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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500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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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기행]스테이크의 지존 브루클린 피터루거

박대권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뉴욕 컬럼비아대 교육학 박사 

photo 한재연
몇 년 전 서울 청담동에 미국계 스테이크하우스인 ‘울프강(Wolfgang Steakhouse)’이 문을 열었다. 개업 초기 이 레스토랑이 대대적인 선전을 하면서 언론에 관련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당시 기사를 읽으면서 신기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울프강이 자신의 스테이크가 맛있다고 강조하면서 뉴욕 스테이크하우스인 ‘피터루거(Peter Luger Steakhouse)’를 언급했다는 점이었다. 울프강의 설립자는 “피터루거에서 40 여년간 웨이터로 근무한 헤드웨이터였다”고 자신을 소개했고, “지금도 피터루거와 동일하게 마스터 퍼베이어(Master Purveyors)에서 고기를 공급받는다”고 자랑했다. 업주의 겸손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최초로 문을 연 뉴욕 출신 스테이크하우스의 일성이 ‘자기 집도 피터루거만큼 맛있다’라니…. 피터루거가 스테이크하우스의 지존으로 불리는 이유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자기 집이 피터루거와 관련이 있다고 밝히는 건 울프강뿐만이 아니다. 뉴욕 미드타운에 위치한 스테이크하우스 ‘벤과 잭(Ben & Jack’s Steakhouse)’도 주인장이 오랜 기간 피터루거의 웨이터로 일했다는 경력을 메뉴판에 써놓았다. 피곤했던 유학 시절의 어느 주말, 지인이 이곳에서 스테이크를 사줘서 가봤는데 ‘최초’ ‘최고’ ‘유일’ 등을 메뉴판에 올린 집들은 가봤어도 다른 식당 경력을 메뉴판 첫 페이지에 올린 경우는 처음 봤다. 맨해튼 남쪽 뉴욕시청 근처의 ‘마크조셉(Mark Joseph Steakhouse)’도 ‘피터루거 스타일의 스테이크집’이라고 밝히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 물론 서울에 지사를 낸 울프강도 마찬가지다.
   
   피터루거는 1887년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에 터를 잡았다. 맥주공장, 창고, 조선소, 설탕공장 등이 몰려 있던 이곳은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독일계 이민자들의 거주지였다. 독일계 이민자인 피터 루거가 스테이크하우스 문을 열었고, 조카인 칼 루거가 주방을 맡았다. 개점 당시의 이름은 ‘Carl Luger’s Caf, Billiards and Bowling Alley(칼 루거 카페, 당구, 볼링장)’이었다. 19세기 말 유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미국에 생긴 스테이크하우스들은 여관이나 바와 붙어 있었다. 1903년 인근에 윌리엄스버그다리가 건설되자 강 건너 맨해튼의 사업가들도 이곳까지 찾아오게 되면서 유명해졌다. 1941년 설립자가 세상을 떠나자 아들인 프레드릭이 운영을 맡았으나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50년에는 급기야 경매에 부쳐졌는데, 이웃에서 금속식기 공장을 운영하던 솔 포먼(Sol Forman)과 시모어 슬로여(Seymour Sloyer)가 인수하면서 다시 중흥의 기틀을 다졌다.
   
▲ 브루클린에 있는 피터루거 외관.

   솔 포먼과 시모어 슬로여가 피터루거를 인수하게 된 건 매우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인수 당시 이 지역이 쇠락하면서 상점들이 철수하자 빈 자리를 유대인들이 차지했다. 유대인 율법은 소의 엉덩이 및 뒷다리를 먹는 것을 금하고 있다. 주변의 유대인들이 찾지 않자 피터루거의 매출도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당시 포먼과 슬로여는 피터루거의 단골이었다. 1920년대부터 매일 한두 번씩 가서 식사를 할 정도였다. 이들은 피터루거 외에는 손님 대접을 하기에 마땅한 식당이 주변에 없다는 이유를 대면서 경매에 나온 피터루거를 인수해버렸다. 두 명 모두 2001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이 가게의 경매를 맡았던 버너드 마그릴, 레스터 마그릴과 함께 60여년 동안 매일같이 식사를 했다는 전설을 남겼다. 지금도 포먼과 슬로여 두 집안에서 피터루거를 공동 경영하고 있다.
   
   좋은 소고기를 고르는 것은 피터루거의 전통이자 맛의 핵심이다. 피터루거 인수 이후 고기 구매 및 검사의 업무는 새로운 주인인 솔 포먼의 부인 마샤 포먼이 맡았다. 포먼 여사는 미국 농무성 출신의 감별사에게 2년 동안 고기 감별법을 사사하였다. 이후 맨해튼의 고기 시장에 직접 가서 감별법 학습을 계속하였다. 이러한 전통은 지금도 계속되어 식당에서 사용하는 모든 고기는 아직도 오너 가족들이 감별하고 있다. 현재는 부사장인 조디 스토치(Jody Storch)가 이를 담당하는데 할머니인 포먼 여사가 사용했던 고기 스탬프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 피터루거 실내.

   이곳에서 사용하는 소고기는 마블링 기준으로 최상인 프라임 등급(U.S. Prime)이다. 등심과 안심이 마주한 포터하우스(Porterhouse)가 스테이크로 사용되는 부위인데 주로 갈비뼈가 끝나는 등심 부분에서 엉덩이까지의 허리고기인 로인(Loin)에서 고른다. 특히 로인 중에서도 갈비뼈 바로 뒤의 허리고기인 쇼트 로인(Short Loin) 중에서 고른다고 한다. 이 부분 중 등심이 대부분이고 안심이 일부인 부분이 포터하우스다.
   
   고기를 직접 고르는 부사장 조디 스토치는 길쭉한 것보다는 타원형의 고기를 우선으로 친다고 한다. 또한 뼈와 지방이 보기 좋게 붙어 있고, 선홍색을 띠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한다. 지방이 많을수록 풍미가 좋기 때문에 그 역시 마블링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그가 좋은 고기를 고르는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오랜 단골 푸줏간인 존 조배기(John Jobaggy) 같은 곳에서 눈으로 직접 보면서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란다. 물론 유명 도매상인 ‘그레이터 오마하 패킹’이나 ‘마스터 퍼베이어’에서도 고기를 공급받지만 역시 고기를 직접 보면서 고른다. 맛있는 스테이크로 100년 이상 영업한 노포의 지극히 상식적인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오너가 직접 감별한 고기를 구매하여 스테이크하우스 한편에서 직접 건조 숙성(드라이 에이징)시킨다.
   
▲ 피터루거의 고기 건조 숙성실.

   피터루거의 메뉴는 단순하다. 점심에 가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14달러)에 뉴욕 최고라고 불리는 햄버거를 먹을 수도 있다. 점심 메뉴가 저녁보다는 다양한 편이다. 저녁 메뉴는 대서양산 연어구이를 비롯한 생선구이 두 종류와 양고기 찹스테이크, 그리고 이 집의 대표메뉴인 포터하우스 스테이크가 있는데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스테이크를 먹는다. 여러 번 피터루거를 가봤지만 생선구이를 먹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양고기 먹는 사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집 스테이크를 먹을 때의 특징이라면 특징이 있다. 이 집의 특제 소스를 스테이크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칵테일 소스와 스테이크 소스를 섞은 맛이 나는 피터루거의 소스는 곁들이는 토마토나 양파 등의 채소 위에만 뿌려 먹는다. 스테이크에는 웨이터가 조리 시 아래로 떨어진 고기 기름을 스푼으로 뿌려준다. 처음 볼 때는 거부감이 있지만 전혀 느끼하지 않은 고기 기름은 오히려 풍미를 더해준다.
   
   음식점 평가 전문잡지인 ‘저갯(Zagat)’은 30여년 연속으로 피터루거를 ‘뉴욕 제일의 스테이크하우스’로 꼽았다. 최근의 평가를 보면 음식은 5점 만점 중 4.8점으로 탁월했고, 인테리어는 3.7점, 서비스는 4.2점이었다. 인테리어 점수는 베니어합판으로 짜놓은 전시용 탁자 같은 식탁을 사용하는 걸 감안하면 3.7점도 후하다고 생각한다. 서비스 점수 4.2점 역시 후하기 그지없다. 식탁에 앉으면 덩치가 산만 한 백인 웨이터들이 다가와 “준비됐느냐(Are you ready?)”고 묻는다. 웨이터들은 식탁에 접시를 던지듯이 놓기 일쑤고 메뉴판을 달라고 해도 잘 주지 않는다. 저갯 역시 ‘웨이터들 성미가 고약하다(cantankerous)’고 매년 평하고 있다. 이들의 서비스는 미쉐린가이드에서도 달랑 별 하나만 받았다.
   
▲ 피터루거에서 손님들에게 공짜로 주는 황금색 동전 모양의 초콜릿. 현찰만 받는 데 대한 답례라고 한다.

   거친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손님들은 마냥 행복하다. 스테이크가 너무나 맛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누가 “뉴욕에 가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주저없이 이 집을 꼽는다. 맨해튼에서 스테이크 맛집을 가보려는 사람에게는 “귀찮더라도 100년 전 사람들처럼 윌리엄스버그다리를 건너 피터루거를 꼭 가보라”고 권한다.
   
   이 집은 신용카드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꼭 현찰을 챙겨 가야 한다. 전화로 예약할 때 현금만 받는다고 확인해주지만 정말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저녁은 2주 전, 점심은 1주 전 예약이 필수다. 이런 불편함에도 왜 이 집을 가느냐고 묻는다면 미식가인 내 지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답이 될 것이다. “이거, 진짜 고기네!”
   
뉴욕의 또 다른 스테이크 명소들
   
   킨스 스테이크하우스
   저갯의 평가: 음식 4.5점, 인테리어 4.4점, 서비스 4.4점

   뉴욕 스테이크의 조상 격으로 1885년에 생겼다. 세계에서 담배 파이프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음식점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7000개 이상을 소장하고 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나 뉴욕 한인타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다양한 스카치위스키를 보유하고 있어서 돈을 물 쓰듯이 하게 한다”고 저갯이 소개하고 있다.
   
   
   스파크 스테이크하우스
   저갯의 평가: 음식 4.5점, 인테리어 4.1점, 서비스 4.4점

   “이 집 덕분에 피터루거 스테이크를 먹으러 굳이 브루클린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1985년 12월 마피아 보스인 폴 카스텔라노가 식사를 하고 나오다 이 집 앞에서 총격을 받고 세상을 떠나 더 유명세를 타게 됐다. 실내로 들어가면 빨간 카펫이 깔려 있고 조끼까지 받쳐입은 정장 차림의 노신사들이 칼질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금연이 강제되지 않았다면 시가를 피우는 것이 어울릴 것 같은 집이다.
   
   
   스미스 앤 월렌스키
   저갯의 평가: 음식 4.4점, 인테리어 4.0점, 서비스 4.3점

   맛도 맛이지만 저갯이 ‘뉴욕에서 가장 경치 좋은 식당이자 가장 인기 있는 식당’으로 꼽은 곳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Devil wears Prada)’에서 편집장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이 인턴 역을 맡은 앤 해서웨이에게 이 집 스테이크를 사오라고 시킨다.(까탈스럽고 바쁜 편집장이 아까운 고기를 그대로 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음식값이 비싸긴 하지만 ‘남이 돈을 내면 정말 괜찮은 집’이라는 평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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