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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505호]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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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기행]소고기보다 비싼 ‘명품 조개’

1년에 5개월만 여는 새조개 식당을 찾아

▲ 새조개 샤부샤부 전문점 ‘세자리’ 식당은 육수에 큰 무를 넣어 데친 새조개를 올려놓고 먹는다.
때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이 새조개를 맛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새조개 채취는 보통 12월 이후 시작돼 5월이면 끝난다. 새조개는 조개 중에서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갈수록 어획량이 줄어 ‘명품조개’ ‘귀족조개’라고 불릴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올해는 특히 작황이 좋지 않아 ‘금조개’가 됐다. 전남 고흥 득량만에서 새조개 조업을 해온 정상래씨는 “작년보다 가격이 10배 가까이 뛰었다. 55㎏ 한 바구니에 지난해 평균 10만~13만원 하던 것이 올해는 최고가가 100만원까지 거래됐다”고 말했다. 껍데기 까고 내장 빼고 나면 알맹이는 10㎏에 불과하니 소고기보다 비싸다.
   
   지난 4월 21일 새조개의 대표적 산지 여수는 축제의 현장이었다. 여수의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떠오른 ‘낭만버스킹’이 전날 개막해, 중앙로 해양공원 일대는 관광객과 주민들로 북적였다. ‘낭만버스킹’은 오는 10월까지 5개월 동안 이어지는 행사로 매주 금~일 저녁 다양한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이날 저녁 이순신광장에서는 개막공연이 열렸다. 초대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지는 무대 앞에서는 흥이 오른 관객들의 즉석 춤판이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낭만버스킹’에 참가한 색소폰 연주자가 시민들의 발길을 잡았다. 화려한 조명을 배경으로 ‘여수 밤바다’는 가수 버스커버스커의 노래처럼 낭만이 넘쳐흘렀다.
   
   광장을 중심으로 맛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서대회, 갈치구이, 아구찜 등 신선한 해산물을 내세운 간판들이 요란하다. 그 틈에 새조개를 커다랗게 내건 식당도 눈에 띈다. 관광객들 붐비는 식당가를 뒤로한 채 차를 타고 ‘새조개 샤부샤부’ 원조가 있다는 문수동으로 향했다. 식당은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고는 식당이 있는지도 알기 힘든 곳이었다. 식당 이름은 ‘세자리’. 28년 전 식당을 시작할 때 테이블이 3개라서 ‘세자리’가 됐다는 게 식당 주인 조인숙(67)씨의 설명이다.
   
   ‘세자리’ 식당의 메뉴는 ‘새조개 샤부샤부’ 딱 한 가지다. 그래서 새조개가 잡히는 철에만 영업을 한다. 새조개 작황에 따라 영업 개시일은 매년 다르다. 이번에는 지난 12월 22일 문을 열었다. 2년 전에는 새조개가 안 잡혀 1월이 돼서야 시작했다고 하니 가기 전에 미리 전화를 해보고 가야 한다. 문을 여는 날짜는 다르지만 문을 닫는 날짜는 5월 10일로 정해져 있다. 그때가 지나면 새조개가 질겨져서 맛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조개 한 접시를 시키니 가자미회무침이 서비스로 나왔다. 매콤새콤 버무린 가자미와 함께 미나리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밑반찬도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말린 석화, 파래무침, 새우멸치볶음으로 젓가락이 바쁘게 움직인다. 통째로 담근 양파김치와 갓김치도 별미다. 매실장아찌가 어찌나 아삭아삭하고 시원한지 비법을 물었다. “설탕을 적게 넣어요. 매실 10㎏에 설탕은 6~7㎏ 정도. 냉장고에 넣어두고 계속 뒤집어줘야 해. 그렇게 숙성시키면 몇 년이 지나도 맛이 안 변하고 그대로야.”
   
   밑반찬 집어 먹는 사이 샤부샤부용 냄비에 맑은 육수가 끓기 시작했다. 육수는 다시마, 표고버섯, 대파를 주재료로 아구, 홍합, 쏙 등 그날 그날 시장에서 시원한 맛을 내는 재료들을 사와서 함께 넣는다. 특이한 것은 냄비에 반으로 쪼갠 무가 한가운데 통째로 누워 있다. 조씨의 아이디어다.
   
   “높은 사람 모시고 온 직원들 보니 새조개 건져 바치느라 정작 자기는 먹지도 못해요. 우리 아들 생각도 나고 짠합디다. 생각 끝에 무를 넣기 시작했어요. 익은 새조개랑 야채 올려놓으라고. 국물도 시원해지고 보기도 좋잖아요.”
   
   새조개는 살짝 익혀야 맛있다. 너무 익히면 질겨진다. 10초가 맛있다는 사람도 있고 ‘100도에서 1분’설도 있지만 “끓는 온도에 따라 다르다. 3~4초가 가장 맛있다”는 것이 조씨의 말이다. 보통 육수에 새조개와 야채를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조씨가 초고추장도 직접 만든 것이라고 자랑을 한다.
   
   “양파, 과일 갈아 넣고 달여서 큰 독에 넣고 1년 동안 자연숙성 시켜요. 고추장이고 된장이고 전부 내 손으로 만들어요.”
   
   먼저 새조개만 데쳐 맛을 보았다. 조갯살이 부드러우면서 탱글탱글했다. 달착지근 쫄깃한 것이 씹을수록 감칠맛이 더해졌다. 짠 바닷내도 비린내도 없다. 미나리, 상추 등 야채를 함께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또 달랐다. 야채는 동배추, 부추, 시금치, 어린쑥 등 제철 재료를 사용한다. 이른 봄 향긋한 냉이와도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고 한다.
   
   
▲ 새조개 가격은 매년 널뛰기를 한다. ‘세자리’ 식당은 올해 2~3인용 한 접시가 10만원이다.

   바다의 높이뛰기 선수
   
   새조개가 가장 맛있게 살이 오른 때는 2월 중순에서 4월 중순이다. 조씨는 “벚꽃 필 때가 절정”이라고 말했다. 새조개는 조개의 발 부분이 새부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1814년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에는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그 무늬가 참새 털과 비슷하여 참새가 변하여 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다’고 적고 있다. 샤부샤부 외에 무침, 회로도 먹는다. 새조개는 수심 6~20m의 갯벌에서 산다. 부리 모양의 발을 죽 내밀어 지렛대 삼아 이동한다. 높이뛰기 선수처럼 1m까지도 날아오른다. 껍데기가 윤기가 나고 살집이 두꺼운 것이 좋다. 초콜릿색인 부리 부분이 진할수록 맛있다.
   
   새조개를 다 먹고 나면 이 집의 또 다른 별미 ‘매생이 라면’을 꼭 먹어봐야 한다. 매생이가 몸에 좋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 술 마시는 손님들 건강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담배 규제가 없던 시절 매일 식당 안이 담배 연기로 꽉 찼어요. 그런데 어느 날 매생이를 먹고 잤더니 잠이 잘 와요. 그래서 며칠간 실험을 해봤더니 확실히 다르더라고. 매생이가 우리 몸에 고속도로를 내준다잖아요. 혈관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적이 있어요. 매생이 넣기 전후 라면 국물 맛을 비교해 봐요. 완전히 달라요.”
   
   조씨의 말대로 새조개 국물에 라면을 끓이다 매생이를 넣었더니 라면의 화학조미료 맛이 사라지고 싱싱한 바다 향이 살아났다. 조씨가 새조개 샤부샤부를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 처음엔 데쳐서 내놓았더니 금방 식어 맛이 없더란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샤부샤부였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안 해본 고생이 없었는데 새조개 덕분에 먹고살게 됐다. 세 테이블이 겨우 들어가는 작은 식당에서 시작해 현재 식당이 있는 2층 건물 짓고 1남1녀 잘 키웠다. 테이블은 8개가 됐지만 이름은 그대로 ‘세자리’다. 식당이 입소문이 나면서 한때 여수 시내에 새조개만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많이 생겼다.
   
   “한철 장사로 돈 벌었다는 소문에 이곳저곳 막 생기더니 2~3년 지나니까 싹 없어졌어요. 다른 조개류보다 유통기간도 짧고 매년 가격도 널뛰기를 하니 새조개 하나만 믿고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지금은 한철 메뉴로만 팔지 우리처럼 전문으로 하는 데는 없어요.”
   
   
▲ 새조개 샤부샤부 전문점 ‘세자리’의 조인숙 사장.(좌) ‘세자리’ 식당의 또 다른 별미 매생이 라면.

   바다의 노다지
   
   2~3명이 먹을 수 있는 새조개 한 접시는 10만원. 지난해에는 8만원을 받았는데 올해는 가격이 너무 올라 10만원 받아도 남는 것도 없다고 한다. 올해같이 작황이 안 좋은 해엔 물량 확보도 쉽지 않다. 새조개는 이동성이 좋아 서식장소가 자주 바뀌고 서식환경도 까다롭다 보니 매년 생산량도 조업 포인트도 종잡을 수가 없다. 30년째 득량만 인근서 새조개를 잡아온 정상래씨도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개 중에서도 새조개만 유독 생산량에 따라 가격변동이 심하다. 몇 년 애를 태우다가도 1년만 잘되면 대박을 칠 수 있어 ‘바다의 노다지’라고도 한다. 정씨는 “작년에는 작업비도 안 나와 아예 조업을 포기했는데 올해 다행히 가격이 좋아 주변에 수십억원 매출을 올린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새조개는 주로 갈고리가 달린 그물로 긁어 올리는 형망어업 방식이다. 여수 쪽에는 아직도 잠수해서 손으로 잡아 올리는 곳도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했는데 요즘에는 국내 소비도 부족하다. 작황이 좋은 해는 홈쇼핑에도 나온다.
   
   새조개는 아직까지 양식이 안 된다. 정씨가 “국립수산과학관에서 배양까지는 성공했지만 살포양식에는 실패했다”고 전했다. 새조개의 주산지는 서남해안이다. 남해안에서는 특히 광양만, 가막만, 진해만, 득량만에서 많이 잡힌다. 서해안에서는 천수만을 방조제로 막은 후 잡히기 시작했다. 충남 홍성 남당항에서 매년 1~2월 새조개 축제가 열린다. 축제 덕분에 새조개가 서해안의 명물이 됐지만 사실 이곳에서 먹은 새조개가 서해안에서 잡힌 것은 아니다. 최근 서해안 쪽 어획량이 계속 줄어들어 대부분 여수, 고흥 등 남해안 새조개가 이곳으로 모인다. 새조개는 추울수록 빨리 자란다. 비타민 B12, B1을 비롯해 철분, 타우린, 필수아미노산 등이 풍부하다. 차가운 겨울바다에서 살이 차오른 새조개를 맛보려면 기다림이 필요하다. 인내의 맛은 달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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