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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579호]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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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통신]‘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출연 아놀드 슈워제네거

LA= 글·사진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캘리포니아주지사를 지낸 아놀드 슈워제네거(72)는 우람찬 체구로 보무당당하게 인터뷰장에 입장했다. 굵은 음성에 악센트가 있는 발음으로 시치미 뚝 떼고 능청맞게 농담을 하면서 재미있게 질문에 대답했다. 시종일관 진지한 얼굴로 유머와 위트가 뒤섞인 발언을 하다가 가끔 자기 농담이 쑥스러운지 히죽이 웃으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1991)의 속편 격인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서 인류의 미래 희망인 젊은 여인 대니와 그를 보호하는 수퍼 솔저 그레이스를 도와 이들을 처치하기 위해 파견된 터미네이터 ‘레브-9’과 맞서는 원조 터미네이터로 나온다. 슈워제네거와의 인터뷰는 지난 10월 11일 LA 비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 영화에서 연기하기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어떤 것이었나. “격투 장면이다. 격투 장면을 제대로 하려면 엄격한 자기통제와 훈련이 필요하다. 격투 장면은 나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과 특수효과 및 시각효과 부서와의 긴밀한 협조하에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스턴트맨도 할 수 없는 액션은 시각효과 부서가 처리하는데 그때 그들이 원하는 대로 동작을 취해야 한다. 이 같은 연기를 완벽히 표현하기 위해선 여러 차례 반복 촬영을 해야 하는데 매우 도전적이다. 그래서 자기통제와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보디빌딩 경력이 있어서 다른 사람에 비해 그 일이 쉬운 편이다.”
   
   - 영화 제작에 얼마나 깊이 참여했는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긴 했으나 보통 제작에 깊이 참여하기보다 감독과 각 부서가 하는 대로 맡겨둔다. 난 이 영화에서 휘장 판매원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에 맞도록 내 복장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 정도였다. 영화에서 휘장 판매원이 집에 있을 때 TV로 미식축구 경기를 보는 장면에 대해 의견을 내기도 했다. 머리 스타일과 수염을 기를 것이냐 아니냐 하는 것 등은 다 분장사들에게 맡긴다. 모든 것은 각본에 써 있기 때문에 그것을 따라하면 된다.”
   
   - 당신은 영화에서 아들을 둔 여자와 함께 사는데 기계인 터미네이터와 인간 여자가 어떻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나. “영화에서 말했지만 불평 없이 아이의 기저귀도 갈아주면서 가사에 참여하면 된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것은 다 내 결혼생활과 다른 인간관계로부터 배운 것이다. 터미네이터는 이렇게 상대를 이해하고 좋은 반려자가 되는 길을 이해함으로써 인간 여자와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난 체중이 180㎏이나 나가는 기계 인간이어서 비록 동거녀와 육체적 관계는 맺지 못하지만 상대의 말을 듣고 가사에 참여하는 것은 모든 남자들이 배워야 할 점이다. 실제로도 난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다소 ‘무거운’ 편이다.”
   
   - 영화에서 휘장 판매원으로 나온 당신은 실제로 집을 어떻게 장식하는가. “난 집안 장식을 제대로 못하는 편이다. 마리아(전처)에게 침실이나 서재는 하고픈 대로 하라고 맡기곤 했다. 난 단지 거실과 다른 방들을 장식할 때만 다소 참여했을 뿐이다. 난 유럽 태생이어서 우리 집은 유럽풍과 미국풍을 조화시킨 인테리어를 했다. 내 취미가 꽤 고상한 편이다.”
   
   - 당신은 이 영화 속편에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는데 사실인가. “여러 편의 ‘터미네이터’ 영화에서 나는 죽지만 매번 다시 살아나곤 해 그 말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무슨 재주를 써서라도 날 다시 살려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영화가 히트하면 틀림없이 다음 ‘터미네이터’에서 날 등장시킬 것이 분명하다. 히트 못 하면 난 돌아오지 못할 것이고.”
   
   - 속편에 나오고 싶은가. “이번 역은 그동안 해온 역들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3가지 역은 ‘코난 더 바바리안’과 ‘트윈즈’ 그리고 ‘터미네이터’의 주인공이다. 따라서 ‘터미네이터’ 역은 내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 역이야말로 배우로서의 내 생애에 추진력을 가한 것이며 큰 인기를 얻게 해준 것이다. 나뿐 아니라 감독인 제임스 캐머런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의 각본에 캐머런도 참여했는데 그가 나보고 ‘터미네이터 역을 다시 하라’고 권해 나오게 됐다.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 새라 코너로 다시 나오는 린다 해밀턴과 오랜만에 함께 일한 경험은 어땠는지. “난 린다가 역을 위해 자기 몸을 단단히 다진 것을 보고 감탄했다. 엄격한 자기통제력을 발휘하면서 겁 없이 나쁜 터미네이터와 싸우는 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그저 놀랐을 뿐이다. 린다는 이 역을 위해 엄청난 신체단련을 했다. 그가 세트에서도 부단히 힘든 운동을 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 나이(53세)에 그런 연기를 해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걱정을 했다. 그러나 그가 역을 잘 해내는 것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 1991년 영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왼쪽)과 10월 말 개봉할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한 장면.

   - 주지사를 역임한 뒤로 배우로서의 경력에 큰 변화가 있었나. “주지사를 그만두고 다시 연기를 시작하게 됐을 때 처음에는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다소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막상 연기를 하고 보니 마치 한번 배우면 잊지 않는 자전거 타기와 같았다. 즉시 연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렇게 도전적인 일은 아니었다. 주지사 생활을 8년 하다 보니 나이도 그만큼 더 먹었고 사람도 보다 현명해졌다. 주지사 하면서 배운 것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사물들을 보다 깊이, 그리고 다방면으로 관찰한다는 것이다. 내 인생에 있어 그런 경험은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다주었지만 연기에 관한 한 주지사가 되기 전과 똑같이 편안하게 느꼈다.”
   
   - 정계에 복귀할 생각은 없는가. “없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하고픈 일을 할 수 없다.(미국 태생이 아니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함.) 그리고 나는 자기 자리 지키는 것에만 혈안이 된 정치가가 아니다. 보통 정치가들은 임기제한으로 주 상원 자리를 떠나게 되면 하원의원에 출마한다. 당선이 된 후 다시 임기제한에 걸리면 이번에는 시장으로 나간다. 여기서 물러나면 시의원으로 출마한다. 그들은 정권에 중독이 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다른 일은 할 줄 모르기 때문인데 이게 문제다. 그러나 난 그들과 다르다. 내가 주지사가 된 것은 정치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난 정치를 증오한다. 정치란 좋은 정책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로 필요한 것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정책이다. 정치란 사람들을 보수·진보로 갈라놓고 싸움만 조장할 뿐이다. 보수와 진보란 도대체 무엇인가. 교육 문제를 논의할 때 보수와 진보가 무슨 구실을 한단 말인가.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진보적 공기로만 숨 쉰다는 말인가. 우린 그저 공기로 숨 쉴 뿐이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난 정치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돕는 정책에 관심이 있다. 워싱턴의 정치가들이란 말로만 떠들지 실행은 못 하는 식물들이나 마찬가지다.”
   
   - 지금까지 본 영화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것들은 무엇인가. “‘E.T.’ ‘타이타닉’ ‘아바타’ ‘닥터 지바고’ ‘벤허’ ‘엘 시드’ 등이다.”
   
   - 영화학도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제임스 캐머런의 영화들이다. 그는 영화사상 가장 흥미 있는 사람이다. 그는 매우 재능 있는 각본가이자 감독으로 시각효과를 아주 편하고 쉽게 구사할 줄 안다. 그의 영화들은 매우 강력한 힘과 감동을 준다. 이 영화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 당신처럼 나이가 먹었는데도 ‘람보’ 같은 액션영화에 꾸준히 나오는 실베스터 스탤론과 가깝게 지내는가. “우린 종종 함께 지낸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 오랫동안 서로를 싫어했다. 1980년대 내내 우린 적처럼 지냈다. 서로 경쟁자였기 때문이다. 우린 서로 누가 더 근육질이며 영화에서 누가 더 큰 총과 긴 칼을 쓰는지를 두고 경쟁했다. 영화에서 누가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또 흥행 성적이 더 좋은가 하는 어리석은 일들을 놓고 상대를 압도하려고 했다. 미친 짓이다. 그러나 그런 경쟁심이 한편으로는 서로 보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우린 궁극적으로 친구가 됐다. 서로 만나 가정생활과 아이들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며 보낸다. 또 우린 함께 늙어가는 처지다. 그것이 액션배우로서의 우리 위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우린 돈과 경력과 영화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사람들이 우리 보고 2인조 코미디팀을 구성해 순회공연을 해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와 나는 성격도 다르고 세계관도 아주 다르다. 둘이 팀이 돼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농담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면 아주 재미있을 것이라고 얘기들 한다. 우린 궐련도 서로 다른 것을 피우고 패션과 자동차도 다르다. 내가 그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가 엉뚱한 대답을 하면 아주 재미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린 지금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체화하는 것에 대해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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