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직접 쓰고 그린 인생 레시피

요리는 감이여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창비교육. 1만7000원

아침에 일어나면 밥물부터 맞추고 가지가지 찬을 그릇에 담는다. 후루룩 다 먹고 나면 그릇을 씻어 말리고 두 소매 접어올려 반찬 마련에 나선다. 참외가 나오는 날이면 소금에 절여 이틀 동안 말려 몇 달에 걸쳐 먹도록 준비한다. 어느 날은 산으로 올라가 도토리를 주워 방앗간에 맡겨 갈아와 묵을 쑤어 내어 놓는다.

옮겨 쓰지 못한다뿐이지 우리네 할머니들의 머릿속에는 가족을 지키고 키워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밥’이 백과사전처럼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이제야 한글학교를 다니며 글을 배운 충청도 할머니 51명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들이 직접 쓰고 그려낸 레시피가 세상에 공개됐다.

“배차를 듬성듬성 넌칠넌칠” 썰어 내라고 그림까지 그려 보여주는 이묘순 할머니를 비롯해 “요리는 감으로 하는 것”이라는 윤인자 할머니의 옻백숙 레시피도 있다. 그대로 따라하면 할머니의 손맛이 날까.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개해 유명해진 책이다.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백승주. 은행나무. 1만4000원

언어학자인 저자가 글자로 읽을 수 없는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저자는 외부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언어와 문화의 낯선 풍경과 적응의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언어와 삶, 사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의 마지막 권리

박충구. 동녘. 1만6000원

죽을 권리에 대해 철학자가 쓴 책이다. 우리는 어떻게 죽기를 원하는지, 안락사는 필요한 것인지,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에 대해 썼다. 동시에 어떻게 하면 좋은 죽음을 맞을 수 있을지 ‘낯선 죽음’에서 벗어나도록 실용적인 조언도 담겼다.

나의 영국 인문 기행

서경식. 반비. 1만7000원

재일조선인으로 디아스포라 정체성에 대해 논해온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학 교수의 영국 기행 에세이다. 근대 세계의 발전을 이끌고 제국주의의 첨병에 섰지만 지금은 지구화 문제에 신음하는 복합적인 국가를 시공간을 넘어서 관찰하고 분석했다.

너를 닫을 때 나는 삶을 연다

파블로 네루다. 민음사. 1만6000원

칠레의 국민시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파블로 네루다의 대표적인 시집이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평생 2500편의 시를 쓰면서 시인은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언어를 다듬었다. 가난한 민중들에게 널리 읽힌, 읽기 쉽지만 예술적인 시다.

나는 걷기로 했다

앤드루 포스소펠. 김영사. 1만4800원

제주도 올레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걷는 사람들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걸을까.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던 청년이 6400㎞를 걸으면서 묻고 들은 얘기가 책으로 나왔다. 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두 얼굴의 법원

권석천. 창비. 1만8000원

최근 한·일 갈등을 불러온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재판을 비롯해 2년간 벌어진 이른바 ‘양승태 코트 사법농단’에 대한 심층적인 취재기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베테랑 기자인 저자가 인터뷰하고 방대한 자료를 검토해 사건을 처음부터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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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단신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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