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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528호]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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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탈모는 사회적 질병이다

20~30대 9만2389명 전체 탈모인의 43.2%

김효정  기자 

▲ 일러스트 허인회
32세 박영준씨에게 탈모는 생존의 문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미용사로 일하는 박씨가 탈모 증상을 인지한 것은 3년 전 봄의 일이다. 이전과 비교해서 손가락 반 마디 정도 넓어진 이마에 “심장이 철렁했다”고 한다.
   
   “머리 빠진 디자이너에게 시술받고 싶어하는 고객이 누가 있겠어요. 직업활동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별의별 방법으로 어떻게든 탈모를 막으려고 노력했어요.”
   
   매일 검은콩을 갈아 만든 두유를 먹었다. 이틀에 한 번 고약한 냄새가 나는 어성초(魚腥草) 원액을 이마에 바르기도 했다. 탈모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샴푸도 썼고 동료에게 두피 마사지도 정기적으로 받았다. 그러나 3년 사이 박씨의 이마는 반 마디 더 넓어졌다.
   
   “웬만하면 약을 먹고 싶지 않았는데 병원에 가서 ‘극약처방’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약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나니 안심이 되긴 했지만 문제가 남아 있더군요. 약값이 너무 비싸요.”
   
   박씨는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세 달치 약을 한꺼번에 처방받는데 약값은 약국마다 다 다르다. 처음 박씨가 찾아갔던 약국은 84정에 17만원 정도를 청구했다. 그러나 친구의 소개로 갔던 다른 약국에서는 그보다 1만5000원 정도 저렴한 가격에 약을 팔았다. “전화로 약값을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해주는 곳이 없어서 약 쇼핑을 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라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종종 대중매체에서 놀림감이 되곤 하는 탈모는 당사자에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다. 조선일보가 지난해 3월 20대 이상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99.4%가 ‘탈모를 염려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91.2%는 ‘탈모나 탈모 공포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여러 건강 관련 여론조사를 봐도 탈모는 암이나 고혈압 등 가장 흔한 만성질환과 더불어 사람들이 가장 염려하는 ‘질병’에 속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성인이 ‘탈모염려증’을 앓는 이유는 탈모가 불러오는 심리적·사회적 적응 문제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대한피부과학회의 조사를 보면 탈모 증상을 앓는 사람 중 63.3%가 ‘대인관계에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성교제에도 부담이 된다는 조사도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대한민국 20~30대 여성의 탈모 남성에 관한 태도 조사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20~30대 여성의 98%가 ‘탈모 남성은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고 답했으며 89%는 ‘소개팅이나 선 자리에서 탈모 남성이 나오는 것을 꺼린다’고 답했다. 심지어 ‘결혼이 꺼려질 것’이라고 답한 여성도 60%가 넘는다. 심지어 대머리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절당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35세 이혁수(가명)씨는 2년 전 모발이식수술을 받았다. 심할 정도의 탈모는 아니었지만 이씨가 받았던 스트레스는 무척 컸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너 탈모 있냐’고 웃으면서 물어보는 것도 스트레스였지만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어지는 문제가 제일 컸습니다. 이성교제가 잘 안 되는 것도, 취직이 잘 안 되는 것도 다 탈모 탓인 것 같아서 괴로웠습니다. 사람들 만나기가 싫어서 대인기피증에 걸릴 정도였습니다. 정신과 상담까지 받고 나서 경제적으로 부담되더라도 모발이식수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식수술을 받고 반년 뒤 이씨는 한 보험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올해 초에는 여자친구도 만났다. 이씨는 “마음의 병이 사라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병을 치료하고 나서야 그게 병인 줄 알았다”면서 “탈모는 단순히 미용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탈모치료제 보험 적용’에 관한 청원글에 동의하기 버튼을 눌렀다.
   
   
   젊은 탈모 급증
   
   탈모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탈모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탈모로 인한 외형 변화는 호오(好惡)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자존감, 사회적 지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이미 탈모에 대한 공포가 유독 큰 이유도 탈모가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모 치료는 지금껏 개인의 미용과 관련된 선택의 문제로 간주돼왔다. 물론 ‘병적 탈모’, 즉 호르몬 이상이나 스트레스, 출산 등으로 인한 원형탈모 증세가 심각할 경우 탈모 치료는 급여 처리되기도 한다. 이렇게 병적 탈모로 인정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탈모 환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탈모증 진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탈모로 인해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1만3770명이었다. 특히 20~30대 젊은 환자가 9만2389명으로 전체의 43.2%를 차지했다.
   
   젊은 탈모 환자가 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탈모는 그 원인부터 사회적 질병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단순히 한 개인의 신체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을 지낸임이석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에 따르면 탈모는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탈모의 유전적 요인에 대해 격세유전이라거나 부계유전이라는 등 여러 가지 말이 많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유전적 인자가 있으면 탈모가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기는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큰 증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환경적 요인도 조금 가미되는데 스트레스나 호르몬 이상 같은 문제가 탈모를 더욱 가속화합니다.”
   
   보통 탈모 환자의 70%가 유전, 30%가 환경적 요인으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70%의 유전적 요인에도 외부 환경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이석 원장은 “스트레스는 탈모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탈모는 보통 남성호르몬의 대사물질인 DHT 때문에 생겨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많아지면서 DHT의 생성이 촉진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유전적 요인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은 환경, 즉 경쟁적이고 친환경적이지 못한 사회에서 탈모는 더 쉽게 발생된다.
   
   탈모의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탈모의 유형을 알아야 한다. 대한모발이식학회 회장인 이인준 연세노바피부과 원장은 휴지기성 탈모와 패턴이 있는 탈모를 구분했다.
   
   “평소에 머리카락을 잡거나 머리를 빗을 때 유독 많이 빠지는 것 같은 탈모는 휴지기성 탈모라고 합니다.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탈모로 이 경우에는 약국에서 파는 바르는 탈모치료제, 미녹시딜 성분의 외용제로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M자, U자 탈모나 원형탈모 증세가 보이는 패턴이 있는 탈모는 본격적으로 약물치료에 들어가야 합니다. 흔히 처방받는 프로페시아 같은 약물입니다.”
   
   탈모 치료에 쓰이는 약물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한국에서는 피나스테리드 제제인 ‘프로페시아’가 압도적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프로페시아의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하는데 두타스테리드 제제인 ‘아보다트’의 매출액을 훨씬 압도한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둘 다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호르몬을 억제하는 효소 중 1, 2형을 모두 차단하는 것이 두타스테리드이고 2형만 차단하는 것이 피나스테리드지만 효과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국가에 따라 승인 여부가 다르고 보험 적용 여부가 다를 뿐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적절하게 처방받으면 된다.
   
   하지만 약물치료에 대한 공포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성기능 장애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고 불임이나 기형아 출산에 대한 불안도 있다. 이인준 원장은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다소 과장돼 있다고 말했다.
   
   “임산부가 탈모 치료제를 접하면 남자 태아가 기형아로 출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탈모치료제가 전 세계적으로 쓰인 지 40년이 지났지만 의학적으로 기형아 출산이 보고된 사례는 한 건도 없습니다. 다만 의학적으로 DHT가 남성 성기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며 동물실험에서 부작용이 나타난 적이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경고하는 것입니다. 성기능 장애, 여성형유방증 같은 부작용 역시 1% 정도의 수치로 나타납니다.”
   
   약물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탈모가 나타났을 때 종종 병원 대신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민간요법은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할 뿐 어떤 검증된 의학적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임이석 원장은 “탈모 치료는 모근이 살아 있을 때 시작해야 효과가 있는데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 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탈모 방지 샴푸나 먹을거리 등을 치료와 병행할 수 있지만 보조적인 행위일 뿐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약물치료”라고 말했다.
   
   
   탈모 치료의 목적은 미용?
   
   문제는 약물치료가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는 점이다. 가장 많은 환자가 처방받는 프로페시아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보통 한 달 혹은 세 달 단위로 처방받는데 한 달에 6만~7만원의 약값이 들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힘을 받고 있지만 많은 의료행위가 급여로 보장되는 와중에도 탈모 치료는 보장 항목에서 빠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은 이에 대해 “만약 탈모 치료의 보장성 범위를 늘린다면 미용 목적과 그렇지 않은 탈모 치료를 쉽게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꼭 탈모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외모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 치료를 받는 경우까지 보장하게 된다면 보장 범위가 너무 넓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피부과·성형외과 진료와 마찬가지로 일부 병적 탈모를 제외하고는 탈모 치료를 비급여 항목으로 두는 이유다. 그러나 탈모 환자들은 탈모가 환경적인 영향을 받고 특히 결과적으로 개인의 삶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급여 보장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 역시 이에 대해 긍정하는 측면도 있다. 임이석 원장은 “피부과 전문의이기는 하지만 탈모 치료를 완전히 급여화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갈 것이라 생각한다”는 전제하에 “가발 구입비 같은 몇 가지 행위는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최근 들어서 탈모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 높아지는 만큼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탈모로 고통을 받는 경우에는 지원을 해줄 수도 있을 겁니다. 탈모의 발병이나 치료를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탈모 환자들이 보다 정확한 의학적 정보를 제공받고 공정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제각각인 탈모 치료제 비용을 정부에서 조정하는 일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학계에서는 병원뿐 아니라 탈모클리닉, 미용실 등에서 관리받는 탈모 환자가 수백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어느 질병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그러나 한번 발병하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는 질병으로서 탈모는 이제 사회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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