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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 | 나는 체인지메이커다] 기업가정신으로 학교 바꾼 오일환 삼괴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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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568호]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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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나는 체인지메이커다]기업가정신으로 학교 바꾼 오일환 삼괴고 교사

▲ 기업가정신 교육을 접목시켜 학교를 바꾼 경기도 화성시 삼괴고등학교의 오일환 교사와 학생회 간부들. 왼쪽부터 최인서(3)·강승진(2)·임원영(3)·오진우(3)·지수민(2학년) 학생.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조희연 교육감발(發) ‘특목고·자사고 폐지’ 발언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문재인 정부는 특목고·자사고를 ‘고교 서열화의 주범’으로 몰고 있지만 특목고·자사고를 죽인다고 교육의 미래가 살아날지, 기승전 입시인 기형적인 교육이 바뀔지는 의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누더기가 되도록 대입제도를 개편했지만 입시경쟁의 무한질주는 속도를 더하고 있다. 공교육의 붕괴와 함께 일반고는 입시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자사고·특목고를 없애기 전에 일반고부터 살리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지방에 있는 한 작은 학교의 특별한 실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험의 현장은 경기도 화성시 조암읍 삼괴고등학교이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행복한 성장’이 교육의 본질이라는 것을 새삼 돌아보게 해준다. 밖에서 헐뜯고 싸우든 말든, 제도가 바뀌든 말든 ‘닥치고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가르쳐준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
   
   삼괴고는 60년 된 사립학교다. 특성화과가 포함된 종합고에서 2015년 일반고로 전환했다. 삼괴고는 일반고 전환과 함께 새롭게 ‘기업가정신’ 교육을 학교 곳곳에 접목했다.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문제해결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수익창출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업가정신, 즉 앙트십(앙트프뢰너십·Entrepreneurship)이다. 아직까지 교육계에서 일반화된 단어는 아니다. 일부 실업계고에서 창업에 초점을 맞춰 도입하고 있는 정도다. 삼괴고는 ‘앙트십 교육’을 창업이 아니라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했다. 사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에게 필수요소는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창의적 문제해결과 협업 능력이다. 리더십의 시대가 아니라 앙트십의 시대인 것이다. 교육의 역할은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앙트십 교육이 바꾼 삼괴고의 변화는 신선하고 흥미롭다. 가장 큰 변화는 학생 스스로 주변의 문제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간 것이다. 한 명 한 명의 변화는 학교 전체에 엄청난 변화의 시너지를 불러일으켰다. 학생들은 학교뿐만 아니라 마을도 바꿨다. 학교 근처 횡단보도에 신호등을 설치하게 하고, 어두운 지역에 가로등을 요구했다. 노선버스 운행경로를 바꿔 학교 앞에 정류장도 유치했다. 그를 위해 학생들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시청에 정책 제안을 냈다. 조암읍내 시장 개선, 으슥한 하천을 산책로로 바꾸기 등도 학생들이 제안한 프로젝트들이다.
   
   삼괴고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단적인 예가 학생회이다. 학생회는 삼권분립 체제이다. 입법·행정·사법이 분리돼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학교의 모든 결정은 학생회를 거치지 않고는 안 된다. 뜨거운 학생회, 일명 ‘뜨학’ 간부들은 매주 금요일 교장과 마주 앉아 회의를 한다. 학년별로 취합한 문제나 제안들을 회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견을 나누고 결정을 내린다. 아주 중요한 안건의 경우는 학생, 교사, 학부모까지 참여해 대토론회를 연다. 예를 들면 복장 규정을 정하는 문제 같은 것들이다. 화장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귀걸이는 해도 되는지, 파마·염색은 허용할 것인지 등을 놓고 전교생이 참여해 2시간 토론을 벌였다. ‘학생다움’에 대한 격론이 오간 끝에 ‘본인의 콤플렉스를 감출 수 있는 정도로 비비크림, 선크림 정도로 한정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복장 규정을 만들었다.
   
   축제, 체육대회 등 학교 행사나 대회들도 학생들 담당이다. 계획부터 진행, 뒷정리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도 학생이 주도한다. 현재 개설된 동아리는 50개가 넘는다. 동물관련 활동을 하는 ‘주토피아’, 사회문제 토론을 내세운 ‘#해시태그’, 생물 다양성을 연구하는 ‘그린오너’, 기계전자공학을 연구하는 ‘M.E.T’ 등 스스로 제안하고 이끌고 있다. 삼괴고에서 “안 돼!”라는 단어는 없다. 어떤 의견을 내든 교사들은 “한번 해봐!”라는 말로 학생들을 격려한다. 교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이 뭔가를 하려고 할 때 학교 측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
   
   
01 축제를 비롯해 학교의 모든 행사는 학생들이 주도한다. 잔디 운동장에서 축제 때면 밴드 공연이 벌어진다.
02 삼괴고는 매년 외국 학생들을 초청해 글로벌 기업가정신 캠프를 연다. 지난해 국제교류 활동의 일환으로 온 캐나다 학생들과 야구장을 방문했다.
03 초등학교 교사가 꿈인 학생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에서는 인근 초등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을 지도한다.
04 2019 일반고 연합 기업가정신 캠프에서 학생들이 팀별로 창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photo 삼괴고등학교

   미래의 체인지메이커 키우는 체인지메이커
   
   삼괴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변화를 만든 사람이 있다. 오일환(38) 창의진로부장이다. 앙트십 교육을 학교에 접목하고 외부 프로그램을 학교로 끌어들여 학생들이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었다. 미래의 체인지메이커를 키우는 체인지메이커인 셈이다. 오일환 교사는 며칠 후 있을 일반고 연합 기업가정신 캠프 준비로 밥 먹을 새도 없이 바빴다. 그와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학생들이 수시로 들락거렸다. 한 학생은 고개를 들이밀고 큰 소리로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인사를 건넸다. 그는 껄껄 웃더니 “며칠 출장을 다녀오느라 안 보였더니 저렇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무실을 마치 교실처럼 드나들었다. 교사·학생 간에 격의 없이 소통이 이뤄지고 있었다.
   
   “시대의 요구에 맞춰 학교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시대는 정답을 많이 맞히는 학생보다 사고력이 뛰어난 인재를 원합니다. 앙트십 교육을 창업 차원이 아니라 교실에도 적용하면 좋은 교육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은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각의 힘을 갖게 됩니다. 문제를 발견하려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만큼 세상을 보는 눈이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놀랄 만큼 성장합니다. 성장속도가 눈에 보입니다.”
   
   그는 대학입시에 맞춰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학생보다 ‘삼괴고’식 교육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빛을 발한다고 했다. 대학입시 결과도 놀라웠다. 지난해 서울·경기권 대학에 64명을 포함 4년제 대학에 108명이 합격했다. “성적 1~2점에 매달리는 학부모들에게 우리 학교 교육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면 결국 대학입시에서도 좋은 결과로 나타납니다.”
   
   진로상담을 주로 맡다 보니 고민 상담을 해오는 학생이 많다. 그는 이런 학생들에게 “뭘 좋아하냐” “뭘 잘하냐” 같은 질문 대신 과제를 주고 직접 몸으로 부딪쳐 보게 한다. 예를 들면 학교 근처 횡단보도 신호등 신설을 이끌어냈던 학생은 그 경험 덕분에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삼괴고의 혁신은 외부 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18년 기업가정신 콘텐츠 공모전, 청소년 비즈쿨 페스티벌, 기업가정신 골든벨 퀴즈 등에서 상을 휩쓸면서 화제가 됐다. 삼괴고의 활약이 입소문이 나면서 지원 학생들도 늘고 있다. 2008년 기숙사가 지어지고 한동안 10여명에 불과했던 지원자가 올해는 60명 모집에 200여명이 몰렸다. 예전엔 다른 학교로 벤치마킹을 다녔지만 요즘엔 거꾸로 삼괴고를 벤치마킹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입학을 문의하는 학부모 전화도 학기 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그는 삼괴고에서 교직을 시작해 13년 차다. 어느 곳이나 조직에서 튀면 누르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초보교사 시절 그도 의욕을 부리다 “나대지 말라”는 충고를 들은 후 주저앉았다. 타성에 젖어가고 있을 때 백현경 삼괴고 교장이 그를 불렀다.
   
   “지식만 전달하고 아이들이 뭐가 되든 나 몰라라 할 거면 왜 교사를 합니까. 그런 것 하라고 선생 하는 게 아닙니다. 아이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하는 것이 선생입니다. 수업만 할 것 같으면 학원에 가야지 여기 왜 있습니까.” 백 교장의 말에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후로 그는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을 어떻게 깨울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부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하는 학교 지원 프로그램을 찾아다니고 앙트십 교육 연수도 받았다. 앙트십 교육이야말로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다 싶었다. 지방이라고 꺼리는 관계자를 설득해 토요일 오후에 앙트십 수업을 했다. 처음 25명이 신청을 했는데 조는 학생 한 명 없이 너무나 즐겁게 수업을 듣더란다.
   
   이후 앙트십 교육을 수업시간, 진로교육 등 학교 전반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앙트십 수업은 교사가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전적으로 학생들이 주도한다. 팀을 이뤄 문제를 찾고 협업을 통해 문제해결을 찾아가는 식이다. 앙트십 수업의 핵심은 ‘만원 프로젝트’이다. 자본금 만원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성공 프로젝트 중 하나는 ‘점심 소풍’이었다. 잔디 운동장에 돗자리를 사서 펴놓고 간식과 함께 제공하는 대신 자릿세를 받았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까지 호응이 좋았다. ‘우리 사이에 꽃이 피었으면 좋겠어’ 프로젝트도 대성공을 거뒀다. 빈 바나나 우유통에 씨앗을 심어 친구에게 선물하기였다. 싸운 친구에게 화해의 표시로, 친하고 싶은 친구에게 마음을 전하는 선물로 전교생에게 인기였다. 프로젝트의 성공은 확산성이 컸다.
   
   
   대학 경쟁률 못지않은 학생회 선발 경쟁
   
   김규나 학생은 중학교 때 암기 위주 주입식 교육에 영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 삼괴고에 진학한 후 달라졌다. 앙트십 교육을 받은 후 주변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아이디어를 내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에 대한 뉴스를 보게 됐다. 2차 감염 문제를 고발한 뉴스였다. 실제 주사기를 사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한 끝에 주사기를 안으로 집어넣어 자상사고를 방지하고 재사용이 불가능한 주사기를 개발했다. 그 아이디어로 김규나 학생은 창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새싹기업으로 선정돼 미국 실리콘밸리 탐방 기회까지 얻고 올해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바나나 우유 프로젝트를 한 정선아 학생(중앙대 광고홍보학과 2년)은 학생회장에 도전해 학생회에 앙트십을 심었다. 그 결과물이 ‘뜨거운 학생회 매뉴얼북’이다. 1년에 2번 발행하는 매뉴얼북에는 학생회의 분기 활동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부서별 결산보고, 사업내역 등은 물론 다음 학생회에 전하는 조언까지 실려 누구든 매뉴얼북만 봐도 학생회의 활동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무려 140쪽에 달하는 매뉴얼북을 통해 학생회를 일관되게 이어갈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졌다.
   
   학생회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회장단은 직선제로 뽑고 나머지 간부들은 회장단과 담당 교사가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경쟁률이 대학입시 경쟁률 못지않다. 지난 학생회에는 40명 모집에 200명이 몰렸다. 전교생은 640여명이다. 학생회 역할이 많다 보니 학생회 활동에 뺏기는 시간이 많다. 그만큼 공부에 차질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정선아 학생은 “학생회 간부가 되고 나서 오히려 성적이 오른 친구들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학교가 변하려면 교사 한 명의 힘으론 불가능하다. 이곳은 교장, 교감, 교사들이 똘똘 뭉쳤다. 교사들도 앙트십 교육을 받고 교장도 기업가정신 캠프에 참가해 학생들 토론에 함께한다. 교사들끼리 연구회를 만들어 학생들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 어떻게 하면 학교를 즐겁게 만들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경기권 외고에 있다 2년 전 삼괴고에 합류한 안정수 교사는 “다른 학교와는 달리 선생님들끼리 분위기가 너무 좋아 낯설었다. 삼괴고에 와서 내 자신이 가장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교내 방송에서 갑자기 요란한 요들송이 흘러나와 웃음이 ‘빵’ 터졌다. 오후 수업 시작을 알리는 준비종이었다. 점심 먹고 나른한 시간, 졸음을 확 깨우는 음악이었다. 삼괴고의 종소리는 시간마다 전부 다르다. 수업 시작 2분 전에 준비종도 울린다. 미리 수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이 낸 아이디어였다. 음악 선곡도 전부 학생들의 공모를 받았다. 작곡을 해서 응모한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종소리와 함께 그도 수업시간에 들어가야 한다고 일어섰다.
   
   물론 삼괴고라고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학교폭력도 현저히 줄었지만 크고 작은 문제들은 늘 발생한다. 이곳 학생들도 입시 경쟁에서 예외일 수 없다. 당장 눈앞의 성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아주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삼괴고는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다. 학생들의 재능을 끄집어내고, 협업의 중요함을 깨닫게 해주고, 성장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교육을 학교 문화로 만들고 있었다. 삼괴고 학생들은 교사들을 ‘야단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도와주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교무실과 교실이 따로가 아니었다. 복도에서 만난 학생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진짜 학교, 진짜 교사를 만나고 오는 길, 이들만큼만 한다면 교육계가 싸움판이 될 이유는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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