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라는 단어가 제일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은 10년은 더 된 이야기다. 2007년 중앙일간지에는 ‘애완동물과 사는 인구는 1000만명’이라는 내용의 칼럼이 실렸다. 그 이후로 10년 넘게 한국의 반려동물 인구에 대한 인식은 ‘1000만명’에 머물러 있다. 덩치만 커진 채로 좀처럼 체계화되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확실히 커졌다. 조재성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07년 4377억원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가 매년 10%씩 성장해 2016년에는 1조2496억원에 달했다. 한국농촌경제원에서는 좀 더 큰 규모로 짐작하고 있다. 연관산업 규모가 2016년 기준으로 2조원을 넘어섰고 2019년에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 성장세라면 2025년에는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반려동물 시장은 규모에 비해서 체계가 없다. 반려동물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반려동물을 둘러싼 경제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반려동물 보호자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지난해 1월 네일숍을 운영하는 이진주씨와 함께 살게 된 골든리트리버 ‘사랑이’의 사례를 들어 반려동물 경제의 허술함을 살펴보자.

탄생부터 어림짐작인 반려동물 경제

이진주씨는 사랑이를 ‘펫숍’에서 80만원을 주고 데려왔다.

“어릴 때부터 키우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더군요. 처음에는 100만원을 달라고 했는데 흥정 끝에 80만원이 들었습니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르지만요.”

이처럼 분양비부터 천차만별이다.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분양비는 ‘임의로’ 결정된다. 애초에 반려동물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생산업체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짐작하는 생산업체의 수는 700곳이 넘지만 그중 66.7%는 미신고 업체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2000~3000곳의 생산업체가 적절한 관리감독을 받지 못한 채 반려동물을 생산하고 있을 뿐이라고 추측한다.

분양은 시작일 뿐이다. 어린 반려동물에 드는 의료비는 많게는 한 해 100만원이 넘는다. 이진주씨는 각종 예방접종에만 30만원 넘게 썼다. 중성화수술에 45만원, 심장사상충 예방에 매달 5만원씩 썼다.

맨 처음 사랑이와 함께 사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문제였다. 반려동물용품 시장은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구난방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를 보면 1년간 반려동물용품을 한 번도 사지 않은 사람은 16.1%에 불과하다. 이진주씨만 하더라도 지난해 50만원 정도를 들였다.

“반려동물이 쓰는 용품이나 사료는 무척이나 많은데 안전성이나 편의성에 대한 기준도 없고 그저 ‘난립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많을 뿐이어서 선택하기가 무척 어려웠어요. 주변에 보면 유행에 따라 우르르 이걸 샀다가 저걸 샀다가 하더라고요.”

반려동물 시장에는 유독 영세한 업체가 많다. 창업·폐업이 잦다 보니 소비의 연속성이 이뤄지기 어렵고 소비자들이 꾸준히 이용할 수 있는 업체가 몇 개 없는 게 사실이다.

반려동물의 일상생활도 그렇다. 요즘 우후죽순 생겨나는 반려동물 미용서비스가 주먹구구식 경제를 대표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 해 반려견 미용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인원만 3000명이 넘는다. 반려동물 미용서비스 종사자가 얼마인지 정확한 통계가 없어 알지 못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해마다 수천 명에 이르는 만큼 결코 적지 않은 수가 될 것이다. 문제는 그 많은 ‘미용실’의 서비스와 가격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있는 한 반려견 미용실에 무게 4㎏인 비숑프리제의 털을 다듬는 데 드는 비용을 물어봤다. 쓰는 도구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데 가위를 사용해 모양을 내는 작업을 할 경우 12만원이 든다고 한다. 털이 곱슬거리는 비숑은 ‘특수견’으로 분류돼 비용이 특히 더 많이 든다. 개의 무게가 1㎏씩 무거워질수록 1만원씩 더 비싸지는 것도 특징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다른 미용실에서는 비숑이 ‘특수견’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특별히 일반 소형견 가격으로 해주는 것”이라던 주인은 그러나 1만원 저렴한 11만원을 제시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의 미용실은 훨씬 더 저렴했다. “강아지 무게로만 가격을 받는다”던 미용사는 6만원이면 가위 손질까지 해준다고 했다.

반려견 미용자격증에는 국가공인이 없다. ‘애견미용사’ 같은 자격증은 민간기관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의 특성상 취득 난이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2017년에는 응시자의 76.5%가 합격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미용사 자격증 응시자의 31.6%만이 자격증을 얻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

자격증 취득자의 실력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데 비해 미용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대개는 5㎏ 미만 소형견이라면 3만~5만원 수준에 미용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김솔아씨가 얼마 전 미용실을 들렀다가 겪은 일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있었을 법한 ‘기준이 없는’ 일이었다.

“이제 3살 된 ‘뿌치’는 코커스패니얼과 여러 견종이 섞인 아이예요. 보통 ‘믹스(mix)견’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미용실에 갔더니 ‘믹스견은 중형견 가격으로 받는다’고 하더군요. 4㎏으로 작은 아이인데도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가격을 올렸어요. 주변에 불만을 얘기하니 한 친구가 ‘반려동물 관련해서는 서비스해주는 사람 마음대로 돈을 붙이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최소한의 규제도 없는 반려동물 시장

인간보다 수명이 짧은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떠나 보내는 것 또한 ‘기준 없는’ 가격에 시달릴 때가 많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장묘업체를 이용했다는 사람은 24.3%로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개 ‘돌돌이’와 17년을 함께 살았던 최수원씨가 ‘돌돌이’의 장례에 쓴 돈은 70만원 정도였다.

“그냥 화장을 하는 데 20만원 정도 들었어요. 염습을 하는 것도, 수의와 관도 일일이 비용이 붙고 납골당에 안치하는지, 어떤 납골함을 쓰는지도 다 선택해야 하더군요. 마치 사람의 장례처럼 모든 단계마다 다 돈이 들어서 슬픈 한편으로는 씁쓸했어요.”

사람에 대한 서비스에서도 가격은 대중없기 마련이지만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와 차이점이 있다면 최소한의 규제가 있는지 여부다. 사람의 경우 장례서비스나 미용서비스 모두 가격을 사전에 고지하도록 되어 있고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을 청구하거나 항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수백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실제로 서비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에 대한 최소한의 제도가 없다.

지인배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의 생산에서부터 등록·보호에 이르기까지 반려동물 사료·의료·서비스 산업 전반에서 체계화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그저 난립하기만 하는 반려동물 시장을 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반려동물 시장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실태부터 파악하는 일이다.

“반려동물 전담 정부 기구가 필요합니다. 관련 법률이라고는 ‘동물보호법’이 유일하죠. 규모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 관리·감독이 아예 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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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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