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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580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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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통신]‘허슬러’에서 스트립 댄서로 출연한 제니퍼 로페즈

토론토= 글·사진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가무잡잡한 피부를 한 제니퍼 로페즈는 정열적이고 아름다웠다. 지난 7월에 50세가 되었다는데 나이답지 않게 생기와 젊음이 넘쳤다. 로페즈는 활발한 제스처를 쓰면서 질문에 속사포처럼 대답했다. 애인관계를 비롯해 모든 것에 대해 솔직했다. ‘J-Lo’라는 별칭으로 통하는 로페즈는 가수요 댄서이자 영화제작자이며 배우인 만능 재주꾼이다. 최근 ‘A-로드’로 불리는 미 프로야구 양키스의 선수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약혼을 했다.
   
   지난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 기간 중 토론토 페어몬트 로열요크 호텔에서 최근 개봉작 ‘허슬러’에 출연한 로페즈를 만났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에서 로페즈는 뉴욕 스트립클럽에서 일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월스트리트 단골 손님들의 ‘껍데기’를 벗기는 댄서로 나온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허슬러’에는 작년에 빅히트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주연배우인 콘스탄스 우도 나온다.
   
   - 순회공연을 비롯한 연예 활동으로 몹시 바쁠 텐데 영화 촬영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나. “원래 작년 여름에 찍을 예정이었다. 감독을 겸한 로렌 스카파리아가 쓴 각본을 읽고 마음에 들어 출연계약에 서명을 했지만 분주한 공연 일정을 마치고 여름엔 집에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난 스카파리아에게 내가 맡기로 한 역을 다른 배우에게 줘도 좋다고까지 제안했다. 그러나 스카파리아는 나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했다. 그래서 스카파리아와 제작사를 비롯해 모두가 기다렸다가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보여주게 됐다고 믿는다.”
   
   - 영화를 찍기 위해 실제 댄서들을 만났다고 했는데 그들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많은 것을 배웠다. 먼저 어떤 댄서들이 무대에 오르고 어떤 춤을 추는지를 관찰했다. 내 역인 라모나는 실제 댄서인 크리스탈을 모방한 것이다. 몇 차례 방문해 분위기를 몸에 익히면서 댄서들을 만나 왜 이 직업을 택했으며 또 정확히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었다. 많은 얘기를 들었는데 그들은 모두 자기 육체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부끄러울 것이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자도 있었고 대학생도 있었다. 그들에게 그 일은 중독과도 같은 것임을 깨달았다. 마치 도박장에 있듯이 매일 밤 대박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더라. 운이 좋으면 하루에 몇천 달러도 벌지만 달랑 40달러밖에 못 챙기는 경우도 흔하다. 그들 역시 도박사들이다. 손님들을 말로 녹이고 클럽을 휘어잡을 줄 아는 기술을 지녔다. 그런 역은 쉽게 구하기 힘든 멋진 것이다.”
   
   -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약혼한 소감이 어떤가. 결혼은 언제 할 예정인가. “아직 정확한 날짜는 안 잡았지만 난 그날을 기대하고 있다. 알렉스와 나는 만나는 첫 순간부터 서로 연결돼 있다고 느꼈다. 약혼에 대해 몇 차례 얘기도 나눴지만 막상 그가 청혼을 했을 때 깜짝 놀랐다.”
   
   - 영화에서 동료들이 당신의 아름다움의 비결이 술을 안 마시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이 실제 내 아름다움의 비결 중 하나가 맞다.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술과 약물은 독약이라고 가르쳤다. 그것들은 영혼을 빼앗는 극약으로 결국 날 죽게 만든다고 겁을 주는 바람에 단 한번도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도 피부가 늙지 않는 비결인 것 같다. 그와 함께 행복을 느끼면 보다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동기가 무엇인가. “갱 영화 ‘굿펠라즈’와 ‘부기 나이트’같이 섹시하지만 위험한 지하세계를 파고들고 싶었다. 스트립클럽의 모습을 여자들의 눈으로 파악하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완전히 이색적인 또 다른 문화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것은 마피아의 세계를 그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역이야말로 나에게는 꿈의 실현과도 같다. 이 영화는 보통 사람들의 인간성과는 매우 다른 직업에 관한 흥미 있는 얘기이다. 난 늘 그런 주제에 관심이 있었다. 여자 제작자와 감독, 배우들의 눈으로 스트립클럽을 파헤친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난 이 영화가 자랑스럽다.”
   
▲ 11월 한국 개봉 예정인 영화 ‘허슬러’의 한 장면.

   - 약혼자 앞에서 춤 연습이라도 했는지. “폴댄싱을 배울 때 지도교사가 ‘그 춤을 추려면 피부가 기둥에 찰싹 달라붙어야 하기 때문에 옷을 거의 다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래지어와 속옷만 입으라고 하기에 처음엔 ‘웃기지 말라’고 대들었다. 그러나 결국 지시대로 했다. 집에 와서도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연습을 하는데 알렉스가 들어오길래 얼른 짧은 옷을 걸치고 연습을 했다. 그 장면을 알렉스가 동영상으로 찍어 전송했다. 내가 ‘난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걸 찍어 보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더니 알렉스는 ‘굉장히 멋있어. 장난이니 괜찮아’라고 능청을 떨었다. 그는 내 춤 연습을 아주 즐기면서 보았다. 연습을 계속하니 실력이 늘었는데 알렉스가 그걸 보고 ‘야 굉장하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지’ 하면서 놀라더라. 연습하느라 어깨와 다리에 상처가 나고 멍이 들었다. 체육관까지 가서 맹연습을 했다. 프로도 몇 년이나 걸리는 춤을 6주 만에 배우는 것을 보고 지도교사도 놀랐다. 어찌나 힘든지 울기도 했다. 다 훌륭한 지도교사 덕분이다.”
   
   - 당신은 영화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 나오는데 실제로 그런 댄서들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스트리퍼들은 어느 정도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밤에는 춤을 추지만 그것이 끝나면 청바지와 스웨터를 입고 당신들과 같은 보통 삶을 산다. 적어도 내가 만난 여자들은 그랬다.”
   
   - 당신 애인이 스트립클럽에 간다면 걱정하겠는가. “물론이다. 난 내 애인의 클럽 출입을 원치 않는다.”
   
   - 라모나는 동료들의 리더이자 보호자 노릇을 하는데 당신은 실제로도 타인을 돌보고 배려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둘의 역할이 오버랩된다고 보지 않는가. “라모나와 내가 같은 점은 둘 다 모성애가 강한 것이다. 난 실제 세트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다 편안한지 돌아보곤 한다. 특히 내가 제작자일 땐 더 그렇다. 그러나 단순히 배우 역할을 할 때도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애쓴다. 연장자로서 세트에서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모나에겐 어두운 점도 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남자들의 술에 약물을 넣어 정신을 잃게 한 뒤 신용카드를 도용해 돈을 꺼내는데 그런 불법행위는 나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마음이 너무 스산해 시사회장을 나갈까 하는 생각마저 했다. 그런데 그 장면을 연기할 땐 별 생각 없이 해냈다.”
   
   - 역을 연구하려고 스트립클럽을 방문했을 때 일행과 드러내놓고 함께 갔는가 아니면 변장을 하고 갔는가. “티 안 내고 조용히 찾아갔다. 방문하기 전에 매니저와 얘기를 한 뒤 구석 조용한 자리에 앉아 관람했다. 로드리게스와 지인 몇 명과 함께 갔다. 벽에 붙은 파리처럼 조용히 앉아 구경만 했다. 댄서들이 나보고 춤을 추겠느냐고 묻기에 그저 보기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댄서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 당신은 너무 유명해 밖에 나가기조차 힘들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식품점에 간 것이 언제인가. “솔직히 말해 난 식품점에 별로 가질 않는다. 2년 전에 아이들과 함께 슈퍼마켓에 간 것이 마지막이다.”
   
   - 사람들은 스트립댄서들을 보고 천박한 직업여성이라고 멸시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들은 삶을 살면서 여러 가지 다른 이유들로 뭔가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이 직업도 사람들이 저마다 각기 다른 이유들로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왜 그들이 그런 직업을 선택해야 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즉 그들의 삶뿐만 아니라 자신들 각자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들은 우리보다 하류층 인간이라는 도덕적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흔히 그들을 창녀로 아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들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더니 댄서들은 ‘우린 창녀가 아니다’고 대답하더라.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춤을 출 뿐이라고 말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서 과거와 다른 눈으로 보고 이해하게 됐다. 이 점이 영화로부터 배울 점이다. 우리에겐 타인을 판단할 권리가 없다.”
   
   - 알렉스 로드리게스와의 찰떡궁합은 어떻게 이뤄진 것인가. “우린 서로를 사랑하며 함께 있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서로를 존경한다. 그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린 서로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양보하고 상대의 필요에 따라 어디서나 함께 있도록 노력한다. 우린 둘 다 강한 사람인 데다 세상에 너무 알려진 사람들이어서 그런 응원과 도움이 필요하다. 콘서트에도 함께 가고 로드리게스가 해설하는 야구장에도 함께 간다. 그는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항상 나를 위해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 가족과 아이들을 위해 참으로 아름다운 행위다.”
   
   - 영화를 찍으면서 남자들에 대해 무엇을 배웠나. “다는 아니지만 일부 남자들은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스트립클럽에 가서 랩댄싱(lap dancing·무릎에 앉아 춤추는 것) 서비스를 받지만 가족이나 직장 동료에겐 숨긴다. 남자들의 심리상태는 여자들과는 아주 다른 것 같다. 영화를 찍으면서 이중생활을 하는 남자들의 문화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그런 사실을 전연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 안에 들어가 보니 새로운 눈으로 남자들의 또 다른 삶을 보게 됐다.”
   
   - 정신없이 분주한 연예인으로서의 삶에 휴식을 줄 생각은 없는가. “지금은 없다. 그러고 싶지만 지금 내 삶에 있어선 너무 훌륭한 기회가 많아 그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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