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구워 먹고 가족은 끓여 먹는다?

음식과 전쟁

톰 닐론. 루아크. 2만4000원

‘프로 요리사’에 가까운 음식 애호가가 고문서 수집이 취미인데 하필 또 직업이 작가면 이런 일이 생긴다. 저자 팀 닐론은 음식을 주제로 글을 쓰는 프리랜서 작가다. 미국 보스턴에서 중고책 서점도 운영한다. 독특하게도 음식에 관한 희귀 고서적, 특히 조리법에 관한 초창기 서적을 전문으로 수집하는 서점이다. 음식과 전쟁, 문학과 인류학이 섞여 숙성된 결과가 바로 이 ‘음식과 전쟁’이다. 식재료를 전쟁사와 엮어 풀어냈다. ‘잉어와 민중 십자군’ ‘레모네이드와 전염병’ ‘카카오와 분쟁’ 같은 식이다. 굶주림에 지친 1차 십자군 원정대가 콘스탄티노플에서 만난 게 바로 잉어였다. 잉어는 주전자에 넣어 운반해도 오랜 시간 살아있을 만큼 생명력이 강한 데다 단백질이 풍부하다. 패주한 십자군과 함께 잉어가 유럽에 도착했다. 양식은 성황을 이룬다. 잉어가 한때 유럽에서 인기 식재료였던 이유다. 책에는 카니발 풍습, 즉 식인 풍습의 역사도 실려 있다. 식인 풍습에 대한 초기 기록을 보면, 브라질 투피남바족은 ‘(사람을) 대부분 구워서 먹지만, 집안 행사에서는 가끔 끓여서’ 먹었다. 이를 두고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식인종들은 그들이 물리치고 싶은 상대는 굽고, 아끼는 상대는 끓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적에게는 불, 가족에겐 물인 셈이다. 고서적에서 발췌한 화보나 18세기 유화 등 음식이 등장하는 다양한 그림들도 볼거리다.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투자의 법칙

영주 닐슨. 위즈덤하우스. 1만9800원

월스트리트에서 6조원을 굴린 투자 전문가는 왜 장기 투자를 권할까. 뉴욕에서 투자책임자로 일하다 성균관대 경제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알려주는 투자의 법칙. 주식, 채권, ETF, 연금 등 다양한 투자 수단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했다.

산수의 감각

조지 셰프너. 바다출판사. 1만5000원

평범한 20대 청년이 40대에 유명 기업의 CEO가 될 확률은 얼마일까. 그가 일류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하면, 확률은 560분의 1이 된다.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는 복잡한 일상을 때론 숫자로 간단하게 간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

이성낙. 눌와. 1만8000원

조선시대는 초상화의 시대였다. 국보로 지정된 초상화만 5점, 보물로 지정된 초상화는 70점이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실물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 집중했다. 피부과 전문의인 저자는 초상화를 보며 조선시대 선비들을 ‘진단’한다. 진단 결과, 임진왜란 당시 선조를 보필했던 홍진은 딸기코종이라고도 알려진 비류를 앓고 있었다.

광물, 그 호기심의 문을 열다

이지섭. 동명사. 1만9000원

길가 바위 속엔 어떤 광물이 있을까. 보석이라 부르는 광물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광물에 대한 이야기를 읽기 쉽게 풀어놨다. 저자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LCD 부문을 거쳐 부사장을 지냈다. 30여년간 희귀광물을 수집하고 연구했다. 퇴임 후엔 민 자연사연구소를 차려 광물에 대한 지식을 주변과 나누고 있다.

인구 전쟁 2045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크리에이터. 1만6000원

2750년 한국은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먼저 없어진다. 책은 인구절벽 시대를 겪게 될 한국이 2045년에 맞이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4가지로 묘사한다. 저출산, 고령화의 심각성과 세계의 대응책을 잘 정리했다.

슬픔의 비의

와카마쓰 에이스케. 위즈덤하우스. 1만2000원

슬픔과 고난을 만났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가꿔나갔는지 기술한 에세이 25편이 실려 있다. 문예비평가인 저자는 ‘문학은 개개인의 영혼 속에서 벌어지는 단 한 번뿐인 경험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말한다.

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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