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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6호] 20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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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옥의 숨은 영화 찾기] ‘몬태나’ 결투·추격신 대신 사막과 바람만 인간의 한계 묻는 새로운 서부극

대담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 배종옥  영화배우  

신용관 | 오늘은 개봉영화 ‘몬태나’(Hostiles·감독 스콧 쿠퍼)를 갖고 얘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오랜만에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만나게 됐네요.
   
   배종옥 | 개인적으로 주드 로, 니콜 키드먼 주연의 ‘콜드 마운틴’(Cold Mountain·감독 앤서니 밍겔라, 2003)을 그 방면 최고의 영화로 여겨왔습니다. 이번에 그에 못지않은 작품을 발견하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신용관 | 저는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에서 명장 론 하워드 감독의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1992)를 베스트로 꼽아왔습니다.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의 리즈 시절에 찍은 수작이지요. 마지막 장면에서 불모의 땅에 톰 크루즈가 그들 소유임을 표시하는 깃발을 꽂는 데 성공한 직후 화면에 흐르는 아일랜드 가수 엔야(Enya)의 ‘Book of days’는 잊을 수 없는 감흥을 안겼습니다.
   
   배종옥 | ‘몬태나’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19세기 말 서부 쪽으로 지배권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인디언 원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했던 미국 정부는 화해의 제스처로 인디언 추장 옐로 호크(웨스 스투디 분)와 가족을 그들의 고향 몬태나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하지요. 그리고 안전한 호송의 책임자로 조셉 블로커 대위(크리스천 베일 분)를 지명합니다.
   
   신용관 | 문제는 블로커 대위가 그들을 치가 떨릴 정도로 증오한다는 데 있지요. 익히 예상할 수 있듯 동료 군인들이 잔인한 인디언 부족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한 사실 때문입니다. 영화는 뼛속까지 인디언에 분노하는 블로커가, 역시 백인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는 인디언 추장 가족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빠지게 되는 아이러니를 주된 모티브로 하고 있는 거지요.
   
   배종옥 | 바로 그 점에서 기왕에 우리가 익숙한 서부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주제를 담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듯합니다.
   
   신용관 | 그렇습니다. 사실 서부 개척사는 미국 영화산업에 있어서 무진장한 광맥(鑛脈)의 구실을 했지요.
   
   배종옥 | 저는 서부영화를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쟁쟁한 배우들이 나온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게리 쿠퍼, 존 웨인, 헨리 폰다, 제임스 스튜어트, 커크 더글러스, 버트 랭카스터….
   
   신용관 | 존 포드, 프레드 진네만 같은 거장 감독들도 서부극에서 그 재능을 빛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서부극의 대명사인 존 포드는 ‘황야의 결투’(My Darling Clementine·1946)에서 ‘와이어트 어프’라는 명보안관 캐릭터를 전 미국인의 영웅으로 올려놓았습니다.
   
   배종옥 | 한 시대를 풍미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서부영화의 전통에서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 건가요?
   
   신용관 | 1960년대 이후 이른바 ‘수정주의’ 서부영화라는 흐름이 생겨났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스타로 만든 이탈리아계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가 대표주자인 ‘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s)’이 바로 그것인데요. 폭력과 잔인함, 선악의 극한 대립 등 오락적 요소에 치중했었지요.
   
   배종옥 | 남자들은 참 단순한 듯해요. 알고 보면 ‘허세’에 불과한 주인공들인데.(웃음)
   
   신용관 | 서부영화의 본령 존 웨인은 좀 다르지요. 담배 브랜드 말보로가 카우보이를 70여년째 메인 광고 모델로 세울 정도로 미국인들의 카우보이에 대한 향수와 선망은 여전합니다.
   
   배종옥 | 하지만 ‘몬태나’엔 서부영화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요소들이 거의 없습니다. 팝콘 통을 들고 극장을 찾았던 적잖은 남성 관객들이 “이게 뭐야?” 툴툴거리며 문을 나섰을 거 같아요.(웃음)
   
   신용관 | 서부영화나 갱영화, 재난영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습화된 영화적 요소, 즉 ‘컨벤션(convention)’이 이 영화엔 없습니다. 100년 가까이 세계의 영화 관객들을 매료시켰던 ‘웨스턴 컨벤션’, 즉 결투신, 하얀 말, 고독한 영웅, 시커먼 복장의 무법자, 매력적인 여교사, 술집, 역마차 추격전 같은 것이 없는 거지요.
   
   배종옥 | 딱 하나가 있긴 하네요. 광활한 자연! 끝없이 펼쳐진 평원과 석양의 붉은 빛으로 가득한 사막, 계곡 사이를 휘감는 바람…. 촬영감독이 누군지는 몰라도 아주 묵직하고 깊이 있게 찍었더군요.
   
   신용관 | 동감입니다. 영화 ‘몬태나’를 보는 즐거움의 하나는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고요와 정적(靜寂)인 듯합니다.
   
   배종옥 | 거대한 자연의 숭엄미(崇嚴美)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도 통한다고 봅니다. 벌거벗은 바위산을 비추는 햇빛과 그 그림자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해요. “백인과 인디언, 니들 서로 총 쏴 죽이고 머리껍질 벗기고 불태우고 강간하면서 분노와 복수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그거 다 대자연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거든.”
   
   신용관 | 맞습니다. 원제 ‘Hostiles’에서 단박 알 수 있듯 영화는 인간의 ‘적개심’에 메스를 갖다 대고 있지요.
   
   배종옥 | 나이 50 넘기면 자연히 알게 되지만, 복수심으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지요.
   
   신용관 |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는 어땠습니까. 저는 얼굴의 반을 덮은 수염 때문에 장면이 바뀌어도 표정이 거의 변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만. 조셉 블로커 대위라는 캐릭터의 묘사가 다이내믹하지 못하고 너무 평면적이지 않았나 싶은데요.
   
   배종옥 | 연기 할 거 훌륭하게 다 했고요.(웃음) 사실 긴 호흡의 신을 아무 배우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대사까지 별반 없으면 죽을 맛이지요. 더구나 크리스천 베일이 연기한 배역은 속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잖아요. 3중고(重苦) 속에서 보란 듯이 연기했어요. 체중도 일부러 늘린 듯하고.
   
   신용관 | 가만 보면, 남자 배우들에게 편파적으로 후한 느낌입니다.(웃음)
   
   배종옥 | 제가 음양론을 기반으로 한 팔상체질(八象體質) 의학을 믿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고기를 안 먹어요. 음과 양의 조화, 이거 중요한 거예요.(웃음)
   
   신용관 | 스콧 쿠퍼라는 감독 이름이 낯선데요. 올해 48세입니다.
   
   배종옥 | 긴 호흡의 영화인데도 저는 131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감독의 뚝심이 강하게 전달되더군요. 60이 넘은 연륜의 감독인 줄 알았는데.
   
   신용관 | 모든 시대극은 코미디가 아닌 다음에야 현재를 되짚어보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봐요. ‘몬태나’가 흑백 간 반목과 증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트럼프 시기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듯합니다. 제 별점은 ★★★☆. 한 줄 정리는 “화해와 용서, 말처럼 쉽지 않음을 침묵 속에서 웅변한다”.
   
   배종옥 | 저는 ★★★★. “긴 호흡의 화면이 반가운, 간만에 만난 반가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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