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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2523호]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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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로맨스의 도시 대만 ‘가오슝’엔 사랑이 흐른다

조동진  기자 

▲ 가오슝을 가로지르는 사랑의 강, 아이허. photo 대만 관광청
대만(臺灣·타이완)은 한국의 경상남북도를 합쳐 놓은 것과 비슷한 면적(3만6000㎢)의 그리 크지 않은 섬나라다. 우리보다 위도상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7~8월 한여름은 무덥다. 하지만 이때를 빼면 연평균 22℃ 정도의 기온으로 여행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기다 밤늦은 시간에도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과 편리한 대중교통, 또 먹거리·볼거리·즐길거리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까지 갖추고 있어 꽤 오래전부터 많은 한국인들은 대만 여행을 즐겼다.
   
   많은 한국인들이 찾고 있는 대만이지만 대만을 이제 새롭게 즐겨보자. 사실 그동안 한국인들의 대만 여행은 수도이자 대만섬 북쪽 최대도시인 타이베이(臺北)를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기차나 전철, 혹은 버스와 택시로 1시간쯤 거리에 있는 단수이와 지우펀, 예류와 스펀 정도를 돌아보는 것이 공식처럼 굳어져왔다. 여기에 시간이 허락되면 대만섬 동쪽 화롄 타이루거협곡을 둘러보는 것 정도가 추가됐다. 이제 이런 틀에서 벗어나 더 색다르고, 짜릿한 여행에 나서보자.
   
   
   전철 타고 달려가는 하마센
   
   색다르고 짜릿한 대만 여행의 시작점은 대만섬 남쪽의 최대도시 가오슝(高雄)이다. 가오슝은 대만 최대의 항구도시이자, 대만인들에게 예술과 혁신의 도시로 불린다. 대만의 젊은 예술인과 혁신가들이 모여들면서 도시가 활기차게 변했다.
   
   이런 가오슝의 멋을 즐기는 첫 번째 방법은 전철을 타는 것이다. 지하에서 지하로 이어지는, 도시여행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지하철 여행을 하라는 게 아니다. 가오슝에는 공식적으로 두 개의 정규 전철 노선이 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뻗은 레드라인과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오렌지라인이 열십자(十) 모양으로 겹쳐 있다. 이 두 전철 노선을 이용해 가오슝 곳곳을 누비는 도시여행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가오슝은 대만을 대표하는 항구도시이자 젊은 예술인과 혁신가들을 만날 수 있는 도시다. 그 색다른 멋을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전철이 있다.
   
   가오슝 서쪽 해안선을 따라 철로가 만들어진 그린라인이 그것. 그린라인은 정규 전철이 아니라 한국의 경전철에 해당하는 대중교통이다. 동쪽 리자이네이에서 서쪽 하마센(哈瑪星)까지 이어지는 노선은, 가오슝의 과거와 현재, 미래상은 물론 아시아 주요 산업국가로 꼽히는 대만의 모습을 접할 수 있게 짜여 있다.
   
   목적지를 하마센역으로 정하고 그린라인을 타면 삼성동 무역센터와 비슷한 가오슝 상업&무역센터공원역(Commerce and Trade Park)과 가오슝 전시센터역, 가오슝과 대만이 기술혁신 공간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소프트웨어기술공원역(Software Technology Park)을 차례로 지난다. 서쪽으로 펼쳐지는 가오슝의 바다와 항구를 전철 안에서 바라볼 수 있다.
   
   몇 년 후 완공 예정이라는 거대한 크루즈터미널을 지나면 전철은 가오슝 사람들에게 가장 로맨틱한 곳으로 불리고 있는 ‘사랑의 강(愛河·아이허)’을 건넌다. 그리고 몇 분 후면 대만의 젊은 예술가와 혁신가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보얼예술특구를 지나 종착역인 하마센에 도착한다.
   
   해변과 항구를 따라 이어진 그린라인 전철이 가오슝 여행의 기대감을 키웠다면, 하마센부터 가오슝 여행의 진짜 멋을 느껴 볼 수 있다. 사실 하마센역은 일본이 대만을 점령했던 시기 설탕과 소금, 석탄 등 대만의 물자를 항구를 통해 빼가기 위해 만든 대표적인 기차역이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며 물러나자 각종 물류창고가 있던 이 일대가 서출 전진기지로 역할을 바꿨다. 대만 전역에서 생산된 각종 제품이 이곳으로 모여들었고, 모여든 수출품들이 가오슝항을 통해 전 세계로 보내졌다.
   
   
   쇠락했던 무역항과 젊은 예술가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하마센 일대는 급격히 몰락했다.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상하이와 신항만을 만든 한국의 부산 등이 부상하며 아시아 지역 무역항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류창고 가득했던 하마센 주변 지역이 빠르게 위축됐다. 성장의 고점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내리막은 급하고 빨랐다.
   
   그렇게 무너져가던 가오슝항과 하마센은 2010년 초반 이후 다시 활기를 찾으며 지금은 과거와 전혀 다른 예술과 혁신의 공간으로 변신해 있다. 2000년대 초중반 쌍십절로 불리는 대만의 국경절 축하 불꽃놀이가 이 지역에서 열리게 된 것이 계기였다. 비어 있는 낙후한 하마센역과 주변 물류창고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마침 저렴한 작업 공간을 필요로 하는 젊은 예술가와 혁신가들에게 널찍하면서도 개방적인 하마센 주변 물류창고는 더없이 좋은 작업 공간이었다. 젊은 예술가들이 조금씩 몰려들기 시작했고, 허름한 창고를 독특한 외관과 기발한 실내 공간을 갖춘 곳으로 리모델링하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에 이어 젊은 혁신가들도 함께 이곳으로 유입되며 이 지역은 각종 콘텐츠를 생산하는 독특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하마센과 그 주변 물류창고가 젊은 예술가와 혁신가들에 의해 외형은 물론 내부까지 바뀌면서 2010년대 이후 이 지역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만의 각종 공산품과 농산물이 모여들던 하마센역은 경전철인 그린라인의 종점이 돼 드넓은 잔디 벌판이 펼쳐진 역으로 재탄생했다. 동시에 과거 대만 철도교통의 중심답게 실제 운행했던 기차들과 철도 관련 각종 설비들이 보존된 야외박물관이자 거대한 공원으로 조성됐다. 하마센역 공원에서부터 이어지는 물류창고들은 독특한 외형과 기발한 콘텐츠로 채워진 각종 박물관과 예술품 전시공간, 또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 판매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린라인 종점 하마센에 도착해 플랫폼만 벗어나면 눈을 시원하게 만드는 초록의 드넓은 잔디 벌판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초록 잔디 사이사이로 과거 이곳이 대만 철도의 핵심이었음을 알게 해주는 수많은 철로(鐵路)들이 보존돼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시물들이다. 철로의 끝 곳곳에는 과거 대만 곳곳을 누볐던 거대한 기관차와 객차, 화물 객차들이 여행객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오래된 기관차와 열차만이 아니다. 이곳에 모여든 젊은 예술가들이 넓은 잔디 공원 곳곳에 사람 키의 3~4배는 족히 되는 거대한 각종 조각품들을 세워놓았다.
   
   이 거대한 조각품들은 이곳을 찾는 꼬마들의 즐거운 장난감이자, 여행객들의 사진 인증물로 꽤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거대한 조형물 앞에서 사진 한 장 남기는 것도 재미다.
   
   하마센역의 넓은 잔디 공원을 가로지르면 예전 설탕과 사탕, 각종 공산품을 쌓아두던 붉은 벽돌 혹은 회색빛 시멘트 창고들을 만난다. 앞서 말했듯 이 창고들은 각종 박물관과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 또 이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변신해 있다. 독특하게 리모델링한 내·외관이 여행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보얼지역 창고들의 변신
   
   이 창고들 사이에는 좁고 작은 철로가 놓여 있다. 이곳을 둘러볼 수 있는 작은 관광용 기차가 어린이들을 태우고 돌아다닌다. 작은 관광용 기차를 타고 이곳을 둘러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일 수 있다.
   
   이렇게 이어지는 창고 공간 사이를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 보얼예술특구(駁二藝術特區·The Pier-2 Art Center)에 들어오게 되는데 하마센역에서 보얼예술특구로 향하다 보면 바다와 항구 쪽으로 이어지는 볼거리 가득한 곳이 또 있다. 역시 과거 창고였던 곳을 리모델링한 가오슝항 웨어하우스란 곳이다. 건물 안에는 흥미를 불러올 만큼 독특한 수공예품과 각종 기념품을 팔고 있는 가게, 다양한 음료를 맛볼 수 있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하마센과 보얼예술특구 여행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이다.
   
▲ 가오슝 보얼예술특구 모습. photo 대만 관광청

   웨어하우스 앞에는 가오슝항으로 이어지는 바다이자, 가오슝 앞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공원이 조성돼 있다. 자전거길이 잘 돼 있고, 공공자전거도 비치돼 있어 자전거를 타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다. 이 주변 바나나 부두도 둘러보자. 과거 대만의 바나나 수출항과 창고로 쓰였던 곳인데 지금은 상업복합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하마센역의 야경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넓게 조성된 잔디 벌판 사이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채 그대로 놓여진 수많은 철로에, 밤이 되면 형형색색의 조명이 어둠을 밝혀준다. 하마센역 근처에 육교가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본 하마센역 잔디 벌판의 철로 조명이 볼 만하다.
   
   
   짜릿한 스카이워크와 사랑의 강
   
   그린라인을 이용해 하마센역과 보얼예술특구, 그리고 웨어하우스를 봤다면 이번에는 가오슝의 짜릿함을 맛보자. 일단 가오슝 북쪽 강산(岡山)으로 향한다. 별게 없을 것 같은 강산 꼭대기에 짜릿한 스카이워크가 설치돼 있다. 강산 꼭대기에 총길이 80m쯤 되는 고공 다리가 설치돼 있는데, 이 중 약 12m 길이를 산 아래가 그대로 보이게끔 다리 바닥을 강화유리로만 만들어놓았다. 강화유리 바닥 아래로 보이는 광경이 아찔하지만, 여기까지 왔다면 강화유리 위에 올라서 밑이 그대로 내려다보이는 아찔한 사진 한 장 남기는 것도 여행의 재미일 것이다.
   
   강산을 오르는 동안 시야에 들어오는 가오슝 시내도 꽤 멋지지만, 그 강산 꼭대기에 설치된 스카이워크에 올라 바라본 가오슝 시내의 모습은 더욱 짜릿하다. 강산 스카이워크에 오르는 길이 아직은 수월하지 못하긴 하다. 강산에 도착하면 이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작은 버스를 이용해 강산 스카이워크 입장권을 살 수 있는 곳까지 가거나, 역시 이 지역에서 운행하는 택시를 타야만 스카이워크까지 갈 수 있다.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렌터카나 가오슝 시내에서부터 타고 온 버스나 택시 등은 강산 스카이워크로 진입하지 못하게 해놓았다. 아무튼 강산 스카이워크는 ‘조용한 나라’ 대만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꽤 짜릿한 경험이다.
   
   마지막으로 로맨틱한 가오슝도 즐겨야 한다. 가오슝을 로맨틱한 도시로 만들어주는 대표적인 곳, 이곳에서 ‘아이허’로 불리는 ‘사랑의 강(愛河)’을 찾는 것이다. 아이허는 가오슝을 가로지르는 강으로, 강의 양쪽 변으로 카페들이 늘어서 있어 커피 한잔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또 아이허강 위를 운항하는 크루즈를 타고 항구도시 가오슝의 정취를 느껴볼 수도 있다. 대만의 낭만이 듬뿍 밴 땅이자, 대만 젊은 예술가들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가오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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