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을 문화와 지식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한 광화문문화포럼이 2020년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2018 서울아리랑페스티벌 행사. ⓒphoto 뉴시스
광화문을 문화와 지식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한 광화문문화포럼이 2020년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2018 서울아리랑페스티벌 행사. ⓒphoto 뉴시스

국내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모임인 광화문문화포럼(회장 오지철)이 2020년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광화문문화포럼은 문화·예술계 원로뿐만 아니라 법조인, 언론인, 의료인, 기업인, 학자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2000년 1월 12일 설립됐다. 광화문문화포럼은 1999년 12월 9일 당시 이종덕 세종문화회관 사장·총감독(현 명예회장)의 발의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제안으로 발기인 52명이 참여해 모임이 개최되었다. 이 명예회장은 문화공보부 공무원으로 시작해 예술의전당과 성남아트센터, 충무아트홀 사장을 지내며 ‘공연계의 대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역대 회장으로는 초대 이세중(변호사·현 환경재단 명예이사장) △2대 차범석(전 대한민국 예술원장) △3대 남시욱(전 문화일보 사장), △4대 김영수(전 문체부 장관) △5대 김종규(삼성출판박물관 사장) △6대 이종덕(전 충무아트홀 사장) 등이 거쳤다.

광화문문화포럼은 발기인 모임 이후 약 한 달 뒤인 2000년 1월 12일 첫 회원 총회 겸 제1회 아침공론마당을 개최하며 공식 출발했다. 이 모임에서 이세중 변호사를 제1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후 광화문문화포럼은 아침공론마당에서 ‘광화문의 유래와 경복궁 복원사업’(김동현 동국대 교수), ‘광화문의 오늘과 내일’(서현 한양대 교수), ‘광화문 축제는 가능한가’(강준혁 추계예술대 교수) 등의 주제로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문화 부흥 방안들을 논의했다. 아침공론마당에서 세종로 차도를 모두 지하화하거나 문화광장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0월 10일 광화문문화포럼(회장 오지철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이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월례포럼 200회 기념으로 유정우 한국바그너협회장을 초청, ‘탄생 250주년 나폴레옹과 베토벤의 악연’ 강연회를 열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동호(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 박정자(연극인), 김환수(주한미국공보원 고문), 김용원(한강포럼 이사장), 이종덕(전 예술의전당 사장), 오지철(회장), 김영수(전 문체부 장관), 김종규(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최치림(국제극예술협회 이사장), 신현웅(웅진재단 이사장), 이림(디자이너). ⓒphoto 광화문문화포럼
지난 10월 10일 광화문문화포럼(회장 오지철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이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월례포럼 200회 기념으로 유정우 한국바그너협회장을 초청, ‘탄생 250주년 나폴레옹과 베토벤의 악연’ 강연회를 열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동호(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 박정자(연극인), 김환수(주한미국공보원 고문), 김용원(한강포럼 이사장), 이종덕(전 예술의전당 사장), 오지철(회장), 김영수(전 문체부 장관), 김종규(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최치림(국제극예술협회 이사장), 신현웅(웅진재단 이사장), 이림(디자이너). ⓒphoto 광화문문화포럼

이어령 교수 1회 광화문문화예술상 수상

아침공론마당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달 두 번째 목요일 오전 7시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문화예술뿐만 서울 중구 아니라 정치·외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다양한 주제와 내용으로 강연과 토의가 진행된다. 지난 10월 10일에는 제200회 포럼을 맞아 유정우 한국바그너협회장(흉부외과 전문의)의 ‘탄생 250주년 나폴레옹과 베토벤의 악연’이란 제목의 강연회를 가졌다.

포럼 이름에 ‘광화문’을 붙인 것은 무엇보다 광화문이 문화예술의 중심지이면서 동시에 나라의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광화문 일대는 과거 조선시대 경복궁과 육조 등 관아(官牙)의 거리로서 조정의 공론장 역할을 했다. 또 재야 사림(士林) 중심의 ‘산림(山林) 공론’ 역할도 했다. 광화문문화포럼은 이러한 ‘광화문’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며 광화문을 문화와 지식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광화문문화포럼은 창립취지문에서 “우리는 지난 세기 정치·경제에만 매달려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화의 보존, 계승, 발전에는 소홀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국경이 무너지는 정보화사회에서 전통과 독자적인 문화 없이는 민족의 정체성마저 상실하고 상업주의 문화의 홍수에 휩쓸리고 말 것”이라며 문화 부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광화문문화포럼은 오는 2020년 1월 9일 프레스센터에서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날 광화문문화포럼은 ‘광화문문화예술상’을 제정하고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에게 제1회 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이어 한·중·일의 문화교류라는 주제로 공론마당을 열 계획이다.

이종덕 광화문문화포럼 명예회장

“문화예술 꿈나무들 키운 것이 큰 보람”

 ⓒphoto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photo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광화문문화포럼 창립 주역 이종덕 명예회장은 1935년 일본 출생으로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 공채 1기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민정이양 이후(1963년) 당시 문화공보부 공연과 사무관을 지내며 공연예술계와 인연을 쌓기 시작했다. 그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초청된 외국 지도자들을 위한 디너파티에서 한국의 전통 예술 공연을 기획해 선보이자 박 대통령이 그의 남다른 기획력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이 명예회장은 “1972년 4월 7일 시내 벚꽃놀이를 기획해 박 전 대통령 내외가 이를 관람하다가 나를 직접 옆자리로 불러 손을 잡아주며 칭찬해주던 때가 지금도 생생하다”며 “한국의 전통 문화예술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나의 의지를 박 전 대통령 내외가 적극 지지해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년을 문공부에서 일한 이 명예회장은 이후 서울예술단, 예술의전당, 한국공연예술원, 세종문화회관, 성남아트센터, KBS교향악단, 충무아트홀 등에서 사장직과 이사장직을 두루 역임했다.

이 명예회장이 광화문문화포럼을 만든 이유는 무엇보다 그가 광화문과 인연이 깊었기 때문이다. 경복고를 나온 이 명예회장은 연세대 재학 시절 국제극장 앞 커피숍에서 늘 친구들과 어울렸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 1999년 6월 세종문화회관 사장직을 맡으며 그는 ‘정신적 고향’과도 같았던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포럼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광화문 인근에 있는 대표적인 신문사인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한국일보 등의 문화부장과 공연·음악계 인사들을 모아 발족식을 가졌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 20년 동안 광화문문화포럼을 운영하며 가장 보람을 느낀 일로 “문화예술 영재 장학생을 선발해 지원한 것”을 꼽았다. 광화문문화포럼은 성적이 우수한 예술 분야 학생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장학생을 선발해 이들을 지원해줄 목적으로 ‘문화나눔콘서트’를 개최한다. 2013년 11월 시작한 이 콘서트는 수익금 일부를 첼로, 바이올린을 비롯해 발레와 국악 등 문화예술 전공 학생들에게 지원해왔다. 2019년까지 총 10명의 학생이 광화문문화포럼 장학생으로 선발됐다고 한다. 이 명예회장은 “세계적인 예술인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학생들을 지원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큰 보람”이라고 했다.

곽승한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