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의 산신령’ 김훈이 연필과 지우개로 쓴 글

연필로 쓰기

김훈. 문학동네. 1만5500원

여전히 김훈은 연필로 원고지에 글을 쓴다. 새 산문집 ‘연필로 쓰기’를 내놓을 때까지 쌓인 200자 원고지는 1156매였다고 한다. 한 글자씩 눌러가며 김훈이 쓰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이번 산문집에서 인상 깊은 구절은 일상의 삶과 죽음과 살아가는 일에 대한 상념이다.

작가는 20년째 경기도 일산신도시에 살고 있다.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일산 호수공원은 작가의 하루하루가 담긴 흔적과도 같다. 하루는 작가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줬더니 아이는 엄마더러 “산신령 할아버지가 도와줬다”며 말했다고 한다. 호수공원의 ‘산신령 할아버지’가 지나가는 사람과 변하는 풍경을 지켜보며 자신과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떠오르는 이야기를 썼다.

그의 연필은 존 레논에서 방탄소년단까지, 공산당이 싫다고 외쳤던 이승복에서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예슬이까지 닿는다. 잠시 읽던 눈길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문장도 많다. ‘산문은 노인의 장르’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처럼 문장 하나하나에서 깊은 세월이 묻어난다.

신뢰 이동

레이첼 보츠먼. 흐름출판. 1만6000원

공유경제,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신뢰’다. 이제는 누구를 믿으며 어떻게 신뢰를 쌓고 어떻게 믿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를 ‘신뢰 혁명’이라고 부르는 저자가 신뢰를 구축하는 세 가지 요인을 설명했다.

임정, 거절당한 정부

이해영. 글항아리. 1만5000원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쏟아져 나오는 많은 역사서 중 상하이임시정부를 둘러싼 국제정치에 대해 분석한 책이다. 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했을까. 국제정치경제 전공자인 저자가 각국의 내부 문건을 통해 분석했다.

한국의 종교문화 횡단기

최종성. 이학사. 1만8000원

한국에서 종교 연구는 주로 세계 종교에 집중돼 있다. 종교학자인 저자는 한국의 종교를 찾아 전국 곳곳을 찾아다녔다. 태안과 청양, 진천, 제천, 정선, 삼척에 이르기까지 남아 있는 종교의 흔적을 되짚어가는 여행기이자 종교학 개론서다.

가을

앨리 스미스. 민음사. 1만4000원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앨리 스미스의 사계절 4부작 중 첫 번째 단편이 번역 출간됐다. 2017년에 출간되자마자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모은 책이다. 혼란스러운 영국 사회의 일면을 담아낸 글이 한국인에게도 잘 와 닿는다.

유대인 엄마는 회복탄력성부터 키운다

사라 이마스. 위즈덤하우스. 1만4000원

유대인 엄마는 자녀에게 ‘결핍’부터 가르친다. 무작정 원하는 것을 다 주는 것이 아니라 자립심과 책임감을 길러주는 것이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극복해내는 힘, 회복탄력성을 기르기 위해서다. 양육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읽을 만하다.

신체 설계자

애덤 피오리. 미지북스. 1만8000원

생체공학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두 다리를 잃고도 로봇 다리에 의지해 뛰어다니는 등반가는 예삿일이다. 잘린 손가락이 자라나기도 하고 뇌에 연결된 컴퓨터로 말을 할 수도 있다. 생체공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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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단신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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