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9일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세계 푸드 테크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스마트 키친 서밋 재팬 2019’ 행사가 열렸다.
지난 8월 8~9일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세계 푸드 테크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스마트 키친 서밋 재팬 2019’ 행사가 열렸다.

콩으로 만든 달걀, 인공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3D 프린터로 만든 스시. 미래 우리 식탁에 오를 음식들이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기술로 버무린 이른바 ‘테크 푸드’들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 신흥국의 인구 증가, 선진국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으로 지금 전 세계가 식생활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 가운데 미래의 식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 8월 8~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스마트 키친 서밋 재팬 2019’다. 음식, 사이언스, 테크놀러지를 테마로 전 세계 182개 업체가 참가했다. 원래 ‘스마트 키친 서밋’은 2015년 푸드 테크에 특화한 세계 첫 국제 컨퍼런스로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됐다. 이후 푸드 테크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일본으로 무대를 넓혔다. 일본 개최는 올해로 3회째다. 올해의 키워드는 ‘무브(MOVE)’로, 단순한 식품·요리에서 벗어나 식생활, 식품산업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 그리고 인간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웰빙, 식품·요리에 대한 새로운 가치가 중요한 테마로 다뤄졌다.

일본 최대의 레시피 회사인 쿡패드는 요리에 가장 적당한 물을 만드는 워터서버 시제품을 시연했다.
일본 최대의 레시피 회사인 쿡패드는 요리에 가장 적당한 물을 만드는 워터서버 시제품을 시연했다.

녹두콩 이용한 식물성 달걀

올 행사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역시 식물성 고기였다. 가짜 고기로 만든 햄버거 패티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의 ‘비욘드 미트’가 지난 5월 뉴욕 증시에 상장되면서 대체 단백질원에 대해 전 세계 음식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콩고기’로 불리는 기존의 식물성 고기와는 달리 비욘드 미트의 햄버거 패티는 실제 소고기와 아주 비슷한 식감을 자랑한다. 빨간 비트로 만든 붉은 액체와 코코넛 오일 등을 사용해 실제 고기 육즙과 비슷한 맛을 냈다. 비욘드 미트의 성공은 대체 단백질원 시장에 불을 붙였다.

이번 행사에서는 녹두콩을 이용한 식물성 달걀이 선보였다. 달걀을 풀어놓은 것처럼 액체 형태로 스크램블드에그 요리 등을 할 수 있다. 미국 푸드 스타트업인 ‘저스트’가 개발한 것으로 일반 달걀 요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 사용량의 98%를 절약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94%, 콜레스테롤 100%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스트 측은 식물성 달걀 구입자의 77%는 ‘옴니보어(Omnivore)’나 채식 위주이지만 상황에 따라 육식도 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으로 불리는 층이라면서 대체육 시장이 더 이상 채식주의자들만의 시장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환경오염 해결과 동물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세포배양육 기술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의 세포배양육 스타트업인 인티그리컬처는 지난 3월 개발한 자동화된 바이오 리액터 시스템인 ‘컬넷(CulNet) 시스템’을 소개했다. 세포배양육은 일종의 시험관 고기로, 동물에서 줄기세포를 떼어낸 뒤 이를 배양해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만들어낸다. 세포배양육은 그동안 배양액 비용이 너무 비싼 것이 문제였다. 인티그리컬처는 자체 개발한 혈청 생산 시스템을 개발해 배양액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 회사는 2021년 ‘세포배양 푸아그라’를 출시하고 2025년에는 ‘세포배양 스테이크’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인티그리컬처는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세포배양육 제조 방법을 공개하고 시민 참가를 통해 세포배양육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광고회사 덴츠가 주도하는 오픈밀즈 프로젝트의 일환인 ‘3D 출력 스시 레스토랑’ 이미지.
광고회사 덴츠가 주도하는 오픈밀즈 프로젝트의 일환인 ‘3D 출력 스시 레스토랑’ 이미지.

파나소닉은 주먹밥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오니로봇’을 선보였다.
파나소닉은 주먹밥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오니로봇’을 선보였다.

2020년 계획 ‘3D 출력 스시’ 레스토랑

그렇다면 대체육보다 더 먼 미래의 식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광고회사인 덴츠는 푸드프린터로 스시를 출력한다는 기발한 발상의 ‘오픈밀즈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오픈밀즈는 모든 요리를 데이터화해서 온라인상에 저장하고 전 세계 필요한 누구나가 데이터를 내려받아 푸드프린터로 요리를 출력하는 ‘데이터식(食)’을 실현한다는 발상이다.

당초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터가 내놓은 기발한 아이디어에 호응하는 기업, 연구자, 기술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미지 포맷인 JPG, GIF 등과 같은 데이터식 국제 표준 포맷을 노리는 닷큐브(.CUBE)도 생겼다. 또한 2020년 ‘3D 출력 스시’ 레스토랑 ‘스시 싱귤러리티 도쿄’를 열기 위한 준비도 시작됐다.

올해 아폴로 탐사 50주년을 맞아 우주 음식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민간 우주 여행이나 지구 밖 행성 거주가 머지않은 현실로 다가오면서 우주에서 뭘 먹고 살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약 반년가량 우주비행사가 머무르는 우주스테이션에서 제공되고 있는 우주식은 현재 약 300종류로 대부분은 미국 업체와 나사(NASA)가 제공하고 있다. 그중 약 15%가량은 우주비행사가 먹고 싶은 라면 등의 일반 보너스식이 제공된다. 그러나 민간인이 우주 여행을 가거나 거주하는 시대에는 ‘지구식’이 아니라 우주에 식재료를 가져가 조리하거나 현지에서 식재료를 길러 요리하는 ‘우주식’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일본에서는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이화학연구소, 로손 등 다양한 기업·연구기관이 참여한 ‘스페이스 푸드 엑스(Space Food X)’ 연구개발 프로젝트팀이 결성됐다.

이번 행사에서 이탈리아에 거점을 둔 미래식품연구소의 사라 로베르시씨는 식품·외식 산업에 변혁을 일으키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헬스, 지속가능성, 디스트리뷰션(배송·유통), 소비자 가치의 전환, 디지털라이제이션을 꼽았다. 또 미래 푸드사업은 체험과 플랫폼의 가치가 중요해진다고 봤다.

웰빙 푸드 테크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셰프 겸 닥터이자 프레시메디슨의 창업자인 로버트 그래햄씨는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푸드(Food), 휴식(Relaxation), 운동(Exercise), 수면(Sleep), 행복(Happiness) 등 5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FRESH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건강에 관한 모든 것이 음식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우리가 진실로 삶에서 원하는 것은 행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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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화 일본KDDI총합연구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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