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씨네 라이브러리 ⓒphoto CGV
CGV 씨네 라이브러리 ⓒphoto CGV

“1시 상영 ‘다키스트 아워’ C-7 좌석 예매해주시고, 유발 하라리가 쓴 ‘호모데우스’와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영화 티켓과 커피잔, 책을 탁자에 내려놓고 사방을 둘러본다. 앞에는 40석 규모의 소극장 입구, 옆은 서가(書架), 한가운데가 커피숍이다. 아이들부터 노부부까지, 책을 뒤적이고 영화표를 끊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맞은편 지하 660㎡(약 200여평) 공간에 극장·서점·카페·갤러리가 모였다. 재작년 12월 서점 ‘노원문고’가 개점한 복합문화공간 ‘더숲’의 주말 오후 풍경이다.

대형서점 아니면 지역도서관이 전부였던 ‘책의 공간’이 변모하고 있다. 영화·미술 같은 타 문화장르와 결합하거나 각자 개성을 갖춘 이색적인 독립서점으로 탈바꿈 중이다. 책을 매개로 한 융복합적 문화 향유, 이른바 ‘리딩테인먼트(Reading+Entertainment)’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2015년 당시 약 70곳 수준이었던 전국의 독립서점은 2017년 4배가 넘는 300여곳 정도로 늘어났다. 양적 성장을 하면서 질적 변화도 나타났다. 식음(食飮)이 가능한 서점, 밤에만 여는 책방, 급기야 고양이 전문서점까지 등장했다.

5년 전 개점한 서울 상암동 소재 책방 ‘북바이북’에서는 ‘혼술’이 가능하다. 감성 충만한 책 몇 권에 크림생맥주 한 잔을 곁들여 피로를 푸는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다. 점심시간이면 인근 언론사 직원들도 온다고 한다. 1층에는 장르별·작가별 도서가 비스듬히 기운 서가에 진열돼 있고, 지하로 저자들의 강연 무대가 마련돼 있다. 무대에는 드럼도 놓여 있다.

서울 신촌에 본점이 있는 시집전문서점 ‘위트앤시니컬’은 1년 전 홍대 한복판에 2호점을 열었다. 한 공간 안에 ‘위트앤시니컬’(시집), ‘파스텔블루’(카페), ‘프렌테’(문학도서)라는 세 업체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책은 물론 일본 직수입 음반부터 아담한 장식품까지 살 수 있다. 작가 낭독회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샹들리에가 빛나는 창가에 앉아 시집·소설을 읽으며 커피·맥주·와인을 즐길 수도 있다.

매장 관계자는 “4월 초 서울 한남동에 독립서점과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결합한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식사도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3년 전 CGV는 서울 명동에 ‘씨네 라이브러리’를 열었다. 가장 큰 상영관 182개석을 도서관으로 개조, 최초의 ‘영화 전문 도서관’을 표방했다. 원작·이론·시나리오 등 영화 관련 도서를 비롯해 예술분야 장서 1만권을 보유하고 있다. 관객들이 영화 관람 전후로 2시간 정도 머물면서 독서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감독·배우가 관객을 상대로 강연을 열고, 기자·평론가 등 전문가들이 영화를 추천해주는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특별무대이기도 하다. 바로 옆에는 예술영화 전문 상영관도 따로 있다.

오픈 이후 매년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박민영 CGV 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 매니저는 “명동 상권 특성상 저녁보다는 낮 시간에 사람이 많다”며 “한번 경험을 해본 고객들은 단골이 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신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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