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미국에서 열린 빌보드 시상식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 ⓒphoto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난 5월 20일 미국에서 열린 빌보드 시상식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 ⓒphoto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중소 패션회사에 근무하는 박용석(45) 부장은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1위’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작은 기획사의 ‘흙수저 아이돌’이 세계 1위를 차지했는지 의아했다. 대기업에 치여 마케팅 활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씨에게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박씨는 당장 팀원들과 방탄소년단의 성공법을 배우기 위해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기업도 정치권도 방탄소년단의 성공법을 연구하느라 바쁘다. 지난 3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방탄소년단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만든 김예구 연구원은 “금융권에서도 방탄소년단처럼 디지털 채널을 통해 고객과 소통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홍보 방법을 시도 중”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1월 ‘방탄소년단에 배워야 할 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탄소년단처럼 정치인도 소셜미디어 운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입시에도 방탄소년단 관련 문제가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서울대 서양사학과 수시면접에서는 ‘방탄소년단이 한국어로 노래해도 미국에서 성공한 이유’를 묻기도 했다. 최근에는 ‘BTS를 철학하다’ ‘BTS 예술혁명’ 등 방탄소년단 성공의 의미를 인문학적으로 분석한 책도 출간됐다.

방탄소년단이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5월 27일(미국 현지시각) 방탄소년단의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가 미국의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앨범이 발매된 지 불과 열흘 만의 기록이다. 한국 가수로는 물론 최초이고 빌보드 200 차트에서 비영어권 음반이 1위를 차지한 건 2006년 팝페라 그룹 일디보 이후 12년 만이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6월 ‘2 COOL 4 SKOOL’ 앨범으로 데뷔해 국내 음악 시상식의 신인상을 휩쓸며 존재를 알렸다. 그 후 방탄소년단은 앨범마다 성장을 거듭하며 음반 판매량, 유튜브 조회수 등에서 ‘대한민국 최초’ 타이틀을 갈아치웠다. 지난해에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가 독식해오던 국내 앨범 판매량 1위 자리를 10년 만에 갈아치운 것을 비롯, 최근 발매한 앨범은 열흘 만에 100만장을 돌파했다. 방탄소년단이 올해 빌보드 시상식에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상을 수상하고, 빌보드 1위에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을 두고 ‘소셜미디어로 성공했다’ ‘퍼포먼스로 팬을 사로잡았다’고 단순하게 평가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논하기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에 춤 잘 추는 꽃미남 아이돌은 많다. 소셜미디어 활용은 업계에서 쓰는 흔한 마케팅이다. 국내 굴지의 기획사가 키운 ‘금수저 아이돌’도 실패한 미국 시장에서 어떻게 중소 기획사의 ‘흙수저 아이돌’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방탄소년단의 성공에는 분명 다른 문법이 있다. 무엇보다 고정관념을 깬 역발상의 철학이 그들의 성장과 함께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거꾸로 성공학’을 들여다보자.

올해 빌보드 시상식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 ⓒphoto 뉴시스
올해 빌보드 시상식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 ⓒphoto 뉴시스

1 데뷔 전 완성된 아이돌 데뷔 후 → 성장하는 아이돌

진정성을 먼저 보다

회사원 백장우(52)씨는 딸 때문에 방탄소년단을 알게 됐다. “맨날 무슨 휴대폰만 그렇게 들여다보냐”는 핀잔에 딸 유진(18)양은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 무대 영상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다가 나중엔 ‘제법이네’, 그리고 무대가 끝날 때쯤엔 ‘끝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방탄소년단을 말할 때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바로 ‘칼군무’다. 마치 한 몸인 듯 딱딱 맞아떨어지는 춤을 보면 그들이 타고난 춤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칼군무 속에는 숨겨진 눈물이 있다.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를 만든 디렉터 손성득씨는 “방탄 멤버들이 원래 지금처럼 춤을 잘 추는 친구들은 아니었다”면서 “엄청난 연습량으로 극복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방탄소년단은 연습생이 되기 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을 쌓은 래퍼들에 비해 보컬들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방탄소년단의 보컬은 탄탄해졌다. 세계적인 DJ 스티브 아오키가 방탄소년단 보컬 멤버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제안해 ‘전하지 못한 진심’이라는 발라드곡이 탄생하기도 했다.

지금도 방탄소년단은 성장하고 있다. 데뷔 전 춤만 추던 제이홉이 자작곡을 만들고, 춤 못 추던 래퍼 RM과 슈가는 칼군무를 춰낸다. 연기자 지망생이라 노래에는 소질이 없었던 진은 피나는 연습으로 고음 파트를 해낸다. 방탄소년단은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처럼 데뷔 초부터 완성된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노력으로 극복하고 성장했다. 방탄소년단을 키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는 “멤버들을 뽑을 때 음악을 얼마나 하고 싶어하는지, 진정성이 있는지를 우선 봤다”고 말했다. 의지와 진정성이 성공의 시작이었다.

2 유명 작곡가의 후크송 → 직접 작사·작곡 참여

팬과의 대화가 노래로

방탄소년단의 팬 김호원(21)씨는 ‘낙원’이라는 노래를 듣고 감탄했다. 멤버 슈가가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 꿈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행복하면 됩니다”라고 했던 말이 노래 가사가 됐기 때문이다. ‘멈춰 서도 괜찮아. 아무 이유도 모르는 채 달릴 필요 없어. 꿈이 없어도 괜찮아. 잠시 행복을 느낄 네 순간들이 있다면.’

리더 RM은 콘서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도 데뷔할 때 망할까봐 엄청 무서웠어요. 우리를 알아봐준 여러분이라면 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Magic Shop’이라는 노래로 만들어졌다. ‘이 기적 아닌 기적을 우리가 만든 걸까? No, 난 여기 있었고 니가 내게 다가와준 거야.’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에 녹여낸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들에게 건넸던 말이 가사가 되고, 노래를 듣는 팬들은 다시 그때를 떠올리며 감동한다. 사회의 부조리, 기성세대의 모순을 거침없이 지적하는 노래에 팬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리더 RM은 “세계 어디서나 청춘은 비슷한 고민을 한다”면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청춘들이 함께 겪고 있는 일들을 노래로 다루기 때문에 우리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에게 충고하듯 쓴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수십짜리 신발에 또 수백짜리 패딩, 수십짜리 시계에 또 으스대지 괜히. 떼를 쓰고 애를 써서 얻어냈지, 찔리지?’(‘등골브레이커’)라든가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 그렇게 살아내다가 언젠가 사라지는 것. 멍 때리다간 너 쓸려가’(‘Tomorrow’)라고 조언한다.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없다.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쩔어’)라는 가사로 기성세대를 향해 일침을 날리고, ‘그 말 하는 넌 뭔 수저길래 수저수저 거려 난 사람인데’(‘불타오르네’)라며 ‘수저 계급론’을 비꼰다.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에게 데뷔 초부터 “내면의 목소리를 내라”고 강조했다. 멤버가 모두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존 K팝 아이돌은 유명 작곡가에게 곡을 사와서 노래만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중독성 있는 후크송, 흔한 사랑 타령 일색이었다. 방시혁 대표는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이 너무 즐기는 데 집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방탄소년단은 반대로 갔다”고 했다. “아이돌이 무슨 힙합이냐?”는 조롱에도 계속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리고 남과 다른 길이지만, 그 길이 맞았음을 성적으로 증명해냈다.

3 수직 커뮤니케이션 → 수평 커뮤니케이션

우상이 아닌 친구가 되다

7살 딸을 키우는 주부 권미정(40)씨는 얼마 전 미국에서 진행한 방탄소년단의 인터뷰를 보며 한참 웃었다. “멀쩡하게 생긴 애가 말도 안 되는 ‘콩글리시’를 쓰면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인터뷰를 하더라고요. 영어 못 한다고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어찌나 당당한지. 자기들끼리 재밌어서 깔깔거리는 걸 보니 쟤들은 긴장도 안 하나 싶고 신기하더라고요. 그걸 보니 우리 애도 방탄소년단처럼 당당하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탄소년단은 솔직함이 무기다. 소탈함과 친근함으로 팬들을 사로잡는다. 과거의 스타들은 대개 신비주의를 고수했다. 아이돌은 팬들의 우상이 되어 예쁘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팬들과 친구처럼 소통한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팬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며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하고 싶다”고 말한다.

솔직함은 노래 가사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느끼는 부담감은 ‘솔직히 무서워 넘어지는 게. 너희들을 실망시키는 게’(‘Anpanman’)라고 노래하고, ‘하루는 너무 잘돼, 그 다음 날은 망해’(‘Airplane pt.2’)라며 그저 평범한 사람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친근하다. 멤버 뷔는 “학교에서 친구가 없다”는 초등학생 팬에게 직접 답장을 써서 화제가 됐다. “형도 이제부터 너의 친구니까 무럭무럭 커서 꼭 만나자”는 내용의 손편지를 찍어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댓글에는 “세계적인 스타가 돼도 역시 변함이 없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방탄소년단이 ‘촌놈들’로 구성된 팀이라는 점도 친근감을 준다. 방시혁 대표는 해외진출을 위해 외국인 멤버를 필수적으로 영입하던 관행에 연연하지 않았다. 방탄소년단 멤버 7명은 모두 지방 출신이다. 경기도, 부산, 대구, 광주 등에서 온 멤버들은 그런 사실을 숨기기보다 당당하게 노래한다. ‘내카 모 고향이 대구 아입니꺼. 그캐서 오늘은 사투리 랩으로 머시마 가시나 신경 쓰지 말고 한번 놀아 봅시더.’(‘팔도강산’)

이런 모습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들에게도 큰 매력이다. 서구권에서는 사생활 보호에 대한 인식이 강해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으로 스타의 일상을 간신히 엿볼 수 있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스타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방탄소년단처럼 ‘민낯’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스타는 찾기 힘들다. ‘넘볼 수 없는 우상’이 아니라 ‘친구 같은 스타’의 모습에서 팬들이 신선한 충격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수직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수평 커뮤니케이션, 팬을 사로잡은 매력이다.

4 공중파 → 모바일

차선책을 최선책으로 만들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돌의 운명은 기획사의 파워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뷔 당시 방탄소년단 같은 중소 기획사의 신인이 공중파 방송에 나가기는 지극히 어려웠다.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승전보를 울릴 때 ‘처음 보는 애들이 어떻게?’라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다.

빅히트는 공중파 방송사 대신 디지털미디어를 공략했다. 유튜브, 브이앱, 트위터를 주로 이용했다. 방탄소년단은 유튜브에 개설한 채널 ‘방탄TV’를 통해 안무 영상을 올리고 대기실에서 자유롭게 노는 모습도 보여줬다. 네이버의 인터넷 방송 서비스인 브이앱을 통해서는 ‘달려라 방탄’이라는 자체 제작 예능도 방송한다. 멤버들은 놀이동산에서 미션을 수행하기도 하고, 여장을 한 채 콩트를 선보이기도 한다.

차선책은 최선의 접근법이 됐다. 모바일로 영상을 보고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세대에게 제대로 먹힌 것이다. 모바일은 해외 팬에게도 손쉬운 접근 통로다. 저작권 때문에 보기 어려운 공중파 방송 대신 무료로 공급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편한 시간대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을 연구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이를 ‘3C’로 분석했다. 적합한 채널(Channel)을 선택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Contents)를 제공한 덕분에, 충성 고객(Community)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에 환호하는 해외 팬들. ⓒphoto 뉴시스
방탄소년단에 환호하는 해외 팬들. ⓒphoto 뉴시스

5 통제 → 자유

신뢰가 춤추게 하다

아이돌은 기획사에서 만들어낸 ‘상품’이다. 때문에 기획사들은 아이돌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한다. 실제로 아이돌 멤버들이 공중파 예능에 나와 “3년 동안 연애 금지”라든지 “아직까지 개인 휴대폰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듣게 된다. 같은 기획사에 소속된 아이돌의 이미지와 음악 색깔이 비슷한 것도 ‘공장형 아이돌’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방시혁 대표는 달랐다. 통제 대신 자유를 줬다. 데뷔 초부터 특별히 규제를 하지 않았다. 멤버들은 말과 행동을 검열하지 않는 기획사 덕분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팬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기획사가 만들어놓은 틀에 가수들을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풀어놓으니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신들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었다.

소셜미디어는 잘 이용하면 엄청난 홍보 효과를 주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내용도 금방 확산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방시혁 대표가 이런 ‘양날의 검’을 멤버들 손에 쥐여줄 수 있었던 것은 멤버들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팬들과 실시간으로 만나기 때문에 자칫 오해를 사거나 문제 되는 언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멤버들을 믿은 것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 역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 멤버 7명은 개인 계정을 만들지 않고 하나의 트위터 계정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욕하지 않기’ ‘음주 트윗 하지 않기’ ‘노출사진 올리지 않기’ 등 소셜미디어 활동 규칙도 만들었다. 자유가 주어진 만큼 실수에 대한 책임도 확실히 진다.

노래에 여성혐오적인 가사가 많다는 논란에 방탄소년단은 콘서트에서 문제가 되는 가사를 바꿔 불렀다. ‘남자는 담배, 여자는 바람 필 때’(‘BTS Cypher pt.3’)라는 부분이 ‘누구는 담배, 누구는 바람 필 때’로 달라졌다. 이 후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가사를 쓴 뒤 여성학 교수에게 조언을 구하고 여성학 책을 읽기도 했다.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최순화 교수는 저서 ‘뉴노멀 시대의 마케팅’에서 “공감과 위로,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변화시킨다”며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면, 기업의 잘못이나 실수에도 관대해진다”고 분석했다.

6 그림자였던 팬클럽 → 조력자가 된 팬클럽

소비와 생산을 동시에, 팬들이 프로슈머가 되다

최근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ARMY)’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에 랭크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빌보드 1위를 축하하며 “노래를 사랑하는 일곱 소년과 소년들의 날개 ‘아미’에게 축하 인사를 전합니다”라고 썼기 때문이다. 외국 언론들 역시 방탄소년단의 충성도 높은 팬덤 ‘아미’에 주목한다. 최근 방탄소년단이 미국에 입국할 때 ‘아미’들이 보라색 리본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미’는 방탄소년단만큼 유명세를 치르며 고유 브랜드가 됐다.

‘아미’는 단순한 팬을 넘어 콘텐츠를 생산한다. 팬이 소비와 생산을 동시에 하는 ‘프로슈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아미’가 만드는 콘텐츠는 크게 세 종류다. 첫 번째는 한국어로 된 콘텐츠를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 두 번째는 뮤직비디오를 보는 해외 팬들의 반응을 촬영한 리액션 영상, 마지막은 재미있는 콘텐츠만 모아 재생산한 영상이다.

방탄소년단이 한국어로 노래하고 소셜미디어에 한글로 글을 남기면 팬들이 순식간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재생산한 다. 덕분에 언어의 장벽이 없다. 리액션 영상은 방탄소년단에 ‘입덕’(팬이 된다는 뜻의 은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한 유명 유튜버가 ‘쩔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극찬하는 ‘리액션 영상’ 때문에 해외에서 방탄소년단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었다. 방시혁 대표도 “방탄소년단이 해외 팬들의 관심을 얻기 시작한 계기는 리액션 영상 덕분”이라고 할 정도다.

‘아미’가 낸 입소문도 방탄소년단의 인기에 한몫했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다른 아이돌이 공장형이라면 방탄소년단은 자율학습형”이라고 분석하면서 “직접 작사·작곡을 한 방탄소년단을 팬들이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다 보니 방탄의 팬임을 더 드러내고 주위에도 자신있게 소개하게 된다”고 했다. 마케팅 이론가 잭 트라우트는 저서 ‘차별화 마케팅’에서 “스스로 나팔을 부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나팔을 불어주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기획사에서 소위 말하는 언플(언론 플레이)을 하는 것보다 팬을 통해 구전되는 힘이 훨씬 강력하다는 뜻이다. 작았던 물결이 점점 파장을 일으키며 연못 전체로 퍼져나가듯이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이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방탄소년단. 네이버 브이앱 ‘달려라 방탄’(왼쪽)과 공식 트위터(오른쪽).
디지털 매체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방탄소년단. 네이버 브이앱 ‘달려라 방탄’(왼쪽)과 공식 트위터(오른쪽).

7 스타를 사랑하라 → 팬 자신을 사랑하라

선한 영향력을 전하다

“Please ARMY, Remember what we say. Love myself, Love yourself!(아미, 우리 말을 기억해주세요. 스스로를 사랑하세요.)”

지난해 빌보드에서 처음으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뒤 리더 RM이 발표한 소감이다. 자신들을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해 달라’는 게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외쳤다. 방탄소년단은 실제로 이 메시지를 실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유니세프와 함께 ‘Love yourself’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더 이상 폭력에 노출되어 고통받지 않도록 하자”는 게 그들의 목표이다. 이 캠페인을 위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4억원, 기획사인 빅히트가 1억원을 출자해 5억원의 기금을 만들었다.

방탄소년단은 팬들의 선물도 사양했다. 일부 극성 아이돌 팬들은 이른바 ‘조공’이라는 이름으로 가수에게 선물을 한다. 값비싼 선물 공세를 하는 바람에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방탄소년단은 “편지를 제외한 모든 선물은 받지 않겠다”면서 팬들을 향해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방시혁 대표는 한 방송에서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빛나는 스타를 넘어 팬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음악인이 되길 바랐다”고 입을 열었다. “처음 방탄소년단을 만들 때 세계적인 가수가 목표는 아니었다. 회사도 주류는 아니었다. 이런 결과를 한 번도 예상한 적이 없다. 다만, 이 친구들과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

마케팅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 교수는 저서 ‘이기는 마케팅’에서 “마케팅이란 모든 사람의 마음과 영혼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는 기능적·정서적인 충족감을 넘어 영적인 충족감까지 얻고자 한다”면서 “모든 것은 인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팬들과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고, 음악으로 마음과 영혼에 호소하는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그 자체로 ‘이기는 마케팅’ 비법이었던 셈이다.

방탄소년단은 영화 ‘해리포터’와 닮았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를 두고 단순히 ‘애들용 오락영화’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화려한 영상미, 탄탄한 스토리, 그 속에서 각각의 캐릭터가 매력을 뽐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도 겉모습은 10대들이 열광하는 여느 아이돌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화려한 퍼포먼스, 스토리가 있는 음악, 그리고 무지개처럼 각기 다른 일곱 명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더 이상 ‘아이들만의 우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방탄소년단은 K팝 성공의 공식을 완전히 새로 썼다. 그들은 지금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방법으로,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

슈가(본명 민윤기)

생년월일 1993년 3월 9일

출신지 / 역할 대구광역시 / 래퍼

특징 무기력함이 매력적인 ‘민피디’

진(본명 김석진)

생년월일 1992년 12월 4일

출신지 / 역할 경기도 과천 / 보컬

특징 아재 개그 잘하는 ‘월드와이드 핸섬’

정국(본명 전정국)

생년월일 1997년 9월 1일

출신지 / 역할 부산광역시 / 보컬

특징 다재다능한 ‘황금 막내’

RM(본명 김남준)

생년월일 1994년 9월 12일

출신지 / 역할 경기도 일산 / 리더, 래퍼

특징 영어 잘하는 ‘뇌섹남’

지민(본명 박지민)

생년월일 1995년 10월 13일

출신지 / 역할 부산광역시 / 보컬

특징 현대무용 전공한 ‘망개떡’

제이홉(본명 정호석)

생년월일 1994년 2월 18일

출신지 / 역할 광주광역시 / 래퍼

특징 에너지 넘치는 ‘안무팀장’

뷔(본명 김태형)

생년월일 1995년 12월 30일

출신지 / 역할 대구광역시 / 보컬

특징 사차원 매력이 돋보이는 ‘뷔주얼’

BTS는 누구인가?

유튜브서 1억뷰 넘는 뮤비 13편

지금 전 세계는 방탄소년단(BTS)으로 뜨겁다. 지난 5월 20일 빌보드 시상식에서 사회자인 켈리 클락슨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보이밴드”라고 방탄소년단을 소개했다. 국적도, 음악 장르에 대한 언급도 없이 그저 ‘가장 훌륭한’이라는 수식어만으로 방탄소년단을 설명한 것이다.

빌보드 차트는 1970~1980년대 팝송을 듣고 자란 ‘빌보드 키즈’들에게 좋은 음악을 고르는 기준이었다. 당시 빌보드 차트에는 미국과 영국 출신 가수들이 주를 이루었고, 당연히 영어 노래가 절대 다수였다. 하지만 2018년 현재 빌보드 200 차트에서는 한국어 노래가 담긴 앨범이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5월 18일 발표된 방탄소년단의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다. 개별 노래의 인기를 나타내는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이번 앨범 타이틀곡 ‘FAKE LOVE’가 10위에 올라 있다.

방탄소년단의 진기한 기록에 전 세계가 뜨겁게 반응했다. 미국 대중음악 매거진 ‘롤링스톤’은 “한국의 보이밴드가 공식적으로 미국을 점령했다”고 평했고,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 역시 “BTS가 가장 거대한 음악시장에서 거스를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1497만여명으로 우리나라 1위다. 최근 발표한 신곡 ‘FAKE LOVE’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 공개한 지 4시간 55분만에 1000만 뷰를 넘어서 한국 가수 역대 최단시간 기록을 돌파했다. ‘쩔어’ ‘불타오르네’ ‘피 땀 눈물’ ‘상남자’ ‘Save me’ ‘Not today’ ‘봄날’ ‘DNA’ ‘Danger’ ‘I need you’ ‘호르몬 전쟁’ ‘Mic drop’ ‘FAKE LOVE’ 등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13편은 1억뷰를 넘어서서 한국 가수 최다 1억뷰 보유 기록을 수립하는 기염을 토했다.

방탄소년단의 활약에 힘입어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924억원, 영업이익은 325억원을 넘어섰다. 소위 빅3 기획사로 꼽히는 SM, YG, JYP의 영업이익을 넘어선 수치다. 단 한 팀의 아이돌 가수만 보유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다수의 인기 그룹을 보유한 3사의 실적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은 방탄소년단의 가치를 짐작게 한다. 하나금융투자측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가 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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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선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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