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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2515호]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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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기행] 뉴욕 피자 전쟁의 최후 승자 줄리아나 피자

박대권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피자가 이탈리아에서 기원하여 미국의 상업화 및 기업화로 전 세계로 전파된 음식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과거에는 피자가 ‘서양 빈대떡’ 또는 ‘서양 파전’으로 불렸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빈대떡이나 파전이 ‘한국식 피자’라고 불릴 만큼 우리 입맛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에 피자가 보통 사람이 돈 주고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된 것은 1985년 피자헛이 이태원에 1호점 영업을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설립자와 회사의 부침이 있었지만 피자라는 음식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대중화시킨 공이 크다. 그 이전의 피자는 소수만이 출입 가능한 미군 부대나 호텔 양식당, 백화점 경양식집 정도에서나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자헛을 상징하는 빨간 지붕의 오두막 모양 건물을 곳곳에서 본 기억이 있을 거다.
   
   피자가 대중적으로 소비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치즈와의 관계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과거 남대문의 도깨비시장이나 부촌의 상가 내 ‘미제가게’에서나 구입이 가능했던 치즈가 1980년대 이후 본격적인 수입 자유화와 함께 대중화되면서 피자에 대한 수요가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말랑말랑한 밀가루 반죽 위에 치즈가 한가득 펼쳐 있는 피자의 식감을 우리 전통 음식에서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피자가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피자가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미국 사람들이 많다. 이탈리아 이민 거주 지역과 상관없이 다양한 피자 브랜드의 프랜차이즈점과 동네 피자집들이 가득한 점도 미국인들이 피자를 자연스럽게 미국 음식으로 여기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마치 김밥이 일본에서 유래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일본 음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아침, 점심, 저녁 등 먹는 음식의 분류가 비교적 명확한 미국인들에게는 피자가 꽤나 다용도 음식이다. 콘플레이크나 토스트를 아침에 먹지 점심이나 저녁에 먹는 미국인은 거의 없다. 또한 햄버거를 점심식사나 맥주 안주 정도로 여기지 아침이나 저녁식사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피자의 경우 점심에 주로 먹기는 하지만 야식뿐 아니라 해장용으로도 먹는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들과 모여서 미식축구를 시청할 때 반드시 먹는 음식이 피자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치맥’에 이어 피자와 맥주를 함께 먹는 ‘피맥’이 인기인데, 미국인들에게는 운동경기를 시청하면서 즐기는 음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피자에 관한 명언들
   
   김밥이 귀천 없이 먹는 음식인 것처럼 피자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피자를 즐겨 먹는 사실을 어록으로 남긴 유명인들이 많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And I don’t cook, either. Not as long as they still deliver pizza(저는 요리를 하지 않아요. 피자배달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예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 많은 돈을 벌고서도 피자를 배달시켜 자주 먹는다는 걸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야구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긴 뉴욕 양키스의 포수였던 요기 베라(1925~2015)는 큰 판으로 된 피자를 조각조각 자르는 시간이 아까웠나 보다. “You better cut the pizza in four pieces because I’m not hungry enough to eat six(피자 한 판을 네 조각으로 나누세요. 나는 여섯 조각을 먹어야 할 정도로 배고프지는 않아요)”라는 말을 했다. 이런 실용적인 의견 말고 좀 철학적인 내용도 있다. 작가인 베네딕트 스미스는 “Life is mostly pain and struggle; the rest is love and deep dish pizza(인생은 대부분이 고통과 힘겨운 투쟁입니다. 그 나머지는 사랑과 (시카고식) 피자일 뿐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피자가 ‘사랑’이라는 영구불변의 가치와 동급이란다. 현재 상영 중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카이스크래퍼’의 제작자 겸 주연이자 ‘분노의 질주’로 우리에게 익숙한 드웨인 존슨도 한 마디를 남겼다. “I would never win an award for not loving pizza.(피자를 좋아하지 않아야 상을 준다면 저는 어떤 상도 절대 받지 않을 거예요!)” 그가 영화 흥행으로 상을 받게 되면 누군가가 던져볼 만한 질문일 것 같다.
   
   피자가 이탈리아산 음식이기 때문에 미국의 소문난 피자집들도 이탈리아 출신들이 많이 사는 곳을 중심으로 발달되었다. 그러한 연유로 보스턴, 뉴헤이븐, 뉴욕 등의 동북부 해안가의 과거 공업도시에 유서 깊은 피자집들이 많고 기타 지역은 중부 내륙의 시카고 정도이다. 해안가 도시들의 피자는 이탈리아에서 먹는 것처럼 얇게 편 밀가루판(thin-crust) 위에 갖은 재료를 올리는(topping) 방식을 따른다. 프랜차이즈 체인보다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는 피자라 하겠다. 시카고식은 ‘dip-dish(깊은 접시)’ 피자라는 말처럼 두껍다. 그리고 그 안을 채워넣는 방식(stuffing)이다. 속을 채워넣은 스터핑 방식은 원산지에서는 생소하기 때문에 시카고식 피자가 피자냐 아니냐를 놓고 한때 논쟁이 있기도 했다.
   
   
   뉴욕 피자 전쟁의 배경
   
   피자 장인으로 유명한 팻시 그리말디(Patsy Grimaldi)가 운영하는 뉴욕 줄리아나 피자(Juliana’s Pizza)는 공식적으로 2012년 12월에 개점했다. 신생 피자집이 뉴욕의 대표 피자집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실제적으로는 1990년부터 그리말디 피자(Grimaldi’s Pizza)라는 상호로 영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사정이 좀 복잡하다. 1998년 팻시 그리말디가 은퇴를 하면서 상호와 프랜차이즈 권리를 프랭크 치올리(Frank Ciolli)에게 넘겼다. 프랭크 치올리는 가게를 인수한 이후 2011년 가게를 원래 자리(지금의 줄리아나 자리)였던 올드풀턴로 19번지(19 Old Fulton St)에서 길 건너 1번지로 더 넓혀서 옮겼다. 단순한 가게 매매 거래로 끝날 일에 변수가 생긴다. 19번지 상가 건물 주인인 왁스만(Waxman)이 그리말디의 은퇴가 몹시 서운하고 못마땅했던지 다른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왁스만은 치올리의 가게가 옮겨가 문을 열었지만 자신의 건물에서 피자를 구워내던 피자 화덕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이를 치올리에게 넘기지 않았다. 이에 새 장소에서 그리말디의 상징인 벽돌화덕 없이 장사를 시작하게 된 치올리는 불법변경 200만달러, 임대계약 위반 200만달러, 불법간섭 200만달러 등 총 600만달러(약 67억원)의 거액 소송을 제기했다.
   
▲ 항상 손님들로 붐비는 줄리아나 피자. photo pizzaventures

   ‘피자란 이런 것이다’
   
   상가 주인 왁스만은 팻시가 은퇴한 지 1년 후부터 복귀를 계속 부추겼지만 팻시는 바로 답하지 못한 채 몇 년을 보냈다. 한때 팻시는 복귀를 생각하며 다른 지역에 피자집을 내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 결국은 80의 나이에 다시 복귀를 선언하면서 3년의 소송과 분쟁 끝에 과거 자신이 그리말디를 운영하던 자리에 줄리아나로 상호를 바꿔 영업을 시작하였다. 새로운 상호명인 줄리아나는 그의 어머니의 이름에서 따왔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듯이 줄리아나 피자도 여느 유명한 집처럼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방문하면 맛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평일에도 30분 이상은 줄 설 각오를 하고 가야 한다. 조각 피자는 팔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 맛을 보려고 간다면 난감해질 수 있다. 여럿이 와서 왁자지껄하게 먹는 분위기다. 벽돌오븐에 구워서인지 피자 밑바닥이 좀 많이 그을린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 같이 갔던 일행은 탄 거 아니냐고 물었다. 불냄새라 부를 수 있는 특유의 향이 있는데 30년 가까이 된 오븐 때문이란다. 거액의 소송이 벌어지는데 이 불냄새도 당연히 한몫했을 것 같다.
   
   밀가루 반죽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해서 그냥 밀가루만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듬뿍 올린 모차렐라치즈는 ‘피자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을 먹기도 전에 들게 한다. 한입 베어물면 토마토소스와 치즈, 그 위에 올린 오일이 입속을 촉촉하게 적신다. 짭짤한 페퍼로니가 슴슴할 수 있는 재료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면서 따로 피클을 찾지 않도록 만들어준다. 모든 재료들이 오븐 속에서 구워지면서 잘 어우러진 맛을 낸다. 그냥 ‘맛있다’라는 말을 연발하게 만든다. 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억지로 따라갔던 후배도 ‘맛있네요!’라는 말을 밥값 대신 해주었다. 남은 조각을 가져와서 식은 후에도 먹어봤다. 따듯할 때만은 못했지만 괜찮았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식어도 맛있는 피자’로 떠올랐다.
   
   ‘돌아온 오리지널’과 ‘명목상 오리지널’의 피자 전쟁은 이래저래 줄리아나의 완승이다. 식당 평가 전문지인 저갯(Zagat Survey)은 뉴욕 최고의 피자집으로 여덟 곳을 소개하며 줄리아나를 으뜸으로 꼽았다. 그리말디는 이에 끼지 못했고, 다른 평가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신 오래된 이름값을 이용하여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피자전쟁의 내막은 모른 채 그리말디 피자의 명성 정도만 알기 때문이다. 체인 숫자가 늘어나면서 피자 맛이 아니라 간판 맛을 보는 사람만 점점 늘 것이다.
   
▲ 줄리아나 피자의 창설자인 팻시 그리말디. photo pinterest

   10년도 더 전의 인기드라마 ‘슬픈 연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더 가보고 싶을 거 같다. 연정훈과 김희선이 맨해튼을 배경으로 찍은 강가 장면에서 걸어서 2분 거리이기 때문이다. 피자 한 조각에 무수한 이야기를 올려 먹으면 더 맛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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