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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588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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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탈리아 리도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장

▲ 이탈리아인들이 성탄설 전후로 먹는 국민 디저트 ‘파네토네’. 만찬 후 가족 모두가 나눠 먹는다.
연말연시는 거의 이탈리아에서 보낸다. 베네치아나 나폴리에서 지낸 뒤 중부 움부리아 지방 산속에서 12월 31일을 보내고 곧바로 1월 1일 로마 바티칸에서 신년을 맞이하는 것이 보통이다. 돈이 넘쳐 돌아다닌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서울 생활에 비하면 비싼 것도 아니다. 여행지에서 직접 요리해서 식사를 해결할 경우 한 달 ‘펑펑’ 먹고 마셔도 100유로 정도면 충분하다. 외식이라도 현지인이 가는 단골 레스토랑을 확보해뒀다면 20유로 정도로 와인과 해산물·고기 요리, 디저트까지 전부 즐길 수 있다. 명품 가방, 구두, 스카프 등 필요 없는 곳에는 1유로도 아끼면서 전액 여행에 투자한다. 돈이 아니라 경험과 지혜가 중요하다.
   
   
▲ 고깔모자에 빗자루를 든 할머니 캐릭터 ‘베파나’는 이탈리아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보다 더 기다리는 인물이다. 선물을 갖고 올 베파나를 위한 와인과 음식을 집안에 마련해두는 것이 성탄절 직전 어린이들이 할 일이다.

   1950년대 차가 아직도 굴러다니는 나라
   
   근검절약, 나아가 청빈은 이탈리아인들을 오랫동안 만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겉으로 본 이탈리아인은 고급 와인에다 글로벌 명품, 뚜껑이 열리는 총천연색 오픈카로 살아가는 듯하다. 1960년대 영화감독 루치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가 창조해낸 휘황찬란한 환상적 이미지라고나 할까. 전혀 반대다. 그런 부류도 있기야 있겠지만 이탈리아인 대부분은 ‘아주’ 검소하다. 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물건 자체를 거의 사지 않는다. 전후 흑백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피아지오 아페(Piaggio Ape)를 2019년 이탈리아 어디에 가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1950년대 생산된 오토바이형 자동차가 아직도 시골 1차선 도로를 가로막고 교통체증을 유발한다. 이탈리아인은 고물 같은 이 탈것을 절대 버리지 않고 반세기 이상 갈고닦아 지금도 화물수송용으로 활용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물건들을 그대로 이어 쓰는 것이 이탈리아인 대부분의 생활방식이기 때문이다. 모바일폰만 해도 아이폰을 갖고 다니는 사람은 대도시 청년들에 그칠 뿐이다. 20유로짜리 중국산 모바일폰이나 아예 구형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필자가 머무는 베네치아 민박집 전화는 아직도 다이얼식 수동전화다.
   
   이탈리아인의 근검절약은 여러 배경에서 설명될 수 있다. 대체로 일확천금 분위기에 젖은 나라일수록 물건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가 접한 이탈리아에서는 ‘대박’이 없다. 신분 급상승이 어려운 사회, 좋게 보면 안정된 나라다. 사회적 분위기가 아닌 종교적 관점에서 보자면 역시 가톨릭이 배경에 있다. 욕(欲)과 속(俗)을 멀리하는 세계관으로서의 가톨릭이 지배하는 사회다. 욕과 속의 세계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오래 못 간다. 사회 전체가 가톨릭 유산과 전통으로 채워져 있다. 가톨릭 신자가 줄고 청년들의 세계관이 변한다고 하지만 3000년 역사의 이탈리아를 가늠하는 근본 DNA는 똑같다. 젊어 한순간 떠돌아 다닐 수야 있겠지만 결국은 가톨릭 품으로 되돌아온다.
   
   
   이탈리아 순혈 DNA의 공간 리도 메르카토
   
   메르카토(Mercato), 즉 시장은 이탈리아의 청빈 DNA와 가톨릭 세계관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현장이다. 특히 성탄절에 즈음한 메르카토 풍경은 이탈리아라는 나라의 근본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증거다. 메르카토에서 어떤 물건을 사고 파는지를 보면 이탈리아라는 초상화를 그려낼 수 있다. 연말연시 탐사용 메르카토로 들른 곳은 베네치아 리도다. 베네치아 남동쪽을 지키는 섬으로 ‘제로 킬로미터(Zero ㎞)’라 불리는 메르카토가 열린다. 총 길이 200m 정도의 일직선 공간으로 1주일에 화요일과 금요일 두 번 오전 중에만 ‘반짝’ 열린다. 바다 건너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과 멀리 알프스산맥이 한눈에 들어오는 해안가 시장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채 풍경화가 이 리도의 메르카토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의 수많은 메르카토 가운데 ‘굳이’ 리도를 이탈리아 DNA 확인 현장으로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99% 리도 주민만이 이용하는 ‘순혈(純血)’ 로컬 메르카토란 점이다. 이탈리아 어디를 가도 관광객으로 넘친다. 리도 작은 섬까지 찾아오는 외국인은 극히 드물다. ‘순혈’이라 말하면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한물간 생각이라 비난할지 모르겠다. ‘퓨전’이나 ‘짬뽕’도 좋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니까 한층 더 ‘순혈 DNA’에 주목하게 된다. 리도는 이탈리아에서도 극히 드문, 천연기념물 순혈 공간이다.
   
   리도 메르카토를 찾은 날은 지난 12월 17일 오전 10시쯤이다. 숙소에서 자전거로 2분 거리다. 겨울 베네치아 특유의 음울한 날씨지만, 시장에 들어서기 전 이미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진다. 장보기용 1인용 카트인 카렐로(Carrello)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이다. 리도는 좁은 도로 하나로 길게 이어진 장사형(長蛇型)섬이다. 베네치아로 가는 여객선 선착장만 붐빌 뿐 어둠이 깔리면 유령도시로 변하는 한적한 곳이다. 화·금의 메르카토는 주민 모두가 외출하는 이벤트인 동시에 친목 교류 현장이다.
   
   필자가 찾아간 성탄절 1주일 전 메르카토는 한층 더 붐비고 바쁘다. 대략 성탄절 하루 전부터 1월 5일까지 이탈리아 가게 대부분이 쉰다. 미리 장을 봐둬야만 한다.
   
   메르카토 안으로 들어가자 ‘야한’ 풍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멀리 알프스를 배경으로 걸려 있는 붉은 팬티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 팬티에서부터 통이 넓은 남성용 박스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탈리아에서 통하는 12월 31일 하루를 위한 준비물이다. 붉은 팬티를 입고 신년을 맞이하면 복이 따른다는 것이 이탈리아 전통이다. 성스러운 가톨릭 이미지와 정반대지만 보통 연말 선물로 주고받는 이탈리아 신년맞이 필수품이 팬티다. 청춘남녀만이 아니라 7080 실버세대에도 해당한다. 자식이 어머니에게,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주는 풍요의 상징이 빨간 팬티다.
   
   
▲ 베네치아 리도 시장에 걸려 있는 붉은색 팬티들. 이탈리아인들은 12월 31일 붉은 팬티를 입고 신년을 맞이하면 복이 따른다고 믿는다.

   알프스 배경으로 시장에 걸린 붉은 팬티들
   
   팬티 가게를 지나자 시골 할머니풍 인형이 눈에 띈다. 한국인들이 본다면 마귀할멈쯤으로 비칠 듯하다. 고깔모자에다 빗자루를 들고 있는 길쭉한 얼굴의 늙은 여자 인형이다. 이 인형이 이탈리아 어린이라면 누구나 기다리는 ‘베파나(Befana)’이다. 외모와 달리 집안을 항상 깨끗하게 다듬는 알뜰살뜰 살림꾼이 베파나의 본래 정체다. 예수가 태어나기 직전 베파나는 3명의 동방박사와 우연히 만난다. 곧 태어날 예수를 만나러 함께 가자는 동방박사의 제의를 거절한다. 집안 청소로 인해 너무도 바쁘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이후 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예수 탄생의 의미를 알게 된다. 뒤늦게 후회하면서 음식, 옷과 같은 선물들을 잔뜩 준비해 어린 예수를 찾아나선다. 그러나 결국 예수를 찾지 못한다. 지금도 계속해서 어린아이에게 줄 선물을 잔뜩 짊어진 채 하늘을 떠돌고 있다고 이탈리아 어린이들은 믿고 있다. 착한 어린이를 위한 ‘선물의 화신’이 베파나인 셈이다. 산타클로스와 비슷하지만 이탈리아 전통에 충실한 어린이라면 베파나를 한층 더 믿고 기다린다. 썰매를 끄는 북유럽 캐릭터인 산타클로스와 달리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선물을 나눠준다는 점에서도 구별된다. 선물을 어린이에게 나눠준 뒤에는 자기의 흔적을 빗자루로 깨끗이 청소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베파나가 먹고 마실 음식이나 와인을 집안 어딘가에 미리 두는 것이 성탄절 직전 어린이들이 할 일이다.
   
   리도 메르카토에는 이탈리아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베네치아 지방만의 ‘필수품’도 있다. 치즈나 와인 같은 로컬푸드만이 아니라 신발 파는 곳에서 반드시 볼 수 있는 무릎까지 덮인 장화다. 주로 겨울에 발생하는 ‘아쿠아 알타(Acqua Alta)’용 신발이다. 베네치아의 이미지 중 하나인 해수(海水) 상승용 비상용품이다. 지난 11월 중순 터진 초대형 아쿠아 알타는 베네치아 일상이 어떤 것인지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해수면이 무려 187㎝나 상승한 대재난이었다. 필자가 머무는 집에도 바닷물이 덮쳐 세탁기와 건조기를 2층에 올리느라 가족 모두가 난리를 쳤다고 한다. 최악의 아쿠아 알타로 기록된 1966년 194㎝에 버금가는 재앙이다. 긴 장화는 베네치아와 주변 주민들이라면 누구나 필요한 생활용품이다. 너무도 실용적이지만 성탄절 전후에 주고받는 선물 중 하나가 장화다. 관광객용 플라스틱 보호막이 아니라 고무로 만든 반영구적 장화다.
   
   화초 가게는 리도, 아니 이탈리아 전체 메르카토의 매력 중 하나다. 언제 어디에 가도 만날 수 있다. 유럽 전체 풍경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싱싱함과 가격’에 있다. 신선하고 싸다. 히야신스는 리도 도착 즉시 구입해 방안에 두는, 필자가 사랑하는 화초다. 태양의 신 아폴로의 연인 히야신스의 그림자와 향을 단돈 1유로만으로 음미할 수 있다. 다른 화초들 가격도 엄청 싸다. 성탄절 직전 리도 메르카토를 수놓는 화초는 역시 포인세티아(Poinsettia)다. 별 모양의 붉은잎 식물이다. 별다른 향도 없고 보기에 따라서는 잡초로 보인다. 그러나 가톨릭 국가라면 모두가 신성하게 여기는 성스러운 식물이다. 이탈리아만이 아니라 남미도 포인세티아를 사랑하는 나라에 포함된다.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 베들레헴의 별 이후 예수의 십자가 고난을 상징하는 붉은 피가 포인세티아의 상징적 의미다. 성탄절은 물론 4월 부활절이 되면 이탈리아, 유럽 전체에서 볼 수 있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큰 것도 있지만 보통 5유로 이하의 작은 포인세티아를 가정용으로 사용한다.
   
   
▲ 리도 시장에서 파는 장화. 해수 상승에 대비한 필수 비상용품이다.

   베네치아 대재앙에 대비하는 장화도 인기
   
   주변 친구들로부터 항상 듣는 질문이지만 성탄절 이탈리아인은 무엇을 먹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닥치는대로 다 먹는다’가 답이다. 한국의 떡국, 일본의 소바, 중국의 만두 같은 연말연시용 특별음식이 따로 없다. 나폴리의 뱀장어, 북부 유럽의 돼지족발처럼 지역 특산물에 맞춰 먹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부 즐긴다. 1000년 지중해 해상왕국으로 군림한 베네치아의 경우 ‘특히’ 닥치는 대로 다 먹는다.
   
   그렇지만 음식이 아무리 달라도 성탄절 식후에 가족과 함께 반드시 즐기는 ‘국민 디저트’가 하나 있다. 높이 15㎝ 정도의 돔형 케이크인 파네토네(Panettone)다. 보통 디저트용 스파클링 와인과 함께 먹는다. 파네토네는 이탈리아 어디에 가도 예외 없이 만나는 성탄절 필수음식이다. 만찬 후 가족 모두가 나눠서 함께 먹는다. 맛은 카스텔라와 비슷하다. 성탄절과 신년의 상징물이 된 것은 고급 케이크란 이미지에서 비롯됐다. 성탄절 교회에서 나눠 먹은 비싼 음식이 바로 파네토네다. 예수의 육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0세기 들어 공장에서 대규모로 생산되면서 일반인도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현재 10유로 전후면 디저트용 와인이 든 파네토네를 즐길 수 있다. 성탄절에 앞서 보통 집에 두세 개씩 미리 준비해둔다.
   
   리도 메르카토의 풍경 중 하나는 ‘3대 가족+개(犬)’로 이뤄진 대가족 쇼핑이다. 실버 세대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자식 부부, 손자 손녀 그리고 개와 동행한다. 리도는 폭 300m, 길이 11㎞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2만 인구를 가진 작지 않은 도시다. 그렇지만 대부분 서로 다 알고 지낸다. 학교·교회를 통한 친교도 있지만 대부분 베네치아를 기반으로 일하기 때문에 배로 출퇴근하는 과정에서 모두 알고 지낸다. 베네치아인이라면 하루에 최소 100번은 외칠 ‘챠오(Ciao·안녕)’ 인사가 메르카토 곳곳에 울려퍼진다.
   
   
▲ 성탄절 시즌에 붐비는 리도 시장 풍경과 판매품들. 바다 건너 산마르코광장과 멀리 알프스산맥이 한눈에 들어오는 해안가 시장이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1유로숍이 최고 인기
   
   어린이용 장난감 가게는 리도의 일상적 풍경이다. 작은 섬이지만, 곳곳에 들어서 있다. 3대 가족이 메르카토에 나올 경우 어린이용 선물은 필수 구입품목에 들어간다. 장난감도 사지만 선물을 주더라도 당장 풀 수 없는 ‘기다림형 선물’이 성탄절의 인기상품이다. 당연히 아이들 선물은 할아버지의 몫이다. 취학 전 어린이를 위한 성탄 달력이 기다림형 선물의 대표 격이다.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전부 24개 칸으로 이뤄진 작은 상품이 담긴 달력이다. 날짜에 맞춰진 칸 뒤쪽 공간에 가로 세로 3㎝ 정도의 작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손톱으로 칸 뒤를 열면 선물이 나타난다. 갖가지 문양의 작은 초콜릿이다. 예를 들어 12월 8일 칸을 열면 땅콩으로 덮인 피라미드 모양 초콜릿이 나온다. 매일 달력을 보면서 예수 탄생을 기다리도록 만드는 당근형, 아니 초콜릿형 선물이다.
   
   메르카토에서의 성탄절 맞이 최고의 인기매장은 1유로 숍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베네치아 풍경 속에 자리 잡은 1유로 노점상이다. 중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곳인데 손님들로 터져나간다. 1유로숍에서의 12월 최고 인기상품은 실·바늘·가위·천 같은 자수나 봉제 관련 상품들이다. 청빈생활에 단련된 이탈리아인에게 어울리는 상품이다. 이탈리아인은 재봉틀을 이용한 식탁보·커튼·침구·옷 제작이나 수선에 능하다. 민박집에서 봤는데 대부분 뜨개질로 옷을 만들어 자식들에게 입힌다.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직접 방문해 구입했다는, 베네치아 주변 섬 부라노(Burano)에서 탄생한 레이스(Lace) 때문인지 모르겠다. 오페라 라트라비아타(La Traviata)에서 소프라노 비올레타가 눈물을 닦을 때 사용한 유럽 최고의 고급 수제품 레이스의 출처가 바로 베네치아 부라노다. 리도에서 북쪽으로 10㎞ 떨어진 섬이란 점을 감안하면 자수·봉제에 관한 DNA도 비슷할 듯하다. 값싼 중국산으로 대치되고는 있지만 적어도 성탄절에 입는 옷이나 장식품은 직접 만들자는 의미에서 1유로숍이 붐비는 듯하다.
   
   호두·땅콩·석류는 메르카토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최저가 상품이다. 5유로 정도면 실컷 먹을 수 있다. 풍요·건강·다복·행운을 상징하는 이탈리아의 군것질인 셈이다. 먹는 데 비교적 시간이 걸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석류의 경우 크게 가른 뒤 알을 하나씩 뜯어서 먹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빨리 먹는 것보다 서로 얘기를 나누기 위한 슬로푸드로서의 군것질이다.
   
   종교적 상징물을 제외하면 이탈리아 연말연시도 한국 명절과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있다가 1년 만에 재회하는 가족모임이란 측면에서 보면 더더욱 비슷하다. 글을 쓴 뒤 민박집 가족들을 위한 성탄절 선물 포장을 도울 생각이다. 리도와 베네치아를 오가는 친척들과의 식사에 맞춰, 무려 40개나 되는 선물을 나눠준다고 한다. 편지도 쓰고 장식용 붉은 꽃도 붙인다. 서너 시간 계속될 수작업이지만 이탈리아인 모두가 즐기는 연중행사이기도 하다. 무슨 선물들을 나눠주고 편지 내용은 어떤지, 미리 살펴볼 특권이 기다려진다. 구세주 메시아를 갈구하듯 가족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이 성탄절의 진짜 의미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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