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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2525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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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풍경이 전시된 곳 강 옆 갤러리카페 3곳

들꽃이 있는 정원 ‘THE 쉼’ / 물 위의 갤러리 ‘이정웅 스페이스’ / 배우 심혜진 저택 ‘이너 갤러리’

황은순  기자  / 사진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안에도 밖에도 그림이 있다.
   강을 품고 강이 만들어낸 풍경을 품은 곳.
   추석 연휴, 미술작품 옆에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북한강에서 팔당호까지 365일 풍경이 다른 갤러리카페로 가보자.

   
01 팔당호를 품고 있는 갤러리카페 ‘THE 쉼’. 호수를 앞마당 삼아 수목원처럼 넓은 정원에는 온갖 나무들과 들꽃들이 계절마다 다른 색깔을 선물한다. 이곳에서는 호수 건너편과 호수에서 두 개의 해와 달이 뜬다.
02 ‘THE 쉼’ 옆에 붙은 언덕 숲속으로 작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지그재그로 산책로를 만들어 언덕을 돌아오면 1㎞에 달한다.
03 한지를 이용해 그림, 소품, 가구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김정식 작가가 카페 2층 갤러리에 걸린 자신의 작품 앞에 서 있다.

   01 들꽃이 있는 정원 - THE 쉼
   
   북한강, 남한강과 용인에서 흘러온 경안천이 모이는 곳, 팔당호를 한눈에 품고 시간을 느리게 호흡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광주시 남동면에 있는 갤러리카페 ‘THE 쉼’이다. 이름 그대로 삶에 작은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에서 올림픽대로, 미사대로를 거쳐 팔당호를 끼고 달리다 보면 음식점들 사이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다. 자칫하면 지나칠 만큼 도로에서는 눈에 띄지 않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이런 공간이 숨어 있나 싶다.
   
   오솔길 같은 입구를 들어서면 넓은 정원과 함께 팔당호가 앞마당처럼 펼쳐진다. 입구를 등에 지고 흰색 반듯한 2층 건물이 주변의 경치를 해치지 않고 자리 잡고 있다. 건물은 건축가 승효상씨의 작품이다. 대나무가 심어진 중정을 사이에 두고 갤러리카페와 살림집으로 나눠져 있다. 건물 전면의 통유리창 밖으로 365일 색깔을 달리하는 호수 풍경이 걸린다. 창틀이 액자인 셈이다. 갤러리카페에는 김정식 한지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THE 쉼’의 안주인이다. 2층 갤러리는 물론이고 테이블, 소품 등 카페 내부가 한지 작품으로 이뤄져 있다. 입장료 8000원을 내면 커피, 차를 내준다.
   
   건물 옆으로 야트막한 언덕이 숲을 이루고 있고, 넓은 정원 한쪽 텃밭에는 방울토마토, 가지, 고추, 도라지, 상추, 토란 등이 줄을 맞춰 심어져 있다. 텃밭을 지나 호수를 끼고 숲으로 난 산책로가 이어진다. 밤나무, 느티나무, 참나무들이 큰 키로 하늘을 가리고 목련, 국화, 원추리, 야생화들이 낮은 시선에 맞춰 길동무를 해준다. 산책로는 200m 넘게 이어지다가 꺾여 지그재그로 언덕 위를 오르게 돼 있다. 산책로를 다 걸어 돌아오면 1㎞가 넘는다고 한다. 정원에는 분재처럼 휘어진 소나무를 비롯해 은행나무, 벚나무, 라일락, 단풍나무, 이팝나무 등이 무심한 듯 어우러져 있다. 비비추, 금낭화, 목련, 구절초, 수국 등 들꽃들도 계절을 달리하며 피고 진다. 갤러리 간판에도 ‘들꽃이 있는 정원’이라고 쓰여 있다.
   
   정원은 사업을 하다 10여년 전 은퇴한 김명석(70)씨와 부인 김정식(67) 작가가 직접 가꾼다. 부부는 정원을 가꾸려고 유기농기능사, 조경기능사 자격증까지 땄다. 하루 종일 잡초 뽑고 정원 가꾸다 보면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해 넘어가는 것이 아깝다고 한다. 한지공예를 공부하기 위해 40대 후반에 대학에 다시 들어갈 만큼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김정식 작가는 정원 가꾸다 손이 망가져 수술까지 받았다. 2013년 집을 지어놓고 애초에 갤러리카페는 계획에 없었다. “이런 경치를 혼자만 누리는 것은 욕심이다”는 지인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지난 6월 일단 간판을 내걸었다. 부부는 이 공간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작은 음악회, 작은 결혼식 등을 비롯해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중이다.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태허정로 562. (031)765-6068
   
   
01 테라스에 앉으면 북한강 위 선상에 앉아 있는 듯한 ‘이정웅 스페이스’. 최근 경기도 가평에 오면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됐다. 주말이면 자리를 잡기가 어렵다.
02 ‘붓의 화가’ 이정웅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창밖으로 4계절 다른 풍경이 걸린다.
03 ‘이정웅 스페이스’의 앞. 밖에서 보면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02 물 위의 갤러리 - 이정웅 스페이스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봄이면 벚꽃터널이 이어지는 북한강로를 달리다 보면 북한강 쪽으로 특이한 건물이 눈에 띈다. 칼로 반듯하게 썰어놓은 것처럼 긴 직사각형 모양의 3층 건물이다. 붉은빛이 도는 석재 외장이 둘러싸고 있어 내부를 알 수 없다. 높은 황금색 문은 선뜻 밀고 들어서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반전의 풍경이 펼쳐진다. 폐쇄적인 바깥 분위기와는 다르게 건물 전면의 유리창을 통해 북한강이 손에 잡힐 듯 짠 하고 나타난다. 유리창 앞 테라스에 앉으면 마치 강 위에 떠있는 선상인 듯 착각이 들 정도로 강이 지척이다. 최근 이 테라스에서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이 청평 나들이의 필수 코스처럼 됐다.
   
   광고, 드라마, 영화 촬영도 줄을 잇고 있는 건물의 정체는 ‘이정웅 스페이스’이다. ‘붓의 화가’로 유명한 이정웅(55)의 갤러리 겸 작업실이다. 먹물을 흠뻑 적신 붓을 화선지에 뿌린 듯한 그의 그림은 실제 붓이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간 것처럼 극사실적이다. 미술 경기가 호황일 때는 작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2년 전 그는 이곳으로 터를 옮기고, 새로운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먹색의 화면에 수년 동안 연구해온 파란색을 넣는 작업이다. 내년 봄 프랑스 파리 전시를 앞두고 그는 하루 종일 강 밖 풍경을 벗 삼아 작품에 시간을 담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직사각형의 건물은 이정웅 작가가 직접 디자인했다. 건물의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그림을 그리고 재료를 찾아 중국까지 오고 갔다. 울퉁불퉁 입구를 장식한 돌은 자연석의 느낌을 살리려고 특별 주문을 했다. 인부들이 그의 뜻을 이해 못하고 돌을 매끄럽게 만든다고 징을 들고 나선 바람에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애초에 물 위에 건물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디자인을 했지만 시공이 따라주지 못했다. 건축 과정은 평생 겪을 고생을 다한 것처럼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잠실 롯데타워 착공과 함께 시작해 롯데타워가 완공된 때 끝났다. 꼬박 2년, 123층 건물을 짓는 동안 3층 건물을 겨우 올렸으니 돈 고생, 마음고생 짐작이 간다.
   
   건물에 들어서면 한쪽은 갤러리가, 한쪽은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갤러리 입장료 대신 1인 1차를 내걸었다. 카페는 갤러리 운영시간에 맞춰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건물 유지비라도 얻을 셈으로 카페를 만들었는데, SNS 타고 소문이 나면서 주말이면 사람들이 밀려들어 테라스와 창가 자리를 차지하려고 줄을 선다.
   
   서양화가인 부인 이승아 관장은 “건물을 지으면서 오랜 소망대로 내 작업실이 생겼는데 정작 커피 파느라 작업실엔 들어가 보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장을 비롯해 딸, 아들 온 집안이 미술을 전공한 미술가족이다.
   
   건물에 들인 노력만큼 보상은 크다. 물안개 피어오른 날이면 강 건너 먼 산까지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겨울 강 위로 눈이 내릴 때면 안개꽃이 쏟아져내리는 것 같다. 얼어붙은 강이 녹고 짙은 강물이 조금씩 틈을 벌리면 흰 화선지 위에 먹물 떨어진 듯, 수묵화를 연출한다. 철새들이 날아오를 때면 장관이다. 이 관장이 말했다.
   
   “건물 안에도 갤러리가 있지만 건물 밖에도 갤러리가 있어요.”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북한강로 1921. (031)585-1469. 월요일 휴관
   
   
01 잡지·방송에서 여러 차례 소개돼 유명해진 배우 심혜진의 집. 대저택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강 옆에 수영장, 선착장, 파티하우스, 게스트하우스 등이 1만㎡의 땅에 흩어져 있다.
02 이너 갤러리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 입장료를 내면 예술다방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
03 폐목, 자투리 나무를 물고기로 살려낸 이정인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는 갤러리 내부.
04 이정인·이재은 작가 부부. 갤러리 3층에 부부의 작업실이 있다.

   03 배우 심혜진 저택으로 초대합니다 - 이너갤러리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달리다 설악IC에서 내려 최근 개통한 가평대교를 건너 10분 거리, 배우 심혜진의 집은 방송이나 잡지에서 한 번쯤 본 기억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워낙 규모가 커 대저택으로 소개되곤 했다. 약 1만㎡(3000여평)의 땅에 파티하우스, 수영장, 피트니스 건물, 개인 선착장까지 갖추고 있다. 산책로 끝에는 게스트하우스도 숨어 있다. 건물 어디서나 청평호를 향해 내달리는 북한강과 함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젠 누구나 방송으로만 봤던 심혜진의 대저택을 구경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정인(51)·이재은(46) 부부 작가가 운영하는 ‘이너 갤러리’로 새롭게 간판을 달았다. 심혜진이 살았던 침실, 거실은 부부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는 갤러리로 변신했다. 심혜진이 2년 전 근처에 호텔 ‘클럽 이너’를 오픈하고 거처를 옮기면서 한동안 비어 있던 곳을 작가 부부를 위해 내준 것이다.
   
   심혜진과 부부가 만난 것은 2년 전이다. 강원도 화천 민통선 아래 폐교에서 화천숲속예술학교를 운영하며 살고 있던 부부를 심혜진이 찾아왔다. 오픈하는 호텔에 걸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부부의 작업을 본 후 심혜진은 자신의 집을 갤러리로 사용해보라는 제안을 했다. 1년여 고민 끝에 부부는 7년간의 산골 삶을 정리하고 강 옆으로 나왔다.
   
   이정인 작가는 폐목, 자투리 나무 등 쓸모없는 나무 조각에 물감을 칠하고 비늘을 만들어 물고기로 살려내는 작업을 한다. 수많은 물고기 떼가 한 곳을 향해 가는 그의 작품은 생명력이 넘친다. 물고기는 작가의 분신이다. 폐목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은 곧 자신을 살리는 일이었다.
   
   미술교사 출신인 부부는 학교를 그만두고 강원도 홍천으로 들어갔다. 희귀난치병인 크론병 환자인 이정인 작가의 건강을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이정인 작가는 나무를 만났다. 나무는 치유의 힘이 있었다. 나무를 만지고 가구를 만들면서 그는 몸이 좋아졌다. 물고기를 만난 화천의 삶은 그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더 깊은 자연으로 들어가면서 부부의 작품도 점점 자연과 가까워졌다. 서양화를 전공한 이재은 작가는 생태 그림으로 이름을 알렸다. 작품과 삶이 하나인 이들이 물고기와 함께 강을 따라 나왔으니 제자리를 찾아온 듯하다.
   
   갤러리로 사용하는 건물 외에 부속 건물들은 카페로 만들 예정이다. 심혜진이 호텔에 전념하느라 작업이 늦어지고 있단다. ‘이너 갤러리’뿐만 아니라 심혜진의 호텔에 부부 작가의 작품이 80여점 걸려 있다. 서울 청담동 ‘갤러리 두’에서는 9월 29일까지 이정인 작가의 10번째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이너갤러리는 입장료 5000원을 내면 갤러리 2층 예술다방에서 강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복장리 416-1. 010-2724-1315.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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