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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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리더십’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니 관련 도서가 3만646건이 나왔다. 인기순 검색을 하니 ‘리더의 용기’ ‘두려움 없는 조직’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리더는 하루에 백번 싸운다’ ‘그 회사는 직원을 설레게 한다’ 등의 도서 목록이 줄줄이 이어진다. 하나같이 훌륭한 리더가 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책뿐만이 아니다. 리더십 강의도 쏟아진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에서 진짜 리더를 찾아보기 힘들까.

리더가 사라진 시대,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리더십 교육을 선언하고 나섰다. 양현재(養賢齋), 즉 인재를 기르는 집이라는 뜻의 리더십 과정으로 기본 매너부터 실전 훈련까지 제대로 된 리더를 키워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양현재를 기획한 사람은 권혜진 세종이노베이션 대표이다. 권혜진 대표를 만나 이 시대의 리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재가 되기 전에 인간이 돼라

‘품격 경영’을 키워드로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고 있는 권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권 대표는 소비자학 박사이다. 매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펴내고 있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 밑에서 소비 트렌드 연구를 하고 미래 시장을 내다보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 LG에 들어가 처음으로 생긴 미래고객전략팀에서 ‘웨어러블’ ‘구글글래스’ ‘로보틱스’처럼 미래 키워드를 쏙쏙 찾아내기도 했다. 트렌드 예측을 하다 보니 시장을 미리 내다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조직문화’였다. 리서치 열심히 하고 관심을 조금만 기울이면 미래 예측은 어렵지 않지만 그걸 실행에 옮기는 조직과 리더십이 없으면 공염불이었다.

그때부터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왜 기업마다 리더십 교육을 필수로 하면서도 리더를 키우지 못하는지, 왜 중간 간부들과 밀레니얼 세대는 소통이 힘든지, 왜 스펙은 훌륭한 인재들이 문제해결 능력은 떨어지는지, 왜 영어는 잘하면서 문해력은 떨어지는지 등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고전과 역사책을 다시 들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리가 부족한 것은 ‘기본기’였다는 것을요. 기본이 탄탄하지 않으면 모래성처럼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리더십 교육은 많지만 좋은 이야기 듣는 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작 기본에 충실한 교육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가 양현재를 만든 이유이다. 권 대표가 말하는 ‘기본기’는 무엇일까. ‘인간의 품격’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것이다. 인재보다 먼저 인간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은 고전과 역사 속에 있었다. 미래만 바라보던 그가 찾던 답이 ‘과거’에 있었다.

“특히 ‘논어’에는 리더가 갖춰야 할 소양, 사람을 보는 눈을 기르는 법이 낱낱이 들어 있었습니다. 세종의 리더십은 현대에도 유효합니다. 요즘 리더들이 고민하는 문제,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 인재를 가려내는 안목 등 모든 답은 이미 나와 있었어요. 성공과 실패의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었습니다. 단지 우리가 간과하고, 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역사는 암기과목일 뿐이다. 시험에 필요한 정답만 외워대느라 진짜 배워야 할 것은 잊고 있었다. 역사의 결과에만 주목했지, 어떤 과정을 겪고, 그 안에서 어떤 고민을 했고 누가 어떻게 문제해결을 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역사 속 실수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양현재는 ‘역사의 문제를 내 문제로 만들어 현재의 답 찾기’에 나섰다. 역사는 리더십의 실제 임상사례이다. 역사 속 리더들이 일했던 방식, 고전의 가르침을 교육에 접목하고 현장에 적용해 보려고 한다. 학문적 접근이 아닌 실전 리더십이다. 사소하다고 지나쳤던 기본 다지기부터 시작한다.

“문을 열고 닫을 때 뒷사람을 배려하는 것, 감사함을 아는 것, 상대의 언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사람을 대하는 매너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 기본들은 건너뛴 채 지식만 주입하다 보니 겉핥기식 인재 교육이 되는 겁니다. 물고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하는 것처럼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기본이 돼야 합니다.”

리더의 첫 번째 조건은 인재를 보는 안목

권 대표는 좋은 리더의 세 가지 기본 조건을 꼽았다. 첫 번째는 공사를 구별하는 감각이다. 리더가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로 착각하고, 능력 과시나 인기몰이에 눈이 멀면 ‘사심’과 ‘일’을 구별하지 못한다. 두 번째는 ‘사람 보는 눈’이다. 귀는 밝아야 하지만 얇아서는 안 된다.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고, ‘말’만 하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무한책임이다. 위기의 순간,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앞장서는 모습을 보일 때 사람이 따른다.

권 대표는 이 중에서도 두 번째를 가장 중요한 리더의 덕목으로 꼽는다. “‘논어’에서도 사람 보는 공부는 평생 하라고 했습니다. 사장감을 뽑는데 비슷한 능력을 가진 3명의 후보가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강의 시간에 이런 질문을 던지면 조용해집니다. 저는 그 사람이 지난 3년간 직원 인사를 어떻게 했는지를 보라고 합니다. 인사 기준은 뭔지, 사람을 뽑은 기준은 뭐였는지, 어떤 사람을 품고 어떤 사람을 징계했는지를 보면 리더로서의 안목을 평가할 수가 있습니다.” 권 대표는 ‘언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재야 얼마든지 데려오면 되지만 그 인재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우리 시대에 리더가 없는 이유를 “리더들이 직접 리더를 키우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리더의 눈으로 리더의 태도와 행동을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리더의 눈에 들기 위해 위만 바라보고 애쓰던 사람들이 리더의 눈높이를 알 수가 없다. 권 대표는 “대기업 회장들을 만나면 다들 사장감이 없다고 하는데 그동안 뭐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올 5월 문을 여는 양현재는 권 대표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 교장, 풍수학자 김두규 우석대 교수, 대검 차장 출신인 봉욱 변호사 등이다. 교양과정과 비즈니스 리더십과정으로 나눠 소수정예(20명 정원) 상·하반기 3개월씩 진행된다. 노희영 전 CJ브랜드 전략고문(현 YG Foods 대표), 신상목 기리야마 본진 대표도 참여해 비즈니스 리더십 과정을 책임진다. 언어감각을 키우기 위해 빨간펜 첨삭 글쓰기 교육도 한다. 한 시대의 모습은 리더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기본 교육이 잘되면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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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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