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런던평론가클럽에 의해 ‘올해의 영화’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한 영국 ‘스크린 데일리’의 지면.
‘기생충’이 런던평론가클럽에 의해 ‘올해의 영화’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한 영국 ‘스크린 데일리’의 지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현재 영국 425개 영화관에서 6주째 절찬 상영 중이다. ‘기생충’은 지난 2월 7일 영국 136개 영화관에서 개봉된 첫 주말(2월 7~9일)부터 4위(매표액 139만7387파운드·20억9000만원)의 관객 동원으로 기염을 토했다. 한 극장당 평균 1만200파운드의 입장권 판매를 기록해 자막 달린 외국 영화로는 영국 역사상 최고의 매출 기록을 세웠다. 영국 영화 관계자들의 말로는 당분간 이 기록이 깨지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기생충’이 개봉 첫 주부터 이렇게 성황을 이룬 이유는 워낙 대단한 수상 실적으로 홍보가 충분히 되어 있던 덕분이다. ‘기생충’은 대망의 미국 아카데미에서 4관왕을 탄 주말(2월 14~16일)에는 430개 영화관에서 상영되어 관객 동원 2위(252만3518파운드·37억8500만원)를 기록했다. 그리고는 상영 영화관을 561개로 늘린 2월 마지막 주(2월 21~23일)와 2월 28일~3월 1일 주말에는 똑같은 3위의 관객 동원을 기록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월 28일~3월 1일 주말 매출(104만7024파운드·15억7000만원)은 그 전주보다 40%나 줄었다.

개봉 첫 주 외국 영화 사상 최고 매출

‘기생충’의 영국 배급권은 현재 커존시네마그룹이 갖고 있다. 커존은 2017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수입해 성공한 적이 있어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알고 있는 배급사다. 지난해 5월 칸필름페스티벌에서 ‘기생충’ 영국 배급권을 구입하는 ‘선견지명’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한국 영화와의 좋은 인연 덕분이었다. 현재 온라인 영화관인 ‘커존 홈 시네마’ 홈페이지는 기생충 사진이 장식하고 있는데 그 밑으로 그동안 커존이 수입한 한국 영화들이 소개돼 있다. ‘돈의 맛’(감독 임상수), ‘곡성’(나홍진), ‘뫼비우스’(김기덕), ‘버닝’(이창동), ‘도희야’(정주리), ‘아가씨’(박찬욱), ‘올드보이’(박찬욱) 등의 작품들이다. 그러고 보면 커존은 한국 영화의 영국 진출 발판인 셈이다.

영국 영화잡지 ‘스크린’과의 인터뷰에서 커존그룹 CEO 필립 나치불은 커존이 ‘기생충’ 상영권을 확보한 다음 ‘기생충’이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한 덕분에 200만파운드(30억원) 이상의 홍보 효과를 보았다고 밝혔다. 커존은 자신들이 수입한 영화 중 ‘기생충’이 가장 성공한 영화라고 했다. 커존은 그동안 제임스 본드 ‘007’ 시리즈와 ‘스타워즈’ 시리즈 배급권을 확보해 돈을 벌었는데 세계인이 다 보았을 그런 할리우드 거작 영화보다 ‘기생충’이 더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기생충’ 상영권을 살 때는 ‘큰 모험’에 겁이 날 정도였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We never dreamt that would happen)”면서 놀라워했다.

봉준호 감독이 미국 아카데미가 영어 자막이 달린 외국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미국 지방 영화제’라고 힐난했지만 사실 영국 영화계도 거의 비슷한 풍토다. 2020년 2월 결과가 발표된 2019년 영국 아카데미 영화제가 73회째인데 그동안 외국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경우는 단 12회뿐이다. 그중에도 자신들의 이웃인 프랑스 영화가 9번으로 압도적인 숫자를 차지한다. 나머지도 같은 유럽 문화권인 이탈리아가 1번, 러시아가 1번 그리고 작년에 멕시코 영화 ‘로마’가 수상을 했다. 그러나 멕시코는 사실상 미국과 영화를 공동제작했기 때문에 엄격하게 얘기하면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비(非)영·미·유럽권 영화가 단 한 편도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풍토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에 익숙한 영국 신세대들은 이미 자막을 통해 외국 영화를 보는 데 익숙해져 있어 영국에도 이제 외국 영화 붐이 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머지않아 영국 아카데미에서도 외국 영화가 대상을 타고, 영화관에서도 외국 영화가 상영되는 일이 일반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기생충’을 계기로 만들어지고 있다.

영국인이 꼽는 10대 한국 영화의 공통점

사실 ‘기생충’은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와 주제의 영화다. 소위 말하는 ‘다크코미디(dark comedy)’인 데다 ‘심리 스릴러(psychological thriller)’ 요소까지 곁들여 있어 영국인의 입맛에 안성맞춤이다. 영국인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계급 관련 영화이기도 해서 “영국인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은 영국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영국영화텔레비전 예술아카데미(BAFTA) 영화상(Film Awards) 최종 후보 5편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영국이 참전했던 1차 대전을 다룬, 그래서 영국인들이 도저히 거절하지 못할 ‘1917’과 경쟁한 것이 유일한 수상 실패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생충’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의 영화 성향은 영국영화협회가 선정한 10대 한국 영화를 봐도 알 수 있다. ‘버닝’(이창동), ‘박하사탕’(이창동),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장화, 홍련’(김지운), ‘괴물’(봉준호), ‘낮술’(노영석), ‘하녀’(임상수), ‘도희야’(정주리),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홍상수), ‘부산행’(연상호) 등의 작품인데, 이 리스트를 찬찬히 보면 영국인들이 보고 싶어 하는 한국 영화가 결코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한국적 작품, 혹은 한국인의 일상을 그린 서정적인 작품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블랙코미디(black comedy) 혹은 다크코미디라 불려야 할 뒤틀린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인간사의 비극이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희극 같은 영화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위의 10대 한국 영화도 사실 일반 극장에서 상영되어 호응을 받은 작품들은 아니다. 외국 영화 전문 영화관이나 컬트무비 영화관에서 일부 매니아들이 본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일반 영화관에서 그나마 호응을 받은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제일 많다.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아가씨’ 등이 그동안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돼 꽤 인기를 끌었다. 영국에서도 ‘박찬욱 감독식 블랙코미디’는 먹힌다는 뜻이다.

영국영화협회가 선정한 10대 한국 액션영화도 흥미롭다. ‘악녀’(강재규),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이명세), ‘쉬리’(강재규), ‘조폭마누라’(조진규), ‘달콤한 인생’(김지운), ‘짝패’(류승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아저씨’(이정범), ‘도둑들’(최동훈), ‘용의자’(원신연), ‘베테랑’(류승완) 등이다. 리스트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 작품 역시 단순한 액션영화가 아니라 일종의 블랙코미디식 액션영화가 많다. 순전히 치고받고 죽이는 ‘제이슨 본’ 시리즈식의 킬링 타임용이 아니라는 말이다. 영국인들은 액션영화에서도 비애(pathos) 속에서 풍자(satire)와 해학(humour), 익살(antic)을 찾는다. ‘재키 찬’이라 불리는 성룡 주연의 영화 말고는 주윤발(저우룬파) 유의 심각한 홍콩 액션누아르가 영국에서 인기가 없는 이유이다.

지난 2월 20일 영화 ‘기생충’으로 영국아카데미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photo 뉴시스
지난 2월 20일 영화 ‘기생충’으로 영국아카데미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photo 뉴시스

선과 악의 이분법 싫어해

영국 비평가들은 ‘기생충’ 개봉 초기부터 ‘기생충’의 흥행 성공을 점쳤다. “자본주의, 탐욕, 계급차별(class discrimination)을 잘 묘사했고 이런 주제가 영국인의 감성을 자극해서 분명 영화관에서도 성공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었다. 그리고 ‘기생충’이 스릴러, 호러, 판타지 장르를 넘나드는 복합 장르의 영화여서 흥미로워한다고도 했다. 특히 ‘기생충’에는 ‘제대로 된 근본적인 악인이 없다’는 점도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요소라는 것이 평론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영국인들은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고, 누구나 때로는 선해지기도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특별히 선과 악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할리우드식 권선징악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실제 영국 영화를 보면 선과 악 양극을 오고 가는 인물들이 많다. 예를 들면 세계인이 모두 좋아하는 ‘미스터 빈(Mr. Bean)’도 사실 좋은 인간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조그만 일에도 화를 내고, 절대 양보하지 않고, 자신의 것을 과보호하고, 눈만 돌리면 사람들을 속이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영국 관객들은 그를 미워하거나 악인이라고 보지 않는다. 영국인 자신들의 속성을 가장 그대로 표현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기생충’은 타인의 삶을 훔쳐보길 좋아하는 영국인들이 특히 관심을 가질 주제이다. 영국 TV 인기 드라마는 모두 ‘타인의 은밀한 삶을 훔쳐보는 듯한 드라마(spy on the private lives of strangers)’들이다. BBC TV에서 1985년부터 매주 30분짜리 두 편을 방영해서 현재 6089회를 이어가고 있는 ‘이스트앤더스(EastEnders)’라는 드라마가 바로 그런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기생충’은 가난한 자가 부자의 가정으로 침투해 그들의 삶을 철저하게 휘젓는다는 주제이니 영국인의 입맛에 딱 맞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봉준호 감독은 영국인들이 민감해 하는 계급 문제까지 정면으로 다뤘다. 영국영화협회(BFI)의 ‘기생충’ 소개 기사에는 ‘봉준호가 분리된 두 계급 사이에 사악한 다리를 놓았다(Bong Joon-ho builds a wicked bridge over the class divide)’라고 제목을 달았다. 특히 영국 관객은 중산층과 상류층 분위기의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대영제국이 잘나가던 시대를 다룬 ‘굿 올드 데이(Good Old Days)’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영화에는 왕실, 귀족, 상류층 등 지배계급 이야기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권력과 특권, 특혜, 재력, 음모, 질투, 암투를 통한 비극과 희극이 얽힌 실패, 상실은 바로 그런 시대극의 무대이다. 영국 관객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일상적 삶과 간격이 큰 영화를 통해 판타지를 느끼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기생충’이 바로 그런 드라마이다. 주인과 하인 사이를 그린 시대극의 미니 현대판이라 할 수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가 조롱받는 것과 정반대

거기다가 ‘기생충’은 영국 영화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진지하지 않기(Not Being Earnest)’와 ‘빈정거림(banter)’, ‘자기비하(Self Deprecation)’와 ‘자기조롱(Self-Mockery)’까지 들어 있다. 곳곳에서 진지한 듯하면서도 실제는 자기 비하를 계속하는 상황 전개를 보고 영국인들은 손뼉을 치면서 웃는다. 사실 슬픈 장면인데도 고소를 금치 못하는 상황 전개를 펼치는 봉 감독의 술수에 영국 관객들은 빠져든다. 이는 미국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와는 대조적이다. 영국에서 이 영화가 조롱받는 이유는 영국식 명문기숙사립학교(English Public School)를 무대로 하면서 너무 ‘끔찍스럽게 진지했다(dreadfully earnest)’는 점 때문이다. 만약 영국 감독이라면 그렇게 진지하게 주제를 끌고 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관객들에게 보다 자연스럽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영국인들은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봉 감독은 주인공 기택 가족이 자학처럼 자신들을 놀리는 장면을 부단하게 만들어냄으로써 영국인들을 공감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영국 비평가들과 일반인들은 이런 ‘기생충’ 전편에 흐르는 ‘슬픔 속의 유머’와 ‘폭소 속의 애수’를 높게 평가한다.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 두 가지 상반된 요소를 봉 감독이 잘 조합해 표현해서 결코 진지하지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균형을 맞추었다고 칭찬한다.

영국인들은 자신을 비난하는 상대의 논지를 반박하기보다는 자신의 못남을 더욱 심하게 인정해 자신을 더 웃음거리로 만들어내는 기술자들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난을 하면서 싸우려 덤비는 상대에게 승리감을 주어 물러나게 한다. 영국인들은 거기서 더 쾌감을 느낀다.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느니 내가 먼저 자해를 통해 상쇄해 ‘나는 너보다 더 우월하다’는 기분을 느낀다. ‘미스터 빈’이 그런 캐릭터이다. 영국인들이 자해를 통한 카타르시스를 즐긴다는 말이다. 과도한 겸손과 과도한 오만의 차이는 결국 종이 반 장 차이임을 영국인들은 잘 안다. ‘기생충’에는 바로 그런 요소가 듬뿍 들어 있다. 이런 내밀한 봉 감독의 장치를 영화비평가들은 예리하게 판단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심지어는 봉 감독을 ‘세계 영화 사상 최고의 감독’이라는 알프레드 히치콕에 비교하는 무례를 범하는 평론가도 있다. 한 평론가는 봉 감독이 자신의 감독 노트에서 자신의 영화를 ‘광대가 없는 희극, 악인이 없는 비극, 모두가 폭력의 올가미에 엉키고, 아래층 계단을 향해 머리부터 굴러 떨어지는 영화’라고 정의한 걸 높이 평가한다.

영국적인 영화의 단 하나 정서는 비애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영국적인 영화는 뭘까. 다른 어느 것도 아닌 단 하나의 정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철칙이 있는데 바로 ‘비애(pathos)’다. 영국 영화에서 작품 전체 기저에 이 비애가 결여되어 있으면 그건 절대 영국 영화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런데 ‘기생충’에 바로 그런 비애가 깔려 있음을 영국 관객들이 알아챘다는 사실이 영화 관람 후기에 보면 많이 나온다. 사실 영국 영화에도 크게 보아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할리우드식의 스케일 큰 영화이다. 예를 들면 제임스 본드 ‘007’ 시리즈, ‘해리포터’ 같은 블록버스터들이다. 다른 하나는 영국인 스스로 자신들을 묘사한 영화들이다. 개봉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불후의 명화라고 일컬어지는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1996)이 대표적이다. 실직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좌절한 영국 젊은이들의 삶을 더하지도 덜 하지도 않게, 굳이 미화하거나 비극화하지 않고 냉정하게 묘사한 영화이다. 이 작품을 보면 영국인의 삶을 대하는 자세가 보인다. 결국 인간의 치열한 삶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비애가 흐른다는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이런 종류의 영화를 영국인들은 가장 사랑한다. 굳이 영화 제작자로서 큰돈은 못 벌어도 성공한 영화라는 평에 만족하는 그런 영화이다. 다행히 ‘트레인스포팅’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져 상업적으로도 성공했지만 말이다.

이런 종류의 비슷한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탄광 폐쇄로 인한 탄광촌의 애환을 유머를 곁들여 표현해낸 3개의 영화도 그렇다. 그중에서는 나중에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세계적인 히트를 친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2000)가 제일 유명하다. ‘브래스드 오프’(Brassed Off·1996)와 ‘풀 몬티’(Full Monty·1997)도 있는데 이런 영화들은 영국 영화 특유의 비애와 삶의 애환을 그려내면서도 결코 동정을 구걸하거나 사회를 비판하지 않는다. 사회 안에 흐르는 따뜻한 인간애를 차분하게 묘사할 뿐이다.

‘트레인스포팅’처럼 낙오되고 뒤처진 인간군상의 뒤틀린 삶을 통해 영국 사회와 영국인들을 묘사하는 작품들도 많다. ‘런던에서 브라이턴까지’(London to Brighton·2006), ‘이것이 잉글랜드다’(This is England·2006)가 대표적이다. ‘트레인스포팅’을 만든 대니 보일 감독의 ‘얕은 무덤’(Shallow Grave·1995)과 켄 로치 감독이 영국 사회보장제도를 비판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도 마찬가지다.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삶의 애환과 비애가 담긴 영국 영화들을 가장 빼닮은 외국 영화가 바로 ‘기생충’이다. 자신들의 입맛에도 맞고 아카데미를 비롯해 각종 유명상을 탄 ‘기생충’이 영국에서 그동안 가장 성공한 외국 영화였던 '와호장룡’(2001)과 ‘아멜리에’(Amelie·2001)의 기록을 깨는 쾌거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었는데 뜻밖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복병을 만났다. 코로나19가 원래 계획한 ‘기생충’ 16주 연속 상영의 기록을 방해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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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하 재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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