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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570호] 2019.08.12

2019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기행의 깜짝 선물

잘츠부르크= 김기철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kichul@chosun.com

▲ 잘츠부르크 축제 공연장이 모여 있는 호프슈탈가세. 오른쪽에 축제대극장, 모차르트하우스, 펠젠라이트슐레가 연달아 있다. 뒤로 호엔잘츠부르크성이 보인다. photo SF·Kolarik
잘츠부르크엔 묘한 매력이 있다. 이 도시의 이름은 스마트폰 구글 지도 속 실제 지명이 아니라 영화나 동화 세계 같은 신비한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천재 모차르트의 고향, 그리고 20세기 후반 음악계를 호령한 지휘자 카라얀이 태어난 곳…. 한자리에 모으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스타들이 집결하는 여름 음악축제가 열리는 곳이라 더 그런지 모르겠다.
   
   올해만 해도 바리톤 플라시도 도밍고,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디아나 담라우,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에와 마우리치오 폴리니, 그리고리 소콜로프, 예브게니 키신 같은 피아노의 거장들이 무대에 선다. 리카르도 무티, 다니엘 바렌보임,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키릴 페트렌코 등 이미 전설이 됐거나 전설로 떠오르는 지휘자와 빈 필, 베를린 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같은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를 만날 수 있다. 이런 최고 음악가와 연주단을 여름철 한 무대에 세울 수 있는 곳은 잘츠부르크뿐이다. 1920년 시작한 음악축제는 내년 100주년을 맞을 만큼 역사가 켜켜이 쌓였다.
   
   
▲ 잘츠부르크 게트라이데 거리에 있는 모차르트 생가(왼쪽 노란색 건물). photo 김기철

   클래식의 이단아 쿠렌치스가 핫이슈
   
   지난 7월 27일 아침 뮌헨에서 잘츠부르크행 기차에 올랐다. 마지막 방문이 4년 전이라 어떻게 변했나 궁금했다. 창밖 녹색 빛 찬란한 산과 들판에 잠시 눈길을 뺏겼는데 어느새 종착역이다. 잘츠부르크는 중앙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데 걸어가도 15분이면 족할 만큼 작은 도시다. 축제극장 뒤편 호엔잘츠부르크성(城)이 낯익은 친구처럼 다가온다. 숙소에 가방을 던져놓고 시내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잘자흐강(江)변 스티프퉁 모차르테움 대극장으로 향했다. 페스티벌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모차르트 마티네’ 첫 공연이 오전 11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모차르트가 일곱 살 때 쓴 교향곡 1번과 열다섯에 작곡한 14번, 그리고 원숙기에 접어든 스물일곱 살 때 작곡한 36번(일명 린츠 교향곡)이 주메뉴다. 여기에 스무 살 때 쓴 세레나데 6번까지 얹었다. 이탈리아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리카르도 미나시는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단원 서른 명과 함께 모차르트 초·중기와 전성기 음악을 세련된 앙상블로 산뜻하게 풀어헤쳤다. 두 시간 남짓한 연주를 들으니 ‘소 한 마리’를 먹은 듯 모차르트가 가깝게 다가왔다.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의 뿌리는 모차르트 아내 콘스탄체가 설립에 관여했다는 184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콘서트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모차르트 생가와 청년기를 보낸 집이 있다. 모차르트 홈그라운드에서 들은 원조(元祖) 모차르트다. 출발이 좋다.
   
   개막 전부터 이번 페스티벌(7월 20일~8월 31일) 핫이슈는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라고들 했다. 클래식 음악의 구원자 또는 이단아란 얘기까지 듣는 그리스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47) 때문이다. 음악계 변방인 러시아 소도시 페름 오페라극장을 본거지 삼아 자기 악단 ‘무지카 에테르나’와 함께 선보인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음반은 음악계에 열띤 논란을 촉발했다. ‘비창’이야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새로운 해석이 있을까 싶은데 한번 듣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출 수 없을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쿠렌치스는 2017년 잘츠부르크에서 미국 유명 연출가 피터 셀라스와 모차르트 ‘티토 황제의 자비’를 올려 호평받았기에 이번 작품에 몰린 관심이 컸다. 페스티벌 공식 개막일인 7월 27일 저녁에 ‘이도메네오’ 초연이 열린 것만 봐도 이 작품에 거는 기대를 알 수 있다. 오스트리아 대통령까지 참석해 개막연설을 했다. 8월 19일까지 모두 여덟 차례 올리는 ‘이도메네오’는 최고가 440유로(약 60만원)를 매겼지만 가장 먼저 표가 동날 만큼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날 저녁 ‘이도메네오’ 초연이 열린 ‘펠젠라이트슐레(Felsenreitschule·암벽승마학교)’ 앞은 공식 개막일답게 유명 인사들이 참석하는 레드카펫 행사와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로 북적거렸다. 극장 안에 들어서니 암벽을 뚫어 만들었다는 말이 실감났다. 무대 정면은 옛 모습을 살렸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에서 폰 트랩 대령 가족이 스위스로 탈출하기 위해 위장 참가한 합창경연대회가 열린 그 극장이다.
   
   
▲ 92세 거장 블롬슈테트가 빈 필과 함께 말러교향곡 9번을 연주하고 있다. photo SF·Marco Borrelli

   중국 소프라노 잉팡의 빛나는 일리아
   
   ‘이도메네오’는 신(神)에 대한 약속과 아들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크레타왕 이도메네오의 고뇌가 중심 축이다. 트로이전쟁에서 귀환하던 이도메네오가 폭풍을 만나자 바다의 신 넵튠에게 “살려주면 육지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겠다”고 약속하면서 사달이 난다. 그를 처음 맞은 이가 아들 이다만테였기 때문이다. 크레타에 포로로 끌려온 트로이 공주 일리아와 아르고스 공주 엘레트라가 이다만테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삼각관계도 주요 스토리다. 무대에는 바다를 상징하듯 투명한 비닐풍선이 조명 아래 빛났다. 서곡과 함께 자동소총을 든 크레타 군인들이 포로로 잡아온 트로이 사람들을 위협하며 구석으로 몰아댔다. ‘이도메네오’의 주인공은 역시 쿠렌치스였다. 귀고리와 목걸이에 등산부츠 같은 운동화를 신고 나온 쿠렌치스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3시간 반 남짓 강렬한 음악을 들려줬다. 오케스트라 피트는 객석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노출됐다. 바로크시대 악기를 쓰는 프라이부르크 오케스트라는 지휘자 르네 야콥스와 함께 최근 3년간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해 익숙한 단체다. 모차르트와 대본작가 로렌초 다 폰테가 손잡고 만든 3부작 ‘코지 판 투테’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를 차례로 공연했다.
   
   관악주자들이 자기 순서 때마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연주하는 장면이 신기하다 싶었다. 자세히 보니 첼로를 제외한 현악주자 모두가 오페라가 계속될 동안 3시간 반 내내 서서 연주했다. 인터미션 때 바이올린 주자에게 물었더니 “집중력과 에너지를 보여주기 위해 서서 연주하는 게 좋다”고 했다. 쿠렌치스의 카리스마와 소통력으로 이끌어낸 음악은 성공적이었다. 교향악 연주만큼 파격적으로 내달리진 않았지만 시대 악기로 연주하는 모차르트 오페라가 그렇게 다이내믹할 줄은 미처 몰랐다. 쿠렌치스가 전날인 7월 26일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SWR)과 연주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도 열광적 반응이었다고 했다. SWR과 연주한 이 교향곡 실황 영상은 교향악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또 하나의 주인공은 일리아 역 중국 소프라노 잉팡이었다. 이름조차 낯선 잉팡은 첫 아리아부터 풍부한 성량과 서정적인 표현력으로 주목을 끌었다. 대수롭잖은 음절도 그가 부를 땐 눈길이 갔다. 상하이음악원과 줄리아드학교를 나온 잉팡은 2017년 ‘이도메네오’에서 일리아 역으로 단 한 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선 게 전부다. 그런 신참이 잘츠부르크 데뷔무대에서 홈런을 쳤다.
   
   주목을 받았던 연출가 피터 셀라스는 수천 년 전 그리스 신화에 뿌리를 둔 이 스토리에 요즘의 난민 문제와 기후변화 같은 이슈까지 얹었다.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인터미션 때 자리를 뜨는 이들까지 있었다. 옆자리 관객은 “재작년에 비해 새로운 볼거리가 없어 지루하다”고 했다. 커튼콜 때 셀라스가 등장하자 잠깐 야유 소리까지 들렸다.
   
   
▲ 축제 최고 핫이슈로 떠오른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 photo SF·Ruth Walz

   기립박수 쏟아진 블롬슈테트의 말러 9번
   
   다음 날인 7월 28일 오전 11시 축제 대극장에서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빈 필하모닉과 함께 말러 9번을 연주했다. 92세의 거장 지휘자가 걸어나오자 벌써부터 ‘브라보’를 외치는 이도 있었다. 블롬슈테트는 빈 필을 거칠다 싶을 만큼 몰아붙였다. 1시간 반의 항해를 끝낸 후 마에스트로는 객석을 향해 뒤돌아서지 않았다. 악기에서 손을 떼고 아래로 내린 단원들도 보일 만큼 시간이 흘렀다. 관객들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1분 남짓 지났을까. 마침내 블롬슈테트가 고개를 들었다.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거장에 대한 경의(敬意)였다.
   
   오후 3시 같은 극장에서 열릴 이탈리아 작곡가 프란체스코 칠레아 오페라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를 보기 위해 극장 앞 광장에서 ‘커리 부르스트’와 콜라로 점심을 때웠다. 카레맛 소시지라고 할까. 독일권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거리 음식이다. 안나 네트렙코 부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화제작을 위해 숙소에서 잠시 쉴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작년 여름 독일 바덴바덴 페스티벌에서 네트렙코 부부가 출연하는 이 작품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공연 하루 전 메일을 받았다. 네트렙코 부부가 갑작스러운 질병을 이유로 출연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이번엔 무사히 볼 수 있을까.
   
   네트렙코의 여름 스케줄은 살인적이다. 7월 초 베로나 페스티벌 ‘일 트로바트레’에 나섰고, 이어 바덴바덴과 뮌헨에서 리사이틀을 가졌다. 잘츠부르크에서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를 세 차례 공연하고, 8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 ‘로엔그린’ 여주인공 엘자를 부르는 일정이었다. 네트렙코는 잘츠부르크의 두 번째 공연은 감기 때문에 취소했다. 중국 소프라노 후이허가 대신 불렀다. 네트렙코가 무대로 걸어나오기 전까지 아슬아슬하게 기다렸다.
   
   
▲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주역을 맡은 스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photo SF·Marco Borrelli

   네트렙코·라흐벨리쉬빌리의 불꽃 튀는 대결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는 프랑스 파리 코미디 프랑세즈극장의 스타 여배우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의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다. 제비꽃 화환을 받은 여배우가 꽃향기 속 독가스에 취해 목숨을 잃는다는 내용. 마우리치오 백작을 사이에 두고 배우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와 연적 부이용 공작 부인과의 갈등이 축을 이룬다. 이번 공연은 무대와 의상을 갖추지 않고 콘서트 형식으로 열렸다. 녹색 드레스를 입고 나온 네트렙코는 첫 아리아 ‘나는 창조주의 비천한 종입니다’부터 객석을 압도했다. 부이용 공작부인 역 소프라노 아니타 라흐벨리쉬빌리(35)는 폭포 같은 우렁찬 소리로 카리스마를 떨쳤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당당한 체구의 라흐벨리쉬빌리는 2막 캄캄한 밀실에서 벌이는 네트렙코와의 대결에서 상대를 압도할 정도였다. 네트렙코와 라흐벨리쉬빌리는 작년 말과 올 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에도 함께 나서 스릴 넘치는 여 대 여(女對女) 대결을 만들어냈다. 조지아 출신인 라흐벨리쉬빌리는 2009년 밀라노 라 스칼라 시즌 개막공연 ‘카르멘’에 스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를 상대역 삼아 카르멘으로 출연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2011년 안젤라 게오르규, 요나스 카우프만과 함께 부이용 공작부인으로 카네기홀 데뷔 공연을 가졌다. 벨라루스 출신 성악가 예카테리나 세멘추크를 능가하는 메조소프라노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마우리치오 역을 맡은 네트렙코 남편 유시프 에이바조프는 소리가 좀 떨렸지만 무난한 연주였다.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의 성공을 이끈 주역 중 하나는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마르코 아르밀리아토가 이끈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전날 바람처럼 가벼운 모차르트를 들려준 이 오케스트라는 장중하면서 드라마틱한 오케스트라로 변신했다. 단원이 보강되고 지휘자가 바뀌긴 했지만, 전날과는 완전히 다른 풍성한 소리를 들려줘 깜짝 놀랐다.
   
   
▲ 그리스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 파격적 연주로 음악계의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photo Anton Zavyalov

   골목 교회에서 만나는 모차르트 미사곡
   
   7월 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토마스 헹겔브록이 지휘하는 루이지 케루비니의 ‘메데아’, 체칠리아 바르톨리가 주연을 맡은 헨델의 ‘알치나’, 루마니아 작곡가 에네스쿠의 ‘오이디푸스’, 자크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우스’,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의 ‘시몬 보카네그라’, 프란츠 벨저-뫼스트 지휘의 ‘살로메’, 플라시도 도밍고가 출연하는 ‘루이자 밀러’로 이어진다. 바로크시대부터 현대까지 오페라 9편 42회, 콘서트 81회, 연극 55회 등 43일간 199회 공연이 열린다. 8월 13일부터 세 차례 빈 필을 지휘하는 리카르도 무티의 베르디 ‘레퀴엠’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1989년 7월 베르디 ‘가면무도회’를 연습하다 타계한 카라얀을 기념하는 30주기 추모 공연이다. 오는 9월 루체른 페스티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예고한 네덜란드 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90)는 8월 30일과 31일 빈 필과 함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협연 머레이 페라이어)과 브루크너 교향곡 7번으로 잘츠부르크 고별공연을 갖는다. 65년 지휘 인생을 마무리하는 역사적 순간이다. 8월 25일 키릴 페트렌코가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합창 교향곡 연주엔 한국이 낳은 세계적 성악가 연광철이 솔리스트로 출연한다. 오는 11월 발표할 2020년 페스티벌 100주년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주최 측은 내한 기자회견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100주년 때 초청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잘츠부르크의 매력은 도심 골목에서 흔히 만나는 오래된 교회에서 떠들썩한 광고 없이 열리는 작은 음악회다. 아침 산책 마지막 코스로 들른 축제대극장 근처 프란치스카너 교회 대문엔 오전 9시 아침 예배 때 모차르트 미사곡(KV257)을 연주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혹시나 하고 문을 밀고 들어갔더니, 2층 성가대석에서 관현악에 맞춰 한창 연습 중이었다. 천상에서 울리는 소리 같았다. 2시간 뒤 있을 빈 필 말러 9번 콘서트가 아니었다면, 눌러앉고 싶었다. 4년 전에도 이 교회에서 베토벤 미사곡 C장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도시에서 들은 최고의 음악 중 하나였다. 기대 밖 깜짝 선물이 찾아오는 곳, 잘츠부르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달간의 유혹,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
   올 뮌헨의 최고 별은 소프라노 안야 하르테로스
   
▲ 키릴 페트렌코가 지난 7월 20일 마르슈탈플라츠에서 이끈 ‘모두를 위한 오페라(Opera for All)’ 무료 콘서트. photo Wilfrid Hoesl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은 정규 시즌 대표작만 추리고 화려한 출연진을 내세워 여름 한 달간 오페라 애호가들을 유혹하는 고품격 축제다. 올해 페스티벌(6월 27일~7월 31일)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음악감독 키릴 페트렌코(47)가 슈트라우스 ‘살로메’로 문을 열고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로 마감했다. 사이먼 래틀의 뒤를 이어 올가을부터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 바로 그 사람이다. 글룩의 ‘알체스테’부터 ‘피가로의 결혼’ ‘라 트라비아타’ ‘노르마’ 등 오페라 16편이 35일간 번갈아 올라갔다.
   
   축제가 피날레로 치닫던 7월 25일과 26일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와 푸치니 ‘황금 서부의 아가씨’가 올라간 막스 요세프 광장 앞 뮌헨 국립극장을 찾았다.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혁명 당시 시인 안드레아 셰니에와 막달레나의 사랑, 그리고 막달레나를 흠모하는 제라르, 이 세 주연의 기량과 호흡이 공연 수준을 좌우한다. 이탈리아 테너 스테파노 라 콜라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대표가수인 소프라노 안야 하르테로스(47), 제리코 루치직은 흠잡을 데 없는 소리와 연기로 최고의 ‘안드레아 셰니에’를 보여줬다.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바리톤 루카 살시가 나선 2017년 초연 때보다 오히려 빛났을 정도다. 2017년에도 막달레나를 맡았던 하르테로스는 세 주연 중 단연 돋보이는 연기로 박수를 받았다. 하르테로스는 시간이 갈수록 기량이 다듬어지고 목소리가 풍성해지는 소프라노다. 뉴욕과 뮌헨, 잘츠부르크에서 ‘돈 카를로’ ‘토스카’ ‘일 트로바트레’ ‘라 트라비아타’ 등 10편 가까이 그녀의 무대를 지켜본 경험이 그렇다. 독일 영화감독이자 연출가인 필립 슈톨츨(52)의 연출과 무대는 잔인할 만큼 강렬했다. 귀족들의 화려한 연회와 하인들의 비참한 삶을 위아래 무대로 나눠 대비한 1막부터 그랬다. 단두대에 목을 내민 안드레아 셰니에의 손을 잡은 막달레나가 칼날이 내려오자 절규하는 4막 피날레는 절정을 이뤘다.
   
   다음날 본 ‘황금 서부의 아가씨’는 푸치니가 19세기 중반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무대 삼아 올린 ‘마카로니 서부극’ 같은 오페라. 올해 마흔인 제임스 개피건이 지휘한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거친 전개만큼이나 강렬한 연주를 들려줬다. 1998년 취리히 오페라에서 프란츠 벨저-뫼스트 지휘로 이 작품을 봤다. 여느 이탈리아 오페라와 달리 모던한 음악과 사실적 전개가 기억에 남았다. 개피건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지낸 벨저-뫼스트 아래서 부지휘자를 지낸 ‘제자’다. 안야 캄페(미니)와 브랜든 조바노비치(딕 존슨), 욘 룬드그렌(잭 랜스)의 호흡도 좋았다. 2~3년 전부터 영어 자막도 서비스하는 바이에른 슈타츠오퍼는 무슨 작품을 봐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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