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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529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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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군인의 품격’은 이런 것

하주희  기자 

▲ 지난 10월 12일 육군 제1경비단에서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마련한 ‘2018 군인의 품격’ 행사가 열렸다.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두 가지만 떠올려서, 옆사람에게 얘기해 보세요.” 청중들 사이에 잠시 망설임이 흘렀다. 나라면 어떨까. 생각처럼 쉬운 질문은 아니었다.
   
   “나와서 얘기할 수 있는 장병이 있나요?” 한 장병이 손을 번쩍 들었다. “편안한 집을 마련해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지난 10월 12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육군 제1경비단에서 열린 ‘2018 군인의 품격’ 행사였다.
   
   ‘2018 군인의 품격’은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메세나협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군장병들을 위해 여는 문화공연이다. 지난 8월부터 전국 13개 군부대를 순회하며 열고 있다. 대한민국 군장병들을 위해 이름 그대로 ‘품격 있는’ 문화공연을 제공하여 감사의 뜻을 전하고,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미래 인재들에게 문화적 소양을 넓힐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이날의 강사는 파일럿 오현호씨였다. 오씨는 ‘도전정신’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고교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다닌 수능 7등급의 무기력한 소년이 자신감 넘치는 미국 연방항공청(FAA) 상업용 조종사로 거듭난 과정을 강연으로 풀어내 주목받았다. ‘부시 파일럿, 나는 길이 없는 곳으로 간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내 인생을 바꾼 다섯 가지 전환점
   
   이날 오씨는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다섯 가지 전환점을 설명했다. 첫째, 해병대 입대다. 오씨가 해병대에 입대하려 하자 주변에서 말리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직접 겪은 군생활은 그들의 말과 달랐다. “군생활에 잘 적응하자 칭찬을 들었고, 칭찬을 듣자 인생을 바라보는 자세가 바뀌었어요.”
   
   ‘도전의 가장 큰 적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조언’이었다고 오씨는 말했다. “지금 다시 군대를 가라 해도 갈 수 있어요.” 오씨의 말에 탄식이 살짝 섞인 함성이 쏟아졌다.
   
   두 번째 전환점은 ‘자전거 전국일주 무전여행’이었다. 군대 선임과 함께 경기도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을 자전거로 돌았다.
   
   처음엔 무작정 들어간 식당에서 문전박대도 당했지만, 점점 낯선 이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깨쳤다. ‘설거지와 청소를 해주겠다’며 식당에 들어가 나중엔 용돈까지 받는 경지에 올랐다.
   
   여행 기간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하나였다고 한다. ‘나도 너희처럼 자전거 전국일주 해보고 싶었는데….’ 그를 부러워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그는 깨달았단다. ‘꿈은 누구나 꾸지만 행동은 누구나 하지 않는다.’
   
   세 번째 전환점은 ‘스쿠버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딴 것이었다. 제대 후 영어를 잘하고 싶어 무작정 호주로 건너갔다. 오씨는 스쿠버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돈을 내고 배울 만큼 경제 사정이 넉넉하진 않았다. 일하며 다이빙을 배우겠다고, 무급 인턴으로 써달라며 이력서를 들고 다이빙숍 20군데를 돌아다녔다. 번번이 실패였다. 그러다 우연히 배를 고칠 목수를 구한다는 안내글을 발견한다.
   
   오씨는 군대 경력을 최대한 활용해 이력서를 작성했다. “군대에서 뭘 가장 많이 했나 떠올려봤어요. 삽질을 많이 하잖아요. ‘기지 건설 프로젝트(construction project)’에 참여했다고 적었어요. 또 뭐가 있나 생각해 보니 헬리콥터 활주로 부근에서 풀을 많이 뽑았거든요. ‘유지관리 매니저’였다고 썼지요.” 장병들 사이에 웃음이 번졌다. 오씨는 결국 구직에 성공했다. 스쿠버다이빙 강사 자격증도 땄다.
   
   네 번째는 ‘사막 마라톤’ 출전이었다. 오씨는 사하라사막 마라톤에 참가했다. 제목 그대로 사하라사막을 달리는 경기다. 모든 음식과 장비를 직접 매고 달려야 한다. 총 6개 구간 250㎞를 6박7일 동안 달린다.
   
   오씨는 매일 포기할까 고민했다. 문득, 어쨌거나 오후 3시가 되면 (구간) 결승점이 보인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론 훨씬 수월해졌다.
   
   다섯 번째 전환점은 80일간의 유럽 일주였다. 여행을 위해 오씨는 후원 제안서를 만들어 여행사에 돌렸다. ‘저를 후원해주신다면 여행을 소개하는 영상과 사진을 찍어 보내겠습니다.’ 결국 오씨는 후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후 삼성에 취직해 일하던 오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도전한 곳은 ‘상공’. 미국에서 미국 연방항공청(FAA) 상업용 조종사 자격증을 땄다. “이런 꿈은 어떤가요. 각 나라별로 3명씩 뽑는 거예요. 장애가 있는 친구도 될 수 있고, 암 환자도 가능하겠지요. 이들을 태우고 가보고 싶어하는 나라에 가는 거예요. 꼭 해보고 싶어요.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경비행기를 몰고 북한 평양에도 가보고 싶고요.”
   
   
   “포기하고 싶을 땐 내 장단점을 적어봐라”
   
   장병 450여명의 눈빛이 빛났다. 질문이 쏟아졌다. 최준혁 일병은 ‘포기하고 싶을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물었다. 오씨의 답이다. “포기하고 싶을 땐 종이에 적어보세요. 주별로, 월별로 하고 싶은 걸 정해서 적는 거예요. 내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세요. 그걸 종이에 적은 다음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하나씩 없애보는 방법도 좋습니다.”
   
   여연호 이병은 “연극을 하고 싶은데 전공인 식품공학을 마쳐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오씨는 “일단 연출가를 찾아가 만나보라”고 조언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링크드인에 접속해 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찾아봐요. 그런 다음 30분만 만나달라고 부탁하지요. 그렇게 그 일에 대해 알아가요.”
   
   강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병사들은 강연이 끝난 후 깜짝 선물을 받았다. 휴가증이었다. “모두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을 나서서 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에요.”
   
   오씨는 이번 ‘군인의 품격’ 강연을 준비하며 장병들의 사기를 증진시키는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장병들이 자신의 시간이 멈춰 있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생각이 많은 시기이기도 하고요. 장병들을 긍정적인 상상으로 유도하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힘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씨의 강연에 이어 싱어송라이터 김슬기의 공연이 이어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군인의 품격’과 함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함께 움직이는 세상’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랑과 실천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다.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H-점프스쿨 대학생 교육봉사단’ ‘현대차그룹 대학 연극·뮤지컬 페스티벌’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년 세대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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