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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2526호]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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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책] 프랑켄슈타인

최초의 SF소설 200년 전의 놀라운 예언이 현실로

박종선  인문학칼럼니스트 

요즘 같은 계절에 읽을거리로 소설만 한 것도 드물다. 그중에서도 기발한 상상력으로 인해 폭넓게 사랑받는 장르가 바로 SF다. 더구나 올해는 최초의 SF 소설 ‘프랑켄슈타인’ 탄생 2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요즘은 ‘프랑켄슈타인’이 영화나 뮤지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메리 셸리(1797~1851)의 소설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1818)이 원작이다.
   
   메리 셸리는 18세 때 기혼자인 낭만파 시인 퍼시 비시 셸리를 만나 열애에 빠졌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낳은 첫딸은 곧바로 죽었다. 같은 해에 퍼시 비시 셸리의 아내가 자살했다. 이듬해에는 의붓언니가 자살했다. 그리고 다시 낳은 아들과 딸도 잇따라 죽었다. 이런 와중에도 남편의 격려에 힘입어 스물한 살 때 ‘프랑켄슈타인’을 썼다. 그러나 몇 년 후 남편도 죽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소설에는 유난히 죽음이 많이 등장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엉뚱하게도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해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월턴 선장은 북극항로를 개척하여 부를 거머쥐려는 야심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망망한 설원에서 개썰매를 타고 가다가 조난당해 죽기 직전인 사람을 그의 배로 구조한다. 조난자는 자신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밝히며, 제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애원한다.
   
   프랑켄슈타인의 집은 스위스 제네바 외곽에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남작 작위를 가진 기품 있고 부유한 신사였다. 그러나 아내는 없고 빅터와 윌리엄 두 아들, 아직 어린 윌리엄을 돌보는 보모 저스틴, 그리고 양녀 엘리자베스를 가족으로 거느리고 있었다. 빅터는 열일곱 살 때 고향의 절친 헨리와 더불어 독일 잉골슈타트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생물학과 의학을 배우고 싶었다. 특히 몇 해 전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생명과 죽음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그와 관련된 실험을 하고 싶은 욕구가 강렬했다. 대학에 들어가 생물학과 의학을 배우기에 앞서 먼저 물리학과 화학을 배웠다. 그러나 그는 차츰 강의를 듣기보다 자신의 개인 실험실에 틀어박혀 독자적으로 연구와 실험에 몰두했다.
   
   “그는 인간의 육체 곳곳에 완전한 형상으로 자라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씨앗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가령 발가락 끝이나 손톱 같은 것만 가지고도 육체의 나머지 부분들, 즉 얼굴, 눈, 위, 뼈, 심장 심지어 뇌까지도 모두 자라게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만약 배양을 통해 인간의 육체를 창조할 수 있는 거라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줄 화학성분과 물질들을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강력한 전기충격을 통해… 생명은 물론이고 어쩌면 정신까지도 소생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기본적인 연구를 끝내자 그는 갖가지 도구와 화학약품을 사들였다. 그리고 커다란 탱크도 만들었다. 번개가 치는 비오는 날을 골라 각종 약품들을 혼합해 탱크를 채웠다. 그리고 허벅지 살을 한 점 도려내 탱크 속에 넣었다. 그리고 가는 철사줄이 연결된 연을 허공으로 띄웠다. 순간적으로 벼락이 철사줄을 타고 들어왔다. 이때 강력한 전기충격으로 탱크 속의 혼합액이 끓어올랐다. 실험은 성공했지만 그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사흘 만에 의식이 돌아왔을 때 그는 헨리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의 안부가 궁금해 그를 찾아온 헨리에게 발견되어 옮겨졌던 것이다. 그는 헨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혼자 힘겹게 그의 실험실로 돌아왔다. 그때 탱크에서 커다란 생명체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덩치가 크고 생김새가 혐오스러웠다. 그는 괴물의 손을 뿌리치고 밖에서 문을 잠갔다.
   
   그는 도망치듯 여행을 떠났다. 2주 만에 돌아와 보니 실험실 문이 박살나 있었다. 그 괴물이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여 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간 모양이다. 이때 고향으로부터 동생 윌리엄이 보모 저스틴에게 살해되었다는 비보가 전해진다.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서둘러 귀향했다. 저스틴은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는 또다시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자신을 쫓아온 괴물을 만나 그간의 사정을 들었다. 괴물은 세상을 전전했다. 특히 어느 집 헛간에 숨어살며 벽의 구멍을 통해 그 집 식구들의 생활을 엿보며 스스로 언어를 배우고 인간사회를 익혔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큰 몸집과 흉측한 얼굴을 혐오했다. 그는 무작정 빅터의 집으로 향하다가, 우연히 윌리엄을 만났다. 하지만 그의 괴력으로 인해 그를 죽게 만들었다. 그만 저스틴이 그 누명을 쓰게 된 것이다.
   
   괴물은 빅터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당신은 나의 아버지이자 어머니다. 나를 태어나게 했으면 내게 영혼도 주고 길러줘야 했는데 내가 흉측하게 생겼다며 버리고 떠났다.… 인간사회를 돌아다녀 보니 남녀가 사랑하는 모습이 좋더라.… 나에게 배우자를 만들어 달라. 그러면 멀리 떠나 살겠다. 그러지 않으면 처절하게 복수하겠다.”
   
   빅터가 여행에서 돌아오자, 아버지는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을 재촉했다. 하지만 괴물의 협박이 그를 괴롭혔다. 그는 마무리 지을 실험이 있다고 둘러댔다. 그리고는 몰래 저스틴의 무덤을 파헤치고 얼굴 살점을 두 조각 도려냈다. 그 길로 영국의 외딴섬으로 가서 그 살점으로 실험에 착수했다. 배양액 탱크에서 자라는 생명체는 저스틴을 빼닮았다. 순간, 그는 메스로 그것을 갈갈이 잘라버렸다. 괴물이 창문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가 집으로 돌아오자, 그의 절친 헨리가 목이 꺾여 죽었다는 비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재촉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괴물은 벽을 뚫고 들어가 엘리자베스를 죽이고 달아났다. 이때부터 그는 괴물을 추격하여 북극까지 쫓아왔다가 조난당한 것이었다. 그는 “이 세상 끝까지 쫓아갈 것이오”라고 되뇌며 잠이 들었다.
   
   월턴 선장은 조용히 선실의 문을 닫고 나왔다. 그런데 배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프랑켄슈타인에게 달려가 보니 괴물이 들어와 있었다. 괴물은 용서를 구하러 왔더니 프랑켄슈타인이 이미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뚫고 들어온 구멍을 통해 쏜살같이 다시 사라졌다. 월턴 선장은 자신의 야망을 버리고 귀향하기로 결심하면서 소설은 막을 내린다.
   
   이 소설의 비극적 플롯은 박진감이 넘친다. 그러나 정작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이다. 실제로 소설 속에는 줄기세포, 체세포 복제, 세포배양, 전기자극 등 현대 생명과학의 기본개념들이 총동원되었다. 또한 북극항로 개척 문제도 언급되고 있다. 200년 전에 스물한 살의 여성이 썼다고는 도무지 믿기 어려울 정도다.
   
   프랑켄슈타인은 단지 자신의 지적 호기심과 오만으로 괴물을 만들고 말았다. 괴물의 불평처럼 “생명만 주었지, 영혼은 주지 않았다.” 실제로 배양액이나 시험관에서 태어나는 존재에게 영혼을 줄 방법도 없다. 그럼에도 오늘날 프랑켄슈타인의 실험들이 가속화되고 있다. 머지않아 뒷골목의 허름한 개인 실험실에서 각양각색의 괴물이 불쑥불쑥 태어날지도 모른다.
   
   최초는 대개 조금은 허술하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은 최초이면서도 탄탄하다. 또한 섬뜩한 SF이면서도 시종 뜨거운 휴머니즘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완벽한 최초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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