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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2525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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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액션은 돈이다 주목의 경제학

김효정  기자 

photo 유튜브
이제는 전 세계적인 팝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의 신곡 ‘IDOL’을 유튜브에서 검색해보자. ‘BTS IDOL’이라고 검색하면 제일 먼저 뜨는 영상은 공식 뮤직비디오와 방탄소년단의 무대 영상, 안무연습 영상이다. 조회수가 1000만회를 훌쩍 넘는 인기 동영상들 아래에 줄줄이 이어진 영상들의 제목은 좀 이채롭다. ‘BTS IDOL MV reaction video’, 그러니까 방탄소년단 신곡 뮤직비디오를 보고 반응하는 ‘리액션 동영상’이 수십 개가 나온다. 방탄소년단 외국 팬, 영상제작자, 클래식음악가, 강의를 듣는 대학생부터 영국인 성공회 신부까지. 최소 수천 회에서 많게는 10만회에 이르는 동영상 조회수를 보면 ‘리액션 동영상’이 넘쳐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보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진다.
   
   K팝 리액션 동영상은 가장 대표적인 리액션 동영상 장르 중 하나다. 전문적으로 K팝 리액션 동영상만 올리는 사람도 많다. ‘Kai Mastro’라는 이름의 유튜버는 맨 처음 다른 가수의 노래를 자기 나름대로 부르는 커버(cover) 동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조회수는 3000~8000회로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두 달 전쯤 한국의 여자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신곡 ‘뚜두뚜두’ 리액션 동영상을 올리자 조회수가 바뀌기 시작했다. 영상 편집에도 자신 없어하던 그가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너무 좋아” “너무 예뻐”라며 울먹이기까지 하는 모습을 담은 이 리액션 동영상은 110만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는 리액션 동영상만을 전문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구독자수는 12만명이 넘었다.
   
   ‘ReacttotheK’라는 이름의 유튜버는 44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유튜버다. 그는 리액션 동영상만 올린다. 그것도 클래식음악가들이 K팝 뮤직비디오와 음악을 듣고 보이는 반응을 담은 동영상이 대부분이다.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동영상은 방탄소년단의 ‘쩔어’와 ‘Fire’에 대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동영상으로 331만회가 넘는다. 리액션 동영상 전문가로 ‘ReacttotheK’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 ‘K-con’에 참석하기도 했다.
   
   K팝에만 리액션 동영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인기 있는 팝스타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만큼이나 많은 리액션 동영상이 있다. 아예 영화 예고편에 대한 리액션, 게임 동영상이나 실제 플레이하는 영상, 축구 같은 운동경기에 대한 리액션 동영상은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영화에 대한 리액션 동영상을 만드는 ‘AudienceReactions’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올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리액션 동영상은 조회수가 200만회를 넘었다.
   
   리액션 동영상은 유튜브 내에서 트렌드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기존의 미디어 채널, 유명인들도 리액션 동영상 포맷을 사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구독자수가 많기로 손꼽히는 인기 유튜버 ‘영국 남자’는 ‘삼겹살을 처음 먹어본 영국인들의 반응’ ‘한국 수능 영어 문제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응’ 같은 리액션 동영상을 재미있게 편집해 올리면서 인기를 얻었다. 구독자 15만명의 ‘꽁병지tv’를 운영하는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병지씨는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를 보면서 해설과 반응을 쏟아내는 자신과 동료들의 모습을 실시간 중계한다.
   
   이렇게 ‘리액션’이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인다는 점은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의외의 일이다. 보통 유튜브 같은 디지털 콘텐츠 채널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잘 짜인 콘텐츠를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원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자신의 소비 행위를 영상에 담아 새로운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게 이렇게 많은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리액션 동영상에서 리액션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공중파 TV 프로그램에나 나올 법한 오피니언 리더나 연예인말고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 친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특별히 자극적인 말을 내뱉지 않아도, 아주 유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소리 지르고 울고 웃는 모습만으로도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다 함께 즐기는 ‘사회적 시청’
   
   ‘왜’라는 질문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간단하게는 ‘공감’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리액션 동영상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는 온갖 곳의 콘텐츠를 연결해주지만 소비하는 개인은 역설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혼자서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싶어한다.
   
   원래 TV든 영화든 대중매체는 다 함께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맨 처음 영화가 등장했을 때, TV가 보급됐을 때 사람들은 가족 친지와 둘러앉아 콘텐츠를 감상하곤 했다. TV나 영화 등 대중매체 콘텐츠는 시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디지털 매체의 발달은 이런 상식도 뒤엎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곧바로 전해지고 영향을 주게 되면서 시청자와 상호작용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예능 프로그램에 시청자가 등장하거나 시청자의 의견에 따라 프로그램 포맷을 바꾸기도 하는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늘어난 것이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SNS와 생중계 시스템이 결합한 ‘소셜TV’가 등장했다. 지금은 종영한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아프리카TV나 유튜브 같은 시청자 소통형 라이브 방송을 TV 프로그램에 끌어들인 형태다. 이 무렵 들어서는 공중파 TV 프로그램과 유튜브, 아프리카TV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동영상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했다. 공중파에서는 다루지 않은 동영상이 방송국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고, 시청자들은 TV 앞에 앉아 리모컨을 돌리는 대신 댓글을 달고 출연자나 제작자와 직접 소통하며 콘텐츠를 감상했다.
   
   더 이상 시청자들은 혼자 콘텐츠를 감상하지 않는다. 댓글을 달고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확인한다. 자신의 감상을 공유하려고 하고 끊임없이 갱신되는 정보를 확인하려 한다. 콘텐츠 제작자, 다른 시청자와 역동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하려고 노력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이걸 ‘사회적 시청(Social Viewing)’이라고 부른다. 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회적 시청은 단순히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참여하고 따라하는 방식으로 대중문화 콘텐츠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고 설명했다.
   
   시청자 게시판은 고전적인 양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콘텐츠와 제작자, 출연자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장(場)을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감상만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기도 한다. TV 프로그램에서 숨겨진 맥락을 찾아 해석하기도 하고 미처 제작자들이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끄집어낼 때도 있다. 그러다가 사회적 시청 방식의 하나로 새롭게 등장한 것이 바로 ‘리액션 동영상’이다. 신동희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리액션 동영상은 시청자가 콘텐츠를 보면서 느낀 감정을 다시 확인받으려는 사회적 시청 행위입니다. 그냥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기도 하고 그걸 바탕으로 생산해내기도 하는 능동적인 소비형태 중 하나입니다. 텍스트를 넘어서 말과 움직임으로 더 적극적으로 시청하는 거죠. 이건 사회적 시청의 효과인 ‘워터쿨러 효과(Water Cooler Effect)’를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워터쿨러 효과’는 원래 동료 여럿이서 물을 마시려고 정수기 주변에 모였다가 가십거리를 나누는 행동에서 비롯된 말로 콘텐츠를 혼자 소비할 때보다 여럿이서 소비할 때 더 큰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혼자 들을 때는 그저 ‘새롭다’고 생각한 음악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신선한 시도를 한 음악인 것처럼 느껴지고, 혼자 볼 때는 ‘별로다’라고 생각했던 영화도 함께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실패작’으로 낙인찍게 하는 증폭 효과를 일으킨다.
   
   리액션 동영상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리액션의 ‘질’을 따지지 않는다. 예전 TV 프로그램에서 패널들이 웃긴 리액션을 하고 재미있는 대사를 뱉어야 했던 것과 다르다. 대신 콘텐츠와 리액션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주목한다. 슬픈 콘텐츠에 어떻게 슬픔을 표시하는지, 놀라운 콘텐츠에서 얼마나 놀라워하는지를 보면서 리액션하는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한다.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한다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한 리액션 동영상이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한창 유행했던 것을 보면 그렇다.
   
   영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은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와 악당 다스베이더의 관계에 숨겨진 엄청난 반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학부모들은 이제 갓 영화를 보기 시작한 자신의 자녀들이 반전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 놀라워하는 것을 담은 리액션 동영상을 수도 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어떻게 놀라움을 표시하는지, 충격을 받은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지 등을 담은 동영상은 매우 인기가 있어 여러 동영상이 100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 유튜브 채널 FBE 운영자인 베니 파인·라피 파인 형제. photo FBE

   주목하고 주목받기 원하는 사람들
   
   리액션 동영상이 K팝 같은 서구 대중문화의 비주류 장르에서 더욱 활발하게 만들어진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K팝에 대한 리액션 동영상은 이미 4~5년 전부터 유행했다. 동영상을 만드는 주체는 한국과는 상관없는 K팝 팬들이었다. 주변에서 자신들처럼 K팝을 즐기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환경에서 사회적 시청의 한 방법으로 유튜브를 선택한 것이다.
   
   K팝 팬이 초창기 리액션 동영상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별다를 것이 없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나 이 부분이 너무 좋아” “정말 잘생겼어”라고 소리 지르거나 무대 영상을 보면서 숨을 헐떡이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다른 K팝 팬들은 리액션 동영상에서 보여지는 반응이 ‘나와 같은 반응’이라면서 좋아했다. “네가 느끼는 그 감정을 나도 느꼈어”라고 공감하는 댓글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동시에 K팝 리액션 동영상은 K팝의 원산지, 한국 팬들에게 이른바 ‘국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됐다. ‘국뽕’이란 ‘국가’에 마약 종류를 일컫는 ‘히로뽕’이 합쳐진 말로 원래는 지나친 국수주의를 비판하는 신조어였다. 요즘에는 용례(用例)가 다양해져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질 때 ‘국뽕에 취한다’는 식으로 쓰이기도 한다. 한국말을 할 줄도 모르는 파란 눈의 금발 외국인들이 한국 노래를 듣고 한국 아이돌의 춤을 보면서 울먹일 정도로 좋아하는 K팝 리액션 동영상은 이전에 없던 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익숙하게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던 한국인들은 우리만 알고 지내던 한국 스타가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데 놀라움을 표했고, K팝 리액션 동영상을 공유했다.
   
   그러니까 리액션 동영상은 꼭 그 콘텐츠 팬이 아니라도 볼 수 있는 동영상이다. K팝 팬이라면 당연히 다른 사람의 반응을 확인하고 공감하려고 리액션 동영상을 볼 것이다. K팝 팬이 아니라도 리액션 동영상은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콘텐츠 자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리액션 동영상의 잠재 시청자는 원래의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보다 더 많은 셈이다.
   
   리액션 동영상이 경제적으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한 전문가도 있다. 김예란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리액션 비디오의 주목경제’라는 논문에서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라는 용어로 리액션 동영상을 설명한다. 주목경제란 세계적인 애널리스트 토머스 데이븐포트가 쓴 책 ‘관심의 경제학’으로 잘 알려져 있는 용어다. 데이븐포트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주목을 끄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고, 거의 모든 것이 주목을 끄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주목의 산업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김예란 교수는 주목경제의 입장에서 리액션 비디오는 가장 훌륭한 주목경제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한다. 누군가가 주목해야 콘텐츠가 비로소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다. 이때 콘텐츠에 주목하는 것은 리액션 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시청자다. 시청자는 단지 콘텐츠를 주목하는 것뿐 아니라 주목받기 위해서 다시 콘텐츠를 만든다. 주목하고 주목받는 일이 리액션 동영상 하나에 다 녹아 있다는 얘기다. 데이븐포트의 말처럼 주목경제가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라면 리액션 동영상은 김 교수의 설명대로 “독립적으로 형성된 경제 생태계”라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리액션 동영상은 돈이 된다. 이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유튜버들도 많다. 미국의 기업형 유튜브 채널 FBE(Fine Brothers Entertainment)의 전체 구독자수는 2763만명이 넘는다. 베니 파인·라피 파인 형제가 만든 이 채널은 초창기 몇 년간은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다가 2010년 어린이들의 리액션을 담은 ‘Kids React’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냈다. 아이들이 TV 프로그램, 뮤직비디오, 물건, 사진 같은 것들을 보고 보이는 반응을 무심하게 담아낸 영상들인데 큰 인기를 얻어 청소년 리액션, 노인 리액션 같은 전 연령층 리액션 동영상이 제작되었다.
   
   이런 주목경제, 리액션 동영상 시대에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지금과는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신동희 중앙대 교수는 “이제 콘텐츠 생산자라면 콘텐츠를 만들 때 그에 대한 리액션까지도 고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 한 편을 만들더라도 각 장면에 대한 리액션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생각하고 좀 더 나은 리액션을 끌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대중성이나 보편적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보다 팬이 열광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포함시키는 게 나을지 모른다. 반응을 유도하고 원하는 리액션을 끌어내기 위한 제작자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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