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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537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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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맛집]아메리칸 쿠진의 선두주자 ‘오레올’

수프 위 팝콘처럼 미국식 진보를 맛보다

박대권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 오레올의 오너셰프인 찰리 팔머가 지난 5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열린 ‘윌리엄스 소노마 컬리너리’ 무대에 등장했다. 왼쪽은 미국의 개그맨이자 배우인 조지 로페즈. photo 뉴시스
지난 가을 뉴욕에서는 미식가들의 가슴을 뛰게 한 두 개의 행사가 있었다. 미국식 고급요리(American Cuisne)로 유명한 ‘오레올(Aureole)’이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마련한 두 번의 저녁자리 때문이었다. ‘오레올’의 사전적 의미는 ‘후광’ ‘무리’ 등이다. 성인의 그림 뒤에 있는 후광이나 달무리 등을 오레올이라 부른다. 30주년 기념행사들은 레스토랑의 이름과 맞아떨어지는 자리였다.
   
   먼저 10월 19일 오레올에서 일했던 유명 셰프들이 30주년을 축하하며 ‘동창들의 저녁식사(The Alumni Dinner)’ 자리를 마련하였다. 마이클 미나(Michael Mina), 브라이언 볼타지오(Bryan Voltaggio), 단테 보쿠치(Dante Boccuzzi), 마이클 볼타지오(Micahel Voltaggio), 클라우디아 플레밍(Claudia Fleming) 등 오레올의 주방을 거쳐간 셰프들이 과거 자신들의 사수였던 오레올의 주인 찰리 팔머(Charlie Palmer)와 함께 주방에서 요리를 한 뜻깊은 자리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쟁쟁한 셰프들이 함께 만든 여섯 가지 코스 메뉴와 와인을 먹고 마실 수 있었다.
   
   ‘동창 셰프’들에게 오레올은 주방의 불(火)과 씨름하며 식재료 궁리에 머리를 싸매고 까다로운 고객들의 입맛과 싸웠던 지긋지긋 장소였겠지만 그런 나날들이 없었다면 오레올 30주년 기념 만찬자리에서 요리하는 자신들도 없었을 것이다. 이날 초대된 셰프들은 오레올 주방에서 실력을 쌓아 번듯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자신의 음식 세계를 펼치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오레올의 후광 덕에 그들이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이 오프닝 게임이었다면 11월 1일에는 본 게임이 있었다. ‘프렌치와 미국식 요리 고수들의 저녁식사(The French & American Masters Dinner)’였다. 대서양 건너 프랑스 파리에서도 별들이 줄줄이 날아왔다. 스타 셰프이자 뉴욕 최고의 프렌치 레스토랑 ‘다니엘’의 오너셰프인 다니엘 불뤼(Daniel Boulud), ‘아라마레아 그룹(Altamarea Group)’의 오너셰프 마이클 화이트(Michael White), 자신의 이름을 딴 미쉐린 원스타 레스토랑의 프레데릭 시모냉(Frederic Simonin) 등이 찰리 팔머와 함께 정통 프렌치와 이의 변형인 미국식 요리를 함께 선보이는 자리였다. 최고의 프렌치 요리에 미국 와인이 어울렸고, 무의탁노인들에게 집으로 먹거리를 전달하는 봉사단체인 ‘시티 밀스 온 휠스(Citymeals on Wheels)’가 행사 파트너로 참가해 사회적 의미까지 더했다. 이날 행사의 입장권은 진작에 동이 났고, 파트너사인 미쉐린가이드에서도 이 행사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최고의 정통 프렌치 셰프들의 후광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자리였다.
   
   오레올은 ‘그래머시 타번(Gramercy Tavern)’ ‘고담 바 앤 그릴(Gotham Bar and Grill)’과 함께 뉴욕에서 아메리칸 쿠진의 대표로 꼽히는 레스토랑이다. 미국식 고급요리(American Cuisine)는 신(New) 미국 요리, 또는 현대(Modern) 미국 요리라고도 불린다. 비교적 최근인 1980년대부터 고급 레스토랑(upscale fine dining restaurant)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현대화된 미국 요리다. 프렌치를 기본으로 미국화된 퓨전요리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주로 소스나 향신료를 실험적으로 사용한다. 1983년 문을 연 ‘고담 바 앤 그릴’이나 1988년부터 자리를 지킨 오레올이 이 당시 생긴 대표적인 아메리칸 쿠진 레스토랑들이다. ‘그래머시 타번’은 1994년에 문을 연 신흥 강자이다.
   
   
▲ 뉴욕 ‘오레올’ 전경

   옥수수 수프와 팝콘이 만나면
   
   얼마 전 오레올에 들렀을 때 ‘아메리칸과 프렌치의 차이’를 물었다. 음식을 내온 웨이터의 설명은 단순했다. “재료의 차이(It’s ingredient!)”라는 것이다. 점심 세트 메뉴의 초반에 옥수수 수프가 나왔는데 음식에서 말하는 ‘미국식(American)’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따듯한 수프 이외에는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옥수수 수프는 차가웠다. 차가운 수프 위에 하얀색 고명(가니시·garnish)이 올라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팝콘이 장식으로 올라간 것이었다. 보기에 신기했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볼 식재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신반의하면서 팝콘과 수프를 같이 떠서 먹었는데, 집 떠난 지 오래된 형제의 만남처럼 같은 옥수수를 부모로 둔 수프와 팝콘은 입속에서 기쁜 재회의 춤을 추었다. 구대륙의 전통을 끊임없이 재해석하려는 신대륙 특유의 기질인가 하는 과한 해석을 하면서 팝콘을 끝까지 씹었던 기억이 난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아메리칸 쿠진의 발달을 찰리 팔머는 미국인들의 의상 변화에 비유하였다. 자기의 초년병 시절과 현재의 손님들의 의상을 비교하는 인터뷰 기사에서 미국 특유의 환경 변화에 대한 강력한 적응력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과거에 레스토랑에 정장을 입지 않은 사람이 보이면, 뭔가 해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데 제가 오레올을 연 1988년과 비교해보면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는 티셔츠 차림으로 별 세 개 레스토랑에 오기도 하잖아요.” 넥타이만 매지 않아도 큰일 나는 줄 알았던 고급 레스토랑의 입장이 더 이상 뉴욕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레올은 지난 20여년을 뉴욕 센트럴파크 동쪽의 부촌인 이스트 61가에 있다가 2009년 뉴욕 브라이언트공원 옆의 현 위치인 뱅크오브아메리카 타워로 이전하였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전통으로 가득하고 호젓한 북촌 한옥마을 주택가에 있다가 마천루가 즐비한 여의도공원 옆 금융사 본사 건물로 이전한 격이다. 이전을 앞두고 오너셰프인 찰리 팔머는 뉴욕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오레올이 있던 브라운스톤 양식의 건물이 더 이상 성장을 감내할 수 없다며 “나도 아일랜드가 있는 주방이 좋아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하였다.
   
   오레올이 위치했던 브라운스톤 양식의 5층 타운하우스 건물은 꽤나 고풍스럽고 아름다웠다. 약간 반지하로 내려가면 입구가 있었는데, 연한 핑크색과 갈색의 중간쯤 되는 색깔이 무척 멋스러웠다. 그리스 신전의 지붕이 돌로 새겨진 조각 아래 ‘AUREOLE(오레올)’이라고 금빛 금속으로 된 상호명이 달려 있고, 양옆으로는 백열등을 켜놓았다. 점잖은 프렌치 레스토랑의 입구 같기도 하지만 바로 옆에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전면 통유리는 실험적인 아메리칸 쿠진의 철학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외부 전경 때문에 유명해지기도 했다. 다이앤 키튼과 잭 니컬슨이 주연했던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것(Something gotta give)’의 첫 장면에 클럽으로 나왔던 장소가 바로 오레올이 스무 해를 보낸 곳이다. 그보다 전에는 ‘시민 케인’을 찍은 미국 영화감독 오손 웰스(Orson Welles)가 살았던 집이기도 했다.
   
   
▲ 오레올의 대표 메뉴인 가리비 샌드위치.

   28세 셰프의 실험
   
   찰리 팔머는 1988년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오레올의 문을 열었을 때 실험적 메뉴로 큰 눈길을 끌었다. 쇠고기를 햄과 파이반죽으로 감싼 후 오븐에 굽는 든든한 한 끼의 영국 음식 비프 웰링턴(Beef Wellington)을 한 입 크기의 애피타이저로 재해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테이블 냅킨까지 두르고 의자에 앉아서 점잖게 먹었어야 할 음식을 서서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도록 바꾸어놓은 것이었다. 한 상 잔뜩 차려진 백반을 김밥 한 줄로 간편하게 모아놓은 것처럼 말이다.
   
   이와는 반대가 가리비 샌드위치(Seascallop Sandwich)다. 이름만 듣고 빵 사이에 고기 대신 가리비를 넣었을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얇게 저민 감자를 튀겨서 빵 대신 번으로 사용하고 그 사이에 가리비를 넣는다. 약간 새로울 수 있는 샌드위치의 화룡점정은 푸아그라(거위 간)다. 그을린 푸아그라를 위에 올려 샌드위치를 완성한다. 도박에 미쳐 밥 먹을 시간이 없던 귀족의 간편식이었던 샌드위치를 손으로 먹을 수 없고 포크와 나이프를 써야만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으로 바꾼 것이다. 미쉐린은 이를 두고 ‘프렌치 기술로 가득한 매우 미국적인 음식’이라 평하였다. 비프 웰링턴은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가리비 샌드위치는 지금도 오레올의 인기 메뉴이다.
   
   찰리 팔머는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성공한 셰프다. 그는 유명 셰프, 식당 경영인, 호텔 경영인, 저자 등 매우 다양한 방면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가 소유한 찰리팔머그룹은 뉴욕시에만 9개의 식당과 바, 뉴욕 이외의 워싱턴D.C., 캘리포니아주, 네바다주 등에 8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나파밸리와 함께 자웅을 겨루는 캘리포니아의 와인 산지인 소노마밸리에 호텔을 운영하고 있고 라스베이거스에도 준비 중이다.
   
   팔머는 뉴욕주의 작은 도시 출신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미국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했다. 이후 40년 이상 요리를 하고 있다. 수석 조리사(Executive Chef) 타이틀은 맨해튼 야경을 보는 장소로 유명한 리버카페(The River Cafe)에서 달았다. 서른도 안 된 나이에 맨해튼 부촌에서 오레올을 열어 지금의 규모로 성장시켰다.
   
   미쉐린은 찰리 팔머와 오레올의 음식을 ‘진보적인 미국 음식(Progressive American)’이라고 부를 정도로 높게 평가한다. 고급 주택가 자기 소유 건물의 안정된 분위기를 마다하고 복잡한 빌딩숲 한가운데 셋집을 옮겨가면서까지 제국을 일구어가는 요리사의 열정은 미국식 진보의 전형을 맞보게 하는 것 같다. 수프 위의 팝콘처럼 말이다.


   
   주소: 135 W 42nd St, New York, NY 10036
   전화번호: 1)212.319.1660
   저갯 평가: 음식 4.5/5.0, 데커레이션 4,4/5.0, 서비스 4.5/5.0
   미쉐린 평가: ★(뉴욕에 가면 가볼 만한 레스토랑)
   

   ? 참고로 미쉐린 가이드 별의 의미를 정리한다. 별 하나는 해당 지역을 방문하면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레스토랑이라는 뜻이다. 두 개는 우회(detour)를 뜻한다. 목적지에서 다소 떨어진 지역에 있다고 하더라도 돌아서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별 세 개는 여행(journey)할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해당 레스토랑에서 밥 한 끼 먹으러 일부러 여행을 떠나볼 만한 것이다. 그래서 밥 한 끼에 수백만원 한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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