만두의 유래가 가당찮은 것은 그 같은 문헌학적 차원을 넘어선다.
   
   
   밀은 차고 건조한 지역의 곡물
   
   제갈량이 정벌한 남만의 한 지역을 지금의 미얀마 정도로 보는 지리학적 고증이 있기도 한 모양인데, 그건 아무래도 좋다. 미얀마건 베트남이건 상하이건 홍콩이건 중국 남부에서 만두가 탄생했다는 설명은 문명사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인류의 대표적 곡류인 쌀과 밀의 차이에 대해 살피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지구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중국에서도 쌀과 밀은 주요한 곡물이다. 그런데 두 곡물은 가공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쌀은 겉껍질을 벗겨내고 나면 단단한 알곡이 남는다. 도정이라는 과정을 통해 알곡 그대로를 취할 수 있다. 최소한의 도정을 거쳐 현미로 먹든, 좀 더 벗겨내 9분도나 5분도로 먹든 알곡을 그대로 찌거나 삶는 방식으로 섭취할 수 있다.
   
   밀은 다르다. 겉껍질이 여러 겹으로 치밀하게 붙어있는 데다, 어렵사리 껍질을 벗겨내 알곡을 얻어내도 쌀에 비해 훨씬 여리다. 알곡 그대로를 취할 수가 없다. 그러니 도정 대신 제분을 택한다. 잘게 부수는 것이다. 밀은 알곡으로 먹는 대신 가루로 만들어 조리한다. 분식(粉食)의 대표적 재료가 밀가루다.
   
   사람들은 그렇게 주어진 밀가루를 어떻게 활용했을까. 물을 붓고 마구 주물렀다. 반죽이다. 밀가루에는 글루텐(gluten)이 풍부하다. 글루텐은 단백질의 일종으로 글루텐이 많을수록 반죽을 한 후에 점착성이 높다. 끈적끈적한 덩어리가 얻어진다. 강력분·중력분·박력분의 차이도 글루텐 때문이다.
   
   자, 글루텐을 다량 함유한 밀가루에 약간의 물을 넣어 반죽을 했다. 사람들은 이제 이 밀가루 반죽으로 두 가지, 매우 중요한 인류의 먹을거리를 만들어낸다.
   
   국수가 그중 하나다.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넓게 편 뒤 말아서 잘라내면 칼국수이고, 가늘어질 때까지 반복적으로 치대면서 늘어뜨리면 수타면이다. 파스타처럼 밀가루 반죽에 달걀, 올리브오일, 소금을 넣어 국수를 만든 뒤 그걸 건조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밀가루 반죽에서 탄생한 또 하나의 중요한 음식이 만두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고 밀어 동글납작하게 떼어낸 뒤에, 고기와 채소를 잘게 썰어 미리 준비한 소를, 그걸로 감싸면 된다. 소로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주로 쓰지만 두부를 으깨기도 한다. 채소로는 숙주나 부추, 미나리를 쓴다. 그걸 장국에 넣고 끓이면 만둣국, 그냥 쪄서 국물 없이 먹으면 찐만두다. 삶아 먹을 수도 있고 튀겨 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볼 게 있다. 쌀은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자라고, 밀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기후에서 자란다. 중국에 국한하자면 남부 지역에서는 쌀이, 북부에선 밀이 대세일 수밖에 없다. 베트남 쌀국수와 안남미를 얘기하지 않는가. 쌀이 중국 남부의 곡물이라면, 밀은 중국 북부의 곡물이다. 국수와 더불어, 점성 강한 밀이 존재해야 만들어지는 만두의 원류는 상식적으로 양쯔 이북일 수밖에 없다. 남쪽 오랑캐의 풍속에 착안해 중국의 남쪽에서 만들어진 음식이 만두라는 ‘제갈량 만두 제조 지시설’은, 후대의 백과사전 ‘사물기원’이 저잣거리에서 뒤늦게 채집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유래 따위야 아무렴 어떠랴. 중요한 건 맛나게 먹는 거다. 널리 회자되는 유래 하나를 놓고 번잡한 시비를 건 것은, 사람 머리를 등장시킨 그 설명이란 게 회자되면 회자될수록 만두 맛을 떨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제 그 개운찮은 유래는 싹 잊고 만두의 진화와 분류에 대해 살펴보자.
   
   그런데 잠깐 ‘만두=피(밀가루)+소(고기와 채소)’라는 공식을 잊어야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만두’라는 용어를 편의상 일반화해서 사용하긴 했지만 정작 중국에선 세분화해 사용한다.
   
   
   만두의 진화: 만터우, 바오쯔, 지아오즈…
   
   한국에선 그냥 만두라 하지만 중국에선 만터우(馒头), 바오쯔(包子), 지아오즈(饺子)를 구분한다. 만터우가 우리 식 한자로는 ‘만두(饅頭)’인데, 여기엔 소가 들어가 있지 않다. 중국 음식점에서 고추잡채와 함께 먹는 꽃빵이나 팥앙금 빠진 호빵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바오쯔와 지아오즈는 둘 다 소가 들어가 있는데 바오쯔는 대개 동그란 형태이고, 지아오즈는 반달 모양으로 길쭉하다. 바오쯔 가운데 샤오롱바오(小笼包)는 작은 대나무 찜통(샤오롱)에 담긴 바오쯔로 이미 세계적인 음식이 됐다. 한국에선 이 모든 것들을 뭉뚱그려 만두라 하고, 일본에선 교자라 해버린다.
   
   슈이지아오(水饺)와 훈둔(馄饨)도 있다. 슈이지아오는 중국 음식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그마한 물만두를 뜻하고, 훈둔은 만둣국 비슷한 것인데 국 안에 든 만두의 피가 무지 얇다. 훈둔은 중국인들의 대중적 아침 메뉴로, 정상회담차 지난 연말 베이징에 갔던 문재인 대통령도 한 서민 식당에서 훈둔을 먹었다. 샤오롱바오와 요우티아오(꽈배기), 도우지앙(두유)과 함께였는데, 문 대통령이 다녀간 뒤 이 식당에선 ‘문재인 대통령 세트’란 이름으로 네 가지 메뉴를 묶어 판다.
   
   만두 요리의 정점이랄까,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딤섬(点心)에 대해 얘기할 차례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로 정의하자면, 딤섬은 대나무 찜통에 쪄내는 각양각색의 미니 만두쯤 된다. 홍콩관광청이 자랑하는 대로, 딤섬의 ‘각양각색’은 어마한 수준이다. 딤섬 전문 레스토랑들은 경우에 따라 150가지가 넘는 딤섬 메뉴를 내놓는다. 그런데 그마저도 딤섬의 일부라는 게 홍콩관광청의 설명이다. 딤섬의 종류를 있는 대로 다 끌어모으면 2000개를 웃돈다는 설명이니, 중국인들의 평소 허풍을 염두에 두더라도 딤섬의 종류는 거의 세포증식 수준이다.
   
   중국의 요리를 4개 권역으로 구분한다. 베이징 요리에 상하이 요리, 쓰촨 요리, 광둥 요리까지 보태 넷이다. 딤섬은 그중 광둥 요리의 보석이라 할 만한데, 이건 만두 진화사(史)의 맥락에서 어느 정도 감동적이다. 광둥성은 중국의 남부에 해당한다. 기후여건상 밀보다 쌀에 친숙하다. 만두의 발전에 있어 후진적이기 쉬웠다. 그러나 아름다운 꽃송이를 연상시킬 정도의 섬세한 피, 그리고 육즙 잔뜩 머금고 재료도 다채로운 소로 그런 약점을 극복해냈으니 말이다. 뭉근하게 섞인 녹말가루 덕으로 투명하고 질겨진, 색색의 소를 은밀하게만 노출하는 딤섬 특유의 반투명한 피를 생각해 보라!
   
   헷갈릴 정도로 종류가 많은 딤섬이지만 크게 보아 세 가지다. 피가 두툼하고 대체적으로 둥근 바오(包), 바오에 비해 피도 얇고 아담한 지아오(餃), 윗부분을 꽃봉우리처럼 열어놓은 듯 화려한 마이(賣)가 있다. 여기에 차이(菜·야채), 러우(肉·고기), 샤(蝦·새우)의 재료를 구분하면 한자에 당황하지 않고 딤섬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영어권에서 딤섬을 표현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Dishes that touch your heart!(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요리!)’
   
   딤섬을 ‘예쁜 미니 만두’로 정리했지만, 딤섬(点心)의 원래 의미는 지극히 시적(詩的)이다. ‘마음(心)에 점 하나를 찍는다(点)’. 점을 찍어야 하는 그 마음이 허기와 공복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식 한자로 ‘점심(點心)’에 해당하는 딤섬은 원래 만두뿐 아니라 이런저런 간식거리, 요깃거리를 한데 묶어 표현하는 말이다. 딤섬은 시적일 뿐 아니라 선적(禪的)이기도 하다. 딤섬을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연이 있다.
   
   당(唐)의 대선사 중에 덕산 선감이란 이가 있다. 덕산은 원래 선승이 아니었다. 경전에 해박했고 불립문자니 교외문자니 하는 선(禪)의 가르침을 경멸했다. 중국 남부의 선승들을 ‘남방의 작은 귀신’이라고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덕산이 그 귀신들을 때려잡겠다면서 걸망에 ‘금강경’ 해설서를 잔뜩 짊어지고 선의 본거지인 중국 남부로 떠났다. 그런데 길 가는 중에 요깃거리를 파는 노파를 만난다. 배가 고파 노파에게 말을 건네는데 노파가 걸망에 든 책을 궁금해한다. ‘금강경’을 해설하는 책들이라고 일러주었더니 노파가 걸망을 힐끗 넘겨다보면서 질문을 던진다.
   
   “하나 물을 텐데 대답을 잘 하시면 점심을 거저 드릴 거고. 아님 딴 데로 가보시오.”
   
   엥? 뜨악한 덕산에게 예상치 못한 질문이 퍼부어진다.
   
   “‘금강경’에 보면 과거의 마음도, 현재의 마음도,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하는데, 스님께서는 어느 마음에 점심을 드시려오?”
   
   “….”
   
   어느 마음(心)에 점(点)을 찍겠는가? ‘딤섬(点心)’에 관한 노파의 질문 하나가 ‘금강경’에 대한 지식으로 가득한 덕산의 자부심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덕산은 바로 걸망을 풀어 안에 든 경전을 모조리 불태웠다. 그리고 ‘남방의 귀신’들에게 가는 발길을 서두른다. 선(禪)의 가르침을 구하러…. 덕산에게 건네질 뻔했던, 노파의 광주리 속 요깃거리가 어쩌면, 요즘 홍콩의 번화가 레스토랑에서 파는, 바로 그 딤섬이었을까.
   
   
   모든 아픔 감싸줄 듯 푸근한 만두 하나
   
   고려의 상화(쌍화)와 제갈량의 만두로부터 시작한 이야기가, 베이징의 샤오롱바오와 훈둔을 거쳐, 홍콩의 딤섬까지 이르렀다. 이 수다하고 제각각인 세상의 만두들을 한마디로 정리할 길은 없을까. 곱고 흰 거죽 속으로 예상치 못한 조합과 맛을 고이 감추고 있는, 이 보석 같은 음식을 뭐라 정의하면 좋을까. 만두를 빚는다는 건 어쩌면 이런 일일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얇게 편 탄수화물로 세상의 온갖 단백질과 지방과 무기질과 섬유질과 비타민을 감싸안는….
   
   ‘만두’의 개념을 이렇게 확장하고 나면 세계 도처에 퍼진 다양한 형태의 만두들이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폴란드의 피에로기, 인도의 사모사, 터키의 만티, 그리고 이탈리아의 라비올리까지. 폴란드의 피에로기는 밀가루 반죽을 얇고 동그랗게 떼어내 빚는 방식이나 반달의 모양이, 우리가 흔히 교자라 부르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구워 먹는 만두와 흡사하다. 그러나 속을 까보면 많이 다르다. 으깬 감자와 치즈가 들어간다. 그리고 우리가 김치를 잘게 썰어 소로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게 보면 될까, 자우어크라우트가 들어간다. 독일 사람들이 족발 요리인 슈바인 학센에 곁들여 먹는, 시큼하게 발효시킨 그 양배추…. 피에로기 위에는 잘게 썰어 볶은 양파를 얹어 풍미를 높인다.
   
   인도의 사모사에도 으깨거나 다진 감자가 들어간다. 대개 세모꼴로 만들어 튀겨 먹는데 야채와 함께 넣은 카레가 기름과 섞이면서 알싸한 맛을 낸다. 레드칠리를 넣어 맵게 할 수도 있다. 양고기, 생선, 닭고기 등 다양한 재료를 소로 사용한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까지 남아시아 어디를 가도 흔히 보이는 간식거리다.
   
   터키의 만티는 이름도 그렇지만, 우리나라나 중국의 만두와 별 차이가 없다. 찌거나 삶거나 튀기는 조리법도 비슷하다. 주로 양고기를 소로 활용하고 향신료까지 들어가니 맛은 우리 만두와 차이가 있다. 위에다가 요거트를 끼얹어 먹는다.
   
   라비올리는 우리 식으론 만두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에겐 파스타다. 속을 채워 납작하게 빚어낸 파스타인 셈이다. 가장 흔하게는 시금치와 리코타치즈를 섞어 속을 채운다. 토마토소스를 뿌려 먹기도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스페인에는 엠파나다가 있고, 스웨덴에는 피테팔트, 이스라엘에는 크레플라흐가 있다. 우리가 월남쌈이라 부르는 베트남의 고이꾸온도 만두의 범주에 넣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얇게 편 탄수화물(라이스페이퍼)로 고기와 야채에 담긴 단백질과 무기질과 섬유질을 먹음직스럽게 감싸고 있지 않나. 다 만두다.
   
   그래도 그만하자. 딤섬만 해도 2000종이라 했다. 그 많은 세상 만두를 돌아다니며 다 먹을 것도 아니다. 우리 앞에 다소곳이 놓인 한 접시의 만두를 어떤 마음으로 먹을 것인가. 곱게 빚은 만두 하나로 우리 마음에 어떤 점을 찍을 것인가. 중요한 건 그거다.
   
   중국 사람들은 춘절(春節·음력 1월 1일)이면 어김없이 만두를 먹는다. 섣달 그믐날 밤부터 일찌감치 둘러앉아 만두를 빚고 떠들고 마작도 하며 밤을 샌다. 이날은 특히 화폐 모양을 본떠 둥근 만두를 빚는데, 그건 물론 돈 많이 벌게 해달란 뜻이다. 우리도 설이면 만두를 넣은 떡국을 나누며 서로의 건강을 기원한다.
   
   그런데 새로운 하늘을 여는 새해의 첫날에 우리들은 왜 만두를 먹는 걸까. 그건 아마도 모든 걸 품어주고 감싸주는 만두의 너그러운 심성에 우리의 한 해를 위탁하는 일일지 모른다. 설이 코앞이다. 우리 모두 둘러앉아 만두를 빚자, 그리고 먹자! 남은 소는 잘 포장해 얼려 두었다가 배고플 때 밥에 넣어 볶으면 아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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