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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522호]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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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대만이 시작된 땅 ‘타이난’

션농지에의 화려한 멋과 단짜이미엔의 소소한 맛 진짜 대만을 맛보다

▲ 션농지에 거리
‘푸통푸통(‘두근두근’의 대만어) 타이완!’
   
   두근거리는 설렘을 안고 찾아가는 태평양의 작은 섬 대만(타이완). 대만은 인천에서 비행기로 불과 2시간30여분이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공항 입국 수속시간까지 다 더해도 불과 3시간도 안 돼 닿을 수 있는 대만은 이미 한국인들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시끌벅적 왁자지껄 넘치는 볼거리에 눈과 귀가 즐거운 도시 속 야시장, 무엇부터 맛을 봐야 할지 고민스러울 만큼 대만 전통음식은 물론 중국 쓰촨과 후난 음식, 심지어 일식과 한식까지 다양한 먹거리들을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MRT로 불리는 지하철과 버스, 택시 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은 물론, 시속 300㎞로 내달리며 주요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고 있는 고속철도까지 발달해 젊은 배낭여행족과 주머니 가벼운 청춘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곳이 바로 대만이다.
   
   그런 대만을 조금은 색다르게 즐겨보자. 대만 여행 하면 으레 먼저 떠오르는 곳이 수도 타이베이(臺北)다. 이제 그런 타이베이 중심의 대만 여행에서 벗어나보자. 물론 타이베이 역시 타이베이101과 용산사(龍山寺), 고궁박물관과 중정(中正)기념관, 그리고 융캉지에(永康街)와 곳곳의 야시장까지, 먹을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여행의 천국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색다른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대만을 만나보자.
   
   먼저 대만이 시작된 땅, 타이난(臺南)으로 떠나보자. 타이난은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타이베이 이전 옛 수도이다. 대만 원주민과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 여기에 일본과 서구 열강이 경쟁했던 격동의 역사를 지닌 땅이 바로 타이난이다. 지금의 ‘대만(타이완)’이라는 명칭이 시작된 땅이기도 하다.
   
   
   반얀트리의 집 안핑수우와 소금 아이스크림
   
   이런 타이난에서 가장 먼저 찾아볼 곳은 안핑구(安平區) 지역이다. 안핑구 지역은 중국의 명나라와 청나라는 물론 서구 열강들이 대만에 남겨 놓은 흔적들이 즐비한 곳이다. 특히 안핑오대양행(安平五大洋行)이 유명하다. 안핑오대양행은 영국, 네덜란드, 포르투갈, 독일 등의 거대 무역상이 대만에 들어와 차린 다섯 개 무역회사들을 말한다. 이 중 영국이 세운 더지양행으로 향해보자.
   
▲ 영국의 무역상 더지양행 본사 건물.

   안핑오대양행 지역 초입에 들어서면 더지(德記)양행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등장한다. 이 이정표를 따라가면 온통 흰색의 서구식 2층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1867년 영국이 대만의 설탕을 빼가고, 아편을 들여오기 위해 세운 무역회사 더지양행의 본사 건물이다. 지금은 박물관처럼 운영되고 있는데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더지양행 안으로 들어서면 1층과 2층에 당시 영국 무역상들의 모습은 물론 과거 대만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각종 모형과 진귀한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사실 더지양행보다 이곳의 더 큰 볼거리는 이 건물 뒤편과 맞닿아 있는 안핑수우(安平樹屋)이다. 붉은색 벽돌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는 거대한 반얀트리 나무가 여행객의 입을 벌어지게 만든다. 안핑수우는 안핑 지역을 차지한 무역상들이 설탕 등을 쌓아두던 창고였다. 일본이 이 지역에 들어온 후에는 소금창고로 쓰였던 곳이다. 반얀트리 나무 자체도 이국적이지만, 그 독특한 모양을 한 반얀트리 나뭇가지와 줄기들이 창고의 지붕과 벽을 뚫고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는 모습이 마치 컬트무비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 곳이다.
   
▲ 반얀트리에 덮인 안핑수우.

   그래서일까. 사방으로 뻗은 반얀트리 나무와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이 묘하게 어울려 있는 안핑수우는 대만 신혼부부들의 결혼사진 촬영 장소 1순위로 꼽힌다.
   
   안핑수우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를 만나게 된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어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안핑수우 뒤편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는 트리하우스 카페다. 우리 돈 3000원대 후반에서 5000원 정도면 시원한 커피나 차,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다. 기자는 이곳에서 소금라테 아이스크림과 소금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름만큼 짭짤한 첫맛 뒤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의 달달함을 느낄 수 있다. 독특한 맛이 뜨거운 대만의 열기를 식혀준다.
   
▲ 네덜란드가 처음 행정관청으로 사용하기 위해 세웠던 츠칸러우.

   학구열 뿜는 공자묘와 청춘 스트리트
   
   더지양행과 안핑수우를 즐겼다면 차로 10여분쯤 달리면 만날 수 있는 공자묘(孔子廟)로 향해보자.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노나라 대철학자 공자 사당이 대만에 있다고?’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학구열 하면 한국만큼이나 열정적인 대만 사람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이 만들어낸 것이 사실 타이난의 공자묘다. 공자묘는 1655년 명나라 재건을 꿈꾸며 대만으로 건너온 명나라인들이 공자를 모시는 사당으로 처음 만들었다.
   
   그런데 공부 하면 공자 아니었던가. 학구열 뜨겁기로 유명한 대만 사람들은 공자묘를 대만 최초이자 최고의 학교로 변신시켰다. 마치 조선시대 우리의 성균관과 유사한 역할을 했던 곳이다. 어쨌든 사당의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과거 교육시설로 쓰이던 건물이, 오른쪽에는 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사원의 가장 오른쪽 ‘문창각(文昌閣)’이라는 3층 건물이 특히 눈에 띈다. 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바로 왼쪽으로 좁고 급한 경사의 나무 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을 따라 오르면 층마다 나무로 깎아 놓은 도교의 신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신들이 재미있다. 이곳 문창각을 지키고 있는 신들은 공부를 잘할 수 있게끔 해주는 신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입시나 승진 등을 앞둔 많은 대만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자신의 소망을 정성스럽게 적은 종이를 놓고 기도를 올린다. 기자가 찾은 날도 공부를 도와주는 신들에게 소원을 적어 놓은 종이들이 수북했다.
   
   공자묘를 둘러봤다면 이제 타이난의 젊음을 즐겨보자. 공자묘 맞은편 푸중지에(府中街)부터 둘러보자. 마치 서울의 인사동길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곳이다. 아기자기한 생활소품을 직접 만들어 파는 노점부터, 나무와 철은 물론 보석류를 활용해 마치 예술작품 같은 액세서리를 만들어 파는 근사한 가게들이 모여 있다. 또 세련되고 화사한 카페들이 있는 반면, 그 바로 옆에는 짭짤한 향과 연기를 풍기며 어묵과 꼬치 등 각종 음식들을 파는 노천 식당들도 만날 수 있다. 특히 과거 한국 꼬맹이들의 대표 간식이자 심심풀이 놀이였던 설탕과 소다를 녹인 ‘뽑기’와 흡사한 ‘대만식 뽑기’ 가게가 기자의 발길을 세웠다.
   
▲ 푸중지에 초입

   푸중지에 여행에는 소소한 즐거움도 숨어 있다. 넓은 길이 아니라 건물과 건물이 만들어낸 좁은 길을 찾아 푸중지에 구석구석을 다녀보는 것이다. 푸중지에로 들어서는 많은 길들 중에는 좁을 착(窄)에 문 문(門)을 쓴 ‘착문’이라는 곳이 있다. 이름이 문일 뿐 진짜 문이 아니다. 건물과 건물 틈 사이 어른 한 명이 간신히 걸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폭이 좁은 공간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기 시작하면서 푸중지에로 가는 좁은 문이라는 뜻의 ‘착문’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푸중지에와 함께 타이난의 멋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있다. 션농지에(神農街)다. 션농지에는 150~160년 전에는 포구였다고 한다. 이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지금은 타이난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로 변신했다. 마치 한국의 연남동이나 송리단길 같은 인상을 준다.
   
   족히 200년은 된 청나라식 목조건물이 길과 골목을 따라 즐비하게 서 있고, 그 건물 1층에는 소소한 액세서리와 각종 기념품을 파는 소품 가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디자이너가 직접 가죽을 두드리고 박음질하며 각종 작품을 만드는 모습까지 공개하는 수공예 상점도 있고, 마치 작은 미술관 같은 가게들도 만날 수 있다. 매우 도시적인 인상을 풍기는 세련된 카페와 펍(pub)들도 많다. 200년이 넘는 오래된 목조건물, 그리고 통유리와 LED로 멋을 낸 세련된 현대식 건물들이 묘하게 뒤섞이면서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곳이 바로 션농지에다.
   
   
   오리지널이 맛있다
   
   그래서인지 푸중지에와 션농지에는 대만의 청춘들만 모여드는 곳이 아니다. 타이난을 찾는 세계의 청춘들과 배낭여행족들이 반드시 찾아오는 곳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렇게 타이난을 돌아봤다면 이제 타이난의 맛을 느껴보자. 대만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소고기를 덩어리째 면과 함께 끓인 뉴러우미엔(牛肉面·우육면)이다. 그런데 이 뉴러우미엔만큼이나 대만 사람들이 사랑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단짜이미엔과 루로우판이다. 타이난까지 와서 단짜이미엔과 루로우판을 먹어보지 못한다면 조금 억울할 수 있다.
   
▲ 타이완의 대표적 서민음식인 루로우판.

   단짜이미엔은 얼핏 중국과 홍콩의 탄탄미엔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다르다. 탄탄미엔보다 국물이 더 담백하고 시원하다. 면과 국물을 따로 끓여, 익힌 면에 국물을 붓고 그 위로 짭조름한 돼지고기 고명을 살짝 올린 것이 전부지만 묘하게 입에 감긴다. 중국과 동남아 음식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들 지역 특유의 꼬리한 향과 맛에 놀라지 않아도 된다. 한국 여행객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이 단짜이미엔의 고향이 바로 타이난이다.
   
   루로우판도 맛볼 만하다. 루로우판은 대만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한국의 돼지고기덮밥과 매우 비슷하다. 화려하거나 거창한 요리가 아닌 아주 소박하고 담백한 맛을 지닌 음식이다. 대만 사람들은 이런 루로우판을 뉴러우미엔보다 더 즐겨 먹는다.
   
   인터넷과 모바일상에 근사하게 올려진 사진과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된 맛집이 아니더라도, 타이난 곳곳에서 오래된 정통 단짜이미엔과 루로우판 맛집을 만날 수 있다. 주머니는 가볍지만 맛을 포기하지 않는 젊은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음식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타이난은 대만 사람들에게 고향 같은 곳이다. 오래된 도시이자 대만이 시작된 땅이다. 대만의 본모습, 그리고 대만의 진짜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타이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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