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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560호]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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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통신]‘허슬’에서 사기꾼役 앤 해서웨이

뉴욕= 글·사진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소녀배우 출신인 앤 해서웨이(36)는 나이답지 않게 아직도 예쁜 소녀 같았다.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연기도 잘해 ‘레미제라블’로 오스카 조연상을 타기도 했다. 해서웨이는 인터뷰 장소에 어깨가 훤히 드러난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나와 창백하도록 흰 피부와 눈이 따가울 정도로 대조를 이뤘다.
   
   최근 개봉한 영화 ‘더 허슬(The Hustle)’에서 해서웨이는 영국 태생의 사기꾼 조세핀으로 나온다. 자기와 모습과 성격이 판이한 호주 태생의 여자 사기꾼 페니(레벨 윌슨)와 함께 절경의 프랑스 남부 휴양지를 무대로 부자 남자들을 속여 거액의 돈과 보석을 뜯어내는 인물이다. 최근 뉴욕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인터뷰를 가진 해서웨이는 얌전한 자세로 앉아 질문에 “하하하” 하고 큰 웃음을 터뜨리면서 속사포로 대답했는데 ‘똘똘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주 상냥한 태도였다.
   
   ‘더 허슬’은 스티브 마틴과 마이클 케인이 나온 ‘더티 로튼 스카운들러’의 리메이크작이다. ‘더티 로튼 스카운들러’도 말런 브랜도와 데이비드 니븐이 공연한 ‘베드타임 스토리’의 리메이크작이기도 하다.
   
   - 역을 위해 여자 사기꾼을 만나 조언이라도 받았는가. “어느 사기꾼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단 말인가. 만나려 해도 불가능한 일로 그들에게 조언을 받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 옛날 영화를 봤는가. “자랄 때 ‘더티 로튼 스카운들러’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아주 멋있는 영화다. 내게 이 역이 주어졌을 때 수락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봤다. 정말 재미있고 완벽한 영화로 그런 영화를 리메이크한다는 것은 모험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의 성(性)을 바꾼다면 또 다른 멋진 영화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 레벨 윌슨과 일한 경험은 어땠는지. “난 그가 나온 ‘브라이드메이즈’를 보고 그의 재능을 깨달았다. 어찌나 우스운지 재능이 대단한 배우가 출현했다고 느꼈다. 그 후 그는 연속 히트를 했는데 언젠가 윌슨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잭 셰이퍼와 전화를 했을 때 그가 윌슨을 위해 ‘더티 로튼 스카운들러’의 리메이크용 각본을 쓴다는 말을 하기에 윌슨의 상대역은 누구냐고 물었다. 셰이퍼가 ‘아직 모른다’고 대답해 내 에이전트에게 영화의 각본이 끝나면 내가 읽어보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 사기에 대해 연구를 했는가. 왜 사기를 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사기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왜 사람들이 사기를 치는지 정말 모르겠다. 영화로 보기엔 재미있지만 실제로 직업 사기꾼이 된다는 것은 별로 즐거운 일이 못 된다고 본다. 조세핀 역을 위해서 조세핀이 사기를 치는 동기들, 그리고 그의 어린 시절과 가족 문제 등 여러 가지로 오래, 깊이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한다는 것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아 순전히 조세핀이 사기 치기를 좋아하고 또 사기에 재능이 있다는 결론만 지었다. 특히 조세핀이 남자에 대해 사기 치는 것은 같은 일을 해도 남자가 대가를 더 받는 데 대한 응분의 행동이기도 하다.”
   
   - 윌슨이 한 TV쇼에서 당신은 웬만한 모욕에는 끄떡도 않는다고 말했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나는 오빠와 남동생이 있는데 그들과 같이 성장하면서 그들의 끊임없는 조롱과 놀림과 모욕을 견뎌내야 했다. 그들뿐 아니라 우리 온 가족은 항상 서로를 놀리고 조롱하는 것을 즐긴 탓으로 얼굴이 두꺼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난 지금도 내 스스로를 조롱하기를 즐긴다.”
   
   - 당신과 윌슨이 주연하고 윌슨은 제작까지 겸했는데 요즘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가 부쩍 많아진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남자 쪽으로 모든 추세가 기울기를 원치 않는다. 여자의 역할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누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앉을 자리를 주자는 것이다. 제작자인 윌슨이 연기도 하기 때문에 그가 여배우가 갖고 있는 관심사를 잘 이해할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가발 선정 등 여러 문제들을 그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참으로 훌륭한 팀메이트다. 그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그의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 두 편의 전작에서 데이비드 니븐과 마이클 케인이 각기 맡은 역을 이번에 당신이 맡았는데 두 배우 중 누가 더 좋은가. “마이클 케인이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내 아버지로 나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에게 마음이 쏠린다. 그러나 데이비드 니븐은 데이비드 니븐이니 만큼 둘 중 누구 하나를 고르지 않겠다. 그저 그들이 맡았던 역을 내가 한 것이 행복할 뿐이다.”
   
▲ 영화 ‘더 허슬’의 한 장면.

   - 사기꾼과 할리우드 스타의 비슷한 점은 무엇인가. “나보다는 오히려 영화 기사를 쓰는 당신 같은 기자들이 더 사기꾼과 닮았다. 우리 앞에선 영화가 좋다고 해놓곤 뒤에 가선 끔찍한 기사를 쓰지 않는가. 난 결코 배우가 사기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기꾼들은 도덕적으로 어두운 사람들이다. 사기꾼들은 사람들의 돈을 노리고 나서는 반면 배우들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면서 그 대가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도록 요구하는 것이니 서로 닮은 데라곤 없다.”
   
   - 최근에 보거나 듣고 깊이 감동한 예술작품은 무엇인가.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주연한 ‘팬텀 스레드’다. 그 영화를 정말로 사랑한다. 그 영화를 연출한 폴 토머스 앤더슨의 작품을 다 좋아하긴 하지만 70㎜ 화면으로 3시간 동안 영화를 보면서 그 화려함과 유머와 진행 속도 등에 감복했다. 내게 큰 의미를 남긴 영화다.”
   
   - 당신의 인기와 부를 노리고 누군가 당신을 이용하려고 드는 경우를 겪어보았는가. “종종 있다. 물건 값을 남보다 20% 더 비싸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흔하다. 얼마 전에는 피부미용 전문가가 내 신용카드에 자기 멋대로 비용을 청구한 것을 발견하고 처음에는 사무 착오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짓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했다는 것을 알고 그 짓을 더 이상 못 하게 했다.”
   
   - 영화를 실제로 프랑스 남부 휴양지에서 찍었는가. “그랬으면 얼마 좋았을까. 실제로 프랑스 남부 휴양지는 부자들의 놀이터로 알려져 영화 내용에 딱 맞는 곳이다. 그러나 제작비 문제로 프랑스 남부만은 못 하지만 나름대로 풍광이 수려한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찍었다.”
   
   - 진짜로 프랑스 남부 휴양지에는 부자들을 등쳐먹으려는 사기꾼들이 있다고 들었는가. “모르겠다. 그저 단순히 돈 많은 사람들이 도박을 즐기고 또 자기들의 부를 과시하는 곳이라는 것밖엔 아는 바가 없다.”
   
   - 당신이 사기 쳐서 껍데기를 벗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 “그 사람이 미리 알 테니 말할 수 없다. 난 이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별 관심이 없다. 사기꾼이 되려면 비도덕적인 일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탐욕적이어서 탈세를 하는 부자들의 돈을 뜯어내 가난한 사람들에게 줄 마음은 있다. 말하자면 ‘로빈 후드’형 사기꾼이라고 하겠지.”
   
   - 아름다운 목걸이를 했는데 좋아하는 보석은 무엇인가. “남편이 보석디자이너여서 그가 내 목걸이를 디자인해준다. 그런 보석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 목걸이는 제임스 뱅크가 디자인 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보석은 에메랄드다.”
   
   -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보석은 무엇인가. “약혼반지와 결혼반지다.”
   
   - 남자 사기꾼과 여자 사기꾼 사이에 어떤 차이라도 있다고 보는가. “그들이 노리는 목표가 다르다는 점이다. 남자들이 노리는 대상은 왕자가 나타나 자기를 사랑하는 식의 동화 내용을 현실로 착각하는 여자들이고, 여자들이 노리는 대상은 여자들에 대해 해로운 생각을 하는 남자들이다.”
   
   - 극 중 두 여자는 동업자(?)이면서도 서로 경쟁적인데 영화를 찍으면서 윌슨에 대해 경쟁 의식이라도 느꼈는지. “윌슨이 뜻밖에 각본에 없는 짓을 해 날 깜짝 놀라게 했다. 영화에서 우리 둘의 관계는 경쟁적이라기보다는 먹이가 많은 텃밭을 누가 더 얼마나 많이 차지하느냐 하는 영토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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